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탐사인가, 무인탐사인가?
해저탐사 어디까지 왔나? (중)
“나는 인간이 수천 미터 밑의 바다 속도 모르면서 수십억 미터의 우주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은 웃기는 코미디라고 생각한다"
- 로버트 발라드(Robert Ballard) 미국 해양탐사연구소(IFE) 소장, 타이타닉 호 발견자 -
해저탐사가 이렇게 지지부진하면서 정체를 면치 못한 것은 정부의 예산이 대폭 줄어들고 일반 업체들의 지원도 중단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해저탐사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불러온 사태이다.
그 이유를 따지기 앞서 우리 인류의 해저탐사의 역사를 간략하게 정리해 보자. 해저탐사 기술이 어떻게 시작해서 지금까지 얼마나 발전했는지 그 윤곽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 로버트 발라드(Robert Ballard) 미국 해양탐사연구소(IFE) 소장, 타이타닉 호 발견자 -
해저탐사가 이렇게 지지부진하면서 정체를 면치 못한 것은 정부의 예산이 대폭 줄어들고 일반 업체들의 지원도 중단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해저탐사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불러온 사태이다.
그 이유를 따지기 앞서 우리 인류의 해저탐사의 역사를 간략하게 정리해 보자. 해저탐사 기술이 어떻게 시작해서 지금까지 얼마나 발전했는지 그 윤곽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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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34년 윌리엄 비비(왼족)와 오티스 버턴이 타고 수심 922m까지 내려간 원형 잠수정은 해저탐사의 새로운 혁명을 일으켰다. 이후 기록이 여러차례 갱신됐다. ⓒ위키피디아 |
▲ 1715년 영국의 발명가 존 레스브리지가 한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잠수복을 발명했다. 근대잠수의 시발점이 됐다. 이 장비는 단단한 목재로 만든 통의 형태였으며 전면에는 밖을 볼 수 있는 유리창이 있었다.
이 잠수복은 수심 18m에서 제품을 인양하는 데 사용됐는데, 약 30분 동안 잠수가 가능했다. 이 발명품은 대단히 성공적이었으며 유럽의 여러 바다에서 수많은 난파선들을 인양하는 데 커다란 공헌을 했다.
▲ 1934년 당시 학생이었던 미국의 오티스 바턴은 원형으로 된 잠수기를 개발해 해저 탐험가이자 해양생물학자인 윌리엄 비비와 함께 북대서양 버뮤다 근처에서 수심 922m까지 내려가는 데 성공했다. 이 잠수기는 해저탐사의 혁명을 일으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후 여러 차례 기록이 갱신됐다.
▲ 1960년 미국의 자크 피카르와 돈 월시는 스위스에서 설계됐고 이탈리아에서 만든 잠수정을 타고 1만910m의 마리아나 해구에 닿았다. 그들은 해양바닥에서 20여 분간 머물면서 초콜릿 바를 나눠 먹었다. 인간으로서 지구의 가장 깊은 곳을 방문한 기록을 세웠다.
▲ 1979년 ‘해저탐사의 대모’ 실비아 얼은 그레이엄 호크스가 설계한 JIM 잠수복을 입고 수심 381m까지 내려가 단독 잠수기록을 새웠다. 두 사람은 개인적으로, 그리고 사업적으로 가까워져 잠수정 개발을 지금까지 지속하고 있다. 버진 오시아닉은 현재 호크스가 설계한 딥플라이트 잠수정으로 각 대양에서 가장 깊은 곳을 탐사할 준비를 하고 있다.
▲ 1964년 미 해군은 앨빈(Albin) 잠수정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3명을 태우고 바다 밑을 돌아다닐 수 있는 최초의 유인 잠수정이다. 그동안 앨빈은 분실된 수소폭탄을 건져냈고, 타이타닉호의 잔재를 탐사했다. 그리고 화학물질로 유지되는 심해 생명체 군집을 떠받치는 열수 분출구를 발견했다.
▲ 2012년 영화 감독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7년에 걸쳐 특수 제작한 잠수정 딥씨 챌린저(Deepsea Challenger)호를 타고 피카르와 월시가 방문한 마리아나 해구에서 가장 깊은 곳인 ‘챌린저 딥(Challenge Deep)’ 해연을 찾았다. 그로써 단독 잠수 세계 신기록을 수립했다.
