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11일 목요일

“구조물이 바닥에 떠 있으니 더 정확하죠”

“구조물이 바닥에 떠 있으니 더 정확하죠”

[인터뷰] 최대근 기계연 박사

 
 
“기존의 측정분야 연구자들이 박막물성을 측정하기 위해 복잡한 반도체 공정을 사용해서 자유지지 멤브레인을 제작하더군요. 정말 고생이 많았죠. 기존의 공정은 식각과 에칭 공정 등이 포함된 매우 복잡한 과정이에요. 그 과정을 접하면서, 좀 더 쉽고 저렴한 공정을 만들 수 없을까 고민했죠. 그 의문이 이번 연구로 연결이 된 셈이고요.”

전사 방식을 통해 나노구조물을 자유지지 형태로 제작하는 기술이 국내 최초로 개발됐다. 최대근 한국기계연구원 나노공정연구실 박사팀이 ‘나노·마이크로 복합구조 공정 및 응용기술’을 통해 전사공정을 이용해 나노선(nanowire) 및 나노다공성막을 자유지지 형태로 제작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 최대근 기계연 나노공정연구실 박사  ⓒ기계연
 

기존 구조물의 한계를 극복하다
자유지지 형태란 구조물이 바닥에서 떨어져 공중에 떠 있는 형태를 일컫는 것으로, 아직 이러한 자유지지 박막 제조에 대한 국내외 연구는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자유지지 형태의 박막 제조에 대한 연구가 시급한 이유는 기존 기술의 한계가 지속적으로 제기된 데 있다. 일반 평면에 기능성 나노 물질을 직접 전사하는 기존의 기술은 저온 공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디스플레이와 나노발전기, 유기 트랜지스터와 센서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돼 왔다. 그러나 소재가 평면 위의 기판과 접촉하고 있기 때문에 기판과 측정대상 물질의 상호교란을 완벽히 차단하기가 어려웠다.

“이 연구는 우리가 원하는 나노소재 혹은 나노구조물을 우리가 원하는 기판에 직접적으로 제작하기가 힘들 경우에 어떻게 해야 하는가의 물음에서 출발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바닥이 평평하지 않고 울퉁불퉁하거나, 혹은 곡면이거나 바닥이 패어 있는 경우, 그리고 바닥과 기둥 등에 요철이 있을 경우가 원하지 않는 기판이라고 할 수 있겠죠.

바닥이 이럴 때는 우리가 원하는 액체 소재를 일반적인 코팅법을 이용해 균일한 두께와 모양의 구조물을 제작하지만 그게 생각만큼 쉽지가 않아요. 그렇다면 과연 이런 경우에 연구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바닥상태가 양호하지 않을 때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코팅법에는 빠른 속도의 원심력을 이용해 균일하게 코팅하는 ‘스핀코팅’과 막대기로 균일한 속도로 밀어 코팅하는 ‘바코팅’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에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균일하게 코팅이 잘 되지 않는 것이다. 때문에 작업이 어려운 울퉁불퉁한 면에 직접적으로 코팅을 하기보다 바닥이 완전 평면이거나 혹은 작업이 용이한 범위 내의 평탄도를 갖는 바닥면을 이용해 먼저 나노구조물을 제작, 그 후에 전사기술을 이용해 바닥면 요철의 문제점을 해결한다.

“또 다른 전사기술도 있어요. 나노 구조물이 우리가 원하는 특성을 얻기 위해서는 고온에서 제작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노와이어, 탄소나노튜브, 그래핀 등의 물질이 그것이죠. 이런 물질들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이 고온에서 제작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물질을 플라스틱 기판에 제조하죠.

그런데 플라스틱 기판은 고온에서 견딜 수가 없기 때문에 직접 제작하는 것은 불가능해요. 이럴 때도 먼저 고온에서 견딜 수 있는 강한 소재에 먼저 제작한 후에 플라스틱으로 전사해 주면 문제가 쉽게 해결됩니다. 이런 접근 방식은 이미 유연소자 연구 분야에서는 일반화될 정도로 많이 사용되고 있기도 하죠.”

이러한 가운데 최 박사팀은 자유지지 구조물을 개발했다. 이 연구결과는 기존 구조물에 비해 박막의 기계적·전자기적 물성 측정이 용이해지므로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바닥에 붙어 있는 나노 박막의 경우 두께가 너무 얇기 때문에 기계적 물성 측정을 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물리적으로 누르거나 힘을 가하면 그 힘이 바닥면까지 전달되고, 바닥 물성까지 포함된 값이 측정되기 때문에 나노 박막 구조물만의 물성 측정이 힘들었던 것이죠.

