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의 손전등, ‘미래 예측’
영국 NESTA 미래학 보고서 (상)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는 어두운 밤길과 같다. 달도 뜨지 않은 한밤에 시골길을 걷다 보면 가로등이나 손전등 없이 발걸음을 내딛기가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앞으로 벌어질 일을 전혀 알 수 없을 때도 답답하고 불안한 마음이 들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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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국 국립과학기술예술재단(NESTA)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미래학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안했다. ⓒNESTA |
안전과 평온을 찾기 위해 인류는 미래를 예측하는 기술을 발전시켜왔다. 날씨 예보도 미래 예측에 속한다. 근대 이전에는 관찰과 경험을 통해 날씨를 예측했지만 최근 들어 기상 예보 기술의 수준이 급속히 발전했다. 1980년대까지도 4일에 불과하던 예보 기간이 이제는 7일까지 늘어났다. 스마트폰 화면을 누르기만 하면 향후 일주일 동안의 날씨와 온도를 알 수 있다.
그러나 정밀한 수준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아직 불가능하다. 슈퍼컴퓨터를 동원해도 오늘 특정 지역에 몇 밀리미터의 비가 내릴지 정확히 알기는 힘들다.
경제 예측은 더욱 어렵다.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를 왜 예측하지 못했는가” 하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질문에 영국 최고의 경제학자 그룹조차 “대부분의 리스크 판단은 단편적인 금융상품 계산에만 집중한다”며 “경제체제 전체를 살펴보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고 둘러댔을 정도다.
미래는 왜 예측하기 어려울까. 앞으로도 미래 예측은 지금 수준보다 획기적으로 발전하기는 어려운 것일까. 정부의 혁신기금으로 출발한 영국 최고의 싱크탱크 국립과학기술예술재단(NESTA, 이하 네스타)이 최근 ‘미래에 대한 생각을 이어가자(Don't stop thinking about tomorrow)’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해 미래학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안했다.
글로벌 경제위기 예측한 전문가 거의 없어
지난 2007년 4월 미국 내 2위의 초대형 대출업체 뉴센추리 파이낸셜이 파산을 신청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라는 주택관련 대출상품이 유행하고 부실대출이 늘어나면서 자금 운용력의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이후 유사 대출업체들이 잇따라 파산하면서 금융업체와 보험업체들도 줄줄이 직격탄을 맞아 쓰러졌다. 세계 3위의 HSBC 은행도 100억 달러(우리돈 10조)의 손해를 입었다. 미국 정부는 일부 대출업체를 국유화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으나 2008년 11월까지 투입된 공적 자금이 7조 달러(우리돈 1경)를 넘어서면서 불황의 여파가 각국으로 번져나갔다.
당시만 해도 수많은 경제학자와 투자예측 전문가가 각국에서 활동했으나 글로벌 경제위기를 제대로 예측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전문가의 어조가 확신에 찰수록 오히려 적중률은 하강한다”는 비아냥까지 등장했다. 실제로 심리학자 필립 테틀록(Philip Tetlock)이 284명의 정치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건 예측 실험에서는 일반인의 추측과 별 차이 없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미래 예측이 그만큼 어려운 것은 미래에 대한 규정이 불확실한 것도 원인 중의 하나다.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일’과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 그리고 ‘일어났으면 하는 일’을 구분한다면 확률을 이야기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네스타의 미래학 보고서는 △가능미래 △타당미래 △유력미래 △선호미래 등 네 가지의 미래 개념을 소개한다. 1978년 캐나다의 미래학자 노먼 헨시(Norman Henchey)가 ‘미래 연구에 대한 이해(Making Sense of Future Studies)’라는 소논문을 통해 소개한 구분법이다.
그러나 정밀한 수준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아직 불가능하다. 슈퍼컴퓨터를 동원해도 오늘 특정 지역에 몇 밀리미터의 비가 내릴지 정확히 알기는 힘들다.
경제 예측은 더욱 어렵다.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를 왜 예측하지 못했는가” 하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질문에 영국 최고의 경제학자 그룹조차 “대부분의 리스크 판단은 단편적인 금융상품 계산에만 집중한다”며 “경제체제 전체를 살펴보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고 둘러댔을 정도다.
미래는 왜 예측하기 어려울까. 앞으로도 미래 예측은 지금 수준보다 획기적으로 발전하기는 어려운 것일까. 정부의 혁신기금으로 출발한 영국 최고의 싱크탱크 국립과학기술예술재단(NESTA, 이하 네스타)이 최근 ‘미래에 대한 생각을 이어가자(Don't stop thinking about tomorrow)’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해 미래학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안했다.
