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10일 일요일

살인적인 독감, 온난화 때문

살인적인 독감, 온난화 때문

미국의 최근 독감은 ‘역병’ 수준

 
범위를 좁혀 쉽게 생각하더라도 감기가 외부 환경, 특히 온도와는 분명 상관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주 쉬운 예를 들자면 방안 온도가 높은 곳에서 지내다가 추운 밖으로 나가면 감기 걸리기 십상이다. 또 겨울이나 아니면 쌀쌀한 날씨에 야외에서 땀을 흘릴 정도로 운동하다가 땀이 식어 냉기를 느낄 정도면 감기에 쉽게 걸린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온도나 기온의 변화에 유의하라고 한다. 급작스럽게 기온이 바뀌어 체온에 영향을 미치면 그러한 변화가 감기를 불러들인다는 것이다. 이러한 충고는 정설이며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주장으로 통한다.

▲ 독감이 지구 온난화와 연관이 있다는 연구가 계속 나오고 있다. ⓒveria.com
독감, 기온의 변화와 밀접한 관계 있어

올해는 유난히도 독감이 극성을 부렸다. 작년 12월부터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독감은 지구온난화와 연관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기온의 변화가 독감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내용이다.

미국 과학주간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카(Scientific America) 최근호는 한 연구논문을 인용, “평년기온보다 높은 기온의 겨울로 독감 발생률이 낮으면 그 다음 해 겨울엔 독감이 극성을 부리는 경향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 연구를 이끈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의 셰리 타워스(Sherry Towers) 교수는 “목이 붓고, 열이 나며, 기침하고 한기를 느끼는 독감은 계절적인 것”이라며 “독감이 유행할 것인지 아닌지는 지나간 해의 겨울이 평년보다 따뜻했는지, 아니면 추웠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학의 수학-컴퓨터 모델링 과학연구소 소속 타워스 박사는 1997~1998 시즌부터 지금까지 미국 내의 기후패턴과 독감의 추이를 수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이러한 결론을 내렸다.

그는 미국 보건부 공중 위생국 산하 질병통제예방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 CDC)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일정한 패턴을 발견했다. 이는 일반적으로 따뜻한 겨울 이후에 지독한 유행성 독감이 이어진다는 내용이다. 평년기온보다 높은 겨울이 지난 다음해 겨울에는 독감이 크게 유행할 가능성이 72%나 높다.

지난 해 겨울 따뜻하면 다음 해에 독감 극심해져
타워스 박사는 “독감이 유난히 극심하게 유행하는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그러나 그 가운데 지난 해의 따뜻했던 겨울과도 연관관계가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계절성 독감 발생률은 1월 말 또는 2월 초에 정점에 이르는 게 보통인데 온화한 겨울이 지난 다음 해 겨울은 1월 1일 이전에 독감 발생률이 정점에 이를 가능성이 8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일찌감치 시작된 이번 독감은 미국에서만 1월 19일까지 6천200여명이 입원하고, 독감으로 사망한 아이들이 37명에 이른다. 또한 1월19일 이전의 한 주간에만 아이들 8명이 사망하는 등 올해 독감시즌은 유난히도 극성을 부리고 있다.

타워스 박사는 "온화한 겨울에 독감 발생률이 낮은 이유는 기온과 습도가 비교적 높으면 독감 바이러스가 빨리 죽어 전파력이 떨어지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지난 해 겨울이 온화했다면 그 다음 해엔 독감백신을 되도록 빨리 맞는 게 현명하다는 주장이다.

전해 겨울 따뜻하면 백신 빨리 맞아야
타워스 박사는 “아직 속단하기에는 이르지만 이러한 독감의 패턴은 위급한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면서 “독감 시즌이 유난히 일찍 시작되는 겨우, 수많은 사람들이 초기에 백신 접종을 할 기회를 놓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더욱 심각한 독감시즌이 형성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 여전히 최고조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독감 역시 이전에 유행했던 독감보다 일찍 찾아왔으며 지독한 수준으로 전개되고 있다. 2011~2012년도 겨울은 기온-독감 유행 상관관계 추적 이후 독감발생 최저점을 기록한 해다. 그러니 올 겨울에는 독감이 유행할 수 밖에 없다는 내용이다.

미국 전역이 ‘살인독감’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 가운데 CDC 이번 독감이 전국 122개 도시에 퍼졌으며 최소 100명 이상이 독감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CDC는 이번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가 전체 사망자의 7.2%를 넘어 ‘역병(epidemic)’ 수준에 접어들었다고 발표했다.

CDC에 따르면 현재 독감 바이러스가 퍼지지 않은 곳은 캘리포니아, 미시시피, 하와이 등 3개 주에 불과하다. 이번 독감의 빠른 확산에 대해서는 많은 원인이 지목되고 있다. 몇 년간 이어진 예방접종비율의 하락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라니냐 현상’(La Nina, 태평양 중,동부의 수온 급강하현상)을 원인으로 꼽는 사람도 있다. 사실 과학자들은 1917년 스페인 독감을 비롯해 1957년, 1968년, 그리고 2009년에 유행했던 독감이 이러한 현상 때문에 유행하게 됐다고 지적한다.

독감 유행시기, 라니냐 현상 나타난 때와 거의 비슷
또 일부에서는 병원이 오히려 독감 확산의 창구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독감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병원을 찾는 사람들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병원들은 감기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에게 방문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하는 상황이다.

이번 독감 사태로 비상사태를 선포한 보스턴시와 미시간주 서부의 병원들은 고열과 기침, 콧물 등의 독감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의 병원 출입을 막기 시작했다. 보스턴시와 함께 비상사태를 선포한 뉴욕주의 경우 알바니 지역 7개 병원이 감기와 유사한 호흡기 증상을 보이는 12세 이하 아동들의 방문을 금지하고 있다.

미국 일부 지역은 비상사태 선포
일리노이주의 페오리아에 위치한 병원들은 환자가 있는 곳에서 기침을 하는 사람들을 병원 밖으로 내보내는 규칙을 정했다. 이러한 조치들은 병원에 따라 독감 발생률이 정상으로 접어들 때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유독 아동 및 청소년 환자들의 방문에 엄격한 이유는 다른 환자들에게 전염되는 걸 막기 위해서다.

뉴욕 알바니 의료센터의 데니스멕케니 박사는 “12세 이하 아동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독감을 옮길 확률이 높다”며 “손을 잘 씻지 않고 기침을 할 때 손수건으로 막지 않는 등 위생관념이 제대로 잡혀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의과대학의 미생물학 면역학교수 스티븐 바움 박사는 “어느 해 독감 발생률이 낮았다면 그 다음 해 독감시즌에는 그만큼 면역력이 떨어져 많은 사람들이 독감에 취약한 상태가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사이언티픽 아메리카는 “이제 살인적인 독감을 경험한 미국 대중들은 기후변화에 따른 여러 가지 부정적 영향 가운데 하나로 빨라지고, 더욱 지독해지는 독감시즌을 추가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고 꼬집으면서 최근 유행하고 있는 독감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김형근 객원기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13.02.0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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