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의 유도무기를 속여라
하늘, 바다에서 활약하는 기만장비들
| ▲ 전투기는 미사일 외에도 기만장비를 탑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
“5분대기조 대원은 비상 이륙하라!” 1958년 9월 대만 공군 제 00전투비행단의 5분대기조 대기실에 비상벨이 시끄럽게 울렸다. 상황실 장교는 다급한 목소리로 긴급 발진을 명령했다. 조종사들은 급히 격납고로 달려가 F86 세이버 제트 전투기에 몸을 날리듯 뛰어올랐다.
급히 이륙한 F86 전투기들이 향한 ‘진먼다오(金門島)’ 상공에는 중국 공군의 최신예 미그-15와 17 전투기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지상에선 양안 간의 치열한 포격전이 또 공중에선 양 전투기 편대들의 양보 없는 공중전이 벌어졌다.
요란한 엔진소음을 내며 치열한 공중기동이 벌어진 가운데 대만 전투기 한 대가 미그기 후미에 AIM-9 사이드와인더 공대공 미사일을 발사했다. 멀리 떨어진 담뱃불도 찾아가는 이 적외선 열 추적 미사일은 미그기 꼬리의 엔진열을 감지하고 거침없이 쇄도해갔다. 그 결과, 날개가 완전히 부러진 미그기는 빙글빙글 돌며 추락했다.
이날 공중전은 대만 공군의 완전한 KO승. 2차 대전 후 전투기의 무장은 기관총에서 열추적 미사일로 바뀌었고,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레이더를 이용한 유도 미사일이 나오자 하늘은 또 한 번 전투조종사들의 무덤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채프(Chaff)’와 ‘플레어(Flare)’ 등이 개발되면서 조종사의 생존력은 높아졌다. 적의 유도 체제를 혼란시켜 미사일을 회피하는 기만기술은 차세대 전투기는 물론 잠수함을 비롯한 해상의 함정에도 적용되고 있다.
채프와 플레어
구소련 영공 한복판에서 미 전투기와 미그기가 또 다시 대치했다.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Air force One)’을 지키기 위한 F16 전투기와 이들을 격추시키기 위해 긴급 발진한 미그 25기 편대가 바로 그들이다.
“에어포스 원을 보호하라”는 편대장의 무선 명령에 따라 편대기들은 미그기들과 즉각 공중전에 돌입했다. 공중에 유도탄이 난무하는 가운데 적 미그기 한 대가 에어포스 원의 엔진노즐을 향해 열 추적 미사일 한 발을 날렸다.
| ▲ 함정에서 발사하는 닉시는 어뢰를 유인하는 장비다. ⓒ연합뉴스 |
그러나 에어포스 원은 수많은 섬광물체를 주위에 흩뿌린 채 급선회 기동으로 빠져나갔다. 적 미사일들은 섬광물체에 부딪히며 폭발했다. 이것이 바로 플레어(Flair)다. 마그네슘(Mg), 테트라플루오르에틸렌(TFT), MTV 등의 혼합물로 구성된 이 플레어 기만탄은 터지면 3~5㎛의 적외선 대역을 15kw 출력으로 약 3분 동안 방사한다. 적 미사일은 이 플레어를 목표물로 착각하게 된다.
이상은 지난 1997년 개봉한 할리우드 액션영화 ‘에어포스 원’의 일부 내용이다. 실제로 이 플레어는 채프와 더불어 현대 무기체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방어무기로 발전하고 있다. 채프는 은박을 씌운 유리섬유로 적 레이더의 전파를 교란한다.
적의 레이더 주파수에 맞춘 길이로 채프를 발사하면 레이더 파는 채프의 금속코팅에 반사돼 즉시 기수를 돌려서 채프를 따라가게 된다. 바닷속에선 '닉시(Nixie)'와 '디코이(Decoy)'가 이를 대신한다.
잠수함과 흡사한 소음으로 어뢰 따돌려
차갑고 어두운 대서양의 깊은 바닷속을 잠수함 한 대가 소리 없이 이동하고 있다. 모든 소리를 차단한 채 작전지역으로 이동중인 이 잠수함은 원자력 추진 핵잠수함. 핵잠수함은 한 번 잠수하면 몇 개월씩 바닷속에서 안 나와도 되기 때문에 적에게 발각될 위험이 축전지 충전을 위해 한 번은 부상해야 하는 디젤엔진 잠수함보다 상대적으로 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반응로에서 울려나오는 냉각수 펌프의 엄청난 진동음은 어쩔 수 없는 옥의 티다. 한 시간 후, 전투상황실에 갑자기 비상이 걸렸다. 잠수함의 위치가 노출돼 적이 발사한 어뢰를 소나(Sona, 수중음파탐지기)가 탐지한 것.
배 밑의 근거리에서 폭발, 거대한 수중압력파를 일으켜 배를 두동강내는 무서운 ‘버블 젯(Bubble zet)' 효과는 어뢰만이 갖는 최대의 강점이다. 전문가들은 “대함미사일이나 대구경 함포는 적함에 큰 피해를 입힐 수는 있지만 한 번에 침몰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어뢰의 버블젯 효과는 아무리 큰 선박이라도 한 번에 침몰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설명한다.
일측즉발의 위기 상황에서 함장에겐 몇 가지 선택사항만이 있을 뿐이다. 끝까지 기다렸다가 잠수함의 방향을 트는 회피기동, 요격어뢰 발사, 아니면 기만어뢰의 발사 등이다. 함장은 단호하게 명령을 내렸다. “‘디코이 1’을 수직 방향으로 발사하라!”
명령이 떨어지자 곧바로 핵잠수함의 진행 방향과 수직으로 어뢰 발사관의 문이 열리고 한 대의 어뢰가 발사됐다. 이것이 바로 디코이다. 이 어뢰는 화약 등의 혼합물을 물과 반응시켜서 큰 버블커튼을 형성한다. 이때 발생하는 소음은 마치 잠수함의 소음과 흡사해 적의 어뢰는 속고 만다.
거침없이 물속을 가르며 달려오던 적 어뢰는 디코이의 기만전술로 방향을 바꿔서 나아갔고 잠시 후 들린 수중폭발음은 이 어뢰의 결말을 대변한다. 이상은 가상 시나리오지만 실제의 바닷속에서도 디코이는 닉시와 더불어 기본적인 잠수함의 탑재 장비로 알려져 있다. 주로 함정에서 발사하는 닉시는 어뢰보다 큰 음향을 발생해서 어뢰를 기만, 유인해 수면폭발을 시키는 장비.
공중의 채프와 플레어, 수중의 닉시와 디코이는 가공할 유도무기로부터 승무원의 생존능력을 높이는 장비로 발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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