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29일 일요일

60년간 미뤄온 인공태양 숙제

60년간 미뤄온 인공태양 숙제


ITER 토카막 건물, 콘크리트 타설

 
 
사이언스타임즈 라운지 현재 전 세계에서 가동되고 있는 원자력발전소는 핵분열로 알려진 프로세스이다. 우라늄 같은 무거운 원자핵에 중성자가 와서 부딪치면 두 개 이상으로 쪼개지는 성질을 핵분열이라 한다.

이때 많은 에너지와 함께 2~3개의 중성자도 함께 나오는데, 그 중성자를 다른 원자핵에 흡수되게 하여 연속적으로 핵분열을 일으키도록 것이 바로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을 종식시킨 미국의 원자폭탄이다. 1950년대 중반 건설이 시작된 원자력발전소는 그 같은 핵분열 연쇄반응을 폭발에 이르지 못하게 제어해서 발전에 응용한 것이다.

이와 반대로 수소의 동위원소들과 같은 매우 가벼운 원소들의 핵이 초고온 상태에서 서로 결합해 좀 더 무거운 헬륨 원자핵으로 뭉치는 것을 핵융합이라 한다. 태양과 같은 항성들이 계속 타오르는 것은 바로 플라즈마 상태의 중심부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때문이다.

1953년 미국은 이 핵융합 반응을 연쇄적으로 일으키게 하여 수소폭탄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핵융합 연쇄반응을 폭발에 이르지 못하게 제어해서 에너지화할 경우 현재의 원전보다 훨씬 효율이 높은 핵융합 원전을 만들 수 있다.

▲ ITER 토카막 시설이 들어설 지하 구조물을 구축하기 위한 첫 번째 콘크리트 타설이 드디어 시작됐다. ⓒITER Organization

핵융합 발전을 하면 기존의 원전보다 방사성 피해가 훨씬 적으며, 사고시에도 심각할 정도의 에너지 유출 없이 자발적으로 꺼지게 돼 안전성이 높다. 또한 한정된 자원인 우라늄과 달리 핵융합의 연료인 중수소는 지구상에 무한히 존재하는 물에서 얼마든지 추출할 수 있다.

에너지 효율도 훨씬 높아 핵분열 반응으로는 연료 1그램당 석유 2톤과 맞먹는 에너지를 발생시키지만, 핵융합 반응으로는 석유 8톤 이상 되는 에너지를 발생시킬 수 있다. 즉, 500리터의 중수소와 30그램의 리튬을 넣어서 만든 15그램의 삼중수소가 있을 경우 한 사람이 평생 사용할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핵분열 원전이 원자폭탄의 개발 이후 10년 안에 건설된 것에 비해 핵융합 원전은 수소폭탄이 개발된 지 60년이나 지난 지금도 여전히 찾아볼 수 없다. 그 이유는 핵융합 발전에 필요한 원자로를 제어하는 것이 핵분열 발전보다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1985년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과 소련의 고르바초프 서기장의 미·소 정상회담에서 ‘국제열핵융합실험로(ITER) 프로젝트’가 합의됐다. 이후 1988~1990년에 개념설계, 1992~2001년에 공학 설계안이 확정되었으며, 2007년 10월에는 국제협정이 발효되어 ITER 기구가 정식으로 발족되기에 이르렀다.

유럽연합·미국·러시아·일본·중국·인도가 함께 참여하는 이 프로젝트에 우리나라도 2003년 6월부터 참가해 현재 7개국이 공동 추진 중이다. 유럽연합이 비용의 절반을 부담하고 한국·미국·러시아·일본·중국·인도가 나머지를 균등하게 부담하는 조건이다. ITER의 핵융합로는 특허 등록이 돼 있어 프로젝트가 성공할 경우 ITER 회원국만이 발전 가능한 핵융합로를 지을 수 있다.

내년 9월부터 주요 시설 공사 본격적으로 시작돼
지난 11일 오전 6시경 ITER 건설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프랑스 남부 카다라쉬에서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토카막 시설이 들어설 지하 구조물을 구축하기 위한 첫 번째 콘크리트 타설이 드디어 시작됐다는 것. 토카막이란 핵융합 실험장치 중 하나로서, 물질의 제4 상태인 플라즈마로 변하는 발전용 연료기체를 담는 용기를 말한다.

이 중앙 토카막 건물은 총 길이 120미터, 폭 80미터에 달하는데, 원자로 시스템의 2만3천 톤에 해당하는 하중을 지탱하기 위한 내진 베어링도 이미 시공되었다고 한다. 총 15개 구역에 대한 콘크리트 타설이 향후 6개월 동안 이루어지면, 내년 9월부터는 토카막을 비롯해 삼중수소 건물 등 ITER이 지금까지 수행한 것 중 가장 큰 건설 공사가 시작될 예정이다.

지난 4월에는 핵융합 과정에서 생성되는 에너지를 가두는 역할을 하는 ‘블랑켓’의 재설계도 완료됐다. 기술적으로 가장 어려운 기기 중 하나로 알려진 블랑켓은 토카막 원자로 챔버 안쪽에 위치해 핵융합로에서 생성되는 1억5천만℃의 열을 흡수하게 된다.

2027년에 가동을 시작할 예정인 ITER 프로젝트의 목표는 역사상 최대의 토카막 장치를 통해 적어도 7분 동안 500MW를 생산하는 플라즈마를 유지해 핵융합을 일으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ITER의 성공 가능성을 반반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ITER은 어디까지나 실험로로서, 발전이 주목적이 아니다. 따라서 ITER이 성공한다 해도 실용적인 상업용 핵융합 원전을 건설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하지만 지구라는 행성이 지닌 에너지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핵융합 원전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이제 막 첫 삽을 뜬 ITER에 거는 기대가 무엇보다 큰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 2noel@paran.com

저작권자 2013.12.27 ⓒ ScienceTimes

2013년 12월 28일 토요일

올해 최고 뉴스는 ‘나로호 발사’

올해 최고 뉴스는 ‘나로호 발사’


‘2013 과학기술 10대 뉴스’ (상)

 
 
다사다난했던 2013년이 저물고 있다. 과학기술계에서는 올해 최고의 사건으로 무엇을 주목했을까.

