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17일 수요일

고분자 나노선으로 트랜지스터 개발

고분자 나노선으로 트랜지스터 개발

[인터뷰] 최동훈 고려대 화학과 교수

 
 
 
결정성이 우수한 반도체 고분자는 기존의 무기 트랜지스터를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어 주목을 받는다. 무엇보다 ‘스핀-코팅’과 ‘잉크젯’ ‘롤-프린팅’ 같은 용액공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비용은 저렴하게 유지하면서도 대면적에 적용이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다. 또한 플렉시블 디바이스를 적용할 수 있다.

반도체 고분자 중 주쇄(主鎖) 구조가 ‘전자주게-전자받게’ 로 된 공중합체는 분자 간 회합특성이 강하기 때문에 결정성이 우수하고 분자 간 거리도 좁혀져 트랜지스터에서 우수한 전하이동도를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증거는 간접적인 것으로, 고분자 자체의 근본적인 이동특성 및 분자구조와 전기적 특성을 규명하기에는 다소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저분자 반도체는 어떨까. 해당 재료는 단결정을 만드는 데 용이하고, 전하이동 특성을 쉽게 규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다양한 고분자 사슬길이와 그들의 불규칙한 분자배열이 아주 작은 크기의 고분자 단결정을 만드는 데 큰 방해인자로 작용한다.

반도체 고분자 재료의 원초적인 전하이동 특성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단결정 형태의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으며, 나아가 나노 디바이스 적용을 위해서는 결정성을 갖는 나노선(nanowire) 제작공정 개발이 필요하다.
▲ 최동훈 교수(우)가 학생들과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최동훈
 

전하 이동도 10배 증가
최근 학계에서는 전자친화도가 높아 전자를 끌어당기는 역할을 하는 DPP(diketopyrrolopyrrole) 물질 계열의 반도체 고분자를 이용해 나노선 결정을 제작하는 시도가 관심을 받고 있다. DPP 계열의 반도체가 결정성과 전하이동도가 우수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반도체 고분자로 된 나노선 단결정 한 가닥을 만들고, 이를 적용한 유기 트랜지스터를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최동훈 고려대 교수팀이 트랜지스터 동작성능과 직결되는 전하이동도를 크게 높인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해당 연구는 그 성과를 인정받아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고성능 반도체 고분자를 합성하고, 해당 반도체 고분자를 이용해 100나노미터 이하의 나노선 결정 한 가닥을 제조한 것입니다. 이를 전계효과 트랜지스터에 적용시켜 동일한 고분자 필름을 이용한 트랜지스터보다 전하 이동도가 약 10배 가까이 증가된 한 가닥 단결정 나노선 트랜지스터를 개발했죠. 결함이나 불순물이 존재하지 않고 같은 방향으로 고분자 사슬이 배열돼 있어 단결정 나노선을 이루기 때문에 전하 이동시 방해 인자를 최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기존에 널리 사용되던 실리콘 대신 고분자를 이용했다. 이러한 방법은 용액공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저온으로 대면적의 트랜지스터를 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반도체 고분자 재료는 유기합성을 고분자 합성을 통해 특성을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소재를 만들 수 있어요. 용액공정을 이용해 가벼우면서도 대면적 작업이 가능하게 되죠. 실리콘 재료는 그 원료가 모래와 같은 돌덩어리에서 비롯된 만큼 아무래도 유연한 소자를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거든요. 특히 반도체 고분자 재료를 이용할 경우 한 가닥의 나노선 결정을 만들 수 있어 고분자 고유의 전기적 특성을 연구해 나노크기의 전자 및 광전자 디바이스 적용이 가능합니다.”

고분자를 이용한 기술은 다양한 장점을 갖고 있지만 긴 사슬 형태로 이뤄진 만큼 원자단위로 된 실리콘과 달리 배열이 불규칙해 이를 같은 방향으로 배열시키는 게 관건이었다. 또한 트랜지스터 성능을 높이기 위해 고분자를 결정 방향이 일정한, 단결정 형태로 만드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였다.

이에 연구팀은 DPP를 함유하는 반도체 고분자의 용액 내 자기조립현상을 이용, 나노선 단결정을 제조하고 한 가닥의 나노선 위에 금으로 전극을 만들어 고분자 나노선 트랜지스터를 구현했다.

DPP 계열의 고분자로 나노선 단결정을 만들고, 전계효과 트랜지스터를 제작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기존의 고분자 나노선 단결정 트랜지스터는 극히 드물고 그조차 성능이 현저히 낮았기에 이번 연구는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반도체 고분자 재료는 원자 단위로 이뤄진 실리콘 반도체 재료와 달리 방향족 분자들을 연결시켜 아주 긴 사슬을 만듭니다. 이처럼 긴 고분자 사슬을 같은 방향으로 배열시켜 단결정 상의 나노선을 제조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죠.

