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1일 화요일

‘번개’ 볼트를 해부해 보면?

‘번개’ 볼트를 해부해 보면?

건강한 마음과 순진한 정신이 비결

 
그는 결코 초조해하지 않는다. 긴장하지도 않는다. 그는 항상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다. 그는 결승선에 가까이 오면 경쟁자들을 힐끔 쳐다볼 정도의 여유도 보인다. 때로 그는 혀를 내밀며 다른 선수들을 조롱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항상 ‘귀여운’ 세리머니를 선사한다.

그는 건강한 마음과 순진한 정신을 갖고 있다. 그러한 정신과 마음이 그를 최고의 빠른 선수로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물론 그는 선천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선수가 될 육체적 기량을 타고 태어났다. 그러나 그런 기량만으로 될 일인가? 그는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재주가 있는 선수다.

영국의 식민지 조국에 자긍심을 선사해
‘자메이카의 번개’ 우사인 볼트는 지난 런던올림픽에서 폼 나게 승리해 자국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었다. 자메이카 국민들은 영국의 식민지 백성이라는 오랜 열등감에서 벗어나 세계를 제패했다는 승리감으로 가득 찼다.

자메이카는 1962년 8월 영국으로부터 독립했다. 영국 국기 유니언 잭(Union Jack)이 내려지고 대신 자메이카 국기가 올라갈 때 신생국가 국민들은 자긍심, 명예 그리고 세계를 놀라게 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결국 그 위업을 이루었다.

자메이카는 카리브해 북부 서인도 제도에 있는 섬나라다. 1655년 크롬웰의 파병 이후 영국의 식민지가 됐다. 서인도 제도에서 노예제도가 폐지되기까지 노예무역의 중심지였다. 1962년 영국연방의 일원으로 카리브해의 영국 식민지 중에서 최초로 독립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듯이 식민지에서 벗어난 국가들은 대부분 독립하면서 물려받은 핸디캡을 극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나 자메이카인들은 자신들의 출중한 스포츠 전통과 그에 못지 않은 음악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 두 분야를 통해 자메이카인들은 여러 번 세계 무대에 도약했다.

경상남도 면적의 인구 280만 명인 소국
자메이카는 인구 280만 명에 면적은 우리나라 경상남도 크기 정도밖에 되지 않는 소국이다. 그러나 자메이카인들은 그렇게 작은 나라임에도 불구, 초강대국들보다도 더 거대한 자부심과 문화적 영향력을 지닌다. 그들은 항상 높은 체급의 선수들과 겨루기를 좋아한다.

우사인 볼트를 비롯한 자메이카 육상선수들의 도약은 이런 바탕에서 바라봐야 한다. 그들은 모두가 가난한 지역 출신이다. 믿기 어려운 역경을 이겨낸 개인적 승리와 의지력의 스토리다.

우사인 볼트는 자메이카인들이 원하는 국가의 표상이다. 빠르고 태평하고 자기의 장기 분야, 다시 말해서 달리기에서는 적수가 없다. 볼트는 올림픽 100미터에서 세계 신기록을 기록하며 결승선을 통과했다. 같은 자메이카 선수 요한 블레이크가 그 뒤를 바짝 쫓았다. 자메이카인들은 환호했다. 금메달과 은메달이 자메이카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볼트가 200미터에서 다시 승리를 차지했을 때, 또 블레이크가 그 뒤를 쫓아 왔다. 자메이카인들에게 흘러 넘친 열광의 분위기는 무엇으로도 묘사할 수 없었다. 게다가 워렌 와이어가 3위로 들어오면서 자메이카는 금, 은, 동메달을 모두 휩쓸었다.

역경을 딛고 승리를 일궈내는 사람의 이야기보다 자메이카인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은 없다. 그들은 순전히 끈기, 배짱, 노력만으로 자신의 능력과 재능을 보여줬다.

