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기울이면 에펠탑이 작아진다
2012년 이그노벨상 수상작(상)
“처음에는 웃음이 터져 나오지만 점차 생각에 빠지게 하는 연구를 치하한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과학유머잡지 ‘에어(AIR)’가 매년 노벨상 선정에 앞서 발표하는 ‘이그노벨상(Ig Nobel)’의 목표다.노벨상처럼 여러 부문에 걸쳐 상을 주기 때문에 이른바 ‘짝퉁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이그노벨상이 2012년의 수상자들을 발표했다.
| |
| ▲ 이그노벨상은 '처음에는 웃음이 터져 나오지만 점차 생각에 빠지게 하는 연구'를 선정하는 상이다. ⓒImprobable Research |
이그노벨은 노벨(Nobel)이라는 이름이 ‘귀하다(noble)’는 단어와 발음이 비슷하다는 점에 착안해 반댓말인 ‘천하다’는 뜻의 이그노블(ignoble)을 이용해 새로 만든 이름이다. 앞에 붙는 이그(Ig)는 ‘말도 안 되지만 진짜 존재하는(Improbable Genuine)’의 줄임말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Nature)는 이그노벨상에 대해 “과학계 행사의 하일라이트”라는 재치있는 평가를 내린 바 있다.
올해는 △문학상 △물리학상 △신경과학상 △심리학상 △유체역학상 △음향학상 △의학상 △특별상 △평화상 △해부학상 △화학상(가나다 순) 등 11개 부문에 걸쳐 상이 수여되었다. 시상식은 지난 9월 20일 하버드대 샌더스 극장에서 진행되었다.
문학상 : 보고서에 관한 보고서에 관한 보고서
문학상은 예상과 달리 공무원들이 수상했다. 미국 정부 산하 회계감사국(GAO)에서 발간한 특별한 보고서 덕분이다. 제목은 ‘보고서와 연구논문의 비용을 추산하는 노력에 따른 충격을 평가하는 법안(Actions Needed to Evaluate the Impact of Efforts to Estimate Costs of Reports and Studies)’이다. (http://www.gao.gov/assets/600/590758.pdf)
32페이지짜리 이 보고서는 미 국방부장관의 지시에 따라 쓰여진 문건이다. 수많은 문서를 작성하느라 낭비되는 예산을 줄이고 그 비용을 다른 곳으로 돌림으로써 국방부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국방부 소속 공무원들은 특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조사를 진행했다. 보고서와 연구논문 등 기존 문서 작업 중 상당 부분이 단순히 기존의 문서를 평가한 일종의 ‘보고서를 위한 보고서’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문제는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문서 작업이 비효율적이라 평가하는 이 문건도 마찬가지로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작성한 또 다른 문서라는 점이다. 이그노벨상 선정 이유는 “보고서에 관한 보고서에 관한 보고서에 관한 보고서 작성 준비를 위해 보고서 작성을 권고하는 보고서에 관한 보고서에 관한 보고서를 발행한 공로”다. 쓸모없는 행정 낭비를 비꼰다는 점 때문인지 미 회계감사국 공무원 중 누구도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물리학상 : 말총머리에 숨겨진 움직임의 비밀
섬유 다발에 작용하는 힘의 특성을 알아낸 미국과 영국의 과학자들이 물리학상을 받았다. 말꼬리처럼 묶은 사람의 머리카락에 작용하는 물리학적 힘에 대해 알아낸 논문 ‘말총머리의 형태 그리고 머리카락 섬유 다발의 통계물리학(Shape of a Ponytail and the Statistical Physics of Hair Fiber Bundles)’이 선정작이다. (http://prl.aps.org/abstract/PRL/v108/i7/e078101)
올해는 △문학상 △물리학상 △신경과학상 △심리학상 △유체역학상 △음향학상 △의학상 △특별상 △평화상 △해부학상 △화학상(가나다 순) 등 11개 부문에 걸쳐 상이 수여되었다. 시상식은 지난 9월 20일 하버드대 샌더스 극장에서 진행되었다.
