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2일 화요일

태양전지, 이제 신문처럼 찍어낸다

태양전지, 이제 신문처럼 찍어낸다

[인터뷰] 유종수 기계연 인쇄전자연구실 박사



최근 화석연료의 사용 급증으로 환경오염이 심해지면서, 친환경 에너지 사용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력망과 연계된 태양발전은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독립형 태양발전 역시 꾸준한 증가 추세에 있다.

태양발전의 핵심기술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바로 태양전지다. 빛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하는 태양전지는 현재 3세대에 걸쳐 그 형태를 변화해왔다고 볼 수 있다. 1세대가 실리콘 태양전지라면, 2세대는 박막의 무기물을 이용하는 태양전지, 3세대는 유기태양전지다.

이 중에서도 유기태양전지는 기존의 실리콘 태양전지와 무기태양전지와 달리 유기물을 원료로 사용하고 있어 무기계 태양전지에 비해 소재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국내 연구진이 유기태양전지 연속생산기술을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기계연구원 인쇄전자실의 김인영 박사팀이 전(全)공정 롤투롤 인쇄기술을 이용한 유기태양전지 연속생산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태양전지를 ‘인쇄’한다는 것
▲ 기계연 인쇄전자연구실  ⓒ기계연

앞서 언급했듯, 태양전지는 지금까지 총 3세대의 역사를 거쳐왔다. 이 중에서도 기존의 실리콘 태양전지는 효율은 높지만 무게가 무겁고 가격과 유지비용이 비쌀 뿐 아니라 생산성이 떨어져 새로운 태양전지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개발된 유기태양전지는 필름형태이기 때문에 소재를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어 말기와 접기 등이 가능하고, 상대적으로 가볍고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의류와 가방, 천막 등 크기와 형태에 구애받지 않는 미래의 이동형 에너지 저장장치라는 점에서 세계적으로 경쟁적인 연구가 진행되는 추세이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유기태양전지의 경우 대량으로 생산하는 데 어려움을 갖고 있었다.

“기존 유기태양전지의 경우 태양전지를 롤투롤 방식으로 제작하는 데 기술력이 미비한 상황이었습니다. 필요한 재료와 공정 그리고 장비에 대한 연구가 미흡했던 것이죠. 이와 같은 ‘재료’와 ‘공정’, 그리고 ‘장비’를 모두 충족하기 위해서는 인쇄가 가능한 재료를 만들고 인쇄공정만으로 전자소자를 제작할 수 있을 만큼의 정밀한 장비와 공정에 대한 연구가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 녹록치 않아 매우 어려웠죠.”

유기태양전지의 롤투롤 생산기술 개발이 중요한 이유는 대량으로 제작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는 경제성과 효과성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결과로, 추후 태양전지산업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부분인 만큼 각 국가는 이의 연구에 박차를 올리는 상황이다.

“이번 연구는 1세대 실리콘 태양전지와 2세대 박막태양전지를 잇는 3세대 유기태양전지를 유연한 플라스틱 필름 위에 ‘인쇄’라는 값싸고 손쉬운 공정으로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것입니다. 유기태양전지를 대량으로 생산하기 위해 적용된 핵심기술은 바로 ‘인쇄’인데요, 이를 위해 롤투롤 방법을 사용한 것이죠.”

롤투롤 인쇄방법이란, 두루마리처럼 롤로 감겨진 기판 위에 전기적 특성을 갖는 다양한 유·무기 금속 잉크들을 신문이나 잡지를 찍듯 인쇄함으로써 태양전지를 제작하는 기술이다. 개발된 롤투롤 공정기술은 마치 신문을 인쇄하듯 롤에서 롤로 흘려보내며 해당 표면에 전기적 특성을 갖는 다양한 잉크를 인쇄하기 때문에 공정이 간단하고 초기 투자비가 적게 드는 장점을 갖고 있다.

“그동안은 손톱만한 아주 작은 면적에서 고가의 공정과 장비를 이용해 제작하곤 했습니다. 또는 한두 공정만을 인쇄로 대체하는 연구가 진행됐기 때문에 대량생산에 한계가 있었어요. 우리 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전 공정에 인쇄를 적용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유기태양전지 대량생산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유기태양전지는 이름 그대로 유기 반도체 재료를 소량으로 사용하는 태양전지다. 소자의 제작공정에서도 유기물 자체의 손쉬운 가공성으로 인해 스핀 코팅, 스크린 프린팅, 잉크젯, 미세접촉 프린팅 등 저가의 박막과 대면적 소자제작방법을 응용할 수 있어 값싼 공정 단가를 실현할 수 있다.

때문에 그동안 무기계 실리콘 재료에 전적으로 의지하면서 봉착한 원료수급문제와 경제성 문제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상태다.

