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7일 토요일

히말라야 녹는 속도 가속화된다.

히말라야 녹는 속도 가속화된다.

[인터뷰]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김맹기 교수

 
 
어떻게 보면 지구온난화에 대한 연구는 강대국의 주제다. 미국을 비롯해 유럽의 선진국 과학자들의 몫이다. 시간과 돈이 소요되는 연구주제다. 특히 시간이 필요하다. 결과가 당장 나오는 그러한 연구가 아니다.

기후변화는 연구에 과감히 도전
기존의 사고를 넘어 지구온난화 연구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학자가 있다.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9월 수상자로 선정된 김맹기 공주대학 대기과학과 교수가 주인공.
▲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수상자로 선정된 김맹기 교수  ⓒ김맹기 교수
 


수상소감에 대한 질문에 대해 김 교수는 “지난 10년간 같은 주제로 느리지만 지속적으로 연구해 온 것이 결실을 맺은 것 같아 너무 기쁘다. 아직 부족한 것이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다. 더욱 더 열심히 정진하라는 격려로 생각하고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김 교수는 열펌프(Elevated Heat Pump) 효과가 히말라야와 티베트 고원의 빙하와 적설이 녹는 속도를 가속화시킨다는 것을 정교한 기후모델링을 통해 증명했다. 그러면 열펌프는 무엇이고 왜 녹는 속도를 가속화 시킨다는 것일까? 김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열펌프 이론은 봄철에 히말라야와 티베트 고원의 높은 고도로 수송된 블랙카본과 먼지 에어로졸이 대기 피드백과정을 통해서 대류권 상층을 가열할 수 있고, 이것이 늦봄에서 초여름에 걸쳐서 인도의 북부지역에서 히말라야 남쪽에 걸쳐 강수량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가설입니다.

최근 제 연구에서는 열펌프 효과에 의해서 유도된 대기층의 가열이 지표에 전달되어 빙하와 적설이 더 빨리 녹도록 한다는 것을 기후모델링을 통해서 증명했습니다. 열펌프 효과에 의해 빙하와 눈이 녹으면 태양빛을 덜 반사하기 때문에 더 많은 태양빛을 흡수하게 되어 지표기온이 더 올라가는 피드백에 의해 빙하와 적설이 녹는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이죠”
블랙카본(black carbon) : 석유와 석탄 같은 화석연료의 불완전 연소 등으로 생기는 그을음으로 이산화탄소와 함께 지구온난화의 주요 인자로 알려짐.

온실효과만으로 빙하감소 설명할 수 없어 
히말라야와 티베트 고원의 빙하와 적설은 아시아 기후변화에 있어 중요한 요인이다. 그동안 이들 빙하가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녹는 것으로 관측되었으나 그 원인이 불분명했다. 그러나 김 교수의 이번 연구는 의문을 해결할 강력한 증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열펌프는 원래 인도-히말라야-티베트 지역을 중심으로 한 연구에서 제시된 가설이다. 이 지역은 “아시아의 수탑(Water Tower of Asia)”로 알려져 있을 만큼 그 주변 국가의 생명 줄을 쥐고 있는 수자원의 보고다.

김 교수에 따르면, 또한 히말라야와 티베트 고원의 가열은 동아시아를 포함한 아시아지역의 물 순환의 특성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처음에 이 가설이 이 지역에서만 제시되었지만, 이후에 많은 후속연구들에 의해서 아프리카 몬순지역에 열펌프 가설이 적용되어 연구되고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다른 지역에도 이 가설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 태고의 비밀과 영겁의 세월을 간직하고 있는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 그러나 과학자들은 '열펌프' 효과로 인해 녹는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어 신비의 베일도 빠르게 벗겨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온실효과라는 단순한 산술적 차원이 아니다.  ⓒ위키피디아

그러면 김 교수는 어떤 계기에서 이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을까? 김 교수에 따르면 안식년을 맞아 미국을 방문한 10년 전, 지도교수인 서울대학교의 강인식 교수로부터 NASA의 고다드우주비행센터(GSFC)의 라우 박사(Dr. William K. M. Lau)를 소개받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

“당시 에어로졸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붐이 일어나려고 하던 시기였고, 이는 제게도 매력적인 주제였습니다. GEST(Goddard Earth Sciences and Technology Center) 프로그램의 지원도 받을 수 있어 흔쾌히 시작했습니다.

처음 6개월은 논문을 읽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그때 읽었던 엄청난 양의 논문들이 나중 연구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후에도 매년 여름방학에는 방문연구를 통해 공동연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국내 기후변화 연구, 비약적으로 발전
기후변화에 대한 연구는 미국을 비롯해 강대국들의 연구주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면 국내 사정은 어떠한가?

“미국, 일본, 유럽의 강대국 들은 연구인력, 인프라 등에서 매우 탁월한 것으로 보이고, 그런 면에서 한국은 아직 부족한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도 최근 R&D의 획기적인 증가로 10년 사이에 비약적인 성장을 하였습니다.

특히 최근에 40대 전후의 젊은 과학자들 중에는 매우 뛰어난 인재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이 원하는 연구를 지속적으로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준다면 머지않아 한국에서 기후변화과학 분야에 세계적인 석학들이 탄생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일부 기후변화 전문가들은 인류는 최대 재앙이 될 수 있는 온난화를 충분히 막을 수 있지만 그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전문가인 김 교수가 생각하는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은 어느 정도일까? 온난화는 계속 이어질까?

“현재 인류가 보유하고 있는 기후변화과학에 대한 지식이 맞는다면 많은 불확실성이 있지만 지구온난화는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더 큰 문제는 극한기후의 강도와 빈도인데, 최근의 추세를 보면 그런 문제가 실감이 납니다.

이미 기후 재난이나 적응의 문제가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되었고, 그런 모든 것은 미리 대응하지 않으면 손쓸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10년과 100년을 바라보고 계획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미래창조과학부 추진하고 있는 국가중점과학기술의 10년 로드맵 수립계획은 매우 중요하고 시기 적절한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교수에게 내년은 전체 재직기간의 중간 시점에 해당되는 해다. 후반기 동안에는 극한기후의 변화에 관심을 갖고 연구에 매진할 생각이다. 극한기후의 변화는 전 지구적으로 연관되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예측 가능한 것인지 등에 대해서 연구할 계획을 갖고 있다.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은 뛰어야만 한다”
김 교수는 우리가 쓰는 많은 단어들 가운데 ‘Consistent Persistence’ 라는 말을 좋아한다. 한 곳으로만 파고드는 ‘외골수’라고 할까? 아마 그 성격이 온난화 연구에 집착하도록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고독한 학문의 길이기 때문이다.

그는 “교직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남편을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한 아내와 대학에 재학중인 든든한 아들, 중학교에 재학중인 귀여운 딸이 있어서 제 삶이 더 풍요로워졌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은 뛰어야 한다”라는 말을 좌우명으로 삼고 연구에 매진해온 김 교수는 한국판 IPCC 보고서인 ‘한국기후변화평가보고서 2010’ 발간작업에 총괄저자로, 그리고 국가 기후변화 대응 정책 수립 지원을 위한 국가기후변화 시나리오 개발 작업에 참여하는 등 관련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김형근 객원기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13.09.06 ⓒ ScienceTimes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