▲ 한국 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가 지난 1월 30일 발사에 성공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이하 과총)는 △과학기술발전 기여도 △과학기술인 관심도 △과학대중화 기여도를 기준으로 3차례의 심의를 거치고, 최근 5천437명의 과학기술인과 국민들의 투표를 통해 ‘2013년 10대 과학기술 뉴스’를 선정했다.

1위는 올해 초 성공적으로 우주궤도에 오른 ‘나로호의 3차 발사’가 선택되었으며 총 3천903표(71.8%)를 얻었다. 2위는 올해 최고의 혁신상을 받은 바 있는 ‘곡면 OLED TV’, 3위는 ‘뇌를 투명하게 보는 기술’, 4위는 ‘폐암과 유방암 차단 신물질’이 선정되었다. 5위는 ‘원자력발전소 비리 문제’가 꼽혔다.

이어 6위는 ‘나노입자 기반 슈퍼렌즈 개발’, 7위는 ‘초광각 곤충 눈 카메라 개발’, 8위는 ‘호프스타터의 나비 구현’, 9위는 ‘미래창조과학부 출범’, 10위는 ‘베트남 V-KIST 설립’이 순위에 올랐다.

우주발사 첫 발 내딛고, 곡면 TV로 세계 최초 기록

지난 1월 30일 오후 4시,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에서 우리나라의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1)’가 3번째 시도 만에 발사에 성공했다.

2009년 제1차 발사에서 문제가 되었던 위성 보호덮개 ‘페어링’ 부위도 고도 177킬로미터 지점에서 무사히 분리되었고, 199킬로미터에서는 임무를 마친 1단 로켓이 떨어져 나갔다. 이후 발사 9분 만에 100킬로그램급 나로과학위성이 정상 분리되었고 12시간 후에는 교신에 성공했다.

‘우주 강국’으로 인정을 받으려면 우주센터, 우주발사체, 인공위성의 세 가지를 갖추어야 한다. 이번 나로호 발사 성공으로 우리나라는 우주 강국의 대열에 진입했고, 과학기술계는 2013년을 빛낸 최고의 뉴스로 선정했다.

나로호 발사 성공까지는 총 5천205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었다. 발사 연기만 10차례에 실패가 2차례 있었지만 150여 개 기업과 45개 대학·연구소가 참여한 덕분에 차세대 한국형 발사체 개발을 위한 기술 54개를 확보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한국형 발사체의 완성을 2020년으로 예상하고 있다.

2위로 선정된 ‘곡면 OLED TV’는 국내 대표 가전기업인 LG와 삼성이 제작하고 있다. ‘곡면(curved)’은 곡선 형태로 화면이 휘어져서 붙은 명칭이다. 곡면 디스플레이는 사람이 착용하거나 옷에 부착할 수 있는 웨어러블(wearable) 컴퓨터 개발을 위한 필수 장치로 꼽힌다.

LG전자는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의 국제가전전시회(IFA)에서 77인치 곡면 OLED TV를 세계 최초로 공개해 최고 혁신상을 받았다. 두께가 4.3밀리미터에 불과하지만 가로 3840, 세로 2160 픽셀의 울트라HD를 달성했다. 삼성전자도 곡면 OLED TV로 2013년 한국전자전(KES)에서 ‘베스트 뉴 프로덕트(Best New Product)’ 상을 수상했다.

두 회사는 내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도 초청을 받았으며, 기존 77인치를 크게 뛰어넘은 105인치 곡면 TV를 출품할 예정이다.

뇌 들여다보고 암 전이 막는 등 의학기술 크게 발전

3위로 선정된 ‘뇌를 투명하게 보는 기술’은 미국 스탠퍼드대 생물공학과의 정광훈 박사후연구원이 개발했다. 젤리를 만드는 화학용액에 뇌를 담가두어 빛이 투과되는 것을 막는 지방 성분만을 제거해 투명도를 높이는 기술이다.

▲ 투명하게 만든 생쥐 뇌에서 비정상적 신경세포 연결망 3D로 관찰한 사진 ⓒNature
그러면서도 뇌세포는 손상이 없게 처리하는 것이 연구의 핵심이다. 뇌 단백질 소실률을 기존 41퍼센트에서 8퍼센트로 크게 줄인 점을 인정받아 지난 4월에는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연구결과가 게재되었다.

이번 기술은 해상도가 기존의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보다 2천 배나 높아 뇌세포를 500나노미터 수준으로 관찰 가능하게 해준다. 뇌 곳곳을 들여다보게 되면 부위별 기능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아직까지는 신경세포를 제외한 죽은 뇌세포에만 이용 가능하지만 심장, 간, 허파 등 다른 인체 기관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현재 MIT 화학공학과 및 뇌신경과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정 연구원은 “병역특례로 근무하던 헤어젤 제조업체에서 알게 된 기술을 응용했다”고 밝혔다.

4위는 암세포가 다른 인체 기관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막는 획기적인 신물질 개발이 선정되었다. 김성훈 서울대 약대 교수는 미국과 중국의 연구진과 공동 연구를 진행해 효소 단백질의 기능을 차단하는 물질이 암 전이를 막는 효과가 있음을 입증했다. 연구결과는 학술지 ‘네이처 화학생물학(Nature Chemical Biology)’에 게재되었다.

암세포에서는 효소 단백질 ‘KRS’의 활동이 증가한다. KRS가 특정 단백질과 결합한 후 다른 단백질까지 달라붙으면 세포 바깥쪽의 세포막으로 이동해서 암세포 전이 확률을 높인다. 연구진은 KRS의 단백질 결합을 막는 신물질을 찾아냈다.

