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씬해야 오래 산다는 과학상식 믿어도 되나?
일러스트가 있는 과학에세이 44
일러스트가 있는 과학에세이 세계보건기구(WHO)는 21세기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로 비만과 우울증을 꼽고 각 나라들은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지난 한 세대 우리 사회의 변천을 지켜보면 WHO의 우려가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우울증이 주원인인 자살률은 가파르게 상승해 OECD 국가 가운데 수위를 다투고 있고 아이부터 노인까지 비만인 사람의 비율도 상당하다.
이런 분위기 때문일까. 지난해 번역 출간된 일본 의사 나구모 요시노리의 책 ‘1일1식’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1일1□’라는, 제목을 패러디한 책들이 나올 정도였다. 나구모 씨는 40대 중반에 체중이 77킬로그램이 나가는 과체중이었지만(키 173센티미터) 하루에 한 끼만 먹는 식생활을 10년 간 해오면서 지금은 62킬로그램이 됐다고. 현재 그의 외모는 40살 전후로 보이고 혈관나이는 불과 26살이라고 한다. 1일1식으로 몸이 날씬해지고 젊음을 되찾은 그는 소식이 장수의 비결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하루 한 끼라는 극단적인 처방을 빼면 나구모 씨의 주장은 우리들이 익숙한 상식적인 건강유지법이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이 있듯이 날씬한 체형인 사람이 건강도 더 좋고 따라서 장수할 것이라는 건 너무나 당연한 얘기로 들린다. 이건 우리나라 사람들뿐 아니라 선진국이 몰려있는 유럽이나 북미 사람들에게도 너무나도 상식적인 얘기다.
비만역설 다시 확인
그런데 최근 몇몇 과학자들이 체중과 수명의 관계가 이렇게 상식을 따르지는 않는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고, 이에 대해 다른 과학자들이 반박하면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즉 나이가 들수록 보통체중보다는 약간 과체중인 사람들이 오히려 사망률이 낮다는 것이다. 미국 국립보건통계센터 캐서린 플레갈 박사팀은 올해 1월 학술지 ‘미국의학협회저널(JAMA)’에 실린 논문에서 체중과 사망률의 관계를 조사한 과거 97개 연구를 분석해 통계를 낸 결과 이런 뜻밖의 패턴을 얻었다고 보고했다. 사실 이런 현상은 1980년대부터 알려지기 시작해 ‘비만역설(obesity paradox)’로 불리고 있다. 그러나 주류 연구자들은 이를 무시해왔다.
사람마다 키가 다르기 때문에 절대적인 체중은 의미가 없고 대신 ‘체질량지수(BMI)’를 체중의 지표로 많이 쓴다. 체질량지수는 킬로그램 단위의 체중을 미터 단위의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예를 들어 40대 때의 나구모 박사는 BMI가 25.7(=77/1.732)이었고 50대인 현재는 20.7(=62/1.732)이다. 여러분들도 계산기를 이용해 쉽게 자신의 BMI값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2008년 학술지 ‘JAMA국제의학’에 실린 연구결과가 이를 잘 보여준다. 지난 반세기동안 비만이 급증한 미국은 현재 사람들의 대략 3분의 1이 보통체중, 3분의 1이 과체중, 3분의 1이 비만이다(저체중은 3% 내외). 연구자들은 보통체중에서 비만까지인 5440명의 혈액시료를 분석했는데, 보통체중 가운데 24%(전체에서는 8%)가 심혈관대사질환 고위험군으로 나왔다. 이들은 대체로 근육량이 적고 내장지방이 많은 체형이었다. 반면 과체중인 사람 가운데 51%(전체에서는 18%)와 심지어 비만인 사람 가운데서도 32%(전체에서는 10%)는 대사적으로 건강한 상태로 측정됐다. 이들은 근육량이 많고 피하지방에 비해 내장지방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결국 단순히 날씬하다 뚱뚱하다가 건강과 수명의 지표는 아니라는 말이다.
