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양학선에 감동했을까
감정도 바이러스처럼 주변에 전염돼
사이언스타임즈 라운지 런던올림픽은 끝났지만 태극 전사들의 투혼이 빚어낸 감동의 순간들은 아직도 우리 가슴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특히 가난과 방황을 극복하고 월등한 기량으로 금메달을 목에 건 양학선은 많은 국민들의 가슴을 울리며 가장 감동을 준 선수 1위에 올랐다. 또 시퍼렇게 피멍이 든 눈으로 레슬링에서 금메달을 따낸 김현우와 역도 영웅 장미란이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채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며 바벨에 손키스를 하는 모습에 전 국민이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특히 가난과 방황을 극복하고 월등한 기량으로 금메달을 목에 건 양학선은 많은 국민들의 가슴을 울리며 가장 감동을 준 선수 1위에 올랐다. 또 시퍼렇게 피멍이 든 눈으로 레슬링에서 금메달을 따낸 김현우와 역도 영웅 장미란이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채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며 바벨에 손키스를 하는 모습에 전 국민이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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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양학선이 어머니와 함께 취재인에 둘러싸여 있다. ⓒ연합뉴스 |
그럼 왜 우리는 그런 장면을 보며 자신의 일처럼 감동하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하는 것일까. 그것은 한 사람이 느끼는 감정이 다른 사람에게도 전염되기 때문이다.
심리학에서 일컫는 ‘감정의 전염(emotion contagion)’이란 다른 사람의 얼굴 표정, 말투, 목소리, 자세 등을 자동적이고 무의식적으로 모방하고 자신과 일치시키면서 감정적으로 동화되는 경향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이 긍정적인 감정을 표시할 경우 그것이 주변 사람들에게 그대로 전염되고, 반대로 부정적인 감정을 나타낼 경우 주변 사람들도 똑같이 부정적인 감정을 지니게 된다는 뜻이다.
실제 연구결과에 의하면 외로움이나 행복감 같은 감정이 가족이나 친한 친구, 친구의 친구, 이웃 등 세 단계 건너까지 전염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미국 시카고대학의 존 카시오포 심리학과 교수는 캘리포니아대 제임스 파울러 정치학과 교수와 하버드 의대 니콜라스 크리스타키스 교수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외로움도 바이러스처럼 주변 사람들에게 전파된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그에 의하면 한 사람이 외롭다고 느낄 경우 2년 후 사회적으로 가장 가까운 관계에 있는 가족이나 친한 친구의 52%가 외로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전염 효과는 사회적 관계가 멀어질수록 약해지지만, 적어도 3단계 관계까지는 확실히 전염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외로움을 느낄 경우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쓰거나 부정적인 말을 하게 되고, 그처럼 표시된 감정이 그대로 주변 사람들에게 전파되는 것이다.
행복감 역시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는데, 가족이나 친구가 행복할 경우 자신의 행복감이 15.3% 더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하워드 커틀러는 “당신이 행복하다면 당신은 옆집 사람이 행복해질 가능성을 34%까지 높이고, 당신 친구가 당신과 1㎞ 이내에 살고 있다면 그 친구가 행복해질 가능성을 25%까지 높여준다”고 주장했다.
또한 달라이 라마는 “다른 것에 의존하지 않는 존재는 없다”며 “나의 행복은 타인에게 달려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품이 전염되는 것도 감정 때문?
하품이 전염되는 것도 다른 사람의 감정에 서로 공감하기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영국 링컨대 애너 윌킨슨 박사는 붉은다리거북 한 마리를 명령할 때마다 하품하도록 훈련시킨 다음 이 거북이가 하품을 할 때 다른 붉은다리거북들이 하품하는지 관찰한 결과 그들 사이에서는 하품이 전염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럼 왜 사람 사이에서 하품은 전염되는 걸까. 이에 대해 윌킨슨 박사는 하품을 하는 걸 보고 피곤하다는 생각에 공감하기 때문이며, 이는 다른 이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지능이 발달한 개체에서만 하품이 전염된다는 걸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는 지난해 이그노벨상을 수상했다.
