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7일 금요일

가이아 이론의 징후일까?

가이아 이론의 징후일까?

기후변화 덕분에 이산화탄소의 흡수 촉진돼

 
사이언스타임즈 라운지 2010년 초 영국의 억만장자 기업가인 리처드 브랜슨 경은 지구를 구원할 구세주에게 1천만 파운드(약 170억 원)의 상금을 지급한다는 독특한 제안을 했다. 그 구세주란 다름 아닌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거나 저장할 수 있는 확실한 발명을 창안하는 이를 가리켰다.

브랜슨 경은 이를 위해 권위 있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를 조직했는데, 그중에는 영국의 유명한 과학자 제임스 러브록도 포함되어 있었다. 제임스 러브록은 바로 ‘가이아 이론’을 처음으로 주창한 이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에서 명칭을 따온 이 이론은 지구와 지구에 살고 있는 생물, 대기권, 대양, 토양 등이 모두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하나의 살아있는 유기체라는 주장이다. 따라서 지구는 살아있는 존재로서 스스로 조절작용을 하며, 날로 심각해지는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도 능동적으로 조절해나갈 수 있다고 보았다.

러브록이 가이아 이론을 처음 발표했을 때 과학계는 말도 되지 않는 가설이라며 외면했다. 하지만 지금은 지구 자체가 능동적이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기후 시스템에 참여하고 있다는 ‘약한 의미’의 가이아 이론에는 동의하고 있는 추세다.
▲ 남극해에서 조류 생장이 활발해져 엄청난 양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3 Pixabay - Free Images

그런데 가이아 이론처럼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로 인해 지구상에 나타나고 있는 기현상들이 오히려 이산화탄소의 흡수를 활발히 하고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최근 잇달아 발표돼 주목을 끌고 있다.

최근 남극해에서 조류 생장이 활발해져 엄청난 양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남극해의 면적은 전체 대양의 25%에 불과하지만 남극해에 서식하는 조류가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해양에서 흡수하는 전체량의 40%에 이를 정도. 해양학자들은 조류가 이처럼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 위해선 많은 양의 철이 필요한데 그것이 어디로부터 공급되는지를 몰라 의아해했다.

그런데 스페인과 칠레 과학자들로 구성된 공동 연구진이 이에 대한 해답을 찾아냈다. 그것은 기후변화로 인해 남극 대륙의 암석이 대기 중에 노출되면서 철 성분이 암석에서 빠져나와 바닷물로 유입되었기 때문이라는 것.

연구진에 의하면 암석에서 철 성분이 빠져나오는 것은 산성암배수와 풍화작용이 주요 원인이다. 산성암배수는 황 성분을 포함하는 광물이 공기 중에 노출되면서 호산성 황철광 산화 미생물의 활동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 같은 미생물의 활동이나 풍화작용은 모두 기후변화로 인해 암석이 대기 중에 노출되었기 때문이라는 게 연구진의 분석이다.

연구진은 세 번의 남극대륙 원정을 통해 ‘슈베르트마나이트’라는 광물이 산성암배수에 의해 생성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암석은 산성암배수에 의해 만들어지므로 철 성분을 많이 포함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연구진은 산성암배수 현상에 의해 약 1천 톤, 풍화작용으로 약 450톤의 철 성분이 매년 남극해로 유입되는 것으로 추산했다.

또한 기존 연구에 의하면 기후변화로 인해 남극대륙에서 떨어져 나와 남극해를 자유롭게 떠다니는 빙산들도 철 성분이 풍부한 침전물을 해양 전역으로 이동시킨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해파리가 이산화탄소를 해양 밑바닥에 저장
본격적인 피서철을 앞두고 요즘 우리나라 지자체들은 해파리 피해 안전대책을 마련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이 서해 중부와 동중국해 북부에 걸쳐 노무라입깃해파리 출현 실태를 조사한 결과 올해의 피해 정도가 더욱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동중국해에서는 어린 노무라입깃해파리들이 지난해보다 20배 이상 대량 번식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해파리인 노무리입깃해파리는 독성을 지녀, 지난해엔 이에 쏘인 어린이가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연해뿐만 아니라 흑해, 지중해 등 세계 곳곳의 바다에서 2000년대 초부터 해파리 떼가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해파리 떼가 늘어나는 원인에 대해서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현상이라는 주장과 해류 패턴의 변화로 인한 주기적인 현상이라는 설, 그리고 해파리를 잡아먹는 포식자 및 먹이를 두고 경쟁하는 어류 등의 남획 때문이라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 해파리의 증가가 오히려 이산화탄소 문제를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그런데 최근에 발표된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이 같은 해파리의 증가가 오히려 이산화탄소 문제를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GEOMAR 헬름홀츠해양연구소 연구진은 죽은 해파리와 원양 피낭동물이 플랑크톤보다 훨씬 더 빠르게 바다 밑으로 가라앉으면서 표면 해수로부터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깊은 해수층에 탄소를 저장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대기로부터 이산화탄소가 해수에 용해될 때 다양한 해양종이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유기 탄소 및 다른 유기 원소로 전환시킨다. 해파리는 이 유기 탄소를 소비하는데, 생애를 마감하고 해저에 가라앉을 때 깊은 해수층에 탄소를 저장하거나 해저 바닥에서 유기체에 영양분을 공급한다는 것. 이로 인해 더 많은 이산화탄소가 해양에서 용해될 수 있다.

연구진의 실험 결과에 의하면 해파리 잔류물의 침하속도는 1일당 500~1천600미터로서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빠른 침하속도는 잔류물의 분해가 이루어지지 않고 깊은 해양층에 그대로 도달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 후 깊은 해양층에서 이루어지는 미생물 부패는 오랜 기간 동안 대기와 직접적인 접촉 없이 저장될 수 있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게 된다.

해파리의 탄소 함량은 플랑크톤이나 바다눈의 탄소 함량보다 평균적으로 더 낮다. 그러나 해양 수백 평방킬로미터를 차지하는 해파리의 거대한 개체수는 높은 침하속도와 결합해 해저로 다량의 탄소를 이동시킬 수 있다는 것.

지금까지 해파리 유기체가 탄소 순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따라서 거대한 생물지구화학적 연구 프로그램에서 해파리는 항상 배제되어 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로 인해 전 세계 탄소 순환에서 해파리의 역할을 보다 잘 규명하기 위한 추가적인 조사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결과들 외에도 가이아 이론처럼 지구의 모든 생물과 무생물들이 힘을 합쳐 기후변화로 인해 깨진 균형을 되살리고 있다는 증거가 앞으로도 계속 발견될까?

하지만 정작 가이아 이론의 당사자인 제임스 러브록은 몇 년 전에 이미 스스로 자신의 이론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았다. 인간의 환경오염이 너무 심해 지구의 기후변화가 사실상 회복될 수 없을 것 같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 2noel@paran.com

저작권자 2013.06.0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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