현재 유한양행이 기술을 이전 받아 신약 개발을 진행 중이며 올해 말에 전임상시험이 예정되어 있다. 신약이 출시되면 암환자의 질병 전이를 막는 획기적인 치료법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비리로 얼룩진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

5위는 ‘원자력발전소 비리 문제’가 선정되었다. 2011년 발생한 동일본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폭발이 일어났고 아직도 고농도의 방사능 물질이 계속 새어나오고 있다. 이 와중에 우리나라에서는 원자력발전소에 불량부품을 사용해 품질검사를 통과한 사례가 발생했다.

에어컨 등 냉방장비의 사용으로 인해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여름 기간이었지만, 정부는 안전성 문제를 지적하며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2호기의 운전을 정지시켰다. 이어 신고리 3·4호기와 한울원전 5·6호기에도 불량부품이 쓰인 것으로 드러나자 네 달 동안 원전 20기에 대한 전수조사가 실시되었다.

결과는 참혹했다. 현재 운전 중인 원전 20기의 품질서류 2만3천여 건 중 277건의 서류가 위조된 것으로 드러났다. 신뢰에 타격을 입은 정부는 운전을 멈춘 3기와 건설 중인 원전 5기의 품질서류 27만5천 건도 모두 조사 중이다. 여름에 이어 겨울에도 전력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계속)

임동욱 객원기자 | im.dong.uk@gmail.com

저작권자 2013.12.27 ⓒ ScienceTimes

창업 DNA를 깨우다…생태계 구축 시급

창업 DNA를 깨우다…생태계 구축 시급


창조경제시대 현재와 미래 (하)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창조경제 박람회장에서 ‘스타트업 2013’ 행사가 열렸다. 가능성 있는 창업회사들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였다.

심사결과 금상은 집단지성을 이용한 온라인 번역 서비스 ‘플리토(Flitto)’가 차지했다. 은상은 인근의 주차장 빈 자리를 실시간으로 알려주고 예약까지 해주는 ‘파크 히어(Park Here)’가, 동상은 사용이 손쉬운 ‘틱톡 지퍼’, 2중 안전장치를 갖춘 ‘올인원 주사기’에 돌아갔다.

2013년 창업 현장에서 가장 뜨거운 모습을 보인 것은 이 같은 창업경연대회다. 국내외 곳곳에서 신진 창업인 들을 발굴하기 위한 행사가 이어졌다.

국내외 창업경연대회 통해 창업 관심 고조
지난 9월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 포시즌호텔에서 ‘비글로벌(beGLOBAL) 컨퍼런스’가 열렸다. 비석세스(beSUCCESS)와 미래창조과학부, 한국인터넷진흥원,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스트롱벤처스 등이 함께 개최한 행사였다.

▲ 23일 오후 목동방송회관 브로드홀에서 열린 ‘제 1회 기술창업올림피아드’ 결선대회에서 고교생들이 창업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있다. 올해 처음 열린 이번 행사에는 전국 고등학교에서 635개 팀이 참여했다. ⓒScienceTimes

이 행사에는 한국의 스타트업 10개 팀, 성공한 한국 창업가 및 투자자, 그리고 세계 저명한 투자자들이 다수 참석해 창업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 자리에서 지난 5월에 론칭한 동영상제작서비스 ‘쉐이커(Shakr)’, 스마일패밀리(SmileFamily)에서 출품한 ‘스마일맘’ 등이 소개돼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벤처스퀘어, 비석세스, 플래텀 등과 같은 스타트업 미디어 회사들이 등장해 데모 행사, 크라우드 펀딩 등을 주도하면서 창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벤처스퀘어에서 운영하고 있는 ‘로켓펀치(rocketpun.ch)’에는 매번 500여건의 구인·구직 정보가 올라와 있다.

방송에서도 큰 관심을 보였다. KBS는 토요일 오후 8시 황금시간대에 ‘황금의 펜타곤’이란 데모(demo, 示範)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MBC는 국내 주요 창업경진대회에서 상위 입상한 검증된 인재를 대상으로 한 아이디어 경연대회 ‘창업서바이벌 왕중왕전 골든 게이트’를 최근 선보였다.

전체적으로 이런 행사들이 많은 창업인 들에게 도움을 주는 분위기다. 최근 5월에 법인 등록을 마친 K씨는 “이런 프로그램들이 현실의 벽에 부딪힌 창업인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좌절할 것 같은 상황에서 다시 일어서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있다”는 것.

K씨는 지금 많은 창업인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어떻게 상품화하는지 그 문제를 놓고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경험이 부족한 새내기 창업인 들에게 실질적인 배려와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2013년은 창업생태계 기초를 놓은 한 해
이런 상황에서 국내에 아이디어를 사업화해 꽃피울 수 있는 풍토를 마련해주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지난 19일 서울 서초 aT센터에서 열린 ‘과학기술 혁신과 창조 생태계 조성’이란 주제로 열린 포럼에서 참석자들은 삼성서울병원의 바이오-의료커넥트센터(BMCC)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의료는 물론 에너지, 전자 등 간 분야에 걸쳐 이런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는 합의가 이루어졌다.

이 센터는 바이오-의료 제품의 성공적인 시장 진입을 돕기 위해 지난 2009년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기존 의료 분야에 IT, 건설, 자동차, 가전, 보안 등의 이종 산업들을 연계해 융・복합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시스템을 통해 새로운 산업이 탄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심각하게 낙후된 모습을 보였던 국내 의료 분야에 새로운 창업을 주도하면서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이곳을 통해 새로운 스타트업들이 속속 출현하고 있다.

창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올해 대학의 창업동아리 수는 1천833개(회원 수 2만2천463명)로 지난해보다 50% 이상 늘어났다. 특히 젊은층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특허청이 실시한 ‘무한상상 국민 창업 아이디어’ 등록 건수를 보면 제공된 아이디어 총 2천700여 건 중 80% 이상이 40세 이하 층에서 제안된 것들이다. 구직난에 허덕이는 젊은 층에서 창업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창업자들을 보다 더 효율적으로, 그리고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창업 정책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것은 이렇게 발굴된 아이디어를 어떤 방식으로 상품화하느냐는 것이다. 이 문제를 놓고 영국 의회는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보고서를 작성할 정도로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창업자들을 돕기위한 크라우드펀딩 합법화 작업에 나섰다. 제도권 금융 편입을 위한 조사연구와 함께 대중으로부터 의견 수렴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12월31일에 최종 결과를 발표하고 내년 정책 방향을 제시할 계획이다.

