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4일 일요일

짠맛은 어떻게 감지하는 걸까?

짠맛은 어떻게 감지하는 걸까?

[인터뷰] 고려대 황선욱 교수, ‘이달의 과학기술자’ 선정

 
 
사람은 여러 가지 감각을 느낀다. 아프다는 통증을 느끼는가 하면 귀에서는 청각을, 혀에서는 짠맛을 비롯해서 단맛, 신맛, 쓴맛, 그리고 감칠맛 등 5개의 감각을 느낀다. 그러나 정확하게는 수용체가 먼저 느끼고 뇌가 느끼는 것이다.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되었지만 인체의 많은 부분은 여전히 비밀로 남아 있다. 국내 연구진이 혀를 통해 느끼는 짠맛의 수용체를 밝혀냈다. 세계 최초다. 다시 말해서 짠맛을 어디에서 느끼는지를 밝혀내는 개가를 이룬 것이다.

기원전 4세기에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해 오감(시각, 후각, 미각, 청각, 촉각)의 가설이 제시된 이후, 해당 감각을 담당하는 인체 뇌신경 작동기구의 분자적 정체가 무엇인지 큰 관심을 끌어왔다.
▲ 황선욱 교수는 처음으로 짠맛의 비밀을 밝혀냈다. 
1967년 조지 월드(George Wald)는 눈이 빛에 노출될 때 일어나는 체내 전기변화에 대한 분석으로, 2004년에는 리차드 엑셀(Richard Axel)과 린다 벅(Linda B. Buck)은 후각의 비밀을 캐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과학자들은 미각 또한 수용체분자들 통해 미뢰, 삼차신경, 미주신경 등에 분포한 수용체들이 5가지 맛의 감지를 담당하고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러나 짠맛 등 일부 맛의 수용체의 경우 그 정체가 알려지지 않았다.

비밀에 가려진 짠맛의 수용체를 최초로 밝혀
그러나 고려대학 의과대학의 황선욱 교수 연구진은 짠맛의 수용체를 밝혀내 세계적인 개가를 이루었다. 그는 미각의 짠맛 수용체가 TMC-1 단백질임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그러한 업적으로 황 교수는 한국연구재단이 선정한 ‘이달의 과학기술자’라는 명예를 안게 되었다. 이번 연구는 감각뇌과학 분야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면 황 교수는 어떻게 이런 업적을 이룰 수 있었을까? 어떤 경로와 어떤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이런 성과를 이룰 수 있었을까? 황 교수의 이야기를 잠시 들어보자. 우선 조금은 이해하기 어려운 감각수용체가 무엇인지에 대해 물어보았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감각수용체는 우리 몸의 감각신경이나 감각기관이 지니고 있는 각종 센서라 보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시각센서, 청각센서, 촉각센서 등 흔히 비유적으로 표현한다. 그러나 단순한 센서 이상이다.”

황 교수에 따르면 환경 변화를 감지하는 데에 더하여, 이에 따라 생체신호도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즉 환경신호를 생체신호로 변환시켜주는 트랜스듀서(transducer) 역할을 한다. 이 신호는 몇 차례 시냅스를 거쳐 종국에는 대뇌까지 전달되어 우리가 뜨겁다, 짜다, 향긋하다, 아프다 등의 인지를 하게 된다.

뇌신경의 생체신호가, 많은 경우 전기신호이다. 감각수용체 자체가 전기를 일으킬 수 있는 이온채널(ion channel)이거나, 특정 이온채널과 긴밀하게 짝을 이루고 있곤 한다. TMC-1의 경우는 그 자체가 이온채널이다.

그러면 TMC-1 단백질은 어떤 역할을 할까? “사람과 포유류에는 8종의 TMC, 예쁜꼬마선충에는 2종의 TMC가 있다. TMC-1은 선충의 유해감각신경(사람의 통각신경에 해당)과 미각신경에 분포하고 있다.”

예쁜꼬마선충은 흙 속에서 박테리아를 잡아먹는 선충류이다. 크기는 약 1mm이고 비교적 단순한 형태를 지닌 다세포생물이지만 사람과 유사한 점이 많다. 