문학상 : 보고서에 관한 보고서에 관한 보고서
문학상은 예상과 달리 공무원들이 수상했다. 미국 정부 산하 회계감사국(GAO)에서 발간한 특별한 보고서 덕분이다. 제목은 ‘보고서와 연구논문의 비용을 추산하는 노력에 따른 충격을 평가하는 법안(Actions Needed to Evaluate the Impact of Efforts to Estimate Costs of Reports and Studies)’이다. (http://www.gao.gov/assets/600/590758.pdf)
32페이지짜리 이 보고서는 미 국방부장관의 지시에 따라 쓰여진 문건이다. 수많은 문서를 작성하느라 낭비되는 예산을 줄이고 그 비용을 다른 곳으로 돌림으로써 국방부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국방부 소속 공무원들은 특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조사를 진행했다. 보고서와 연구논문 등 기존 문서 작업 중 상당 부분이 단순히 기존의 문서를 평가한 일종의 ‘보고서를 위한 보고서’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문제는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문서 작업이 비효율적이라 평가하는 이 문건도 마찬가지로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작성한 또 다른 문서라는 점이다. 이그노벨상 선정 이유는 “보고서에 관한 보고서에 관한 보고서에 관한 보고서 작성 준비를 위해 보고서 작성을 권고하는 보고서에 관한 보고서에 관한 보고서를 발행한 공로”다. 쓸모없는 행정 낭비를 비꼰다는 점 때문인지 미 회계감사국 공무원 중 누구도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물리학상 : 말총머리에 숨겨진 움직임의 비밀
섬유 다발에 작용하는 힘의 특성을 알아낸 미국과 영국의 과학자들이 물리학상을 받았다. 말꼬리처럼 묶은 사람의 머리카락에 작용하는 물리학적 힘에 대해 알아낸 논문 ‘말총머리의 형태 그리고 머리카락 섬유 다발의 통계물리학(Shape of a Ponytail and the Statistical Physics of Hair Fiber Bundles)’이 선정작이다. (http://prl.aps.org/abstract/PRL/v108/i7/e078101)
| |
| ▲ 연구진은 25센티미터 길이에 9천500 가닥이 묶인 말총머리의 세부적인 섬유 가닥이 독특한 흔들림을 유발하는 원인에 대해 조사했다. ⓒPhysical Review Letters |
긴 머리를 질끈 묶은 여성이 조깅을 하는 모습을 관찰해보자. 달리는 동안 머리는 상하 운동을 하지만 머리에 달린 말총머리는 좌우로 움직일 것이다. 왜 말총머리는 머리와 일치하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것일까. 이것이 연구진이 실험을 하게 된 계기다.
연구진은 힐 방정식(Hill's equation)을 이용해 말총머리의 움직임을 수학적으로 풀어냈다. 말총머리가 뻣뻣한 추와 같거나 부드러운 끈과 비슷하다고 가정했을 경우 모두 방정식이 들어맞았다. 추라고 가정했을 때는 방정식에 각변위를 대입하고 끈이라고 가정할 때는 진폭을 대입했다. 참고로 힐 방정식은 근접해 있는 두 물체의 상대적인 운동성을 분석할 때 사용하는 단순 방정식이다.
말총머리의 자연적인 움직임 주기가 일정 속도로 상하 운동을 하는 머리의 움직임 진동수의 절반의 정수배에 가까워지면 말총머리의 좌우 움직임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상하 운동은 약해지고 좌우 운동량이 커지면서 머리와 말총머리가 따로 놀게 되는 것이다.
논문은 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게재되었으며, 시상식에는 조지프 켈러(Joseph Keller), 레이먼드 골드스타인(Raymond Goldstein), 패트린 워런(Patrick Warren), 로빈 볼(Robin Ball) 등 공저자 전원이 참석했다.
신경과학상 : 죽은 물고기 뇌에서도 정보 읽어낸다?
신경과학상은 생물체가 사망한 뒤에도 뇌 속의 정보를 빼내는 전대미문의 방법을 개발한 연구진에게 수여되었다. 크레이그 베넷(Craig Bennett), 애비게일 베어드(Abigail Baird), 마이클 밀러(Michael Miller), 조지 울포드(George Wolford) 등은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를 이용해 죽은 태평양 연어의 뇌를 스캔해서 유의미한 정보를 읽어내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힐 방정식(Hill's equation)을 이용해 말총머리의 움직임을 수학적으로 풀어냈다. 말총머리가 뻣뻣한 추와 같거나 부드러운 끈과 비슷하다고 가정했을 경우 모두 방정식이 들어맞았다. 추라고 가정했을 때는 방정식에 각변위를 대입하고 끈이라고 가정할 때는 진폭을 대입했다. 참고로 힐 방정식은 근접해 있는 두 물체의 상대적인 운동성을 분석할 때 사용하는 단순 방정식이다.