창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지금의 실업난을 타개하고 하고 국가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양날의 칼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2013년은 이 창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기초를 놓은 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3.12.27 ⓒ ScienceTimes

2013년 12월 27일 금요일

STEAM연구하는 고교생들의 축제 한마당

STEAM연구하는 고교생들의 축제 한마당


2013 STEAM R&E 페스티벌

 
 

지난 26일, 고등학생들의 연구활동 성과를 공유하며 소통하는 축제 한마당이 열렸다. 교육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의 ‘2013 STEAM R&E 페스티벌’이 바로 그 현장이었다.

▲ '2013 STEAM R&E 페스티벌'이 지난 26일 열렸다.  ⓒScienceTimes

본격적인 페스티벌 시작에 앞서 진행된 개막식에서 강혜련 이사장은 “21세기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스티브 잡스는 과학지식에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사고를 결합시켜 우리 삶의 패턴을 바꿔놓았다”며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융합적 마인드를 지닌 창의인재가 국가의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STEAM R&E 페스티벌은 학생들의 연구 활동 기회를 확대하고, 자유로운 탐구분위기를 확산시키기 위해 시작됐다”며 “지난해 70개 과제에 이어 올해는 100개 과제로 확대해 학생들에게 더 많은 연구 기회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이번에 참가한 100개 과제가 서면심사를 거쳐 57개 과제로 선별됐고, 이날 300여 명의 학생들이 한 자리에 모여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전시하고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 스스로 문제 해결방법을 찾아가는 창의적 설계와 문제해결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감성적 체험이 바로 융합인재교육(STEAM)이며, STEAM R&E는 학생 스스로 주제를 선정하고 교사의 지도를 받아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으로 자기주도적 학습기회를 확대하고 창의력 및 문제해결 역량을 함양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로써 과학영재학교와 과학고등학교는 물론 과학중점학교들까지 융합인재교육(STEAM)에 참여하게 됐고, 이들뿐 아니라 일반고 학생들도 참가해 꿈과 끼를 깨우는 의미있는 시간이 됐다.

과학고 학생들이 예술까지 ‘융합적 마인드’로 연구 진행

이날 STEAM R&E 페스티벌 현장에는 그동안 연구 성과를 담은 57개의 전시판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그 앞에는 상기된 표정으로 자신들의 연구 성과를 설명하는 학생들과 앞으로 진행될 발표회를 위해 마지막 점검에 나선 학생들로 북적거렸다.

이번 57개 과제 중에 유독 눈에 띄는 것은 경남과학고 학생들의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었다. ‘식물을 이용한 친환경 대체 단청 물질 개발에 관한 연구’, ‘팔만대장경 750년 경판 보존에 대한 고찰과 과학적 분석’ 등 다양했다. 특히 최근 ‘국보1호’ 숭례문이 복원 5개월 만에 단청이 벗겨지고 목재가 갈라지는 등 심각한 문제점들이 제기됐기 때문에 단청과 관련된 연구에 관심이 모아졌다.

▲ 왼쪽부터 경남과학고 강지승, 김은조, 심주은, 김유민, 정보금 학생.  ⓒ김순강

“우리 주변 문화재의 박락, 탈색, 훼손이 심각한 상황을 목격하고 문화재를 보존하기 위해서 단청 원료에 대한 문제점부터 해결해야 되겠다는 생각에서 연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경남과학고 심주은, 강지승, 김유민, 김은조, 정보금 학생들이 ‘식물을 이용한 친환경 대체 단청 물질’을 개발하게 된 이유다.

심주은 학생은 “처음에는 그냥 주변 문화재들에서 문제점을 발견해서 연구를 시작했는데, 나중에 숭례문의 단청에 문제가 생긴 것을 보고서 우리 연구의 필요성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어 더 열심히 하게 됐다”고 연구 동기에 대해 소개했다.

이들은 전통 자연 염색법을 배운 후, 식물염액을 제조해 산성비 영향조사를 위한 화학적 부패실험과 온도 변화 저항성 실험 등을 거쳤다.

심주은 학생은 “실험 결과 전통단청에 비해 식물단청의 입자가 작아서 박락 방지 효과가 뛰어나며, 식물 단청이 화학적 부패 저항성도 높고 온도변화에 대한 저항성도 높아 문화재를 복원하거나 보호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정리했다.

이번 STEAM R&E 과제를 통해 과학지식 쌓기에 여념이 없었을 과학고 학생들이 역사와 예술 등 융합적 마인드로 창의적 사고를 하게 됐다.

일반고 학생들도 창의적 아이디어로 실력 뽐내
이밖에 일반고 학생들의 창의적 아이디어도 돋보였다. 강일고 학생들의 ‘10대 후반 남자 청소년들의 인체 비례적 관점에서 본 얼굴과 사람들의 선호도 비교 연구’나 풍생고 학생들의 ‘등자배를 이용한 한국대표 바이오다이나믹 와인만들기’ 등이 눈에 띄였다.

▲ 즉석 여론조사에 나선 강일고 학생들.  ⓒ김순강
 외모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에서 연구를 시작됐다는 최순기 학생(강일고2·사진 오른쪽)은 “교실에서 학생들끼리 서로의 외모를 못생겼다고 지적하는 얘기를 들으면서 미의 기준이 왜곡된 현대사회에서 올바른 미적 가치관 형성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 연구동기였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10대 후반 남자 청소년들의 얼굴 사진을 수집해 인체 비례 계산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그 결과와 설문조사를 통한 일반인들의 선호도 결과와 일치하는지를 조사했다. 이를 위해 학생들은 천호역 광장으로 설문지를 들고 나갔다.

