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4일 목요일

“태양전지 고민하다보니 좋은 결과 얻었죠”

“태양전지 고민하다보니 좋은 결과 얻었죠”

[인터뷰] 고민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광전하이브리드연구센터 박사

 
 
 
“태양전지에 대해 늘 생각하고 고민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지금의 태양전지가 갖고 있는 문제점에 눈을 돌리게 됐습니다. 제 전공이 고분자재료인데 잘 알고 있는 이 분야에서 어떻게 응용을 잘 하면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을까 생각했던 거죠. 그러던 차에 학창시절 레올로지 (고분자 유체역학) 과목에서 배웠던 틱소트로피 개념을 응용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곧바로 연구에 들어갔어요. 그러다보니 정말로 좋은 결과를 얻게 됐네요. 사실 이것은 모두 KIST의 좋은 연구환경과 동료 박사님들, 그리고 우리 학생 연구원들 덕분이죠.”

그동안 태양전지와 관련해 다양한 연구성과를 이끌어온 고민재 KIST 광전하이브리드연구센터 박사 연구팀이 이번에도 새로운 기술로 국민들을 만났다. ‘투명하면서도 휘어지는 염료감응 태양전지’, ‘저온공정 플라스틱 태양전지’ 등의 연구를 진행한 고민재 박사팀은 물을 용매로 사용하는 염료감응 태양전지 기술을 개발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고 박사팀의 이번 연구는 차세대 태양전지로 각광받는 염료감응 태양전지에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친환경성 고분자 전해질을 개발한 것으로, 일각에서는 이를 통해 염료감응 태양전지의 산업화를 앞당겼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액체·고체 전해질 장점 모두 가져

▲ 고민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광전하이브리드연구센터 박사  ⓒ고민재
 

염료감응 태양전지는 값싼 유기염료와 나노기술을 이용해 높은 에너지 효율을 가질 수 있도록 개발된 것으로, 식물의 광합성 원리를 이용한 차세대 태양전지다. 제조 공정 역시 단순해 기존의 실리콘 태양전지보다 훨씬 경제적이며, 재료비도 20~30%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다양한 장점이 거론되는 물질인 셈이다.

이러한 이유 외에도 태양광량의 영향을 적게 받고, 다양한 색상과 패턴구현이 가능한 염료감응 태양전지는 심미적 특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이유로 더욱 매력적인 에너지로 각광받는다.

하지만 100% 사람의 욕구에 들어맞는 물질이 드물 듯, 이것 역시 가장 취약한 한계점이 존재했다. 전해질로 쓰이는 액체가 휘발성이 강해 수명이 짧다는 점이다. 때문에 휘발성이 강한 액체전해질의 단점을 극복해 태양전지의 내구성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가 많은 연구자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전개됐으며, 그중에서도 고분자를 젤 형태로 만드는 방법은 가장 활발한 논의 대상이었다.

액체의 휘발성을 보완하기 위해 젤 형태의 전해질을 연구했지만 기존의 고분자 젤 전해질은 점도가 높아 나노미터의 미세기공으로 이뤄진 광전극으로의 침투가 어렵다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때문에 결국 태양전지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었고, 이는 자연스레 높은 효율을 달성하는 것에 어려움을 갖고 왔다.

이런 가운데 고민재 KIST 박사팀은 틱소트로피를 가지면서도 물을 주된 용매로 사용하는 잔탄검(Xantham gum) 기반의 고분자를 개발했다. 틱소트로피란 물질의 점도가 시간에 따라 변하는 특성의 일종으로 외부 힘이 가해지면 점도가 감소하고 힘이 제거되면 점도가 올라간다.

“이번에 개발한 고분자 전해질은 구성요소가 물과 식품에 첨가되는 잔탄검 등을 이용했습니다. 식품에 첨가되는 물질인만큼 연구에 사용된 재료는 모두 인체에 미치는 독성이 적고 친환경적인 물질로 이뤄져 있어요. 때문에 위험성이 굉장히 낮고, 해가 적다고 볼 수 있죠. 또한 기존 전해질과 대비해 성능은 동등하면서도 공정과정이 쉽고 들어가는 비용이 저렴해 많은 장점을 갖고 있는 셈이죠.

또한 고분자 젤 전해질의 유체역학적 성질을 이용했어요. 즉, 태양전지 안으로 주입하기 전에는 외부에서 흔들거나 압력을 가해도 점도를 줄여 광전극의 나노기공으로의 침투가 용이하고, 일단 한 번 침투되면 자연스럽게 외력이 제거되기 때문에 전해질 점도가 상승해서 형태 안전성을 유지합니다. 때문에 높은 점도로 인해 발생하는 기존의 고분자 전해질의 나노기공으로의 침투문제를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었죠.”

실제로 연구팀은 잔탄검 고분자 젤 전해질을 사용한 염료감응 태양전지가 액체 전해질을 사용한 태양전지에 비해 효율은 거의 동일하다는 것을 확인했으며, 몇 주 후에도 효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음을 거듭 확인할 수 있었다.