이 선충은 배양하기 쉽고, 냉동보관 할 수 있다. 발생 단계가 비교적 단순할 뿐만 아니라 수정란에서 성체에 이르기까지 세포분열 양상이 개체마다 동일하고 그 과정을 현미경으로 모두 관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면 이제까지 아주 흔한 짠맛의 정체가 밝혀내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맛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현재 학술적으로 공인 받은 맛의 종류는 쓴맛, 단맛, 신맛, 짠맛, 감칠맛 5가지다. 여기에 고소한 맛과 물맛 등을 추가할 것인지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황 교수는 “쓴맛과 단맛 수용체는 어느 정도 밝혀져 있다. 이들은 일군의 G단백결합수용체 (GPCR)들로 영문 taste를 줄여 TAS라고 부른다. 통상 두 종의 TAS가 결합하여 하나의 수용체를 이룬다. TAS 조합에 따라 쓴맛수용체가 되기도 하고 단맛수용체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TAS1R2과 TAS1R3가 조합되면 단맛수용체가 된다. TAS아류 중엔 감칠맛수용체도 있다. 그러나 GluR이라는 또 다른 G단백결합수용체도 있기 때문에 어느 것이 더 중요한 감칠맛수용체인지 연구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황 교수는 설명했다.

그러면 어떤 계기로 이런 대단한 발견을 하게 된 것일까? “재미있게도 2가지 측면에서 우연성이 있다. 첫째, 연구초반 삼투압변화를 감지하는 압력수용체인줄로 착각하였었는데 실험과정에서 짠맛수용체인 것으로 바로잡게 된 사실, 그리고 둘째, 주저하던 미각연구를 TMC-1 연구를 계기로 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사실 나는 감각수용체 중에서도 촉각수용체의 정체규명에 주력해왔습니다. 처음에는 TMC-1이 촉각수용체 중 압력수용체로 오인하였는데 그 이유는 TMC-1 발현이 미각신경보다는 촉각신경에 많이 분포하고 있었고, 게다가 삼투압력 변화를 주었을 때 TMC-1의 미세한 반응성이 검출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황 교수는 “그런데 반응성 재현이 잘되질 않아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공동연구자인 케임브리지대학의 셰이퍼 교수가 예쁜꼬마선충에서 행동반응이 잘 관찰된다고 알려줬다. 실험조건을 검토해봤더니 삼투압자극을 주는 물질로 저희는 당류를, 선충 공동연구팀에서는 NaCl을 쓰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연이긴 했지만 논리적 접근과 토론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미각에 관심은 있어왔지만, 애초 전공분야가 아니라서 선뜻 뛰어들지는 못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TMC-1을 발견한 계기로 미각연구에 진출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 이번 발견이 주는 의미, 혹은 파급효과는 무엇일까? 우선 짠맛을 느끼는 원리규명에 한 걸음 다가갔다 볼 수 있다. 최초의 발견이기 때문에 앞으로 다양한 검증이 이루어지고 TMC-1의 작동원리가 차츰 세련되게 다듬어질 것으로 보인다.

소금의 섭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에 기여
다음으로는 인체가 아닌 선충의 TMC를 연구한 것이었기 때문에, 인체에서도 같은 역할을 하는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유전적으로 인체에 조금 더 가까운 생쥐를 사용하여 현재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또 소금의 과다섭취가 건강에 해롭기 때문에 섭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학계와 기업체에서 고심중에 있다. 미각조절을 통해 섭취량을 줄이는 전략, 건강에 해롭지 않은 소금대체물을 찾는 작업 등에 앞으로 TMC-1이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소금의 감지는 미각뿐 아니라 신장기능과 혈압조절에도 중요하다. 소금감지 원리도 아직 완전하게 규명되지 않은 상황이다. TMC-1이 이 분야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지 파생연구가 예상된다.

“과학자는 자기성찰과 인본주의 정신이 있어야”

과학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특히 GM식품, 복제 등 생명과학의 발전이 윤리와 도덕의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황 교수는 “과학자는 도전과 탐험의 속성을 숙명적으로 지니고 태어났다고 생각한다. 과학자의 속성은 두려움을 극복하는 데 있다. 그리고 과학자의 도전은 자칫 잘못하면 커다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자기성찰과 인본주의 정신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작고한 어머니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았다. 어머니는 KIST 공채 1기로 30여 년 동안, 가장 오랫동안 근무한 화학자 박송자 박사다.

황 교수는 모친이 화학연구에 대해 강력한 열정과 사명감을 지닌 분이었다고 회상한다. 그는 “그런 어머니를 모신 것이 제게 큰 축복이라 생각한다. 어릴 적에는 어머니의 전공을 좇아 화학 전공도 고려하였다”고 말했다.

김형근 객원기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13.08.02 ⓒ ScienceTimes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