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구조 규명 60주년, 제임스 왓슨은?
일러스트가 있는 과학에세이(11)
일러스트가 있는 과학에세이 10여 년간 과학기자 생활을 하면서 필자가 만나본 가장 유명한 과학자는 단연 제임스(짐) 왓슨이다. 1953년 20세기 후반 최대 발견이라는 DNA 이중나선구조를 밝힌 왓슨은 생존하고 있는 가장 유명한 과학자가 아닐까. 당시 동료였던 프랜시스 크릭은 2004년 세상을 떠났다.
필자가 왓슨을 본 건 2010년 봄으로 그와 취재 약속을 한 건 아니고 미국 케임브리지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였다. 머지않은 미래에 개인게놈 시대가 올 것임을 선언하는 자리였는데 주최측에서 개인게놈을 분석해 공개한 10명을 ‘개척자’로 선정해 초대했다. 이 가운데 한 명이 왓슨으로 그는 2008년 자신의 게놈을 공개했다. 필자가 컨퍼런스 취재를 가게 된 건 2009년 한국인으로는 처음 게놈을 해독해 공개한 김성진 차병원종합연구원 원장도 개척자로 초대됐기 때문이다.
첫 세션이 끝나고 커피브레이크 시간이 되자 왓슨과 이야기를 나누려고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김성진 원장도 옛날 미 국립보건원(NIH)에서 일할 때 왓슨과 안면이 있었다며 담소를 나누었다. 잠시 왓슨이 한가해졌을 때 필자는 그가 2007년 펴낸 책 ‘지루한 사람과 어울리지 마라’ 한글판을 펴 보이며 사인을 부탁했다. 이 책은 일종의 자서전으로 1928년 출생에서 콜드스프링하버연구소 소장을 맡기 위해 하버드대를 떠나는 1976년까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당시 필자는 왓슨에게 “1976년 이후를 다룬 다음 책을 낼 생각은 없냐?”고 물어봤는데 “이제 책은 안 쓴다. 남은 삶은 암 연구에만 집중할 것”이라는 대답을 들었다.
점심은 로비에서 주최 측이 제공하는 바게트 샌드위치로 간단히 해결했는데 식사를 마치고 돌아보니 이제 막 사람들에게서 풀려난 왓슨이 스탠딩테이블 옆에 혼자 서서 샌드위치를 먹고 있었다. 바게트가 너무 딱딱할 텐데 하는 걱정이 들면서도 문득 이런 거물을 알아서 점심을 해결하게 방치하다니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오후 내내 계속된 컨퍼런스에서 자리를 지키고 앉아 연사들의 발표를 경청하며 가끔씩 학생처럼 손을 번쩍 들고 질문을 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게 있었다.
필자가 왓슨을 본 건 2010년 봄으로 그와 취재 약속을 한 건 아니고 미국 케임브리지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였다. 머지않은 미래에 개인게놈 시대가 올 것임을 선언하는 자리였는데 주최측에서 개인게놈을 분석해 공개한 10명을 ‘개척자’로 선정해 초대했다. 이 가운데 한 명이 왓슨으로 그는 2008년 자신의 게놈을 공개했다. 필자가 컨퍼런스 취재를 가게 된 건 2009년 한국인으로는 처음 게놈을 해독해 공개한 김성진 차병원종합연구원 원장도 개척자로 초대됐기 때문이다.
첫 세션이 끝나고 커피브레이크 시간이 되자 왓슨과 이야기를 나누려고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김성진 원장도 옛날 미 국립보건원(NIH)에서 일할 때 왓슨과 안면이 있었다며 담소를 나누었다. 잠시 왓슨이 한가해졌을 때 필자는 그가 2007년 펴낸 책 ‘지루한 사람과 어울리지 마라’ 한글판을 펴 보이며 사인을 부탁했다. 이 책은 일종의 자서전으로 1928년 출생에서 콜드스프링하버연구소 소장을 맡기 위해 하버드대를 떠나는 1976년까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당시 필자는 왓슨에게 “1976년 이후를 다룬 다음 책을 낼 생각은 없냐?”고 물어봤는데 “이제 책은 안 쓴다. 남은 삶은 암 연구에만 집중할 것”이라는 대답을 들었다.
점심은 로비에서 주최 측이 제공하는 바게트 샌드위치로 간단히 해결했는데 식사를 마치고 돌아보니 이제 막 사람들에게서 풀려난 왓슨이 스탠딩테이블 옆에 혼자 서서 샌드위치를 먹고 있었다. 바게트가 너무 딱딱할 텐데 하는 걱정이 들면서도 문득 이런 거물을 알아서 점심을 해결하게 방치하다니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오후 내내 계속된 컨퍼런스에서 자리를 지키고 앉아 연사들의 발표를 경청하며 가끔씩 학생처럼 손을 번쩍 들고 질문을 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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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NA이중나선모형 앞의 제임스 왓슨(왼쪽)과 프랜시스 크릭. 올해는 DNA 구조 발견 60주년이 되는 해다. |
학술지에 암 관련 논문 발표
올해는 왓슨과 크릭이 DNA이중나선 구조를 발견한지 60년이 되는 해다. 벌써부터 국내 일부 언론들은 이 사실을 다루고 있지만 정작 왓슨은 다른데 정신이 팔린 듯하다. 3년 전 필자에게 말했던 암 연구가 그것이다. 왓슨은 1월 8일 온라인 학술지 ‘열린생물학’에 9쪽짜리 논문을 발표했는데 제목이 ‘산화제와 항산화제, 현재 치료가 안 되는 전이암’이다. 올해로 85세인 왓슨은 콜드스프링하버연구소 명예의장으로 있는데 정말 열심히 암을 연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논문에 인용한 참고문헌 55개 가운데 3분의 1 가까이가 2012년 나온 논문일정도로 최신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암연구의 현황을 소개하고 앞으로 나갈 길을 제시하고 있다.