전기적 특성도 마찬가지예요. 바닥에 붙어 있으면 누설 전류 때문에 실제 저항이나 전도도의 정확한 값을 측정하는 게 용이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절연이 중요한데, 바닥에 닿지 않고 떠 있는 구조, 즉 자유지지 구조는 가장 좋은 절연 상태라 볼 수 있죠.”

최 박사팀의 연구는 어떠한 교란도 없이 나노 박막 신소재의 전기적·기계적 물성을 측정하는 기초 학문 분야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또한 자유지지 구조는 환경·가스센서로 활용할 경우, 기존 소자에 비해 바닥면도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표면적이 높아져 민감도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외에도 자유지지 형태의 구조적 특정으로 인해 미세 진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특정 주파수에서 진동하는 음악기기처럼 공진기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요.”

최 박사팀은 먼저 지지대 역할의 기둥을 제작한 후, 유연한 기판 위에 나노구조물을 코팅하고 적정 온도와 가압 조건에서 지지대 기둥에 나노구조물을 위에서 붙이는 방식의 전사공정을 시도했다. 이를 통해 100나노미터 이하의 박막 구조물을 자유지지 형태로 구현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 자유지지 형태 나노구조물  ⓒ기계연

4인치 이상 대면적 전사 가능해
최 박사팀이 개발한 박막구조물은 대면적 전사기술로 자유지지 형태의 나노구조물을 제작한 것에 의의가 있다. 기존에도 전사기술이 있었지만 대부분 고온 소재의 플라스틱 기판 적용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사용하는 기판이 평면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기판에 요철이 있는 경우의 전사하는 기술에 대해서는 연구가 초기 단계인데, 이번 개발은 이러한 분야에 적용하고자 한 것입니다. 일례로 이번 연구에서는 다리의 기둥처럼 양 끝에 지지구조가 있고 중간에는 붕 떠 있는 상태를 성공시켰죠.”

최 박사팀의 이번 연구는 기존 자유지지 구조 제작법과는 다른 점을 많이갖고 있다. 기존의 방법은 구조물을 하나하나 지도를 그리듯 직접 제작하는 ‘전자빔’ 형태와 ‘이온빔’ 등의 기술을 사용했지만 이것은 시간이 오래 걸릴 뿐 아니라 대량생산과 비용 등에 문제가 많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에는 전기장 등 외부장을 이용해 제작하는 방법이 이용 되고 있지만 정렬 위치와 숫자 정확도 등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이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처럼 미리 패턴화된 구조물에서 제작된 구조물의 전사기술을 활용하면 대면적 및 정렬 정확도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게 되죠.”

기존 전사 기술이 주로 평면에서 이뤄진 만큼 요철기판에 대한 연구 자체가 많지 않았기에 고분자 이외의 무기물 등에 적용하는 데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다. 최 박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한해석법 등을 이용해 공정변수가 미치는 영향 등을 이론적으로 분석했고, 무기물에 적용한 공정조건을 찾아냈다.

“공정 변수는 패턴의 크기와 모양, 공정 압력과 공정 온도, 전사물질의 강도 등이에요. 이러한 변수들의 영향 아래에서 어떠한 경우에 우리가 원하는 구조를 얻을 수 있는지 최적공정 범위를 찾아낼 수 있었어요.”

다양한 연구를 통해 최적공정 범위를 찾아냈지만 그 가운데에도 연구의 어려움은 존재했다. 특히 공정범위를 찾는 것이 가장 큰 난점이었다.

“초기 고분자로 이뤄진 물질은 연성이 있어서 공정이 비교적 용이했는데 무기 산화물 등으로 소재를 바꿨을 때는 최적공정 조건이 변할 뿐 아니라 잘 되는 공정범위가 고분자에 비해 좁아서 그 범위를 찾는 데 애를 좀 먹었죠. (웃음)”

이번 연구는 앞으로 신소재 물성 측정에 응용할 수 있는 등 다양한 응용처와 파급효과 가능성을 갖고 있다. 더불어 기존 바이오센서 등의 효율을 높이는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이번 연구는 자유지지 형태의 나노 구조물을 세계 최초로 4인치 이상의 대면적에 전사하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특히 기존에 시도되지 않았던 무기소재도 이와 같은 구조로 제작해 향후 응용가능성을 높였다는 데 가치를 두고 싶어요.”

앞으로 나노구조물 전사기술을 이용해 자유지지 구조뿐 아니라 다양한 비평면 기판 및 유연기판 위에 나노투명전극과 나노 절연막, 나노 반도체 등의 나노 물질을 제조해 차세대 유연 소자 상용화를 앞당기고 싶다는 최대근 박사. 그는 앞으로 이러한 연구가 나올 수 있도록 팀원들과 함께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3.07.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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