볼트는 베이징올림픽에서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했다. 그리고 자신이 그저 한때의 스타가 결코 아니라는 것을 입증했다. 4년 뒤인 런던 올림픽에서 그는 또 다시 기적을 이뤘다. 그것도 아주 쉽게, 그리고 폼을 재면서 이룩했다. 자메이카인들이 중시하는 가치다.

자메이카에는 개인주의와 공동체 정신이 모순되는 가치가 혼재한다. 볼트는 시골 마을 셔우드 컨텐트에서 자랐다. 그는 마을에 대한 사랑이 가득하다. 사람들은 볼트를 그 마을에서는 빼앗아 갈 수 있었지만, 볼트에게서 그 마음을 빼앗아 갈 수는 없었다.

마음 속 깊은 곳에 그는 건강한 정신과 순진한 마음을 지닌 소년으로 남아 있다. 물론 지금은 자메이카 수도 킹스턴,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살벌한 거리에서 살아가는 법을 알고 있겠지만 말이다.
▲ 자메이카의 번개 우사인 볼트는 영국의 식민지인 조국에게 영광과 자긍심을 선사했다. 그는 조국에 대한 애착이 상당하다. 그리고 경쟁자들보다 큰 키와 강한 근육이 장점으로 작용했다. ⓒ우사인볼트 홈페이지

그러면 우사인 볼트는 왜 그토록 빠른가? 그 비밀은 무엇인가? 200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세운 9초58이라는 100m 기록은 3년째 깨지지 않고 있다. 이번 올림픽에선 9초63으로 베이징에 이어 2연패를 기록했다.

큰 키와 강한 근육이 최고의 선수를 만들어
미국 과학뉴스사이트 라이브사이언스에 따르면 ‘자메이카의 번개’의 비밀은 큰 키와 강한 근육에 있다. 미국 MIT의 기계공학자 아네트 호소이는 “볼트는 최고의 가속능력과 최고 속도를 유지하는 능력을 동시에 갖추고 있는 유일무이한 선수”라고 설명했다.

그의 키는 1m96㎝로 일반 경쟁자들을 압도한다. 다리가 긴 만큼 보폭도 크다. 대부분의 100m 선수가 평균 44걸음을 옮기는 데 비해 볼트는 41걸음 만에 같은 거리를 주파한다. 다만 키가 큰 만큼 체중도 더 나가기 때문에 남다른 근력이 필요하다.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조율’이다. 스탠퍼드 대학의 공학자 새뮤얼 해머는 미국 국립과학재단(NSF)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볼트는 질주 도중에 1000분의 2, 3초라도 신체 조율이 어긋나면 넘어지거나 부상을 입을 수 있다. 뇌에서 근육으로 보내는 전기신호의 타이밍이 정확해야 근육이 조화롭게 힘을 낼 수 있다”

볼트의 100m 달리기 속도는 시속 45㎞에 해당한다. 이 속도는 인간의 한계일까? 그렇지 않다. 미국 서던 메소디스트 대학 연구팀은 “달리기 속도의 한계는 다리의 근섬유가 수축하는 속도에 달려 있다”고 설명하면서 “인간은 시속 64㎞까지 달릴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인간의 실력은 치타에 크게 못 미친다. 지난 8월 내셔널지오그래픽 뉴스가 보도한 신시내티 동물원의 경주 결과가 그를 설명해 준다. 5마리의 치타가 100m 코스에서 달린 결과 11세 암컷이 5.95초로 1위를 차지했다.

올림픽이 주장하는 모토는 ‘더 빠르게, 더 높게, 더 강하게’이다. 만일 모든 육상동물이 경기에 참가한다면 단거리는 치타, 높이뛰기는 붉은 캥거루(3.1m), 역도는 고릴라(들어올리기 900㎏)가 우승을 차지할 것이다.

하지만 인간처럼 다양한 종목에서 실력을 발휘하는 단일 종은 없다. 올림픽은 인간의 육체적 능력을 온갖 분야에서 겨루는 축제다. 또한 피부색을 뛰어 넘어 다양한 인종들을 수용하는 무대다. 그래서 인류의 화합을 추구하는 잔치다.


김형근 객원기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12.09.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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