지난해 학술지 ‘플로스원’에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논문이 실려 주목을 받았다. 미국 뉴욕시립대 연구진은 두루뭉술한 체질량지수 대신 자신들이 개발한 ‘체형지수(A Body Shape Index, 줄여서 ABSI)’를 쓰자고 제안한 것. 연구자들은 내장지방을 반영하는 허리둘레가 좋은 지표임에도 역시 그 자체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키를 반영하지 못하므로), 이를 해결한 수식을 개발했다. 즉 실제 허리둘레값을 이론적 허리둘레에 비례하는 체질량지수와 키의 관계식으로 나눈 값을 체형지수로 하자는 것. 체형지수가 클수록 지방이 복부에 몰려있다는 뜻이 된다.
연구자들은 기존의 데이터를 체형지수에 맞춰 재해석한 결과 심혈관계질환에 걸릴 가능성과 사망률이 체형지수가 클수록 높다는 결과를 얻었다. 반면 체형지수가 평균이나 그 미만일 경우는 병에 걸릴 가능성과 사망률이 낮은 것으로 나왔다. 나의 체형지수를 직접 구하기는 다소 번거로운데(ABSI=허리둘레/(BMI2/3키1/2)), 아마 좀 더 넓게 확산된다면 체형지수를 구하는 스마트폰 앱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이런 분위기 때문일까. 지난해 번역 출간된 일본 의사 나구모 요시노리의 책 ‘1일1식’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1일1□’라는, 제목을 패러디한 책들이 나올 정도였다. 나구모 씨는 40대 중반에 체중이 77킬로그램이 나가는 과체중이었지만(키 173센티미터) 하루에 한 끼만 먹는 식생활을 10년 간 해오면서 지금은 62킬로그램이 됐다고. 현재 그의 외모는 40살 전후로 보이고 혈관나이는 불과 26살이라고 한다. 1일1식으로 몸이 날씬해지고 젊음을 되찾은 그는 소식이 장수의 비결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하루 한 끼라는 극단적인 처방을 빼면 나구모 씨의 주장은 우리들이 익숙한 상식적인 건강유지법이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이 있듯이 날씬한 체형인 사람이 건강도 더 좋고 따라서 장수할 것이라는 건 너무나 당연한 얘기로 들린다. 이건 우리나라 사람들뿐 아니라 선진국이 몰려있는 유럽이나 북미 사람들에게도 너무나도 상식적인 얘기다.
비만역설 다시 확인
그런데 최근 몇몇 과학자들이 체중과 수명의 관계가 이렇게 상식을 따르지는 않는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고, 이에 대해 다른 과학자들이 반박하면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즉 나이가 들수록 보통체중보다는 약간 과체중인 사람들이 오히려 사망률이 낮다는 것이다. 미국 국립보건통계센터 캐서린 플레갈 박사팀은 올해 1월 학술지 ‘미국의학협회저널(JAMA)’에 실린 논문에서 체중과 사망률의 관계를 조사한 과거 97개 연구를 분석해 통계를 낸 결과 이런 뜻밖의 패턴을 얻었다고 보고했다. 사실 이런 현상은 1980년대부터 알려지기 시작해 ‘비만역설(obesity paradox)’로 불리고 있다. 그러나 주류 연구자들은 이를 무시해왔다.