생산속도 10배 ↑, 생산단가 5배 ↓
▲ 메탈 그리드 메시를 기반으로 롤투롤 유기 태양전지 모듈을 직접 제작한 사진  ⓒ기계연

개발된 롤투롤 유기태양전지 모듈의 경우 그 효율성 역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세계적 연구그룹인 덴마크 국립에너지연구소의 효율과 거의 대등한 수준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또한 기존의 투명전극인 인듐산화물전극(ITO)을 대체하는 ‘롤투롤 인쇄 메탈 그리드 메시 전극’을 자체 개발해 세계적 수준인 셀 효율과 모듈 효율을 달성, 나노분야의 전문저널인 '나노스케일(Nanoscale)'에 결과가 일부 발표되기도 했다.

“엄밀히 이야기해, 개발된 태양전지는 에너지 효율 면에서는 기존에 연구돼 온 태양전지에 비해 조금 낮은 수준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진공증착 장비를 사용해 수십 개의 개별공정을 거쳐야 태양전지를 만들 수 있었던 반면, 이번에 적용된 롤투롤 인쇄기술은 네 개에서 다섯 개 정도의 직접 인쇄방식 공정을 사용했기 때문에 생산속도는 10배, 생산단가는 1/5 정도로 효율이 좋아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연구의 책임자인 김인영 박사는 자료를 통해 “롤투롤 공정 기술은 국내 유기 태양전지의 상용화 가능성을 제시한 의미 있는 연구”라며 “저가 대량 생산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인쇄 투명전극을 적용한 인듐산화물전극(ITO)-free 유연 유기태양전지 기술을 롤투롤 인쇄공정을 이용해 개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대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유종수 박사는 “3세대 태양전지의 용도는 1세대, 그리고 2세대 태양전지와는 다르기 때문에 기존의 시장 및 관련 기관과 상관없이 ‘개인 에너지 저장소자’ 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라며 “이와 관련해 많은 산학연 기관들의 연구가 진행될 것이다. 또한 이를 이용한 제품 개발과 실생활 적용이 빠르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에너지를 개인이 소장할 수 있을 정도로 파급력과 효과가 매우 큰 기술인 셈이다. 그렇다면 다양한 장점을 갖는 해당 연구는 과연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인쇄기반의 금속 격자 투명전극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던 중 대면적 대량생산이 가능한 투명전극을 개발했습니다. 개발된 투명전극의 특성과 소자에 적용 가능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처음 제작된 것이 바로 유기태양전지였죠. 그렇게 태양전지 또한 인쇄로만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고, 연구를 바로 진행하게 됐습니다.”

연구 성과에 대한 믿음으로 심도 있게 파고들었지만, 그 과정 가운데에도 어려운 점은 존재했다. “유기태양전지에 대한 연구는 국내외 많은 연구가 진행돼 왔지만 대부분 스핀코팅 공정이나 진공증착 공정에서의 재료와 공정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이를 인쇄로 가져오는 것이 가장 큰 난점이었습니다. 인쇄 공정에 맞게 재료를 조절해야 했기 때문이죠. 또한 정밀도 높은 인쇄 장비를 개발하는 것과 인쇄로 가능한 유기태양전지 각층의 두께와 구조 등을 새로 구성해야 한다는 것도 어려운 점이었죠.”

하지만 끈질긴 노력 끝에 이러한 역경을 모두 딛고, 연구팀은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이번 연구와 관련, 유종수 박사는 “그동안 인쇄전자를 이용해 제작된 전자소자가 지극히 제한적이었던 시점에서 유기태양전지를 제작하는 모든 공정을 값싸고 손쉬운 인쇄공정을 적용하여 제작했다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며 “또한 국책 연구소인 기계연구원뿐 아니라 (주)펨스와 같은 중소기업, 덴마크국제에너지센터(RISO-DTU)와 같은 국제기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상용화에 근접한 미래기술을 개발했다는 점에서도 이번 연구의 가치를 언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해당 연구는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태양전지는 크게 발전용 그리고 개별소비자용, 이렇게 두 가지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그중 유기태양전지는 휘어지고 구부러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가방과 의류, 천막과 같은 아웃도어 용품 등에 적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더불어 휴대성이 용이하기 때문에 휴대폰이나 노트북 충전과 같은 개인용 에너지 저장소자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유종수 박사는 앞으로 해당 기술이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더욱 효율이 좋은 소재를 선택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수명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지속적인 재료와 공정 그리고 정밀인쇄 장비의 개발을 통해 향후 2년 안에 우리 실생활에 쓰일 수 있는 값싸고 효율이 좋은 유기태양전지를 상용화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3.07.02 ⓒ ScienceTimes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