말총머리의 자연적인 움직임 주기가 일정 속도로 상하 운동을 하는 머리의 움직임 진동수의 절반의 정수배에 가까워지면 말총머리의 좌우 움직임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상하 운동은 약해지고 좌우 운동량이 커지면서 머리와 말총머리가 따로 놀게 되는 것이다.
논문은 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게재되었으며, 시상식에는 조지프 켈러(Joseph Keller), 레이먼드 골드스타인(Raymond Goldstein), 패트린 워런(Patrick Warren), 로빈 볼(Robin Ball) 등 공저자 전원이 참석했다.
신경과학상 : 죽은 물고기 뇌에서도 정보 읽어낸다?
신경과학상은 생물체가 사망한 뒤에도 뇌 속의 정보를 빼내는 전대미문의 방법을 개발한 연구진에게 수여되었다. 크레이그 베넷(Craig Bennett), 애비게일 베어드(Abigail Baird), 마이클 밀러(Michael Miller), 조지 울포드(George Wolford) 등은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를 이용해 죽은 태평양 연어의 뇌를 스캔해서 유의미한 정보를 읽어내는 데 성공했다.
| |
| ▲ 오류를 보정하지 않은 fMRI 데이터는 죽은 연어를 촬영했을 때도 마치 유의미한 정보가 있는 것처럼 나타나곤 한다. ⓒJournal of Serendipitous and Unexpected Results |
그러나 사실은 통계학적 방법을 통해 오류를 바로잡지 않았을 때의 위험성을 경고한 연구다. 뇌를 스캔한 영상 데이터는 13만 개가 넘는 복셀(voxel)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반드시 오차를 교정하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참고로 복셀은 3차원 이미지의 위치정보를 표시한 단위다.
그러나 단지 귀찮다는 이유로 또는 실수로 교정 작업을 생략하는 경우가 많아 이미지 해독 과정에서 ‘거짓 긍정의 오류(false positive)’가 생기곤 한다. 통계학에서는 그른 것을 옳은 것을 오해하는 현상을 ‘거짓 긍정의 오류’라 부른다. 통계학적 오류 수정 작업을 거치지 않으면 데이터의 오차로 인해 연구자가 특이한 사례를 발견한 것처럼 오해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의 내용이다. 연어의 뇌에서 읽어낸 정보도 데이터 상의 오류라는 의미다.
연구결과는 ‘죽은 태평양 연어를 처리 시 발생하는 관점 차이의 신경 상관자: 중다 비교 교정에 대한 논쟁(Neural correlates of interspecies perspective taking in the post-mortem Atlantic Salmon: An argument for multiple comparisons correction)’라는 논문으로 정리되어 학술지 ‘예상 외로 우연히 밝혀진 결과에 관한 저널(Journal of Serendipitous and Unexpected Results)’에 실렸다. (http://www.jsur.org/ar/jsur_ben102010.pdf)
심리학상 : 고개를 왼쪽으로 기울이면 물건이 작게 보인다
아니타 에얼란트(Anita Eerland), 롤프 즈반(Rolf Zwaan), 툴리오 과달루페(Tulio Guadalupe) 등 네덜란드와 페루의 과학자들이 심리학상을 받았다. 이들은 ‘고개를 왼쪽으로 기울이면 자세변조추정에 의해 에펠탑이 더 작아 보인다(Leaning to the Left Makes the Eiffel Tower Seem Smaller: Posture-Modulated Estimation)’는 논문을 학술지 ‘심리과학(Psychological Science)’에 발표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http://pss.sagepub.com/content/early/2011/11/23/0956797611420731.abstract)
‘심리적 숫자 배열 이론(mental-number-line theory)’이 있다. 일직선 상에 나열된 숫자를 떠올릴 때 사람들은 왼쪽에 작은 숫자가 놓이고 오른쪽에 큰 숫자가 놓인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이론이다. 연구진은 신체와 심리의 관계를 밝히는 실험에 이 이론을 적용했다. 자신도 모르게 신체가 기울어져 있으면 물건의 크기를 판단하는 능력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 가정한 것이다.
