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8일 토요일

음악 함께 연주하면 뇌도 연결된다

음악 함께 연주하면 뇌도 연결된다

뇌파 활동 일치하는 ‘동조’ 발견

 
음악을 함께 연주하는 사람은 행동뿐만 아니라 뇌파까지 일치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인간 두뇌 속 네트워크가 다른 사람의 뇌에까지 확장될 수 있다는 의미다.
▲ 음악을 함께 연주하는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음을 연주해도 뇌파 활동이 동일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Flickr.com
독일 베를린 소재 막스플랑크 인간개발연구소(MPI for Human Development)는 전문 기타 연주자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했다.

32명의 연주자들은 둘씩 짝을 지어 화음으로 이루어진 듀엣 곡을 연주했다. 두뇌에 전극을 연결하자 두 연주자의 뇌파에서 공통된 부분이 크게 늘어났다. 서로 다른 음을 연주했는데도 동일한 뇌 활동이 일어난 것이다.

연구결과는 ‘기타 듀엣 연주 중의 두뇌 내부와 두뇌 간의 동조와 네트워크 속성(Intra- and interbrain synchronization and network properties when playing guitar in duets)’이라는 논문으로 정리되어 학술지 ‘인간 신경과학 최신연구(Frontiers in Human Neuroscience)’에 게재되었다.

자연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동조 현상’

미국의 동물학자 에드워드 모스(Edward Morse)는 1916년 학술지 ‘사이언스’에 흥미로운 사실을 보고했다. ‘반딧불 깜빡임의 일치 현상(Fireflies flashing in unison)’이라는 기고문에서 그는 “50년 전에 반딧불 무리들이 동일한 속도로 깜빡이는 현상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처음에는 우연의 일치로만 여겨졌다. 그러나 미국의 해리 앨러드(Harry Allard), 프랑스의 필립 로랑(Philippe Laurent) 등이 유사한 글을 게재하며 과학자들의 호기심에 불을 지폈다. 각기 다른 움직임이 결국 동일한 패턴으로 바뀌는 ‘동조(synchronization)’ 현상이 과학의 범주로 들어온 것이다.

반딧불 무리의 빛이 한꺼번에 켜졌다 한꺼번에 꺼지며 깜빡임 속도가 일치하는 것은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려려는 본능 때문이다. 이러한 동조 현상은 자연계 곳곳에서 나타난다. 귀뚜라미의 울음소리도 달이 한 쪽 면만 보여주는 것도 동조의 일종이다. 인간도 발걸음 속도를 맞추거나 박수소리를 조절하며 동조 현상에 참여한다.

이번에는 두 사람의 뇌파 활동에도 동조가 일어난다는 실험 결과가 등장했다. 독일 막스플랑크 인간개발연구소의 요한나 쟁어(Johanna Sänger), 빅토르 뮐러(Viktor Müller), 울만 린덴버거(Ulman Lindenberger) 연구원 등이 음악 연주자들 간의 뇌파 동조 현상을 발견한 것이다.

연구진은 32명의 전문 기타 연주자들을 모집해서 둘씩 짝을 지어 듀엣 곡을 연주하게 했다. 크리스티안 샤이들러(Christian Gottlieb Scheidler)가 작곡한 ‘G장조 소나타’가 연주곡으로 선택되었다. 악보에는 두 악기가 합주를 하며 화음을 이루도록 한 론도(rondo) 형식의 멜로디가 담겨 있었다. 론도는 일정한 구성이 반복되는 음악 형식을 말한다.

다른 멜로디 연주해도 합주자와 뇌파 일치해
16쌍의 연주자들은 두 악기를 위한 론도 부분을 60번에 걸쳐 반복적으로 연주했다. 연주는 동시에 시작해서 동일한 빠르기로 진행하되 둘 중 한 사람이 주 멜로디를 연주하고 다른 사람은 반주 역할을 맡았다. 동일한 곡이지만 서로 다른 멜로디를 연주하는 식이다.

연주자들은 뇌파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 뇌전도(EGG) 측정용 전극이 수십 개 부착된 특수모자를 착용했다. 연주 후 결과를 종합하자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연주자의 여러 뇌파 중 4헤르츠(Hz) 미만의 주파수 주기를 지닌 ‘델타파’에서 동일한 패턴이 나타난 것이다.
▲ 막스플랑크 인간개발연구소는 32명의 전문 기타 연주자들을 대상으로 합주 중 뇌파 변화를 측정했다. ⓒMPI for Human Development

일반적으로 뇌파는 두뇌 신경세포의 뉴런 활동에 의해 생겨난다. 뇌는 개인의 육체에서 일어나는 일만을 관장하며 내부적 동조 현상을 일으키는 것이 보통이다. 이를 위상결속(phase locking)이라 한다. 그러나 이번 실험에서는 타인의 두뇌 활동과 거의 일치하는 뇌파가 검출되었다.

쟁어 연구원은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발표자료를 통해 “주 멜로디를 맡은 연주자에게서 더욱 강한 뇌파가 검출되었다”며 “연주를 이끄는 리더의 결정이 반영되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뇌파의 동조 현상이 한 개인의 범위를 넘어 외부와 연결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연주를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동조 현상이 발생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인간이 협동을 할 때는 두뇌 안에 ‘작은 세상(small worldness)’이라 불리는 내부적 네트워크가 형성되는데, 제 시간에 연주를 시작하기 위해 집중하다 보니 두뇌 외부로까지 네트워크가 확장되었다는 것이다.

덕분에 여러 사람이 한마음으로 움직일 수 있는 ‘개인 간 행동 조화(IAC)’ 현상도 쉽게 설명이 가능해졌다. 지휘자가 없이도 오케스트라나 앙상블이 정확한 타이밍과 속도로 합주를 해내는 것도 마찬가지다.

개인의 범위를 넘어서는 두뇌 간 동조 현상은 지난 2009년 독일 라이프치히 소재 막스플랑크 인간인지뇌과학연구소(MPI for HCBS)에서도 보고된 바 있지만, 음악 연주를 통해 실제 뇌 활동을 델타파로 검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진은 개인간 행동 조화음악 이외에 스포츠 분야에서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후속 실험을 준비 중이다.



임동욱 객원기자 | im.dong.uk@gmail.com

저작권자 2012.12.07 ⓒ ScienceTimes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