사람마다 키가 다르기 때문에 절대적인 체중은 의미가 없고 대신 ‘체질량지수(BMI)’를 체중의 지표로 많이 쓴다. 체질량지수는 킬로그램 단위의 체중을 미터 단위의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예를 들어 40대 때의 나구모 박사는 BMI가 25.7(=77/1.732)이었고 50대인 현재는 20.7(=62/1.732)이다. 여러분들도 계산기를 이용해 쉽게 자신의 BMI값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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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질량지수에 따른 연령대별 사망률(연간 1000명 당 사망자수)을 나타낸 그래프다. 50살까지는 사망률이 최저인 지점(그래프에서 두툼한 부분)이 보통체중 범위에 있지만 60살, 70살에는 과체중 범위에 속해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과체중이 보통체중보다 사망률이 6% 더 낮다. ⓒ‘비만국제저널’ |
WHO는 지난 1997년 BMI에 따른 체중 분류 기준을 마련했다. 즉 BMI가 18.4 이하면 저체중, 18.5~24.9이면 보통체중, 25~29.9이면 과체중, 30 이상이면 비만이다. 나구모 박사의 경우 과체중에서 보통체중으로 내려온 셈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당연히 보통체중이 사망률이 가장 낮을 것 같지만 97개 연구에 참여한 288만 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놀랍게도 과체중인 사람이 보통체중인 사람보다 사망률이 6% 더 낮게 나왔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옆의 도표를 보면 알겠지만 50살까지는 보통체중인 사람들이 사망률이 가장 낮다. 그러나 60살, 70살로 나이가 올라갈수록 보통체중의 사망률은 가파르게 상승해 과체중의 사망률과 역전이 일어나는 것. 이에 대한 유력한 설명은 이렇다. 심혈관질환이나 당뇨병 같은 대사질환, 즉 소위 성인병에 걸릴 확률은 물론 과체중인 사람이 보통체중인 사람보다 높다. 그러나 일단 병이 날 경우 특히 고령일수록 몸이 병을 이기는데 과체중이 에너지 저장소 역할을 한다는 것. 즉 병에 시달려 몸이 축날 경우 평소 과체중인 사람은 그래도 좀 더 버틸 수 있어 생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70살 그래프를 보면 보통체중 가운데서도 저체중에 가까운 쪽이 사망률이 과체중에 가까운 쪽보다 거의 50% 정도 더 높음을 알 수 있는데 역시 같은 맥락으로 설명할 수 있다.
물론 이에 대해 반박하는 진영의 논리도 나름대로 타당성이 있다. 즉 흡연을 하거나 원래 지병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체중이 덜 나가는 경향이 있다는 것. 결국 표준체중 자체가 과체중보다 사망률이 더 높은 게 아니라 흡연과 병이 원인이라는 말이다. 따라서 이런 사람들을 제외하지 않은 통계는 부정확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물론 플레갈 박사는 이런 식으로 따지면 어떤 통계를 낼 수 없을 것이라며 넌센스란 입장이다.
앞으론 체질량지수 대신 체형지수?
BMI와 사망률 사이의 관계에 대한 논란을 지켜보면서 상당수 연구자들은 체질량지수 자체가 그다지 좋은 기준이 아니라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즉 체질량지수는 단순히 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므로 근육이 많아 체중이 많이 나가든 지방이 많아 체중이 많이 나가든 구분하지 못한다. 또 지방이 몸의 어디에 주로 분포해 있는지에 대한 정보도 주지 못한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지방 가운데 내장지방의 양이 각종 성인병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지방의 양이 똑같아도 피하지방이 많은, 즉 살집이 좋은 사람이 내장지방이 많은(허리둘레가 큰) 사람보다 훨씬 건강하다는 것. 흔히 ‘마른비만’이라고 부르는, 팔다리는 젓가락 같으면서도 똥배가 꽤 나온 사람들은 보통체중이더라도 위험군에 속한다.
옆의 도표를 보면 알겠지만 50살까지는 보통체중인 사람들이 사망률이 가장 낮다. 그러나 60살, 70살로 나이가 올라갈수록 보통체중의 사망률은 가파르게 상승해 과체중의 사망률과 역전이 일어나는 것. 이에 대한 유력한 설명은 이렇다. 심혈관질환이나 당뇨병 같은 대사질환, 즉 소위 성인병에 걸릴 확률은 물론 과체중인 사람이 보통체중인 사람보다 높다. 그러나 일단 병이 날 경우 특히 고령일수록 몸이 병을 이기는데 과체중이 에너지 저장소 역할을 한다는 것. 즉 병에 시달려 몸이 축날 경우 평소 과체중인 사람은 그래도 좀 더 버틸 수 있어 생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70살 그래프를 보면 보통체중 가운데서도 저체중에 가까운 쪽이 사망률이 과체중에 가까운 쪽보다 거의 50% 정도 더 높음을 알 수 있는데 역시 같은 맥락으로 설명할 수 있다.
물론 이에 대해 반박하는 진영의 논리도 나름대로 타당성이 있다. 즉 흡연을 하거나 원래 지병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체중이 덜 나가는 경향이 있다는 것. 결국 표준체중 자체가 과체중보다 사망률이 더 높은 게 아니라 흡연과 병이 원인이라는 말이다. 따라서 이런 사람들을 제외하지 않은 통계는 부정확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물론 플레갈 박사는 이런 식으로 따지면 어떤 통계를 낼 수 없을 것이라며 넌센스란 입장이다.
