디지털 코드로 진화하는 국악
미디어 기기로 대중 감성 충족시켜
전열을 갖춘 관현악단 사이로 범상치 않은 외모의 남자가 등장한다. 지휘봉을 든 남자의 몸짓이 격렬해지면 악기들이 들려주는 비트와 사운드는 한층 더 강렬해진다. 특히 디지털 악기의 전자음은 잠잠했던 객석 분위기를 금세 흥겹게 몰고 간다.
지난 27일 저녁 광주 남구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열린 이 공연은 광주문화재단이 '페스티벌 오! 광주' 브랜드 공연축제의 일환으로 마련한 '춤추는 관현악'. 현대무용가 류장현의 퍼포먼스가 깊은 인상을 남겼다. 더 흥미로웠던 것은 이 공연이 '국악' 공연이었다는 점이다. 국내 3대 국악관현악단 중 하나인 중앙국악관현악단은 이 날 기존 국악관현악의 악기 편성에 전자 기기와 퍼포먼스를 더해 이색적인 국악 공연을 선보였다.
국악이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그동안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이처럼 장르의 결합을 통한 것이었다. 통칭 '퓨전국악'으로 불리는 이 시도는 주로 디지털 악기를 활용해 기존 음악을 재해석하거나 서양 악기와의 협연, 국악기로 현대곡 연주 등의 실험으로 대중과의 거리를 좁혀왔다. 최근엔 디지털 매체와 온라인 공간을 활용하는 시도로 유비쿼터스 세대의 감성과 취향을 충족시켜 눈길을 끌고 있다. 장르 융합, IT 기기 활용으로 '신국악' 활짝 새로운 국악의 모습은 기존 국악 무대가 아닌 공연장에서 다양하게 비춰지고 있다. 퓨전화의 초기부터 이어지고 있는 국악뮤지컬 작업은 이제 공연계에서도 익숙한 모습이다. 판소리를 중심으로 국악의 대중화를 이끌어온 국악뮤지컬집단 타루는 최근 판소리 음악극 '하얀 눈썹 호랑이'를 새로 선보였다. 이 작품은 동명의 그림책을 무대에 옮긴 것으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우리 문화 원형의 디지털콘텐츠화 사업'에서 고증한 자료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원작은 멀티미디어 앱북으로도 나와 있어 공연장 안팎에서 국악과 전통문화에 대한 접근성을 높였다는 평가도 받았다. 다양한 퓨전 작업을 통한 세계 무대와의 교류는 이제 국악을 월드뮤직으로 거듭나게 하고 있다. '신나는 국악'을 표방하는 국악콘서트 '월드비트 비나리'는 뉴미디어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공연이다. 전통 음악에 열정적인 타악 리듬과 디지털 영상을 결합하고 소리꾼 뒤에 댄서를 세우는 등 공연장을 마치 클럽 분위기처럼 이끌어간다. 이 같은 '디지로그' 감성은 특히 젊은 세대에게 효과적이라는 점에서 국악계 원로들에게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실제로 가야금 연주자 황병기, 판소리 명창 안숙선, 사물놀이 대가 김덕수, 한국무용가 국수호 등은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과 함께 '4D 디지로그' 콘셉트의 국악공연도 올린 바 있다. 홀로그램 등의 디지털 영상 매체를 적극 도입해 아날로그 예술의 매력과 새 활로를 모색하자는데 국악계 내부에서도 의견이 모아진 셈이다.
디지털 세대에게 다가가는 'e-국악' 진일보한 매체의 활용에도 불구하고 국악에 대한 이미지는 여전히 옛것에 남아 있다. 국악을 접할 수 있는 통로가 현저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국악 단체들은 인터넷을 통해 쉽게 국악을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국립국악원이 운영하는 온라인 국악 전문 사이트인 e-국악아카데미(www.egugak.go.kr)는 '누구나 쉽게 체험할 수 있는 국악'을 표방한다. 온라인이라는 점 때문에 보다 편안하게 각종 이론과 실기 수업을 받을 수 있어 참여자의 수도 늘고 있다. 분기별로 오프라인에서 국악 명인들의 문화 강좌도 마련해 잠재관객층의 개발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국악방송(www.gugak.co.kr)은 이벤트를 통해 일반 대중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국악영상콘텐츠 공모전 '업로드 국악, 시즌 2'가 그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이 행사는 누구나 쉽게 참여해 국악을 재미있게 고민하고 경험하는 장으로 만든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국악이라는 모티프를 활용해 영상을 제작하거나, 혹은 자신이 직접 민요를 자신의 방식으로 만들어 UCC로 제출하는 방식이다. 한 달여나 남은(7월 31일) 마감 일정이지만 지난해보다 높아진 상금과 시상 내역은 젊은 세대들의 참여를 자연스레 이끌어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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