이와 관련해 최순기 학생은 “설문결과 성별과 연령대에 상관없이 인체 비례적 관점에서 본 이상적인 얼굴일수록 사람들이 더 선호하고 밝은 표정을 가진 얼굴일수록 사람들이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날 페스티벌 현장에서도 강일고 학생들은 자신들의 얼굴이 담겨있는 사진판을 들고 다니며 누가 더 잘생겼는지 여론조사 하는 깜짝 이벤트를 벌여 딱딱한 경연장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또 풍생고 학생들의 ‘등자배를 이용한 와인만들기’에는 다른 지역에 밀려 인지도가 하락하고 있는 성남시 대왕리 등자면의 특산품 ‘등자배’로 와인을 만들어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창조경제 마인드도 보여 더욱 관심을 모았다.

▲ PPT발표를 하고 있는 학생들.  ⓒScienceTimes

한편, 이날 학생들은 자신들이 연구한 성과를 PPT발표를 통해 공정한 심사를 거쳤고, 그 결과는 추후에 학교로 통보되어 교육부 장관상과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상이 전달될 예정이다.

김순강 객원기자 | pureriver@hanmail.net

저작권자 2013.12.27 ⓒ ScienceTimes

2013년 12월 26일 목요일

RNA 유전자가위 정확성 높이다

RNA 유전자가위 정확성 높이다


[인터뷰] 김진수 서울대 화학부 교수

 
 

잘못된 유전자를 올바르게 교정할 수 있다면? 이러한 인간의 호기심에서 시작된 연구가 ‘유전자 가위’ 연구다. 잘못된 유전자를 새롭게 교정하고 편집할 수 있도록 개발된 이 연구는 바이오테크놀로지가 주목을 받는 이때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이 중에서도 RNA 유전자 가위 기술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것으로 원하는 DNA 서열에 먼저 손상(DSB, Double Strand Break)을 유도한 후, 그것이 회복되는 과정을 통해 원하는 타깃 자리에 변이 혹은 유전자 재배열을 일으키는 기술이다.

유전자 가위 기술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관심 선상에 있다. 이것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게 되면 그동안 치료가 어려웠던 인체 내 여러 질병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고 국가경쟁력을 제고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유전자가위 기술, 관건은 ‘정확성’
▲ 김진수 서울대 화학부 교수  ⓒ황정은

하지만 유전자가위 기술도 결국 정확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용지물과 다름없다.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켜 더 큰 잠재적 위험성을 안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RNA 유전자가위 기술의 정확성을 높여 주목을 받고 있다. 김진수 서울대 화학부 교수팀이 미생물에서 유래한 핵산분해효소인 Cas9 단백질을 표적자리로 유도하는 가이드(guide) RNA 구조를 개선해 표적 선택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김 교수팀은 이 연구를 통해 선택적으로 표적자리에만 돌연변이를 유도하면서 비특이적 변이를 일으키지 않는 방법을 제시했다. 또한 이 연구결과를 이용해 연세대 이한웅 교수팀, 충남대 김철희 교수팀과의 공동연구를 진행, 각각 생쥐와 제브라피쉬에서 유전자 녹아웃을 하는 데 성공했다.

국제학술지 ‘지놈 리서치(Genome Research)’ 온라인 판에 두 편의 논문으로 게재된 이 연구는 향후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유전자와 줄기세포 치료의 부작용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중 한 편은 '지놈 리서치'에서 가장 많이 읽힌 논문 1위의 자리를 한 달 넘게 지키고 있다.

유전자가위를 세포에 도입할 때 원하지 않는 DNA를 무작위로 자르게 되면 독성을 일으키거나 여러 가지 염색체 변이를 유발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때문에 표적 DNA만을 선택적으로 자르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RNA 유전자가위의 경우 표적자리 외 DNA를 자를 수 있다는 사실이 보고되면서 다양한 분야에 응용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했다. 즉 유전자 가위의 정확성을 높이는 연구가 매우 시급했던 셈이다.

“우리 연구팀은 유사 DNA 염기서열에는 작용하지 않고 표적 DNA 염기서열만을 선택적으로 잘라 교정하는 유전자가위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기존에는 표적 염기서열과 유사한 DNA까지 빈번하게 잘랐다면, 우리 연구팀이 개발한 것은 딱 한 군데만 자를 수 있도록 한 것이죠. DNA가 잘리게 되면 세포 내에 존재하는 복구시스템이 잘린 DNA를 어떻게든 이어줍니다. 그 과정에서 연구자는 원하는 변이를 일으킬 수 있고 맞춤형 변이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최초의 유전자 가위로 불리는 제1세대는 2000년대에 개발된 징크핑거뉴클리아제(ZFN)으로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받긴 했지만 보편적으로 적용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았다. 더군다나 표적물질 외의 것도 잘라 널리 활용하는 데 문제가 있었고 가격도 약 2만5천 달러로 워낙 비싸 관심만큼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2세대 유전자가위는 탈렌(TALEN)이었습니다. 탈렌은 징크핑거뉴클리아제와 거의 유사하지만 새로운 단백질을 사용한 시도였죠. 그것을 거쳐 이번에 새롭게 소개된 것이 제3세대 유전자가위입니다. 1세대, 2세대와는 달리 작용 기작이 전혀 다르고 DNA를 인식할 때도 단백질이 아닌 RNA를 이용해 RNA와 상보적인 DNA 염기서열을 인식하게 됩니다.”

올 초 김진수 교수팀이 3세대 유전자가위에 대한 논문을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발표함과 동시에 미국 연구진 다섯 곳이 각자 독자적으로 수행한 RNA 유전자가위 연구 결과를 내놓기 시작했다. 동일 주제에 대한 최초의 논문 여섯 편이 한 시기에 나온 것만을 보더라도 해당 분야에 연구자들의 관심이 얼마나 뜨거운지 알 수 있다.

실제로 현재 미국 연구진들은 RNA 유전자가위를 통해 난치병을 치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즉 Editas Mecidine이라는 회사를 설립, 4천300만 불을 투자 받은 후 각종 유전병이 원인으로 작용해 치료가 쉽지 않은 질병들을 유전자가위 기술을 통해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이 기술은 식물에도 적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향후에는 병충해에 강한 농작물, 영양 성분이 개선된 채소까지 재배할 수 있으므로 유전자가위 기술은 ‘생명공학의 혁명’의 시발점으로 언급되기도 한다.