감정이 전염되는 이유를 가장 잘 설명해주는 과학이론은 바로 ‘거울신경세포’이다. 1996년 이탈리아 파르마대학의 리조라티 교수진은 원숭이가 특정한 행동을 했을 때 활성화되는 신경세포를 관찰하던 중 신기한 현상을 발견했다.
원숭이가 땅콩을 집었을 때 활성화됐던 신경세포가 다른 원숭이나 사람이 땅콩을 집는 것을 보았을 때도 똑같이 활성화되는 것을 발견한 것. 리조라티 교수는 다른 동물의 행동을 거울처럼 반영한다고 해서 그 신경세포를 ‘거울신경세포’라고 명명했다.
이 신경세포 덕분에 우리는 다른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치 자신이 동일한 스트레스 상황에 있는 것처럼 공감하고 결국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된다.
또 다른 이유는 무의식적으로 다른 사람을 모방하게 되는 인간에 특성에 있다. 심리학자 프리드맨 교수는 서로 모르는 실험 참가자들이 같은 공간에 앉아서 2분 동안 아무런 대화 없이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다른 사람의 감정에 동화되는 전염이 일어난다는 밝혀낸 감정 전염 실험을 했다.
즉, 우리는 타인의 표정이나 자세 등을 무의식으로 모방하여 그와 유사한 표정이나 자세를 짓게 되고, 그와 동시에 두뇌가 모방된 표정과 일치되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출근길에 웃는 표정의 동료를 만났을 때 함께 미소를 짓게 되고, 기분 좋은 동료를 만나면 자신의 기분도 덩달아 좋아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 같은 감정 전염은 표정이나 목소리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등의 소셜미디어로도 일어난다. 페이스북 데이터 분석학자인 애덤 크라머는 전 세계 영어 사용자 100만명과 그의 친구 1억5천만명이 페이스북에 게시한 글을 분석해 그들이 사용한 단어가 친구들의 감정에 작용하는 것을 밝혀냈다.
예를 들면 페이스북 이용자들이 ‘행복하다’거나 ‘아프다’ 등과 같은 단어를 올릴 경우 이후 며칠간 그 친구들이 올리는 게시물에도 그와 유사한 감정이 나타난다는 것.
부정적인 감정의 전염성이 더 높아
최근 LG경제연구원 송주헌 연구원이 펴낸 ‘구성원들의 부정적 감정, 전염성 높다’라는 보고서에 의하면, 조직 내에서도 알게 모르게 이 같은 감정의 전염이 빈번히 일어나는데 특히 긍정적인 감정보다 부정적인 감정의 전염성이 더 높다고 한다.
이 같은 주장을 한 대표적인 학자가 외로움의 전염성을 조사한 존 카시오포 교수이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공포, 슬픔 등의 부정적 감정은 즐거움 등의 긍정적인 감정보다 인간의 생존 본능에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감정 표출도 더 크게 나타나고, 주위 사람들도 자신의 생존 위협을 감지하며 부정적 감정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또 송주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조직 내 구성원들은 리더의 감정 상태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리더는 성과의 압박 등 스트레스가 높아 부정적인 감정에 쉽게 노출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복잡한 현대 사회를 사는 현대인들은 자신도 모르게 긍정적인 감정이나 부정적인 감정에 전염되고 있다. 또 자신에게 들어온 그 감정의 바이러스를 다른 사람에게 퍼트리기도 한다.
이와 같이 감정 바이러스에 전염되는 막을 순 없지만 그들 중 어떤 것을 다른 사람에게 퍼트릴지의 여부는 오롯이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을 것이다. 그럼 과연 ‘당신’은 행복 바이러스를 퍼트릴 숙주가 될 것인가 아니면 불행 바이러스를 퍼트릴 숙주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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