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13일 토요일

므두셀라와 세계 최고령 동물

므두셀라와 세계 최고령 동물

과학이 밝혀내는 동물들의 나이 감정법

 
 
 
사이언스타임즈 라운지   문헌상으로 이제껏 가장 장수한 사람은 구약성서 창세기에 나오는 므두셀라이다. 969년을 산 것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그는 늙어서 죽은 게 아니다. 므두셀라는 노아의 할아버지로서 노아의 대홍수 때문에 죽었다. 노아의 대홍수는 노아가 600세 되던 해 일어났는데, 노아도 950세를 산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그때의 나이는 현재 우리의 연수와는 다를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현재 세계 기네스북에 올라 있는 최장수 기록은 122년 164일을 산 프랑스의 잔 칼망 할머니다. 그런데 잔 칼망 할머니보다 더 오래 살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전 세계적으로 많다. 하지만 호적이 없거나 출생 연대가 확실치 않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뉴질랜드의 카우리 소나무는 높이 50미터에 폭 4미터까지 자라는 거목으로 수명이 2천년이나 된다. 나무의 나이는 나이테가 있으므로 거짓 하나 없이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나이테 속에는 나이뿐 아니라 당시의 미세한 기상현상까지 기록되므로 이를 분석해 기후나 산불, 토양침식, 가뭄 등 과거의 환경정보를 알아내기도 한다. 카우리 소나무의 경우 약 13만년 전의 것도 원목 상태로 종종 발견되므로 고기후 분석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 상어의 등뼈를 세로로 잘라보면 나이테와 비슷한 연륜이 있는데 그걸로 나이를 짐작할 수 있다.  ⓒmorgueFile free photo

그럼 호적도 없고 나이테도 없는 동물의 경우 나이를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 몇 년 전 알래스카 인근 베링해에서 몸길이 1.1미터에 무게 27킬로그램의 거대한 볼락이 잡힌 적이 있다. 알래스카 수산업 과학센터의 과학자들은 그 볼락의 나이를 90살에서 115살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들이 볼락의 나이를 알아낸 비결은 바로 물고기의 귀 속에 있는 돌인 이석(耳石) 덕분이었다.

몸의 평형과 청각에 관여하며 탄산칼슘이 주성분인 이석의 형태를 분석하면 물고기의 나이를 알 수 있다. 긴수염고래의 경우 이석 지름이 5센티미터, 길이가 20센티미터에 이를 정도를 큰데, 세로로 절단하면 나무의 나이테처럼 밝고 어두운 층이 교대로 나타난다. 먹이가 많을 때는 지방이 축적되며 색이 밝아지지만, 겨울처럼 먹잇감이 귀할 때는 어두운 색을 띠는 것.

이석에 레이저를 주사해 발생하는 가스를 분석하면 그 물고기가 어떤 환경에서 성장했으며 산란장 및 생태학적 특징까지 밝힐 수 있다.

물고기의 비늘에도 여름과 겨울의 성장 차이로 인한 나이테가 기록된다. 따라서 연어나 붕어, 도미, 잉어 등의 물고기는 비늘을 통해 몇 살인지 알아내는 것이 가능하다.

비늘이 없는 상어는 연골어류이므로 이석마저 없다. 그러나 상어의 나이도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상어는 나이를 뼛속에다 새겨놓기 때문이다. 상어의 등뼈를 세로로 잘라보면 나이테와 비슷한 연륜이 있는데 그걸로 나이를 짐작할 수 있다.

동물은 이빨 마모도 등으로 나이 추정
대합조개 같은 대형 조개류의 경우 껍질의 무늬를 보고 나이를 추정할 수 있다. 수년 전 대서양에서 산 채로 잡힌 한 대합조개는 나이가 405~410살로 추정돼 ‘살아 있는 세계 최고령 동물’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당시 연구팀의 밝힌 그 대합조개의 추정 출생연도는 1602년이었다.

