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6일 토요일

기후변화에 대한 미·중의 입장 변화

기후변화에 대한 미·중의 입장 변화

전 세계 경제의 ‘태풍의 눈’ 될 수 있어

 
 
사이언스타임즈 라운지   지난달 미국에서 개최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공동성명 내용 중에는 매우 특별한 사안 하나가 포함됐다. 양국이 기후변화 대응에 공동 노력하기로 합의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세계 최대 온실가스 생산국인 두 나라 정상 간의 사실상 첫 합의였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양국은 성명에서 특히 슈퍼 온실가스로 불리는 수소화불화탄소(HFC) 생산 및 소비 감축에 적극 나서기로 했으며, 이에 대해 다른 국가들과도 공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수소화불화탄소는 프레온가스의 대체 물질로 개발돼 냉장고 및 에어컨 냉매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물질이다.
▲ 미·중 정상회담에서의 합의에 따라 국제 온실가스 감축체제에 큰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ScienceTimes
 
이번 합의에 국제적인 이목이 쏠린 까닭은 그동안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양국의 소극적인 자세 때문이었다. 개발도상국이라는 이유로 교토의정서가 정한 의무감축국이 아닌 중국은 기존 선진국들이 지구온난화에 더 많은 책임이 있다며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에 대해 외면해 왔다. 또한 중국은 경제 발전을 위해 공장들의 유해가스 배출을 사실상 묵인해 왔다는 지적도 받았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자국 산업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정한 교토의정서에서 2001년 탈퇴하기까지 하는 등 그동안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등을 돌려왔다. 따라서 양국 정상 간의 이번 합의도 정치적 제스처일 것이라며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시선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정상회담 이후 양국의 행보를 보면 이 같은 의심은 단지 기우에 불과한 듯하다. 독일을 방문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베를린에서의 연설을 통해 미국은 기후변화 위협에 제동을 걸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6월 23일 인도를 방문한 존 케리 미 국무장관도 기후변화 협상에 인도의 적극적인 참여를 촉구하는 발언을 했다.

미국, 발전소에서의 석탄 사용 줄일 계획
또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6월 25일 신규 및 기존 발전소에 대한 탄소오염 기준을 도입하고 석탄 사용을 줄이는 등의 다양한 탄소배출 저감 정책을 담은 ‘기후변화 행동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미국은 석탄 연료로 전력의 약 40%를 생산하고 있는데, 내년 6월까지 발전소의 탄소 배출량을 규정할 수 있는 초안을 만들도록 환경보호청(EPA)에 지시한 것이다.

중국도 미국과의 정상회담 직후인 지난달 18일 광둥성 선전에서 처음으로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을 열었다. 선전 내 600여 개의 제조업체 및 건설업체가 탄소배출권 거래에 참여했는데, 앞으로 3년간 주요 7개 도시에서 이 제도를 시범적으로 실시해 성과를 거두면 2015년 이후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 제도는 사실 2년 전부터 계획했던 사안이지만 미·중 합의 이후 더욱 탄력이 붙은 셈이다.

중국은 2020년까지 2005년 수준보다 탄소배출량을 40%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외신에 의하면 탄소거래제를 통해 2015년까지 중국 전체의 탄소배출량 중 7%를 다루게 된다고 한다. 또한 중국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기후변화와 환경 등 글로벌 상생을 위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나가기로 합의하는 등 기후변화에의 적극 대응 자세를 재차 확인했다.

그럼 미국과 중국은 왜 기후변화에 대한 입장을 이처럼 바꾼 것일까? 오바마 대통령은 이미 지난해의 대선 공약 때부터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표명한 롬니 공화당 후보와 달리 세계 기후변화를 주요 이슈로 선언했다. 그 후 지난 2월의 임기 첫 국정연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기후변화 대응 전략을 최우선 과제로 꼽으며 집권 2기의 주요 국정과제로 추진할 것임을 재차 다짐했다.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미 의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오바마가 이처럼 기후변화에 집착하는 이유에 대해 일각에서는 연임에 성공한 대통령이 역사에 남길 업적 관리 때문일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후학자들이 그동안 경고해왔던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이변 피해 사례가 최근 미국에서도 빈발하게 발생함에 따라 미국도 더 이상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 중서부 곡창지대가 홍수와 가뭄 피해를 번갈아 입고 있으며 해마다 더욱 강력해진 허리케인으로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것. 최근엔 애리조나 주에서 40℃를 넘는 살인적인 더위가 연일 계속된 가운데 산불이 발생해 소방관 19명이 사망하는 최악의 사건까지 터졌다.

또한 기후변화의 원인이 산업화 때문이라는 이론이 최근 정설로 굳어진 것도 영향이 크다. 예전엔 이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많았으나, 최근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의하면 오직 3%만 반대 의견일 뿐 대다수가 이에 동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청정에너지 분야에 651억 달러 투자
한편, 중국의 경우 신재생에너지 이용 및 투자에서 놀라울 정도의 과감한 투자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중국은 청정에너지 분야에 651억 달러를 투자했는데, 이는 2011년 G20 국가들의 총 투자금액의 약 30%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또 중국은 태양광 및 풍력 발전설비 용량을 대폭 늘려가고 있는 대신 전력 수요량 증가를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등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율을 빠르게 감소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호주의 기후위원회에서는 기후변화 분야에서 중국이 미국과 함께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미국과 중국의 이런 변화는 경제발전 패러다임의 변화를 야기할 수 있는 태풍의 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세계 2대 탄소 배출국이면서 선진국을 대표하는 미국과 개도국을 대표하는 중국의 동참으로 다른 국가들도 더 이상 불참의 여지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국제 온실가스 감축체제와 환경산업 시장에 큰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변화의 바람이 우리나라에 미칠 여파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뒤섞여 있는 상황이다. 긍정적인 의견은 송도에 유치한 녹색기후기금(GCF)을 활용해 국제적인 기후변화 대응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으며,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이 정부가 추진하는 창조경제의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국제적인 규제 폭풍이 갑자기 몰아칠 경우 산업계 전반에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신중한 의견도 있다.

그동안 기후변화라고 하면 일부 환경단체의 토론 주제나 진부한 논쟁거리 정도로 치부되어 온 면이 있다. 그러나 이제 기후변화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일상 속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즉, 모든 국민이 관심을 가져야 할 범국민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 2noel@paran.com

저작권자 2013.07.05 ⓒ ScienceTimes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