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미생물도 종다양성이 중요하다!
일러스트가 있는 과학에세이 45
일러스트가 있는 과학에세이 급속한 기후변화와 환경파괴로 많은 생물종이 사라지면서 생태계의 종다양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심지어 농사도 넓은 땅에 한 작물만 심지 말고 체스판처럼 교대로 여러 작물을 심으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종다양성의 중요성이 우리 장 속에 살고 있는 장내미생물에도 해당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들의 다양성 여부에 영향을 받는 건 물론 사람이다.
학술지 ‘네이처’ 8월 29일자에는 장내미생물 종다양성에 대한 논문 두 편과 그 의의를 설명하는 해설이 실렸다. 합쳐서 12쪽이나 되니 꽤 큰 비중으로 다룬 것이다. 프랑스 국립농학연구소(INRA)를 비롯해 세계 28개 기관이 참여한 대형 프로젝트의 결과인 첫 번째 논문은 비만이 아닌 사람 123명과 비만인 사람 169명의 분변을 채취해 장내미생물 다양성을 분석한 결과다.
이들은 ‘정량적 메타유전체학(quantitative metagenomics)’이라는 방법을 써서 분변 속 장내미생물의 다양성을 추측했다. 즉, 박테리아 종을 일일이 확인할 수 없으므로 DNA분석 결과 확인된 유전자의 숫자를 종다양성의 지표로 삼는 방법이다. 그 결과 장내미생물 다양성은 종모양이 아니라 찌그러진 쌍봉낙타 모양의 패턴을 보였다. 두 가지 유형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연구자들은 유전자 개수 48만개를 기준으로 그 밑은 ‘낮은 유전자수(LGC)’ 집단, 그 위는 ‘높은 유전자수(HGC)’ 집단으로 불렀다. LGC인 사람은 68명으로 전체의 23%였고 224명(77%)이 HGC였다. 그리고 LGC 집단과 HGC 집단의 특징을 추출했다.
먼저 체중과의 관계를 보면 비만인 사람이 상대적으로 LGC, 즉 장내미생물 종다양성이 낮은 비율이 높았다. 이를 통계적으로 분석해보면 지금까지 알려진 비만 관련 유전자의 영향력보다도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장내미생물 종다양성의 영향력은 좀 더 근본적인 차원에서 사람들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즉 LGC 그룹에서 우점종인 박테리아 가운데는 염증성장질환(IBD)에 관련된 잠재적으로 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 박테로이데스와 루미노코커스 그나부스 같은 종이 발견됐다. 반면 HGC 그룹에서는 항염증 작용을 하는 페칼리박테리움 프라우스니치 같은 박테리아가 많았다.
장내미생물의 대사산물을 보면 분자 차원에서 이런 차이를 재확인할 수 있다. 즉 LGC 그룹에서는 베타-글루크로나이드 분해산물 같은 발암성 물질이 만들어지는 반면 HGC 그룹에서는 젖산이나 프로피온산, 부틸산 같은 인체에 도움이 되는 유기산을 많이 만들었다. 결국 LGC 그룹은 비만 경향이 높고 인슐린 저항성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식단 조절하면 장내미생물 다양성 회복돼
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소를 비롯해 5개 기관이 참여한 두 번째 연구는 비만이나 과체중인 프랑스인 49명을 대상으로 식단이 장내미생물의 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을 밝혔다. 장내미생물 다양성을 조사하자 앞의 연구와 마찬가지로 쌍봉낙타 패턴이 나왔는데, 다양성이 부족한 LGC 집단이 40%를 차지해 역시 앞의 연구 결과와 비슷했다. 이들 역시 HGC 그룹에 비해 대사상태가 안 좋았고 염증 성향도 컸다.
연구자들은 6주 동안 칼로리를 35% 줄인 고단백 식단을 제공했고, 그 뒤 6주 동안 표준식단을 제공했다. 그리고 6주차와 12주차에 장내미생물 다양성을 조사했다. 그 결과 이미 다양성이 풍부한 HGC 그룹은 별 차이가 없었지만, LGC 그룹은 6주 뒤 유전자다양성이 꽤 높아졌고 그런 상태가 12주 뒤에도 유지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HGC 그룹보다는 다양성이 낮았다.
위의 두 연구결과는 우리 몸의 건강 상태가 장내미생물의 종다양성과 연관돼 있고 따라서 식단 조절을 통한 건강 개선 효과도 부분적으로는 장내미생물의 종다양성 회복 때문임을 시사하고 있다. 또 장내미생물의 종다양성만 분석해도 그 사람의 건강상태를 추측할 수 있어 이 데이터가 바이오마커로 쓰일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눈에도 안 보이는 장내미생물은 장기로 치면 졸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지만, 최근 연구결과들은 장내미생물의 영향력이 생각보다 막강하고 이들을 우군으로 만드는가 적군으로 만드는가는 우리의 노력 여부에 달려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학술지 ‘네이처’ 8월 29일자에는 장내미생물 종다양성에 대한 논문 두 편과 그 의의를 설명하는 해설이 실렸다. 합쳐서 12쪽이나 되니 꽤 큰 비중으로 다룬 것이다. 프랑스 국립농학연구소(INRA)를 비롯해 세계 28개 기관이 참여한 대형 프로젝트의 결과인 첫 번째 논문은 비만이 아닌 사람 123명과 비만인 사람 169명의 분변을 채취해 장내미생물 다양성을 분석한 결과다.