“태양전지는 높은 성능과 내구성이 모두 확보돼야 해요. 여기에 더해 쉽고 저렴하게 제작할 수 있어야 하죠. 이런 인자들에 모두 영향을 미치는 소재가 바로 전해질입니다. 우리팀은 앞서 언급한 새로운 개념을 도입해 성능과 경제력, 등 필요한 조건을 만족하는 전해질을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이뿐만이 아니다. 태양전지가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으로 인식되는 만큼 염료감응 태양전지 역시 소재의 친환경성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있는데, 기존 염료감응 태양전지의 전해질 소재는 대부분 유기용매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를 친환경적이고 무독성 용매로 대체하는 연구가 시급한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고민재 박사팀은 고분자 전해질의 침투성 문제와 전해질 용매의 친환경성, 그리고 독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개념의 고분자 젤 전해질을 개발했다.

차별화 연구로 산업화 앞당기고 싶어
▲ 외력의 변화에 따른 잔탄검 젤 전해질의 점도 변화  ⓒ한국연구재단

현재 주로 사용되는 태양전지용 전해질은 물질의 상태에 따라 크게 두 종류로 분류된다. 앞서도 언급한 대로 액체 전해질과 젤 전해질이 그것이다. 젤 전해질은 주로 고분자를 유기용매에 녹여 만드는 것이며 성능과 공정용이성은 액체 전해질이 더 우수하고 안전성은 젤 전해질이 더욱 높다.

“두 방법은 서로 상보 관계에서 장단점을 갖고 있어요. 이번에 개발된 물질은 액체와 고분자 젤 전해질의 장점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신개념 고분자 젤 전해질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액체 전해질은 점도가 낮아서 전해질 내 산화·환원 물질의 전달에 유리하지만 외부 온도가 상승하면 전해질의 휘발로 인한 누액 등의 문제가 있죠. 젤 전해질은 상대적으로 점도가 높아 그런 염려가 덜해요. 반면, 효율이 좀 낮다는 단점이 있죠. 때문에 태양전지 내 10~20 nm 크기의 아주 작은 기공에는 침투가 어렵습니다. 우리 연구팀은 이러한 단점을 잔탄검 고분자의 특수한 유체역학적 성질을 이용해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아도, 액체보다 젤 전해질은 점도가 높은 만큼 물질의 전달 성능이 낮을 수밖에 없다. 전해질은 이온을 한쪽 전극에서 다른 쪽 전극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러한 이온 전달 역할의 성능을 좌우하는 것은 전해질 내의 점도인 것이다.

“아무래도 젤 전해질 내 물질전달은 점도가 높아서 액체 전해질보다 전달력이 느릴 수밖에 없어요. 또한 성능 외에도 전해질이 태양전지 내 고루고루 잘 채워져 있어야 하는데 광전극이 나노구조로 되어 있어서 미세한 기공까지 점도가 높은 젤 전해질이 고루 침투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성능의 저하가 생깁니다.”

하지만 고 박사팀은 이를 해결했고, 현재 연구결과는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상태다. 기존의 난제를 해결한 연구인만큼 과정 가운데에는 어려운 점도 다수 존재했다. “전해질에는 여러 가지 첨가제가 들어가는데 물을 주된 용매로 사용하다보니 첨가제가 물에 잘 용해되지 않고 염료탈착이 심하게 일어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 경우 효율이 급격하게 떨어지게 돼서 문제가 발생하죠. 때문에 연구 과정 가운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첨가제 조성의 최적화와 소수성 염료를 사용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어요.”

고 박사는 이번 연구에 대해, 기존 액체전해질과 고체전해질의 장점을 모두 융합한 사례로 의의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뿐만 아니라 저독성, 친환경, 저가화 등 다양한 장점을 수용한 신개념 젤 전해질인 만큼 태양전지에 확대 적용해 세계시장에서 산업화 성과를 이끌어낼 계기가 될 수 있는 것도 이번 연구가 갖고 있는 장점 중 하나다.

“연구와 관련된 기술은 이미 국내외 특허출원이 완료된 상태에요. 현재 개발 중인 태양전지 모듈에 적용돼 세계시장에서 산업화 성과를 이끌어낼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해당 연구를 더욱 심화해 염료감응 태양전지의 산업화를 이끌고 싶습니다. 사실 전 세계적인 불황으로 인해 태양전지를 둘러싼 시장 환경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차세대 태양전지 분야에서는 더욱 높은 관심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중에서도 염료감응 태양전지는 아직 산업화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다른 태양전지에 비해 차별화된 특성이 있는 만큼 매우 유망한 분야가 될 것입니다. 앞으로 출연연 소속 과학자로서, 당면 문제를 해결해 산업화를 앞당기는 데 기여하겠습니다.”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3.07.0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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