피실험자들은 납작한 모양의 ‘밸런스 보드(Balance Board)’에 올라선 채 숫자를 추정하는 여러 질문을 받았다. 이 장치는 가정용 게임기 위(Wii)로 몸의 균형을 잡는 게임을 즐길 때 사용된다. 연구진은 피실험자 몰래 밸런스 보드의 센서에 인위적인 조작을 가했다. 제1그룹은 정상적인 장치를 사용했다. 그러나 제2그룹이 사용한 장치는 몸을 살짝 왼쪽으로 기울여야 수평을 유지한 것처럼 나타났다. 제3그룹은 몸을 오른쪽으로 기울여야 하는 장치를 사용했다.
그러나 단지 귀찮다는 이유로 또는 실수로 교정 작업을 생략하는 경우가 많아 이미지 해독 과정에서 ‘거짓 긍정의 오류(false positive)’가 생기곤 한다. 통계학에서는 그른 것을 옳은 것을 오해하는 현상을 ‘거짓 긍정의 오류’라 부른다. 통계학적 오류 수정 작업을 거치지 않으면 데이터의 오차로 인해 연구자가 특이한 사례를 발견한 것처럼 오해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의 내용이다. 연어의 뇌에서 읽어낸 정보도 데이터 상의 오류라는 의미다.
연구결과는 ‘죽은 태평양 연어를 처리 시 발생하는 관점 차이의 신경 상관자: 중다 비교 교정에 대한 논쟁(Neural correlates of interspecies perspective taking in the post-mortem Atlantic Salmon: An argument for multiple comparisons correction)’라는 논문으로 정리되어 학술지 ‘예상 외로 우연히 밝혀진 결과에 관한 저널(Journal of Serendipitous and Unexpected Results)’에 실렸다. (http://www.jsur.org/ar/jsur_ben102010.pdf)
심리학상 : 고개를 왼쪽으로 기울이면 물건이 작게 보인다
아니타 에얼란트(Anita Eerland), 롤프 즈반(Rolf Zwaan), 툴리오 과달루페(Tulio Guadalupe) 등 네덜란드와 페루의 과학자들이 심리학상을 받았다. 이들은 ‘고개를 왼쪽으로 기울이면 자세변조추정에 의해 에펠탑이 더 작아 보인다(Leaning to the Left Makes the Eiffel Tower Seem Smaller: Posture-Modulated Estimation)’는 논문을 학술지 ‘심리과학(Psychological Science)’에 발표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http://pss.sagepub.com/content/early/2011/11/23/0956797611420731.abstract)
‘심리적 숫자 배열 이론(mental-number-line theory)’이 있다. 일직선 상에 나열된 숫자를 떠올릴 때 사람들은 왼쪽에 작은 숫자가 놓이고 오른쪽에 큰 숫자가 놓인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이론이다. 연구진은 신체와 심리의 관계를 밝히는 실험에 이 이론을 적용했다. 자신도 모르게 신체가 기울어져 있으면 물건의 크기를 판단하는 능력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 가정한 것이다.
피실험자들은 납작한 모양의 ‘밸런스 보드(Balance Board)’에 올라선 채 숫자를 추정하는 여러 질문을 받았다. 이 장치는 가정용 게임기 위(Wii)로 몸의 균형을 잡는 게임을 즐길 때 사용된다. 연구진은 피실험자 몰래 밸런스 보드의 센서에 인위적인 조작을 가했다. 제1그룹은 정상적인 장치를 사용했다. 그러나 제2그룹이 사용한 장치는 몸을 살짝 왼쪽으로 기울여야 수평을 유지한 것처럼 나타났다. 제3그룹은 몸을 오른쪽으로 기울여야 하는 장치를 사용했다.
| |
| ▲ 몸이 왼쪽으로 기울어진 피실험자들은 두 번의 실험 내내 더 작은 숫자를 추정치로 답변했다. ⓒPsychological Science |
그 결과 제2그룹에 속한 피실험자들은 대답으로 더 작은 숫자 추정값을 내놓았다. 자신은 똑바로 서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몸이 왼쪽으로 기울어지면서 숫자 관련 인지능력도 더 작게 판단하는 쪽으로 변한 것이다. 이들은 네덜란드에서 마이클 잭슨의 앨범 중 몇 개가 히트했는지, 네덜란드 여왕 베아트릭스의 손자들은 몇 명인지를 묻는 질문에 모두 다른 그룹보다 적은 숫자를 내놓았다. 에펠탑의 높이를 추정하는 질문에는 다른 그룹보다 12미터나 작은 수치를 대답했다. 마음은 몸의 상태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실험이다. (계속)
|
|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