“치료제뿐 아니라 농작물 및 가축 생명공학, 유전학 등에서 유전자 기능을 알고 싶을 때 유전자가위 기술이 이용될 수 있습니다. 이전과 달리 생명과학 분야의 모든 사람이 손쉽고 저렴한 비용으로 이 기술을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죠. 현재 세계 선진국에서 유전자 가위를 통해 다양한 시도를 진행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기술이 이들보다 앞서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타깃만 적중, “모래사장 속 진주 찾기보다 어렵죠”
▲ 절단 특이성이 향상되면 세포에 RGEN 유전자 가위를 도입했을 때, 부작용이 발견되지 않는 돌연변이 세포를 쉽게 얻을 수 있으며, 향후 유전자 치료 등에 적용하기에 적합하다.  ⓒ한국연구재단

유전자가위 정확성 향상의 핵심은 가이드 RNA의 구조와 전달형태에 있다. 가이드 RNA란 RNA 유전자가위의 DNA 특이성을 결정하는 작은 RNA 분자로 이것만 교체하면 손쉽게 새로운 RNA 유전자가위를 만들 수 있어 생명과학 분야 곳곳에서 사용된다.

김 교수팀은 가이드 RNA 앞에 두 개의 구아닌 염기를 추가한 경우 표적 염기서열에 대해서는 잘 작용하면서도 유사서열에는 작용하지 못하게 해 절단의 정확성을 높였다.

“유사 DNA 염기서열에는 작용하지 않고 표적 DNA 염기서열만을 선택적으로 잘라 교정하는 기술은 사실 매우 어려운 기술입니다. 마치 모래사장에 진주알 하나를 숨겨놓고 그것을 찾는 것과 같다고 할까요? 인간 유전체가 30억 개 인데 그중 특정 20개를 찾는 것은, 수억 분의 1 확률을 거는 게임과 같죠. 하지만 유전자가위가 정교하지 않으면 결국 무용지물이 되고 말아요.

사실 이번 연구 역시 지난번 연구의 연장선상에서 얻은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1월 저희가 RNA 유전자가위를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소개하고 난 후 다른 여러 연구진들이 RNA 유전자가위가 매우 부정확하다는 논문을 잇달아 같은 저널에 발표해서 이 문제로 고민하고 있었죠. 그러나 저희가 만든 RNA 유전자가위는 매우 정확하게 잘 작용하는 것을 발견하게 됐고 이를 논문으로 제출했죠. 하지만 처음에는 리뷰어가 결과를 신뢰하지 못하더군요. 다른 연구팀의 결과와 비교해 보니, 우리 연구팀의 결과는 가이드 RNA가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렇게 입증된 후 발표된 게 이번 논문이죠. 결국 결과를 먼저 얻고 원인을 찾아가는, 역으로 연구가 진행된 셈이에요. 많은 것을 배운 과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김진수 교수는 1994년 박사과정 중에 유전자가위에 대한 관심이 생겨 20여 년 가까이 한 분야를 연구해 오고 있다. 1세대 유전자 가위부터 2세대를 거쳐 3세대까지, 모든 유전자 가위를 독자적으로 개발한 연구실은 김 교수팀이 유일하다.

“연구를 진행할수록 이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매번 실감해요. RNA 유전자가위만 해도 작년에 연구를 시작했는데, 당시 우리 연구팀만이 유일하거나 제일 앞서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저희 논문이 심사 받는 중에 여러 경쟁그룹들의 논문들도 심사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거예요. 정말 피가 마르는 듯한 순간이었죠. 결국 우리가 생각하는 것은 남도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네요.”

이 연구는 앞으로 더 큰 파급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 교수는 “현재 유전자 가위가 가장 널리 활용되는 분야는 유전자 기능을 파악하기 위한 유전학 연구 분야”라며 “일례로 암세포를 제거하려면 어떤 단백질을 공격해야 하는지 유전자 기능을 연구해야 하죠. 여러 모델 동물, 식물에서 유전자 기능을 파악하려면 유전자를 파괴해야 합니다. 유전자 기능연구는 점점 더 필수적인 도구가 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김 교수는 앞으로 이 기술을 통해 질병 치료에 결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유전자를 발굴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한 유전자가위 기술을 통해 난치병에 대한 세포 치료제를 개발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이번 연구의 많은 부분이 국내의 많은 전문가들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이뤄졌습니다. 결과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원천기술을 개발한 만큼 우리나라 생명과학자들의 경쟁력 역시 높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 기술이 결코 미국보다 뒤쳐지지 않아요. 이 분야에서 유럽이나 일본에는 아예 경쟁자가 없다시피 합니다. 앞으로도 국내 연구자들이 이 기술을 창의적으로 활용해서 좋은 결과가 배출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3.12.26 ⓒ ScienceTimes

2013년…창업국가를 꿈꾸다

2013년…창업국가를 꿈꾸다


창조경제시대 현재와 미래 (상)

 
 

지난 2월25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장에서 ‘경제부흥’과 ‘국민행복’, 그리고 ‘문화융성’을 실현할 것을 약속했다.

첫 번째 목표인 ‘경제부흥’을 위해서는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를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창조경제에 대해 “과학기술과 산업이 융합하고, 문화와 산업이 융합하고, 산업 간의 벽을 허문 경계선에 창조의 꽃을 피우는 것”이란 설명과 함께 융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또 “창조경제 중심에 과학기술과 IT산업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과학기술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이 과학기술을 전 분야에 적용해 ‘창조경제’를 구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창조경제 성공 모델은 이스라엘
창조경제는 박근혜 정부가 약속한 경제부흥에 있어 화두이다. 새 정부 4대 국정기조 중 1순위인 경제 살리기의 핵심 개념으로, 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이 용어를 10번이나 언급했다. 140개 국정과제 중 20개 과제가 창조경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 지난 15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3 창조경제박람회' 특별강연. 일요일 오전인데도 불구하고 창업에 대한 강연을 듣기 위해 많은 관람객이 몰려 국민들 사이의 높은 관심도를 반영했다.  ⓒScienceTimes

그리고 9개월이 지난 지금 박근혜 정부가 구상한 창조경제가 그 모습을 갖추고 있다. 국민들로부터 창의성 있는 아이디어들이 만들어지고, 이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과정에 금융권, 기업 등의 투자가 이어지면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일련의 창조경제 생태계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생태계 조성을 위해 이스라엘을 모델로 삼았다. ‘후츠파로 일어서라’란 제목의 책을 쓰는 등 이스라엘 통인 미래창조과학부 윤종록 제 2차관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우리나라처럼 자원이 없는 상황에서 창조경제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단언했다.

