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2일 토요일

맹물 자동차 시대 열리나

맹물 자동차 시대 열리나

수소연료전지차 세계 최초 양산

 
사이언스타임즈 라운지   제1차 석유파동이 몰아친 직후인 1974년 3월 우리나라 극장가에 매우 특이한 제목의 영화가 개봉되었다. 이형표 감독의 ‘맹물로 가는 자동차’가 바로 그것. 맹물로 가는 자동차를 개발중인 허풍쟁이 대학생 등 3쌍의 청춘남녀를 등장시킨 이 영화는 석유파동이 몰아닥친 당시의 한국 사회를 풍자적으로 표현한 로맨틱 코미디였다.

현대자동차는 26일 울산공장에서 ‘수소연료전지차 세계 최초 양산 기념식’을 가지고 이달 말부터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의 양산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독자 개발한 100㎾급 연료전지 시스템과 700기압의 2탱크 수소저장 시스템을 탑재한 이 차는 1회 수소 충전으로 최대 594㎞까지 주행이 가능하고, NEDC 유럽 연비 시험기준으로 100㎞를 주행하는 데 0.96㎏의 수소가 사용되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의 효율성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 현대자동차에서 세계 최초로 양산하는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의 수소연료전지차 양산 체계 구축은 2015년 이후 양산 예정인 벤츠, GM, 도요타 등 글로벌 업체들보다 최소 2년 빠르게 이룬 것으로, 미래 친환경차 핵심인 수소연료전지차 시장을 선점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또한 현대자동차는 덴마크와 스웨덴 등 수소연료전지차에 대한 관심이 높은 유럽을 중심으로 판매를 시작해 2015년까지 총 1천대 규모의 수소연료전지차를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약 40년 전 영화 속의 허풍쟁이 주인공이 꿈꾸었던 맹물 자동차 시대가 정말로 눈앞에 다가온 셈이다.

원소번호 1번인 수소는 우주에서 가장 흔한 원소이다. 무게가 너무 가벼워 대기 중에는 극히 작은 양만 포함돼 있지만, 지구 표면을 뒤덮은 바닷물 1㎏에는 108g의 수소가 들어 있다. 물 이외에도 화석연료와 생물체 등 지구 어디에든 존재한다.

또 수소는 산소와 반응해 연소하면서 에너지와 함께 다시 물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고갈될 걱정이 없는 무궁무진한 자원이다. 따라서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차량을 ‘맹물로 가는 자동차’라고 표현해도 무리가 아니다.

더구나 수소연료전지차는 순수한 물만 배출하는 완전 무공해 차량이다. 연소시 극소량의 질소산화물만 발생할 뿐 다른 공해물질이 생기지 않는다. 때문에 석유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내연기관뿐만 아니라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을 넘어서는 궁극적인 미래 자동차로서 최고의 조건과 자격을 갖춘 셈이다.

2020년에는 수소 에너지가 대세
세계적인 경제학자이자 문명비평가인 제러미 리프킨 교수는 2002년에 저술한 저서 ‘수소경제’에서 2020년이면 세계 석유생산이 감소하고 그 대안으로 수소 에너지가 대세를 이를 것이라고 예견하며 수소경제를 주창한 바 있다.

하지만 이처럼 주목 받고 있는 수소 에너지도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이 많다. 수소 에너지의 활용을 위해서는 생산기술, 저장기술, 연료전지 기술 등이 함께 개발되어야 한다.

수소를 생산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가장 오래 전부터 사용되어 온 전기분해법은 투입된 에너지에 비해 산출되는 수소 양이 너무 적을 뿐더러 화석연료로 생산한 전기를 사용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진다.

최근에는 원자력발전소의 폐열을 이용하는 방법, 태양광을 이용하는 기술이 많이 개발됐다. 그 외에도 햇빛으로 물을 분해하는 광촉매법이나 미생물의 작용으로 수소를 얻는 방법, 화학반응을 이용하는 열화학사이클법 등이 개발되고 있다.

수소와 산소를 결합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연료전지 기술은 현재 자동차 회사를 중심으로 활발한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저장기술인데 아직 실생활에 적용할 만큼 경제성과 효율을 갖는 기술이 개발되지 않았다. 수소는 가벼운 원소지만 밀도가 낮아 저장시 매우 큰 부피를 차지하므로 실제 사용가능한 많은 양의 수소를 저장하기 위해서는 높은 압력으로 압축해야 한다. 또 수소는 제일 작은 원소여서 어떤 용기 재질이건 속으로 파고드는 속성이 있으므로 수소 기체를 마음대로 이용하기 위해선 저장용기 내부로의 침투를 막는 재질 개발과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현재 수소저장합금, 탄소나노튜브, 나노다공성물질, 그래핀 등 수소를 저장할 수 있는 새로운 물질들이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수소 충전소의 보급 및 확대 필요해
수소경제의 시금석이자 가장 큰 파급력을 지니게 될 수소연료전지차의 경우 상용화에 상당히 근접할 만큼 비약적인 발전을 보이고 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고압 저장용기가 도입되지 않아 1회 충전시의 주행거리가 150~200㎞밖에 되지 않았으나, 최근엔 기름을 사용하는 자동차와 거의 비슷한 500~800㎞에 이르고 있다.

또 연료전지의 내구성도 2006년 950시간이었으나 최근엔 2천500시간 이상으로 향상되었으며, 수소충전 시간 역시 10분 내외에서 3~5분으로 줄어들었다.

가격 경쟁력도 점차 향상되고 있다. 2004년만 해도 수소연료전지차의 한 대 가격이 10억원 이상이었지만, 이번에 출시된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는 1억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2015년쯤 이 가격을 절반으로 내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소연료 자동차 시장이 확대되기 위해선 수소 충전소의 보급 및 확대가 시급하다. 2011년 1월 29일 벤츠의 수소연료전지차 3대가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출발해 파리, 마드리드, 마이애미, 로스앤젤레스, 밴쿠버, 시드니, 상하이, 모스크바, 헬싱키 등 125일 동안 14개국을 거치는 세계일주를 단행한 적이 있다. 이 행사는 수소연료전지차의 가능성을 알리는 것은 물론 현재 전 세계 총 200여 곳에 불과한 수소 충전소를 늘리기 위한 캠페인이었다.

독일은 2015년까지 100기 수준의 충전소 구축을 계획하고 있으며, 미국은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68기를 구축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에는 용인, 화성, 울산 등을 포함해 전국에 총 13기의 수소 충전소가 운영되고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파이크리서치의 전망에 따르면 2015년을 기점으로 전 세계 수소연료전지차 시장이 고속 성장해 2020년에는 누적 판매량이 120만대를 기록할 것이라고 한다. 또 미국 국립과학학술원은 2030년경 미국에서만도 2천500만대의 수소연료전지차가 운행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현재 출시된 수소연료 자동차는 압축된 수소기체를 이용하거나 연료전지의 형태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수소에너지 기술이 상용화되어 수소경제 시대가 무르익을 쯤에는 물 자체를 분해해서 수소를 얻는 자동차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상상 속의 맹물 자동차가 현실이 될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 2noel@paran.com

저작권자 2013.02.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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