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등상장 문구에 ‘창의성’ 추가해야
[인터뷰] 이광형 창조경제문화운동 추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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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문화운동
지난해 11월11일 서울 팔레스 호텔에서 ‘창조경제문화운동’ 출범식이 열렸다. 민간 차원에서 창조경제문화 확산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16명의 추진위원과 21명의 전문분과위원들은 초대 위원장으로 KAIST 이광형 미래산업석좌교수를 선출했다. 그리고 1개월 여가 지난 지금 이 위원장은 바쁜 일과를 보내고 있다. 창조경제문화운동의 기초를 놓기 위해서다. ‘창조경제문화운동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라 분과 모임에서 나온 의견들을 취합하면서 이 문화운동을 구체적으로 이끌어나갈 큰 청사진과 실천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2014년은 창의성을 칭찬하는 해 기자와 만난 이 위원장은 향후 창조경제문화운동이 창조・도전・칭찬・창업으로 이어지는 네 단계 과정을 밟아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창의성을 존중하는 사회풍토를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도전할 수 있는 문화적 토양을 다져나가야 한다는 것.
문제는 전통적으로 계승되고 있는 반(反)창의문화다. 이 위원장은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속담을 예로 들었다. 여기서 ‘정’은 돌에 구멍을 뚫거나 돌을 쪼아서 다듬는, 쇠로 만든 연장을 말한다. 모나게 굴지 말고 둥글둥글하게 살자는 의미다. 이 위원장은 이 속담이 지금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21세기는 모난 돌이 빛나는 세상이라는 판단이다. 창의성 증진을 위해 ‘모난 돌이 정 맞는다’란 속담을 ‘모난 돌이 빛난다’란 속담으로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 시대는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사람을 요구한다”고 말한다. 이런 인재들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먼저 교육이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금의 학교 현장에는 창의성을 막는 관행들이 다수 남아 창의적인 학생들의 도전을 가로막고 있다. 학교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 우등상장 문구를 예로 들었다. 학교에서 우등상을 수여할 때 대부분 ‘위 학생은 품행이 방정하고’ 등의 문구가 들어간다. 여기서 품행(品行)이 방정(方正)하다는 것은 품성과 행실이 바르고 점잖다는 의미다. 이 위원장은 이 우승상장 문구에 대해 동의하지 않고 있다. 방정이란 말이 좋은 의미로 사용됐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품행이 방정하기만 한 학생들에게서 사회를 바꿀 창의성을 기대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다. 칭찬이 수업 분위기를 바꾸어놓고 있다 품행이 방정한 대신 이전과 다른 것, 새로운 것을 이야기할 수 있는 창의적인 학생들을 육성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등상장 문구를 ‘창의적이고 모범적인 학생’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최근 강의 현장에서 놀라운 체험을 하고 있는 중이다. 칭찬이 수업 분위기를 크게 바꾸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직생활 27년 만에 처음으로 수업시간을 기다릴 정도”라고 말했다. 강의를 기다리는 이유는 수업 시간이 너무 즐겁기 때문이다. “매 시간마다 학생들이 기발한 발상의 질문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생각지 못했던 날카로우면서도 훌륭한 질문이 이어지고 있는데, 그 질문 내용들이 정말 흥미롭다고 말했다. 분위기를 이렇게 바꾸어놓은 것은 ‘칭찬’이다. 강의를 진행하면서 학생 개개인의 맞는 칭찬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자 교수와 학생들 간에 격의가 사라지고, 마음을 털어놓으면서 학생들로부터 번뜩이는 아이디어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것. 이 위원장은 우리 국민들 사이에도 이 칭찬 문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창의적인 인물들이 도전을 감행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칭찬해주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창조경제문화운동은 곧 칭찬문화운동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KAIST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이 위원장의 연구실은 TV가 거꾸로 걸려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뇌를 자극해 새로운 사고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이 위원장 스스로 왼손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무엇인가 다른 것을 느껴보기 위해서다. 이 교수에 따르면 창의성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남과 다른 생각을 하는 게 창의성이다. 많이 질문하고, 토론하는 일을 반복하게 되면 습관이 되어, 저절로 질문을 많이 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창의성이 생기게 된다. 창의성은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이 위원장은 ‘한국 사람들이 왜 창의적이지 않느냐’는 고정관념을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약간의 노력으로 누구나 창의성을 발굴할 수 있으며, 그렇게 발굴된 창의성이 세상을 바꾸어놓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오른손잡이가 왼손을 사용했을 때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이 위원장의 지론이다. 알려져 있다시피 이 위원장은 ‘3차원 창의력’의 주창자로 유명하다. 이 위원장이 발견한 창의성 발굴 이론은 매우 간단하다. 마음속에서 어떤 질문을 해야 할까. 손가락으로 3개의 축을 만들어보라고 권한다. 첫 번째 축은 시간 이동이다. 예를 들어 10년 후면 어떻게 될까 하는 질문이다. 두 번째 축은 공간 이동이다.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면 어떨까, 중동이면 어떨까 하는 질문을 말한다. 세 번째 축은 ‘분야’를 나타낸다. 주어진 분야가 마케팅 분야에 관한 것이면 그것을 생물 분야로 가져가 생각해볼 수 있다. 이렇게 3개의 축 위를 이동하다 보면 3차원 세계를 여행하게 되고, 새로운 국면을 창출하게 된다. 그것이 이 교수가 주장하는 3차원 창의력이다. 이 간단하고 재미있는 3차원 창의력이 매머드 프로젝트인 창조경제문화운동과 맞물려 어떤 성과를 가져올지 많은 사람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
저작권자 2014.01.03 ⓒ Science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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