“자원은 없지만 두뇌는 굉장히 우수하기 때문에 여기에다가 상상력이라는 자극을 가해 준 다면 상상력이 과학기술과 접목해서 창조경제라는 씨앗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창조경제 모델로 이스라엘을 예로 들었다.

인구가 750만밖에 안 되고 우리나라 충청남북도 정도밖에 안 되고 연간 강우량이 한 500mm밖에 안 되는 나라지만, 국민 상상력을 과학기술에 접목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어마어마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

금융위원회는 지난 8월12일 서울 여의도 정책금융공사 내에 중소ㆍ벤처기업을 위한 ‘성장사다리펀드’ 사무국 현판식을 가졌다. 창업국가를 조성하는 데 있어 필수 과정인 이 창업투자 펀드 는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스라엘 요즈마펀드를 벤치마킹해 만든 것이다.

정책금융공사 등 정책금융기관이 앞으로 3년간 총 1조8천500억원을 출자하고 민간부문 자금 유치를 통해 총 6조원 규모의 자금을 운용한다는 계획.

창조경제타운, 무한상상실 전국 확대
지난 9월30일에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창업 아이디어 사이트, ‘창조경제타운’(www.creativekorea.or.kr)을 오픈했다. 개인이나 기업 등에서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창업 전문가들이 멘토링을 수행하는 아이디어 구현 플랫폼이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이 있지만 전문가에게 설명하거나 투자자를 만날 기회가 막혀 있던 사람들, 창업하고 싶지만 사업화 전략 등의 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사람들이 자신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마음 놓고 제시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1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창조경제박람회 개막식 축사를 통해 창조경제타운이 큰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3천800여건의 창의적 아이디어가 제안됐고, 특허를 출원하고, 시제품을 제작하거나 투자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성공사례들이 속속 가시화되고 있다”며, “(온라인 외에) 오프라인 창조경제타운을 전국적으로 늘려나가겠다”고 밝혔다.

어린이, 어른 모두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창업 마당 ‘무한상상실’도 전국적으로 그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지난 8월1일 국립과천과학관에 1호 무한상상실을 개소한데 이어 8월23일에는 서울 한국발명진흥회에 2호 무한상상실을 오픈했다.

28일에는 국립대전과학관, 31일 서울 광진도서관, 다음달 12일에는 광주 신창동주민센터 그리고 13일 목포공공도서관이 무한상상실을 잇따라 개설했다. 여러 유형의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고 있는 가운데 전체 참여 인원이 12월 들어 1만 명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11월 11일에는 서울 팔래스호텔에서 ‘창조경제문화 운동’을 시작했다. 국민 개개인의 창의성이 존중되고 아이디어가 발현되는 문화를 조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누구나 창업에 도전하여 창조경제 실현에 기여하는 사회풍토를 확산해 나가기 위해 민간 주도로 추진하는 문화운동이다.

초대 위원장 이광형 KAIST 교수는 “창조경제 활동이 많은 국민들의 공감대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국민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창조경제 주체 간 교류‧협력을 촉진하는 역할을 맡겠다”고 말했다.

12월12일에는 서울 코엑스에서 ‘창조경제박람회’를 개최했다. 한 해 동안의 창조경제를 둘러보는 자리였다. 많은 인파가 몰렸는데, 관람객들은 특히 ‘컨설칭 & 지원 플랫폼’에 설치된 민간 분야 벤처・창업 투자기관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계속)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3.12.26 ⓒ ScienceTimes

2013년 12월 25일 수요일

에너지밀도 5배 높은 리튬황 전지

에너지밀도 5배 높은 리튬황 전지


[인터뷰] 김도경 카이스트 신소재공학과 교수

 
 
기술이 발전하고 다양한 산업이 등장하면서 충전과 방전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2차전지는 필요한 연구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2차전지 중에서도 납축전지와 니켈카드뮴, 니켈수소전지와 같은 리튬이온 전지는 전기자동차는 물론 로봇, 전동공구 등 다양한 장치들에게 안될 요소다.

리튬이온전지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보통전지와 비교해 더 높은 전압의 전기을 만들기 때문이다. 일반 전지는 약 1.3~2 볼트 정도지만, 리튬이 포함된 전지는 3볼트 이상의 전압을 얻을 수 있다. 다른 금속 이온에 비해 작고 가볍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면 단위 무게당 큰 에너지, 즉 높은 에너지 밀도를 얻을 수 있다.

에너지밀도, 리튬이온전지의 약 5배

▲ 김도경 카이스트 신소재공학과 교수 ⓒ카이스트
리튬이온전지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치명적인 단점을 안고 있다. 먼저 열화로 인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노화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라는 것과 온도에 매우 민감해 안전성의 문제를 야기한다는 단점이 있다.

외부의 강한 충격이나 압력으로 변형이 발생하면 전지 내부 온도가 크게 올라가 리튬이온전지를 둘러싸고 있는 금속 캔이 부풀어 올라 폭발하게 된다. 안정성의 문제를 안고 있는 리튬이온 전지를 대체하기 위해 과학계는 리튬 황 전지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리튬이온전지보다 에너지 밀도가 약 5배 이상 높은 리튬황전지를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김도경 카이스트 신소재공학과 교수팀이 EEWS 최장욱 교수와 공동으로 리튬이온 배터리의 수명과 에너지 밀도를 크게 뛰어넘는 리튬황 전지를 개발했다.