![]() |
| ▲ 한 사람의 장에는 수 백 종의 박테리아가 살고 있다. 장내미생물의 종다양성 데이터는 사람의 건강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지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microbeworld.org |
이들은 ‘정량적 메타유전체학(quantitative metagenomics)’이라는 방법을 써서 분변 속 장내미생물의 다양성을 추측했다. 즉, 박테리아 종을 일일이 확인할 수 없으므로 DNA분석 결과 확인된 유전자의 숫자를 종다양성의 지표로 삼는 방법이다. 그 결과 장내미생물 다양성은 종모양이 아니라 찌그러진 쌍봉낙타 모양의 패턴을 보였다. 두 가지 유형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연구자들은 유전자 개수 48만개를 기준으로 그 밑은 ‘낮은 유전자수(LGC)’ 집단, 그 위는 ‘높은 유전자수(HGC)’ 집단으로 불렀다. LGC인 사람은 68명으로 전체의 23%였고 224명(77%)이 HGC였다. 그리고 LGC 집단과 HGC 집단의 특징을 추출했다.
먼저 체중과의 관계를 보면 비만인 사람이 상대적으로 LGC, 즉 장내미생물 종다양성이 낮은 비율이 높았다. 이를 통계적으로 분석해보면 지금까지 알려진 비만 관련 유전자의 영향력보다도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장내미생물 종다양성의 영향력은 좀 더 근본적인 차원에서 사람들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즉 LGC 그룹에서 우점종인 박테리아 가운데는 염증성장질환(IBD)에 관련된 잠재적으로 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 박테로이데스와 루미노코커스 그나부스 같은 종이 발견됐다. 반면 HGC 그룹에서는 항염증 작용을 하는 페칼리박테리움 프라우스니치 같은 박테리아가 많았다.
장내미생물의 대사산물을 보면 분자 차원에서 이런 차이를 재확인할 수 있다. 즉 LGC 그룹에서는 베타-글루크로나이드 분해산물 같은 발암성 물질이 만들어지는 반면 HGC 그룹에서는 젖산이나 프로피온산, 부틸산 같은 인체에 도움이 되는 유기산을 많이 만들었다. 결국 LGC 그룹은 비만 경향이 높고 인슐린 저항성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 |
| ▲ 장내미생물의 다양성이 인체에 미치는 효과. 다양성이 낮을수록 비만일 가능성이 커지고 대사질환 위험성이 높아진다. 반면 식단에는 민감해 다양성이 낮아도 식단을 조절하면 종다양성을 어느 정도 회복할 수도 있다. ⓒ‘Nature’ |
식단 조절하면 장내미생물 다양성 회복돼
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소를 비롯해 5개 기관이 참여한 두 번째 연구는 비만이나 과체중인 프랑스인 49명을 대상으로 식단이 장내미생물의 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을 밝혔다. 장내미생물 다양성을 조사하자 앞의 연구와 마찬가지로 쌍봉낙타 패턴이 나왔는데, 다양성이 부족한 LGC 집단이 40%를 차지해 역시 앞의 연구 결과와 비슷했다. 이들 역시 HGC 그룹에 비해 대사상태가 안 좋았고 염증 성향도 컸다.
연구자들은 6주 동안 칼로리를 35% 줄인 고단백 식단을 제공했고, 그 뒤 6주 동안 표준식단을 제공했다. 그리고 6주차와 12주차에 장내미생물 다양성을 조사했다. 그 결과 이미 다양성이 풍부한 HGC 그룹은 별 차이가 없었지만, LGC 그룹은 6주 뒤 유전자다양성이 꽤 높아졌고 그런 상태가 12주 뒤에도 유지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HGC 그룹보다는 다양성이 낮았다.
위의 두 연구결과는 우리 몸의 건강 상태가 장내미생물의 종다양성과 연관돼 있고 따라서 식단 조절을 통한 건강 개선 효과도 부분적으로는 장내미생물의 종다양성 회복 때문임을 시사하고 있다. 또 장내미생물의 종다양성만 분석해도 그 사람의 건강상태를 추측할 수 있어 이 데이터가 바이오마커로 쓰일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눈에도 안 보이는 장내미생물은 장기로 치면 졸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지만, 최근 연구결과들은 장내미생물의 영향력이 생각보다 막강하고 이들을 우군으로 만드는가 적군으로 만드는가는 우리의 노력 여부에 달려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저작권자 2013.09.13 ⓒ ScienceTimes |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