글로벌 경제위기 예측한 전문가 거의 없어
지난 2007년 4월 미국 내 2위의 초대형 대출업체 뉴센추리 파이낸셜이 파산을 신청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라는 주택관련 대출상품이 유행하고 부실대출이 늘어나면서 자금 운용력의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이후 유사 대출업체들이 잇따라 파산하면서 금융업체와 보험업체들도 줄줄이 직격탄을 맞아 쓰러졌다. 세계 3위의 HSBC 은행도 100억 달러(우리돈 10조)의 손해를 입었다. 미국 정부는 일부 대출업체를 국유화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으나 2008년 11월까지 투입된 공적 자금이 7조 달러(우리돈 1경)를 넘어서면서 불황의 여파가 각국으로 번져나갔다.
당시만 해도 수많은 경제학자와 투자예측 전문가가 각국에서 활동했으나 글로벌 경제위기를 제대로 예측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전문가의 어조가 확신에 찰수록 오히려 적중률은 하강한다”는 비아냥까지 등장했다. 실제로 심리학자 필립 테틀록(Philip Tetlock)이 284명의 정치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건 예측 실험에서는 일반인의 추측과 별 차이 없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미래 예측이 그만큼 어려운 것은 미래에 대한 규정이 불확실한 것도 원인 중의 하나다.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일’과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 그리고 ‘일어났으면 하는 일’을 구분한다면 확률을 이야기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네스타의 미래학 보고서는 △가능미래 △타당미래 △유력미래 △선호미래 등 네 가지의 미래 개념을 소개한다. 1978년 캐나다의 미래학자 노먼 헨시(Norman Henchey)가 ‘미래 연구에 대한 이해(Making Sense of Future Studies)’라는 소논문을 통해 소개한 구분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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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스타의 미래학 보고서는 △가능미래 △타당미래 △유력미래 △선호미래 등 네 가지의 미래 구분법을 사용한다. ⓒNESTA |
어둠을 밝히는 손전등 개념으로 미래 구분
첫째로 가능미래(possible futures)는 ‘일어날 지도 모르는’ 모든 사건을 뭉뚱그린 것이다. 영화 스타트렉에 등장하는 ‘순간이동 장치’처럼 현재의 물리법칙으로 불가능한 상상의 기술도 여기에 포함된다. 향후 과학적 발견으로 물리법칙이 수정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둘째로 타당미래(plausible futures)는 가능미래 중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을 모은 것이다. 물리법칙이나 인과관계 등 현재의 상태를 바탕으로 가능성을 좁힌 것들이다. ‘이동하는 도시’나 ‘개인용 비행장치’처럼 기술이 발전하면 언젠가는 등장할 법한 소재가 여기 해당된다.
셋째로 유력미래(probable futures)는 타당미래의 범위를 더 좁혀 ‘일어날 것 같은’ 사건을 모은 것이다. 현재의 트렌드를 바탕으로 추론을 진행했을 때 발생 가능성이 높은 일을 모으면 된다. 경제 변동 예측 등 개연성이 뚜렷한 소재를 다룰 때 사용된다.
넷째로 선호미래(preferable futures)는 유력미래와 상관없이 ‘일어났으면 하는’ 사건을 모은 것이다. 기술의 존재 여부와는 별개로 사람들이 정서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느끼는 일을 가리킨다. 지하철 대신에 공중부양 장치를 이용해서 출퇴근을 하는 날이 올 것이라 예측하는 경우가 해당한다.
네스타 보고서는 네 가지의 미래 개념을 손전등에 비유했다. 렌즈를 이리저리 돌려서 초점이 맺히는 범위를 바꿀 수 있는 특수 손전등을 들고 어둠 속을 걸어간다 생각해보자.
초점을 한 곳에 집중시킬수록 세부사항은 잘 보이겠지만 시야가 넓지 못해 주변의 위험요소를 미리 감지하기 어렵다. 적중률에만 매달리느라 유력미래에만 집중한 나머지 여러 변수나 장애물을 예측하지 못하는 경우다.
반대로 초점을 넓게 잡아 빛을 퍼뜨리면 사물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 그러나 가파른 지형이나 갑작스런 구덩이를 미리 감지할 수 있어 큰 피해를 막는 데 유리하다. 타당미래나 가능미래로 시야를 넓혀서 예측을 하는 경우다.
보고서는 네 가지 미래 개념을 적절히 혼합해 사용함으로써 미래 예측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람들마다 원하는 미래 모습이 다르므로 상황과 소재에 따라 적절한 방식을 선택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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