“1971년 닉슨 대통령이 ‘암과의 전쟁’을 선포할 당시 대다수의 사람들이 10~20년이면 암을 정복하리라고 예상했지만 나는 여기에 30~40년은 더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논문을 시작한 왓슨은 현재 암치료에 상당히 진전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손쓰기 어려운 암이 많이 존재한다고 이야기 한다. 논문은 이런 암 위주로 최근 연구되고 있는 치료 전략과 새로운 발견을 토대로 한 고찰을 담고 있다. 사실 ‘네이처’나 ‘사이언스’ 같은 일급 학술지를 보면 암 관련 연구가 빠지는 호가 거의 없을 정도인데 그럼에도 이 분야가 너무 복잡하고 세분화돼 읽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왓슨의 논문을 읽고 나서는 암 연구의 현황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왓슨은 최근 연구가 쌓이면서 그동안 암치료와 관련해서 임상적으로 관찰되는 현상들의 배후에 있는 메커니즘이 조각퍼즐 맞춰지듯 하나둘 밝혀지고 있다며 한 예로 소염제인 아스피린을 규칙적으로 복용한 사람들(주로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이 암발생이 적은 이유는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인터류킨6이라는 생체분자의 혈중 농도가 암환자에서 높은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스피린이 인터류킨6의 작용을 억제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논문을 읽다보면 희망이 생기는데 뜻밖에 효과적인 항암제로 작용하는 약물들이 꽤 많기 때문이다. 왓슨은 각 약물의 적용 현황과 함께 그 작용메커니즘을 설명하면서 효과적인 적용 전략도 제시하고 있다. 논문에서 가장 흥미로운 내용은 제목에서 언급했듯이 항산화제와 암과의 관계다. 항산화제가 암을 억제한다는 건 상식인데 굳이 제목에 넣은 건 다 이유가 있었다. 즉 암이 걸리기 전에는 이 말이 맞지만 일단 암이 생겼고 그것도 치료가 잘 안 되는 종류일 경우 항산화제는 오히려 암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
이게 무슨 말인가 하겠지만 왓슨의 설명을 잠시 들어보자. 우리 몸은 세포가 감염 등으로 손상을 입어 회복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 더 나쁜 영향을 주기 전에 자살하게 만드는 ‘세포사멸(apoptosis)’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때 세포사멸 메커니즘을 유도하는 게 활성산소다. 놀랍게도 난치성 암세포에는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효소가 활발하게 작용하고 있다. 활성산소를 높여 암세포가 자살하게 만들려는 인체의 메커니즘(또는 항암제의 작용)에 맞서 암세포를 지키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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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석기 |
따라서 이런 암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 항산화제를 잔뜩 먹었다가는 오히려 암세포를 도와주는 역할을 할 뿐이라는 것. 실제 논문에서는 단독으로 쓸 때는 효과가 좋았던 항암제도 항산화제를 같이 쓸 경우 약효가 사라진 연구결과를 소개하고 있다. 또 혈관생성을 억제하는 엔도스타틴 같은 단백질도 활성산소를 만드는 화학요법과 병행해야만 항암제로 효과를 낸다고 한다. 왓슨은 논문 말미에 전이성 암을 치료하는 데 필요한 타깃을 찾는 데는 1조원이면 충분하다며 막대한 암 연구비를 비효율적으로 쓰지 말고 이 부분에 집중할 것을 당부했다.
‘이중나선’을 읽어봤으면 짐작하겠지만 왓슨은 다소 냉소적인 성격으로 보이는데 논문 말미에 소개한 일화서도 그런 냄새를 풍긴다. DNA구조 규명 당시 경쟁자였던 화학자 라이너스 폴링이 말년에 항산화제인 비타민C에 푹 빠져 항암제로도 최고라고 생각했다는 것. 폴링은 1994년 전립선암으로 사망할 때(93세) 매일 비타민C를 12그램이나 먹었다며 그 결과 암이 더 악화됐을 거라고 추측했다.
이런 왓슨도 소심한 면이 있는데 2008년 자신의 게놈을 공개할 때 APOE4 유전자만은 허락하지 않았다. 물론 자신도 그 정보를 알고 싶어 하지 않았는데 이 유전자는 타입에 따라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가능성에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은 타입으로 밝혀질 경우 치매를 걱정하며 말년을 보내기가 두려웠던 것이다. 85세인 왓슨이 최신 연구결과를 총집결한 이런 명쾌한 논문을 쓰는 걸 보면 괜한 걱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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