앞으론 체질량지수 대신 체형지수?
BMI와 사망률 사이의 관계에 대한 논란을 지켜보면서 상당수 연구자들은 체질량지수 자체가 그다지 좋은 기준이 아니라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즉 체질량지수는 단순히 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므로 근육이 많아 체중이 많이 나가든 지방이 많아 체중이 많이 나가든 구분하지 못한다. 또 지방이 몸의 어디에 주로 분포해 있는지에 대한 정보도 주지 못한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지방 가운데 내장지방의 양이 각종 성인병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지방의 양이 똑같아도 피하지방이 많은, 즉 살집이 좋은 사람이 내장지방이 많은(허리둘레가 큰) 사람보다 훨씬 건강하다는 것. 흔히 ‘마른비만’이라고 부르는, 팔다리는 젓가락 같으면서도 똥배가 꽤 나온 사람들은 보통체중이더라도 위험군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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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인 체질량지수는 건강과 수명을 예측하는데 그다지 좋은 지표가 되지 못한다. 5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미국의 연구결과를 보면 보통체중인 34% 가운데 네 명에 한 명(전체에서 8%)은 대사적으로 건강하지 못해 사망률이 높다. 이런 사람들은 근육량이 적고 내장지방이 많은 마른비만형이다. 한편 비만은 32%인데 이 가운데 세 명에 한 명(전체에서 10%)은 피하지방이 많고 근육도 많아 대사적으로 건강해 사망률이 오히려 더 낮다. 단순히 체중이 얼마냐 보다는 어떤 구성인가가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JAMA국제의학’ |
2008년 학술지 ‘JAMA국제의학’에 실린 연구결과가 이를 잘 보여준다. 지난 반세기동안 비만이 급증한 미국은 현재 사람들의 대략 3분의 1이 보통체중, 3분의 1이 과체중, 3분의 1이 비만이다(저체중은 3% 내외). 연구자들은 보통체중에서 비만까지인 5440명의 혈액시료를 분석했는데, 보통체중 가운데 24%(전체에서는 8%)가 심혈관대사질환 고위험군으로 나왔다. 이들은 대체로 근육량이 적고 내장지방이 많은 체형이었다. 반면 과체중인 사람 가운데 51%(전체에서는 18%)와 심지어 비만인 사람 가운데서도 32%(전체에서는 10%)는 대사적으로 건강한 상태로 측정됐다. 이들은 근육량이 많고 피하지방에 비해 내장지방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결국 단순히 날씬하다 뚱뚱하다가 건강과 수명의 지표는 아니라는 말이다.
지난해 학술지 ‘플로스원’에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논문이 실려 주목을 받았다. 미국 뉴욕시립대 연구진은 두루뭉술한 체질량지수 대신 자신들이 개발한 ‘체형지수(A Body Shape Index, 줄여서 ABSI)’를 쓰자고 제안한 것. 연구자들은 내장지방을 반영하는 허리둘레가 좋은 지표임에도 역시 그 자체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키를 반영하지 못하므로), 이를 해결한 수식을 개발했다. 즉 실제 허리둘레값을 이론적 허리둘레에 비례하는 체질량지수와 키의 관계식으로 나눈 값을 체형지수로 하자는 것. 체형지수가 클수록 지방이 복부에 몰려있다는 뜻이 된다.
연구자들은 기존의 데이터를 체형지수에 맞춰 재해석한 결과 심혈관계질환에 걸릴 가능성과 사망률이 체형지수가 클수록 높다는 결과를 얻었다. 반면 체형지수가 평균이나 그 미만일 경우는 병에 걸릴 가능성과 사망률이 낮은 것으로 나왔다. 나의 체형지수를 직접 구하기는 다소 번거로운데(ABSI=허리둘레/(BMI2/3키1/2)), 아마 좀 더 넓게 확산된다면 체형지수를 구하는 스마트폰 앱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저작권자 2013.09.06 ⓒ Science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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