해양탐사가 부진한 이유는 사람보다 기계가 더 싸고, 안전하고 효율적인데 왜 하필 극한적인 공간에 사람을 보내야 하느냐라는 문제를 둘러싼 수십 년 묵은 논쟁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논쟁은 이제 끝난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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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이타닉 호를 발견한 로버트 발라드 ⓒ위키피디아 |
발라드, "무인 로봇 잠수정으로도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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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정 앨빈을 타고 타이타닉호를 발견한 해양지질학자 로버트 발라드는 유인탐사의 문제점에 관한 공통된 생각을 이야기했다. “인간의 신체는 매우 성가시다. 화장실에 가서도 안되고 어떠한 불편을 느껴서도 안 된다. 그러나 우리의 정신은 어떤 조건에서도 견딜 수 있다. 빛의 속도로도 움직일 수 있다”
발라드는 지난 20년간 ‘텔레프리젠스(telepresence 원격 현존감)’라는 기술의 미덕을 줄기차게 주장해 온 학자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조종되는 잠수정과 탐사장치로 육지에 있는 세계 각지의 모든 연구자들에게 영상을 제공하는 기술을 말한다.
올해 그는 유인탐사냐, 무인탐사냐에 대한 논쟁을 끝냈다. 무인탐사에 손을 들었다. 유인탐사에 재정 지원을 중단한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발라드의 텔레프리젠스 프로젝트를 두고 “지구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은 대양(大洋)의 체계적 탐사에 전념하는 유일한 정부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발라드는 “이전에 모든 세대가 방문한 곳보다도 더 많은 지구 구석구석에 대한 디지털 데이터를 모든 과학자들에게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집에서 느긋하게 칵테일을 마실 수 있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그러나 유인 해저탐사를 위해 재정을 확보하느라 애쓰는 얼과 캐머런 감독과 같은 사람들에게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관점이 있다. 탐사가 끝난 후 갑판에서 기자를 만난 얼은 “유인탐사를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은 가당찮다. (반대하는) 그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길래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쉽게 이야기하자면 무인탐사로는 해저의 자세한 정보를 얻는 데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우주탐사를 생각해보자. 처음에는 무인우주선을 보낸다. 그리고 그게 성공하면 유인우주선을 보낸다. 물론 로봇기술도 발전했다. 그러나 아무래도 인간이 직접 현장에서 탐사하는 것이 훨씬 설득력이 있다는 것이다.
50여 년 전만 해도 인간이나 기계 모두 심해잠수가 불가능했다. 그러다가 발라드와 얼이 과학자가 되려고 꿈꾸던 시절에 자칭 ‘물고기 인간(fish man)’인 자크 쿠스토가 산소통을 이용한 수중호흡기 아쿼렁(Aqua-Lung)과 바티스카프(bathyscaphe 소형잠수장치)를 발명했다.
1934년 자연사학자인 윌리엄 비비는 강철선에 묶인 둥근 잠수구를 타고 해저 922m까지 내려갔다가 올라온 뒤 그 황홀한 광경을 한 편의 시로 표현하기도 했다. 또한 다윈의 족적을 따라 갈라파고스 섬과 그 주변 바다의 해저를 탐험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해저탐사의 혁명을 일으킨 탐험가로 기억되고 있다. 바로 이때 얼과 발라드는 쿠스토와 비비를 따라 해저탐사 혁명의 열렬한 팬이 됐다. 그리고 그 길을 지금까지도 걷고 있다. 그러나 탐사방법에 대해서는 생각이 서로 다르다.
얼, “진짜 물고기를 직접 봐야"
잠수정 앨빈을 타고 타이타닉호를 발견한 해양지질학자 로버트 발라드는 유인탐사의 문제점에 관한 공통된 생각을 이야기했다. “인간의 신체는 매우 성가시다. 화장실에 가서도 안되고 어떠한 불편을 느껴서도 안 된다. 그러나 우리의 정신은 어떤 조건에서도 견딜 수 있다. 빛의 속도로도 움직일 수 있다”
발라드는 지난 20년간 ‘텔레프리젠스(telepresence 원격 현존감)’라는 기술의 미덕을 줄기차게 주장해 온 학자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조종되는 잠수정과 탐사장치로 육지에 있는 세계 각지의 모든 연구자들에게 영상을 제공하는 기술을 말한다.
올해 그는 유인탐사냐, 무인탐사냐에 대한 논쟁을 끝냈다. 무인탐사에 손을 들었다. 유인탐사에 재정 지원을 중단한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발라드의 텔레프리젠스 프로젝트를 두고 “지구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은 대양(大洋)의 체계적 탐사에 전념하는 유일한 정부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발라드는 “이전에 모든 세대가 방문한 곳보다도 더 많은 지구 구석구석에 대한 디지털 데이터를 모든 과학자들에게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집에서 느긋하게 칵테일을 마실 수 있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그러나 유인 해저탐사를 위해 재정을 확보하느라 애쓰는 얼과 캐머런 감독과 같은 사람들에게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관점이 있다. 탐사가 끝난 후 갑판에서 기자를 만난 얼은 “유인탐사를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은 가당찮다. (반대하는) 그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길래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쉽게 이야기하자면 무인탐사로는 해저의 자세한 정보를 얻는 데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우주탐사를 생각해보자. 처음에는 무인우주선을 보낸다. 그리고 그게 성공하면 유인우주선을 보낸다. 물론 로봇기술도 발전했다. 그러나 아무래도 인간이 직접 현장에서 탐사하는 것이 훨씬 설득력이 있다는 것이다.
