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은 어렵다. 자신이 협상을
잘했는지 못 했는지 바로 알 수도 없고 때론 결정적인 손해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혹은 영원히 깨닫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 컬럼비아대
비즈니스스쿨의 협상 전문가인 로버트 본템포(Robert N Bontempo) 교수는 "협상이 끝난 뒤 악수하다가 `당신이 조금만 더 버텼으면
제가 이런 걸 더 양보하려 했습니다`라는 말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그래서 협상은 수십 번을 해봐도 꼼꼼하게 돌아보지 않으면 실력이
나아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MBA팀은 본템포 교수의 강연에 참석한 후 그의 강연과 별도 인터뷰를 종합 정리했다.
-좋은 협상이란 무엇인가.
▶보편적인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다. 문화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 내 부인이 아시아인으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서 많은 일을 해봐
한국 문화를 잘 안다. 한국적인 문화에서는 아마도 좋은 협상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 관계, 공정함을 토대로 암묵적인 합의를 도출해내는 협상일
것이다.
비즈니스 협상에서 상대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면서 서로 기분이 상하면 안되는, 건설적인 갈등조차 피하는 그런 문화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몇 가지 원칙을 제시할 수 있겠다. 좋은 협상은 `최대의 효과`를 추구하면서 상대방과 함께 `가치 창출`을 하는 과정이다. 여기에 성공하면 그
협상은 성공한 협상, 좋은 협상이라 할 수 있다.
-협상을 잘하려면 어떤 노력을 하고 무엇을 염두에 둬야 할까.
▶인수ㆍ합병(M&A), 구매 등 비즈니스 영역에서는 항상 협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늘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꼭 기업과 기업
사이에만 벌어지는 것도 아니다. 개인적으로 나 역시 MBA 학장과 내 연봉을 놓고 협상을 해야 한다.
어느 협상이든 성공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기본원칙을 머리에 넣어둬야 한다. 하나는 `시간적 압박`(time pressure)이고, 다른
하나는 `배트나`(BATNA: Best Alternative To a Negotiated Agreementㆍ협상 결렬 시 취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의 존재 여부다. 먼저 협상 상대방이 언제까지 협상을 마쳐야 하는지 `데드라인(deadline)`을 반드시 알아보라. 그걸 알면 협상이
쉬워진다. 예를 들어 열흘의 일정으로 협상이 진행됐다고 치면, 협상 합의의 90%는 마지막날 이뤄진다. 상대나 자신이 `진짜 마지막 날`이라고
설정해 둔 시간을 꼭 알 필요가 있다. 상대방의 시장적 지위, 포지션, 요구 사항의 정당성 등도 중요하지만 그 무엇보다 `시간 압박`은
중요하다.
-예를 들어 설명해달라.
▶우선 시간 압박 문제부터 보자. 아주 유명한 사례가 있다. 베트남 전쟁을 빨리 끝내고 싶었던 미국 정부의 협상자들은 일상적인 종전
협상으로 생각하고 호텔에 머물렀다. 그러다 보니 아예 가족과 함께 이사를 와서 여유를 부리던 베트남 정부에 끌려다녔다. 다시 정리해보자. 미국
닉슨 대통령은 `크리스마스 이전에 전쟁을 끝내겠다`고 선언한 상태였다. 정부관리들도 서둘렀다. 이걸 아는 베트남 협상가들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는 요구, 즉 미국에 굴욕적인 테이블 위치 설정 등을 요구했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나니 미국 협상가들의 심리적 압박은 더 심해졌다. 미국
입장에서는 좋은 협상이 나올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배트나(BATNA)가 왜 중요한지는 아예 좀 더 충격적인 사례를 들려줄 수 있을 것 같다. 수년 전 가정폭력 피해자 여성들을 도울 일이
있었다. 쉼터에 있는 그녀들은 그런데 잠시 피해 있다가 다시 `폭력이 난무하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정말 거의 다 그랬다. 이유는 바로
그들에게 마땅한 다른 대안, 즉 배트나(BATNA)가 없었기 때문이다.
-방금 말씀하신 두 가지 원칙 외에도 강조하고 싶은 건 무엇인가.
▶항상 원하는 연봉이든 가격이든 먼저 수치를 제시하라. 다들 이것을 무서워한다. 생각하기 쉽게 연봉협상을 예로 들면, 다들 연봉협상을 하기
전에 10% 인상을 말할까 하다가도 상대방이 더 크게 올려줄 생각을 하고 있는 상태라면 손해를 볼 것이라 생각하고 상대방 얘기부터 듣고
싶어한다. 괜히 먼저 얘기했다가 원래 가능했던 만큼을 얻지 못할까 봐 두려운 것이다. 연봉협상만 그런가. 다른 비즈니스 협상도 다 마찬가지다.
그래서 준비가 필요하다. 상대가 어느 정도까지 생각할지 대충이라도 미리 알아보되, 터무니없는 수치가 아니라면 적정한 수준에서 반드시 먼저
제시하라. `닻 내리기 효과`라는 게 있어 협상은 쌍방 중 누군가가 먼저 제시한 수치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협상 결과는 양쪽에서 제시한 수치의
평균으로 수렴한다.
아 참, 평소에 해둬야 하는 게 하나 있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개인일 경우 자신이 받을 수 있는 연봉이나 서비스 수수료의 상한선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해둬야 한다. 축구에서 오프사이드를 범해보지 않으면 심판이 어디까지 오프사이드로 인정해 줄지 알 수 없는 것처럼, 자신이 얻을 수
있는 게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다면 협상할 때 정말로 불리해진다. 그걸 위해서는 마치 축구선수가 오프사이드를 범하듯, 최대한 요구 가격을
높여보라. 물론 준비단계에서의 얘기다. 상대가 비웃으면서 전화를 끊는 일이 발생한다면 거기가 오프사이드 라인이라 할 수 있다. 자기자신부터
알아야 협상할 수 있지 않겠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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