육지에 사는 동물들의 나이는 털 색깔이나 이빨의 마모 정도, 뿔 길이, 뼈 등의 다양한 방법을 통해 추정이 가능하다. 이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은 이빨의 마모도를 보는 것이다. 말의 경우 영구치가 4~5세 때 완성되는데, 그 모양이 타원형이면 6~8세, 원형이면 9~13세, 삼각형이면 14~16세로 추정한다. 수명이 거의 다한 말은 이빨이 듬성듬성한 긴 네모꼴로 변한다.

소나 원숭이 등도 치아의 마모도 및 표면 무늬, 착색 상태, 치근의 노출 정도, 절치 사이의 간격 등을 통해 나이를 추정할 수 있다.

어깨 높이를 통해 나이를 추정할 수 있는 대표적인 동물은 아프리카 코끼리이다. 수컷 코끼리의 경우 죽을 때(평균 수명 35년)까지 지속적으로 어깨 높이가 높아지므로 이를 측정하면 나이를 대략 알 수 있다. 그러나 암컷 코끼리는 25세 때까지만 어깨 높이가 성장하므로 그 이후에는 나이 추정이 쉽지 않다.

높은 산의 절벽 같은 험준한 곳에 서식하는 산양은 뿔을 보고 나이를 추정할 수 있다. 산양은 암수 모두 뿔이 달려 있는데, 나이가 많을수록 뿔이 길고 크다. 여름과 겨울의 뿔 성장 속도가 다르므로 뿔 아래에는 나무의 나이테처럼 나이를 나타내는 테가 새겨진다.

멸종한 공룡의 나이를 알 수 있는 방법
과학자들은 공룡이 75살에서 최대 300살까지 살았을 것으로 추정한다. 어떻게 멸종한 공룡의 나이를 알아낼 수 있었을까. 파충류나 양서류 같은 변온동물의 경우 상어처럼 뼈를 통해 나이를 알 수 있다. 춥거나 건조한 시기에는 성장이 느려져 뼈에 나무처럼 나이테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를 성장지연선(LAG: line of arrested growth)이라 하는데, 추위나 먹이 부족 같은 열악한 외부 환경에 대응해 몸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려 신진대사를 늦출 때 골밀도의 변화로 뼈에 형성된다. 저위도대에 살아 동면할 필요가 없었던 공룡들도 뼈에서 성장지연선이 발견돼 왔다.

공룡이 변온동물인지 항온동물인지는 지금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사항인데, 공룡이 변온동물이라고 주장하는 과학자들이 내세우는 유력한 증거가 바로 이 ‘뼈 나이테’이다.
그런데 지난해 6월 스페인 연구팀은 적도에서부터 극지방까지 지구 전역에서 41종의 포유류 동물들의 뼈에서도 강우량과 기온 주기에 따라 성장지연선이 생겼다는 연구결과를 네이처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그동안 포유류에는 없는 줄 알았던 뼈 나이테가 포유류에서도 발견됨에 따라 공룡이 변온동물이었다는 결정적인 증거 하나가 사라져버린 셈이다. 항온동물설을 지지하는 과학자들은 공룡들의 뼈조직이 포유류 반추동물들의 것과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닮았다며 포유류에서의 뼈 나이테 발견을 반기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농촌진흥청에서는 치아 검사를 통해 사슴의 나이를 감정할 수 있는 나이 감정표를 완성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의 나이 감정표는 사슴 치아의 교체시기를 이용해 3세까지만 나이 감정이 가능한 데 비해 이 감정표는 좌측 아래턱 치아를 활용해 1~3.5세, 4.5~7.5세, 8.5세 이상의 3단계로 감정할 수 있다.

3.5세까지는 작은 어금니의 교체시기로 나이 감정을 하고, 4.5~7.5세까지는 큰 어금니 마모도로 나이를 감정하며, 8.5세 이상은 전체적으로 치아의 마모도가 심해 감정이 어렵다고 한다.

이처럼 과학이 밝혀낸 동물들의 나이 중 과연 므두셀라보다 장수한 동물이 발견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 2noel@paran.com

저작권자 2013.07.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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