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10일 목요일

자유자재로 휘는 디스플레이 시대 ‘성큼’

자유자재로 휘는 디스플레이 시대 ‘성큼’

[인터뷰] 양창덕-오준학 울산과기대 교수

 
많은 사람들의 생활에서 사용하는 휴대폰. 휴대폰과 노트북, 태블릿 PC 같은 전자기기에 빼놓을 수 없는 구조 중 하나가 디스플레이다. 디스플레이 기술은 나날이 발전해 최근 삼성과 LG는 곡면(curved) 올레드 TV로 승부수를 띄우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종이처럼 얇아 자유자재로 휠 수 있는 디스플레이의 꿈이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왔다. 더불어 생산 가격도 더욱 저렴해져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양창덕-오준학 울산과학기술대학교(UNIST) 교수팀이 현재까지 개발된 유기 박막 트랜지스터 중 전하이동도가 가장 높은 유기박막 반도체를 개발한 것이다.
▲ 양창덕-오준학 울산과학기술대 교수 ⓒ한국연구재단

전하이동도, 획기적으로 빨라져

유기 박막 트랜지스터에 관한 연구는 1980년 이후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모든 연구가 그렇듯, 당시 이러한 기술은 그야말로 ‘꿈의 기술’로 불릴 뿐 큰 진전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서는 연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며 많은 기관에서 이를 다루고 있다.

“유기박막 트랜지스터를 좌우하는 유기반도체의 재료에는 크게 단극성 반도체와 양극성 반도체가 있다. 단극성 반도체로 만든 전자회로는 전력손실이 높고 구동속도와 안정성이 떨어집니다. 물론, 단극성 반도체의 단점들은 p형과 n형 반도체를 통해 해결할 수 있지만 이 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비용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그에 비해 양극성 반도체는 단극성 반도체에 비해 매우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전자와 정공을 모두 구동전하로 활용하고 하나의 패턴 공정으로 전자회로를 제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개발된 양극성 반도체의 경우 성능이 매우 낮아 전자회로를 만들 수 없었기 때문에 전하이동도가 높은 반도체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이번 기술을 연구·개발 하게 됐습니다.”

유기전자재료의 낮은 전하이동도가 기존 기술에서 지적된 가장 큰 문제점이었던 만큼, 연구팀은 해당 분야를 획기적으로 발전시켰다. 기존과 다른 반도체 고분자의 합성으로 새로운 방법인 용액전단 공정법을 이용, 정공과 전자의 이동도를 약 두 배 향상시킨 것이다.

기존에는 ‘알킬사슬(alkyl chain)’ 이라는 포화탄화수소 혼합물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연구팀은 무기물과 유기물의 혼성체인 ‘실록세인 가용화제(siloxane solubilizing)’를 갖는 반도체 고분자를 합성해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냈다.

“용액공정을 위해서 고분자에 가용화기(solubilizing group)를 도입해 용해도를 부여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주로 길이가 긴 알킬기(alkyl chain)를 사용했는데 우리 연구팀은 이를 실록세인(siloxane)이 도입된 하이브리드 사슬로 치환해 고분자에 적용했습니다. 그 결과 해당 고분자가 양극성과 높은 전하 이동도를 보였습니다. 더불어 해당 고분자를 용액전단 공정법을 이용해 전자소자로 응용했을 때, 최고의 정공·전자 이동도를 보이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습니다.”

개발된 새로운 물질은 기존 양극성 고분자 재료 중에서도 가장 높은 전하이동도를 보인다. 지금까지 개발된 무기박막 트랜지스터 보다 최대 네 배가량 빠르며, 최근 중국 연구팀이 개발한 재료와 비교해도 정공은 두 배 이상, 전자는 다섯 배 이상 빠른 이동도를 갖고 있다. 전하이동도가 높다는 것은 영상 구현속도가 빨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상용화, 최소 5년 이내에 가능

연구팀의 기술은 현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시장의 도래를 한 층 앞당겼다고 평가받는다. 유연성도 더욱 높였을 뿐 아니라 생산공정의 가격까지도 저렴하게 낮춰 현실적인 제반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이다. 오준학 박사는 “이번 기술은 용액공정이 가능한 높은 전하이동도의 양극성 고분자를 개발한 것인 만큼 더욱 빠르고 간단한 공정이 가능해져 기존 제조공정과 대비해 큰 비용 절감을 기대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해당 기술로 인해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시장이 얼마나 앞당겨졌다고 볼 수 있을까. 오 박사는 최소 5년 이내에 유연 디스플레이 시장이 펼쳐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디스플레이 소자의 구동 반도체로 무정형 실리콘이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고분자 반도체들의 전하이동도가 무정형 실리콘의 전하 이동도를 능가하는 특성을 보이면서 저렴하고 유연한 디스플레이 시대가 임박했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또한 학·산업계에서 활발히 유기전자재료 합성 및 소자 제조를 연구 개발하고 있으며 시제품 또한 국제 전시회에 소개되고 있는 실정인 만큼 빠르면 최소 5년 이내 유연 디스플레이 시대가 펼쳐질 것으로 보입니다. 더불어 앞으로 해당 시장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입니다.”

이번 기술 개발은 우리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전자제품의 소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오 박사는 “대형전자제품을 작은 크기로 소형화하기 위해서는 회로의 집적화가 필요하다. 따라서 고성능의 반도체재료가 요구되며, 고성능의 양극성 반도체재료가 전자회로 응용 및 집적화에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다양한 장점을 가진 기술이지만 연구과정 중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오 박사는 연구 과정 중 실패도 여러 차례 겪었다고 말했다.

“고분자 재료를 합성할 때, 기존에 잘 알려진 2010 노벨화학상을 받는 화학반응인 ‘스즈키(Suzuki) 커플링’을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결국 합성방법을 바꾸어 다른 중합 방법인 ‘스틸레(Stille) 커플링’ 반응으로 고분자 재료를 합성할 수 있었다”며 연구과정을 회고했다. 현재 연구팀은 이번 기술개발과 별개로 ‘실록세인 가용화제가 도입된 물질이 ‘스즈키 커플링’으로 중합이 불가능한 이유’에 대해 추가 연구를 진행중이다. 현재 중합법을 개발했으며 연구방법을 발표하기 위해서 준비중에 있다.

“이번에 개발한 재료는 현재까지 개발된 양극성 유기 반도체 재료 중 세계 최고 성능을 갖는 재료다. 하지만 상용화까지는 더욱 높은 이동도를 갖고 장기적으로 안정한 물질의 개발이 필요합니다. 연구진은 성능이 더욱 향상된 신규 고분자 재료개발을 진행 중이며, 현재까지 진행된 연구 성과를 빠른 시일 내에 발표하려고 준비 중에 있습니다. 연구 결과가 유연 전자시대를 열어가는 데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기술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시장을 한 걸을 앞당긴 양창덕-오준학 박사의 앞으로의 연구를 더욱 기대해 본다.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3.01.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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