하지만 공액형 반도체 고분자는 구조가 평평하기 때문에 사슬 간 상호작용으로 서로 적층돼 나노구조체를 제조할 수 있는 자기조립 현상이 매우 우수합니다. 이와 같은 자기조립 현상을 용액공정으로 유도해 고분자 사슬을 구성하는 분자들의 위치와 규칙성, 배향 규칙성을 갖는 구조체를 제조하는 게 이번 연구의 주안점이었죠.”

연구 결과 최동훈 교수팀의 성과는 실제 트랜지스터에 적용했을 때 같은 고분자를 이용하더라도 나노선 형태의 소자가 필름형태의 박막 트랜지스터 소자보다 전하이동도가 약 10 배 이상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결함이나 불순물이 없고 고분자 사슬이 같은 방향으로 배열된 단결정으로, 전하이동시 장애요인을 최소화했기 때문에 이 같은 결과가 가능했다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더불어 기존 필름형태의 경우 전하이동도를 높이기 위해 열처리를 하는 등 여러 과정을 거쳐야 했지만, 나노선의 경우 이미 완전한 결정체로 생성되기에 별도 열처리 공정이 필요 없다는 것 역시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

어려움 극복… 학생들과 이룬 소중한 결과
▲ 투과전자현미경으로 측정한 고분자 나노선 결정(A)과 나노선 내부의 고분자 사슬 배열모식도 (D)  ⓒ한국연구재단

사실 기존 반도체 연구에서 전하이동도를 높이기 위한 연구는 다양한 형태로 시도돼 왔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에도 최 교수의 연구는 남다른 성과로 주목을 받는 상태다.

“기존 반도체 소재연구는 유기저분자와 고분자로 나눌 수 있어요. 그중에서도 유기저분자 재료는 박막제조가 거의 불가능해 박막 트랜지스터를 제조하는 데 많은 단점을 갖고 있죠.
용액공정으로 유기 반도체 고분자를 이용한 박막형 트랜지스터의 경우 분자배열의 불규칙성 등으로 소재의 선천적인 최고 성능을 관찰하는 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단결정 나노선을 이용할 경우 특정 반도체 고분자를 나타낼 수 있는 연구를 할 수 있죠. 아마도 이러한 점 때문에 연구가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것 같습니다.”

앞서도 언급했듯, 박막형 트랜지스터의 경우 박막 도포공정이 다양해 대량으로 소자를 제작할 수 있지만, 나노선을 제조하는 방법 자체가 매우 어려워 다량의 나노선을 제작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최동훈 교수는 기존의 이러한 한계를 끝없는 연구로 가능한 방법들을 찾아냈다.

“흠 없고 불순물이 존재하지 않는 나노선을 제조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입니다. 이번 연구도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었어요. 하지만 우리 연구원들과 학생들이 많은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조건을 최적화한 결과 지금의 성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용액상에서 나노선을 제조하는 것은 온도와 습도 등 환경적 요인에 많이 좌우되기 때문에, 그러한 점도 연구를 수행할 때 어려웠던 점이었어요. 나노선을 제조한 후에도 소자에 적용해 소자성능을 관찰하는 과정에서 오랜 시간 수백 번의 실험을 반복했고요.”

이번 연구는 합성된 반도체 고분자로부터 한 가닥의 나노선 결정을 용이하게 만든 것과, 해당 나노선 결정의 구조를 분석할 수 있는 방법, 그리고 나노선 결정에 전극을 연결해 전자소자의 특성을 평가할 수 있는 기술을 가능케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현재 발표되고 있는 우수한 반도체 고분자를 이용해 나노선 결정을 만들 경우, 지금까지 접하지 못한 매우 높은 전하 이동도를 구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소자의 직접기술과 접목하면 미래의 전자 및 광전자 나노 디바이스 구현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또한 나노트랜지스터와 나노태양전지, 나노센서와 나노 메모리 소자 등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최동훈 교수는 앞으로 이번 연구결과에서 더 나아가 새로운 고분자 나노선을 이용한 전자 및 광전자 소자 연구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 교수는 “앞으로 한 단계 더 깊이 있는 결과가 발표될 수 있도록 연구를 진행할 것입니다. 나아가 국내에 가장 큰 ‘유기반도체 소재 라이브러리’를 구축해 관련 연구자들에게 필요한 소재를 공급하고 정보를 공유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3.07.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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