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24일 화요일

해결사들 다 모였다…이노센티브

해결사들 다 모였다…이노센티브

세계 신산업 창조 현장 (39)

 
세계 산업계 동향 지난 7월 16일 포스텍(포항공대)에서 연구원으로 재직중인 인도 출신 화학과 연구원 나라야난 셀바팔람(Selvapalam·49) 박사가 미국 이노센티브사에서 제시한 화학 관련 문제를 풀어 1만 달러의 상금을 받았다.

이노센티브가 제시한 문제는 ‘생분해가 가능한 새로운 친수성(親水性) 고분자’를 개발하는 일이었다. 포유류 세포 내에서 생분해가 가능한 친수성 고분자는 의료 분야 등에서 효율적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그 수가 너무 적어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셀바팔람 박사가 제시했다고 할 수 있다. 이노센티브 사가 유명한 것은 이런 과학기술 난제들을 세계 전역을 대상으로 공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1천560개 과학기술 난제 중 85% 해결
이노센티브란 세계 전역에서 활동하는 과학기술자들과 주요 기업들을 연결해 각종 연구개발 과제를 해결해주는 인터넷 비즈니스 회사다. 기업이 이노센티브와 의뢰인 계약을 맺고 과제를 제시하면 해결자로 등록된 과학기술자가 주어진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식이다.
▲ R&D 크라우드소싱 업체 '이노센티브'가 세계 과학기술자들로부터 최근 과학기술 난제, 창업 등을 위한 아이디어를 끌어모으고 있다. 사진은 '이노센티브' 사이트. ⓒhttp://www.innocentive.com/

기업 측에서는 세계 각국으로부터 제시된 솔루션을 검토해 그 가운데 최고의 솔루션을 선별하고, 해결자에게 상금을 지불한다. 이노센티브를 이용하면 기업은 회사가 해결할 수 없는 어려운 과학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과학자는 그에 상응하는 재정적 보상을 받을 수 있다.

포스텍의 셀바팔람 박사가 1만 달러의 상금을 획득할 수 있었던 것은 수준 높은 솔루션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지난 2001년부터 2013년 8월까지 모두 1천650건의 문제가 제시됐고, 그중 1천500개의 해결책이 제안돼 약 85%의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다.

채택된 해결책에 대해 지불한 누적 상금 합계는 약 4천만 달러로 집계되고 있다. 이노센티브 회원으로 가입한 과학기술자들은 200여 개국에서 3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이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 R&D 방식을 통해 덕을 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알래스카 기름유출사고다. 1989년 엑슨모빌 소속 유조선 발데즈호가 알래스카 인근에서 좌초했다. 당시 유출된 기름이 얼음과 엉겨 붙어 젤리처럼 굳어지면서 심각한 오염 문제가 대두됐다.

이 문제는 17년 넘게 지속됐다.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없었던 국제기름유출연구소(OSRI)에서는 2007년 이노센티브에 현상금 2만 달러를 걸고 오염문제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요청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전 세계 과학자들로부터 수천 건의 해결 아이디어가 올라왔다. 그리고 문제를 올린 지 3개월이 지난 후 시멘트회사 엔지니어인 존 데이비스의 아이디어가 올라왔다. 시멘트를 굳지 않게 하기 위해 계속 기계로 젓듯이 오일도 진동기계를 이용해 자극을 주면 얼지 않는다는 견해였다.

관계자들은 이 해법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20년 동안 과학자들이 고민하던 과제를 평범한 시멘트 근로자가 해결한 것이다. 이로써 17년간 골치를 썩여온 문제가 해결됐다. 존 데이비스는 사례금 2만 달러를 받았다.

록펠러 재단 등 비영리 과제공모 지원
이노센티브가 처음 등장한 때는 1998년이다. 당시 대형 제약업체 엘리 릴리 앤 컴퍼니(Eli Lilly and Company)에서 일하고 있던 하이어트 빙햄(Alpheus Bingham)과 아론 샤흐트(Aaron Schacht) 두 사람은 인터넷을 사업에 활용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그리고 생각해낸 아이디어가 이노센티브다. 세계 곳곳에 산재해 있는 과학기술자들을 온라인으로 연결해 R&D 비용과 제품 개발 기간을 줄여보겠다는 의도였다. 그리고 2001년 문제를 집단으로 해결해나가는 연구 시스템 회사 이노센티브가 문을 열었다.

초기 자금은 엘리 릴리 앤 컴퍼니에서 댔다. 그러나 사업이 번창하면서 다른 기업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비영리기관 참여도 이어졌다. 2005년 록펠러재단은 비영리 부문의 공익성 있는 연구과제 공모를 전제로 이노센티브의 파트너가 됐다.

2006년에는 비영리 의료연구재단 ‘Prize4Life’와 공동으로 100만 달러의 상금을 수여하는 ‘ALS 바이오마커 상(ALS Biomarker Prize)’을 신설했다. 2011년에는 생명과학 발전을 위해 4개의 도전(Challenge)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2012년 들어서는 영국의 ‘옴니컴피트(OmniCompete)’를 인수하고 본격적으로 창업을 위한 크라우드소싱을 시작했다.

이노센티브가 현재 공모 중인 분야는 제약, 생명과학, 농업, 일반소비재, 식품, 향료, 향수, 기초 및 종합화학, 석유화학 등 과학기술 전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불과 10여 년 사이에 세계 과학기술자들 중심에 자리를 잡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에는 지난 2004년 한국어 웹사이트를 개설하고 크라우드소싱을 진행 중이다.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3.09.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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