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14일 일요일

“그는 프랑스 혁명가를 꿈꿨다”

“그는 프랑스 혁명가를 꿈꿨다”

범죄심리학자들이 분석한 에드워드 스노든

 
 
 
미 국가안보국(NSA) 기밀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 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미국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거나 소원한 나라들과는 정치외교적 마찰을 일으킬 소지로, 그리고 그의 망명지를 놓고 벌어지는 기싸움도 그렇다.
▲ 스노든 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위키피디아
 


그에 대한 평가 역시 극과 극이다. 그의 행동을 놓고 국가기밀을 폭로한 매국행위로 비난하는가 하면, 프라이버시가 침해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알린, 그리고 국민의 알 권리를 제공한 용감한 미국시민으로 칭송하는 사람들도 있다.

미국의 경우, 특히 언론이 그렇다. 국가기밀과 국민의 알 권리를 앞세운 언론의 보도가 충돌했을 때 법은 거의 대부분 언론의 손을 들어주었다. 알 권리가 우선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스노든 사건은 국내에서도 복잡미묘하게 돌아가고 있다.

박애주의자? 자신을 천재로 생각하는 과대망상?
스노든은 전 미 중앙정보부(CIA) 직원이다. 하와이에 있는 미국 정부의 컨설팅 외주업체인 부즈 앨런 해밀턴에서 일하다가 고도로 민감한 정보를 훔쳐내 SNA를 통해 누설했다. 왜 그랬을까? 그의 심리적 동기는 알 수 없다. 스노든 역시 이러한 사실에 대해 구체적으로 털어놓은 바가 없다.

어쨌든 범죄심리분석가들은 스노든이라는 내부고발자의 심리에 주안점을 두고 여러 가지 각도로 분석하고 있다. 분석가들은 미국의 워싱턴포스트지와 영국 가디언지가 인용한 그의 발언과 가디언지가 웹사이트에 올린 12분짜리 동영상을 분석해 몇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레미제라블’의 혁명가를 꿈꾼다
미국의 일간지 데일리 비스트(The Daily Beast)는 범죄와 인간의 행동을 연구하는 케이시 조던(Casey Jordan) 박사의 분석을 인용해 “그는 자신을 영웅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을 양심적인 반대자로 간주한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한 “그는 마치 ‘레미제라블’에 나오는 프랑스 혁명가를 꿈꾼다. 시도하다가 죽으면 그 영웅적 행동으로 인해 영원히 기억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스노든은 미국 정부의 프리즘(PRISM) 프로그램에 관한 정보를 폭로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프림즘은 테러방지를 지원하고 전 세계 사람들의 기본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인터넷 감시를 활용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는 회사로부터 20만 달러나 되는 꽤나 많은 연봉을 받았으며 동거하는 여자친구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스노든은 오바마 행정부 역시 이 프로그램을 개선할 생각은 하지 않고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정책을 그대로 답습하자 환멸을 느꼈다고 말했다.

“세상문제는 자신만 해결할 수가 있다고 판단”
은퇴한 전직 미 연방수사국(FBI) 심리분석가 클린트 밴 잰트(Clint van Zandt)도 스노든의 해명에는 허영심이 내비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 육군 방첩기관요원 출신으로 FBI에서 행동과학부 감독을 지낸 베테랑 범죄심리분석가다.

그는 이렇게 분석했다. “스노든은 자신만이 세계문제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가 있고 세상을 바꿀 수 있으며, 대법원이나 법무부가 아니라 자신만이 무엇이 국가기밀이 되어야 하는지 결정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 자신만이 설명할 수 있는 오만이다.”
▲ 밴 잰트 박사가 모교인 서던 일리노이스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다.  ⓒ서던 일리노이스 대학
밴 잰트는 스노든 같은 사람이 그런 엄청난 일을 하는 데에는 보통 개인적인 이유가 뒤따른다고 말했다. “과거 FBI나 CIA요원들이 소련에 기밀정보를 넘겨준 적이 있다. 때로는 돈 때문에, 때로는 부당한 처우에다 인정도 받지 못했기 때문에 그랬다”

그는 이어 “그런 행동은 ‘내가 얼마나 똑똑한지 잘 봐라’라고 말하려는 나름대로의 자기 표현방식이다. 자아도취 때문일까? 상사들이 자신을 얕잡아 본다고 생각했을까? 처우에 불만을 느꼈을까? 스노든은 이 모든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있지 않아야 할 곳에 있었다”
캐나다의 범죄심리분석가인 짐 밴 앨런(Jim van Allen)은 “그는 있지 않아야 할 곳에 있었다”고 평했다. 다시 말해서 스노든과 같은 성향의 사람은 처음부터 중요한 국가기밀정보에 접근해서는 안되는 자격 미달자라는 말이다.

“그러나 회사는 그를 대규모로 데이터가 수집되는 것을 볼 수 있는 자리에 배치했다. 그는 그것을 보고 정의감이 폭발하면서 불의를 느꼈을는지 모른다. 그는 정부나 국가안보보다 개인의 이상실현에 충실한 사람이다.”

스노든은 홍콩에 있는 근사한 한 호텔에 숨어 있으면서 거의 나가지 않았다. 그리고 누가 엿듣지 못하도록 호텔방 현관문 틈을 베개로 막았으며, 컴퓨터에 암호를 입력할 때는 붉은 후드를 쓰고 컴퓨터도 천으로 가렸다고 말했다. 몰래 설치된 카메라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내부고발자의 전형적인 편집증이 심해”
그는 가디언지 기자에게 “미국 정부는 프라이버시, 인터넷 자유, 세계 모든 사람들의 기본자유를 사람들이 모르게 은밀히 파괴할 수 있는 거대한 정탐시스템을 만드는 중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밴 앨런은 그처럼 편집증이 심한 세계관이 내부고발자의 전형적인 성격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감정이 아주 격한 언어를 사용했다”고 지적하면서 “그는 만약 견제하지 않고 그냥 내버려두면 정부는 사람들의 권리를 더욱 침해해 완전히 독재체제로 변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상당히 극단적인 사고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케이시 조던 박사는 “그런 행동은 CIA 요원 출신으로서는 그렇게 특이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마도 그는 정부가 자신의 모든 점을 속속들이 자세하게 안다는 것에 대해 분개한 것 같다”고 조던 박사는 분석했다.

스노든은 세간의 관심을 사고 싶었을까? “나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해 이런 일을 한 것이 결코 아니다. 나는 언론의 관심을 피하고 싶다. 나에 대한 이야기가 오르내리기 때문이다. 나는 다만 미국 정부가 하고 있는 일을 알리고 싶었을 뿐이다”고 그는 말했다.

이에 대해 밴 앨런은 “그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누구보다도 사람들이 자신을 인정해주길 바는 사람이다. 그는 자신이 이름을 언론을 통해 분명히 알렸으며, 여기에는 이름을 떨치고 싶어하는 그의 성격이 반영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노든은 지난 6월6일 홍콩주재 미국영사관 건물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한 호텔에서 가디언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국가기밀을 폭로하게 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일간 가디언은 진보적인 성격의 언론으로 평가 받고 있는 신문이다.

스노든은 홍콩으로 도피하기 앞서 NSA 상사들에게 간질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핑계를 댔다. 그리고 짐을 꾸리고 나서는 동거하는 여자친구에게 몇 주 동안 출장을 가야 한다는 거짓말을 했다. 모두 인터뷰에서 털어 놓은 내용이다.

김형근 객원기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13.07.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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