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6일 목요일

韓 리더로 진공기술 국제표준 제정

韓 리더로 진공기술 국제표준 제정

[인터뷰] 김진태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박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작 환경에 필요한 고감도 센서, 사중극 질량분석기(Quadrupole Mass Spectrometer, QMS) 규격이 국내 연구진의 주도 하에 국제표준화기구 진공기술분야(ISO/TC 112)에서 국제표준으로 승인됐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은 “‘사중극 질량분석의 정의 및 사양 지침(ISO 14291)’이 국제표준화기구에서 프로젝트 리더로 활동하고 있는 KRISS 진공기술센터 김진태 박사의 주도로 이뤄졌다”며 “이번 국제표준 지침에는 사중극 질량분석기에서 사용하는 부품 및 용어에 대한 정의뿐 아니라 사양을 제시하고 분석하는 방법들이 들어 있다”고 전했다.

산업현장에서의 표준화 필요성
이번 연구는 다양한 산업현장에서 사용되는 고감도 센서인 사중극 질량분석기의 국제표준을 승인받은 것으로, 사중극 질량분석기란 기체의 질량을 측정하는 센서를 지칭한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산업현장을 비롯해 환경과 의료, 식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 김진태 KRISS 박사 ⓒ황정은

“사중극 질량분석기란 고감도 극미량의 가스를 탐지해 가스 질량을 분석하는 센서로, 어떤 종류의 가스가 있는지 혼합기체의 성분을 측정해주는 센서다.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산업현장은 극청정 환경이 필요한 만큼 이를 감지하는 고감도 센서는 필수품이다. 이는 많은 산업체에서 사용하는 오래된 기술로, 진공용기 내부에 잔류기체의 성분을 분석하는 용도로 활용되곤 했다.”

김진태 박사에 의하면, 최근 진공기술이 발전한 만큼 극청정 진공환경을 만들어내는 것은 더 이상 어려운 기술이 아니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한 만큼 수율 경쟁이 심해지면서 단가 경쟁력을 높이고 최첨단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남은 과제로 지목된다. 첨단 산업 즉 반도체 산업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극청정 환경을 먼저 만든 미량의 혼합 가스를 넣어주는 방법을 이용하는데 여기에 사용되는 물리화학적 공정들은 매우 복잡하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플라즈마와 가스공정이 대표적이다.

“디바이스를 만드는 과정이 복잡해졌다는 것은 공정에서 하나라도 틀어질 경우 수율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특히 가스공정에서는 한 가스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종류의 가스가 동시에 혼합기체로 들어가게 된다. 이렇게 삽입된 기체가 종류별로 균일하게 진공 챔버(chamber) 안에 존재하고 있는지 분석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사중극 질량분석기로는 이러한 가스의 성분 및 분포 균일도를 정확히 분석할 수 없었다. 이유는 사중극 질량분석기가 고감도이지만 이에 대한 신뢰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센서가 너무 민감해 실험실과 작업 환경에 따라 감도가 영향을 받는 등 일관성이 없었다.

김진태 박사는 이와 같은 현실에 대해 “사용자가 사중극 질량분석기의 기능을 일부분만 아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언급했다. 현재 사중극 질량분석기는 외국에서 전량을 수입하고 있는 상황으로 반도체 산업이 발전한 국내는 산업현장 곳곳에 이 센서가 설치돼 있다.

실제로 사중극 질량분석기의 가격은 대당 수천만 원부터 1억 원이 넘을 정도로 비싸지만 정작 작업현장에서는 감도를 일관성 있게 측정할 수 없어, 비싼 기기의 기능들을 모두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첨단 진공기술의 국제표준이 필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제기된 문제로, 사중극 질량분석기의 기준을 만들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약점이었다는 게 김진태 박사의 설명이다.

“사중극 질량분석기에 대한 표준안을 제정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다. 일전에 프랑스에서 이에 대한 국제표준규격의 필요성을 느끼고 비공식적으로 표준화에 대한 초안 제작을 진행했다. 기회가 생겨 초안을 검토해 보니 객관성에 문제가 많더라. 그래서 만든 것이 이번의 국제 표준안이다. 본격적인 표준안을 만들기 위한 초석을 다지는 작업인 만큼 용어정리와 개념정리에 집중했다.”

첨단진공기술 표준안 초석 마련

이 연구는 첨단진공기술의 센서 중에 사중극질량분석기에 대한 표준안 초석을 마련한 데 의미가 있다. 현재 사중극 질량분석기를 제작하는 회사가 약 10여 군데 되는데, 해당 기기의 스펙에 대한 레퍼런스가 없다는 게 문제점이라고 김진태 박사는 지적했다.

사양을 제시할 때 어떻게 해당 사양이 나왔는지에 대한 표준이 되는 근거자료가 없어 사용에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김 박사는 사양 분석방법에 대한 표준안을 제시하는 게 시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 김진태 박사가 사중극 질량분석기의 특성을 분석하고 있다. ⓒKRISS

그는 사중극 질량분석기 표준규격의 필요성을 느끼고 지난 2008년, 제안서를 들고 직접 독일 국립측정기관인 PTB(Physikalisch-Technische Bundesanstalt) 압력진공실 실장 유스틴 박사(Dr. Jousten)를 찾아갔다.

“표준규격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니 유스틴 박사도 이에 동의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더라. 잘 될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과 부담이 있었던 것이다.”

프로젝트 시행에 대해 고민하던 유스틴 박사는 김 박사의 오랜 설득 끝에 결국 해당 연구를 개시하기로 했다. 김 박사는 유스틴 박사를 설득하기 위해 지식경제부 기술품질원의 지원 하에 당시 수행하고 있던하는 표준기술력향상사업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자신이 적극적으로 이 과제의 제안서를 만들 수 있음을 계속 어필했다. 실제로 김 박사는 당시 지경부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표준규격에 대한 동기부여가 더욱 강렬한 상태였다.

이렇게 시작된 ‘사중극 질량분석의 정의 및 사양지침(ISO 14291)’ 연구는 국제표준화기구에서 프로젝트 리더로 활동 중인 김진태 박사의 주도로 이뤄지게 됐다. 김 박사는 “그간 이에 대한 기초가 전혀 잡히지 않았던 상태인 만큼 기초개념을 잡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그에 초점을 맞췄으며, 이것이 해당 표준규격의 첫 실마리를 푼 단계인 만큼 앞으로도 많은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고 전했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사중극 질량분석기의 표준 절차서를 만드는 것이다. 김 박사는 “현재 사용자가 어떤 절차에 의해 사용할 수 있는지 매뉴얼도 규격화된 것이 없다. 어떤 조건 하에서 사용해야 한다는 절차서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것이 숙제다. 국내 입장에서 보면 전량 수입하는 사중극 질량분석기를 국산화해야 한다는 문제까지 남아 있다. 이는 기기의 문제와 작동법 모두를 파악하고 있어야 해결 가능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이번 연구가 국내에서 더욱 의의를 갖는 것은 세계 표준기구 리더들의 연구모임에서 한국의 연구원이 프로젝트 리더로 이 연구를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국제표준규격을 준비할 때에는 세계 각국의 전문가가 참여한 상태에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데, 해당 리더로 국내 연구진인 김 박사가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중극 질량분석기의 국산화까지도 점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김 박사는 “사중극 질량분석기의 교정절차 등에 대해 국제표준안을 제정하고 측정 신뢰성을 향상시켜 관련 분석장비를 국산화할 계획”이라며 앞으로의 계획을 언급했다.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2.12.06 ⓒ ScienceTimes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