50여 년 전만 해도 인간이나 기계 모두 심해잠수가 불가능했다. 그러다가 발라드와 얼이 과학자가 되려고 꿈꾸던 시절에 자칭 ‘물고기 인간(fish man)’인 자크 쿠스토가 산소통을 이용한 수중호흡기 아쿼렁(Aqua-Lung)과 바티스카프(bathyscaphe 소형잠수장치)를 발명했다.
1934년 자연사학자인 윌리엄 비비는 강철선에 묶인 둥근 잠수구를 타고 해저 922m까지 내려갔다가 올라온 뒤 그 황홀한 광경을 한 편의 시로 표현하기도 했다. 또한 다윈의 족적을 따라 갈라파고스 섬과 그 주변 바다의 해저를 탐험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해저탐사의 혁명을 일으킨 탐험가로 기억되고 있다. 바로 이때 얼과 발라드는 쿠스토와 비비를 따라 해저탐사 혁명의 열렬한 팬이 됐다. 그리고 그 길을 지금까지도 걷고 있다. 그러나 탐사방법에 대해서는 생각이 서로 다르다.
얼, “진짜 물고기를 직접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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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설적인 해저탐사 전문가 실비아 얼 ⓒsouthbankcentre.co.uk |
훗날 듀크 대학 대학원생이었던 얼은 실험실의 죽은 물고기나 책에 나오는 흐릿한 이미지가 아니라 진짜 물고기를 보려고 스쿠버를 처음 사용한 과학자 가운데 한 명이 됐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쓴 그녀의 멕시코만 탐사 논문은 생물학 학술지 한 호 전체를 할애할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다.
이전에 비비가 그랬던 것처럼 얼도 직접 해저에 내려가지 않고서는 “실제로 여행하지 않고 여행일정표만 보는 것과 다름 없다”고 확고히 믿었다. 그녀는 언변도 대단했다. 그 덕에 탐사선에 여러 차례 승선했고, 인도양에도 한 번 갔다. 그 여행으로 그녀는 최초로 언론을 통해 국제적으로 알려졌다.
국제적인 우주탐사 경쟁이 시작되면서 해저탐사도 활기를 띠었다. 신문들은 하늘의 외계공간(outer space)과 바다의 내계공간(inner space), 바다에 떨어지는 우주 캡슐과 잠수정의 해면 부상, 우주비행사와 잠수전문가를 비교하면서 앞다퉈 보도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된 해저탐사는 NASA의 우주탐험계획 만큼이나 많은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발달은 오히려 해저탐험을 뒷걸음치게 만들었다. 위험한 해저에는 사람을 굳이 보내야 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과, 그래도 탐사는 인간이 직접 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됐다.
바로 대표적인 사례가 발라드와 얼과의 대립이다. 해저탐사 기술은 바로 이러한 대립 속에 각기 다른 방법으로 발전해 왔다. 그동안 해저탐사가 정체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두 사람은 각기 어떤 성향의 학자들이며 왜 자신의 주장에 그토록 매달리는 것일까? (계속)
이전에 비비가 그랬던 것처럼 얼도 직접 해저에 내려가지 않고서는 “실제로 여행하지 않고 여행일정표만 보는 것과 다름 없다”고 확고히 믿었다. 그녀는 언변도 대단했다. 그 덕에 탐사선에 여러 차례 승선했고, 인도양에도 한 번 갔다. 그 여행으로 그녀는 최초로 언론을 통해 국제적으로 알려졌다.
국제적인 우주탐사 경쟁이 시작되면서 해저탐사도 활기를 띠었다. 신문들은 하늘의 외계공간(outer space)과 바다의 내계공간(inner space), 바다에 떨어지는 우주 캡슐과 잠수정의 해면 부상, 우주비행사와 잠수전문가를 비교하면서 앞다퉈 보도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된 해저탐사는 NASA의 우주탐험계획 만큼이나 많은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발달은 오히려 해저탐험을 뒷걸음치게 만들었다. 위험한 해저에는 사람을 굳이 보내야 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과, 그래도 탐사는 인간이 직접 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됐다.
바로 대표적인 사례가 발라드와 얼과의 대립이다. 해저탐사 기술은 바로 이러한 대립 속에 각기 다른 방법으로 발전해 왔다. 그동안 해저탐사가 정체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두 사람은 각기 어떤 성향의 학자들이며 왜 자신의 주장에 그토록 매달리는 것일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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