연구결과는 그 성과를 인정받아 나노소재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개발한 리튬황 전지는 단위 무게당 에너지 밀도가 최대 2천100Wh/kg입니다. 이는 현재 상용화 중인 리튬이온전지(최대 387Wh/kg)보다 약 다섯 배 높은 양이죠. 기존에 개발된 리튬황 전지가 갖는 충·방전에 따른 급격한 용량감소 문제를 해결해 수 백 번 충·방전이 가능하게 된 셈입니다.”

김도경 교수팀은 나노전극 재료합성기술을 활용, 두께 75나노미터, 길이 15마이크로미터의 황 나노와이어를 수직으로 정렬해 전극 재료를 제작했다. 이렇게 제작된 황 나노와이어 정렬 구조는 1차원 구조체인 만큼 전자 이동이 매우 빨라 전극의 전도도를 극대화시켰다.

더불어 황 나노와이어 표면에 탄소를 균일하게 코팅, 황과 전해액의 직접적인 접촉을 막아 충·방전 중 황이 녹아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리튬황 전지가 갖는 수명저하 문제를 해결했다.

“리튬황 전지 시스템은 이미 많은 연구자들에 의해 연구가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리튬황 전지를 사용하기 위해 여러 가지 문제점을 해결해야 했는데, 그 중에서도 우리 연구팀은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충‧방전 시 용량감소를 해결하는 전극재료를 제작했습니다.

충‧방전을 하게 되면 황의 중간 생성물이 생기고 이것이 전해질과 접촉 하면 녹아나게 되면서 용량이 감소하게 돼요. 우리는 이 문제를 얇은 카본 막을 황에 씌워 황의 중간 생성물들이 녹지 않도록 했습니다.”

김 교수가 언급했 듯, 기존에도 리튬황 전지의 연구를 지속적이었지만 기존의 리튬황 전지용 전극은 초기에 높은 용량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충·방전을 반복함에 따라 지속적인 용량감소를 보였다. 때문에 이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였는데 김도경 교수팀이 이를 효과적으로 극복했다.

개발된 전극은 3분마다 한 번 충·방전이 이뤄지는 빠른 방전속도에서 300회의 충·방전 후에도 초기 용량의 99.2%를 유지했고 1천회의 충·방전 후에도 70%이상 용량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김도경 교수팀의 연구결과는 이차전지에서 가장 중요한 특성인 수명과 에너지 밀도 등에서 기존의 어떠한 전극보다 성능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리튬이차전지의 한계에서 시작한 연구
▲ 탄소 코팅된 황 나노 와이어 정렬 구조(좌측상단 1, 2 프레임), 단일 황 나노와이어(좌측 하단), 황 나노 와이어 정렬 구조 모식도(우측) ⓒkaist

김도경 교수가 리튬황 전지 연구를 시작하게 된 것은 최근 전기자동차 개발이 가속화 되고 있지만 리튬이온 2차전지의 한계가 계속 거론되는 분위기 속에서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차세대 전지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급증했지만 그것을 만족시켜줄 만한 연구결과는 없었어요. 때문에 우리팀에서 이번 연구를 시도하게 됐죠. 연구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각각의 공정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십 회의 다양한 조건에서 실험을 반복하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김 교수팀의 이번 연구는 리튬이온 전지의 대체재로 불리는 리튬 황 전지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해결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개발된 리튬황 전지는 무인기와 전기자동차, 재생에너지 저장장치 등에 필요한 차세대 고성능 이차전지의 실현을 앞당길 수 있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대표적인 차세대 이차전지인 리튬황 전지의 오랜 난제인 수명저하의 해결방안을 찾아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구현해 해당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기술 우위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이번 연구가 가진 의의를 설명했다.

개발된 연구는 다른 리튬 황 전지용 전극 재료에 차용함에 따라 좀 더 향상된 리튬 황 전지용 전극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도경 교수는 앞으로 연구와 관련, “이번 연구의 컨셉을 바탕으로 다양한 응용을 통해 도육 향상된 전극 재료에 관한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3.12.24 ⓒ ScienceTimes

2013년 12월 24일 화요일

“고교생도 창업에 성공할 수 있다”

“고교생도 창업에 성공할 수 있다”


제 1회 청소년 기술창업올림피아드 결선 현장

 
 

창조 + 융합 현장   23일 오후 목동방송회관 브로드홀에서 열린 ‘제 1회 기술창업올림피아드’ 결선대회 현장. 이곳에서 고등학생들의 사업가능성 있는 창업 아이디어들이 다수 선보여 참석자들을 크게 놀라게 했다.

참가팀 ‘프로젝트 글래스 슈즈(Project Glass Shoes)’는 ‘평발 교정용 깔창’ 아이디어를 발표했다. 이 팀의 한 구성원은 평발로 고생했던 경험이 있었다. 교정용 깔창을 비싼 가격에 사서 사용하던 중 많은 불편함을 느끼고, 친구들과 함께 신개념 깔창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 23일 오후 목동방송회관 브로드홀에서 열린 ‘제 1회 기술창업올림피아드’ 결선대회에서 금, 은, 동, 장려상을 수상한 학생들이 주최, 주관기관 관계자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ScienceTimes

새로 선보인 평발 교정용 깔창은 3D 프린터로 만든 것이다. 개인의 발을 스캔한 후 그 발에 맞도록 모든 과정을 설계했다. 우레탄폼에 인조 가족을 붙여 편안함을 시현했다. 이전에 느낄 수 없었던 착용감이었다.

편하고 값싼 평발교정깔판 등 금상 수상
기존 제품의 복잡한 제작과정을 뛰어넘은 주문제작 방식의 공정과정이었다. 참가팀 ‘프로젝트 글래스슈즈’는 “이런 제작과정을 통해 재료비, 제작비 등을 크게 줄여 매우 싼값에 깔창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3D 프린터로 깔창을 만드는 만큼 개인마다의 평발 정보가 상세히 축적돼 특수 제작을 원하는 개인고객들을 다수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수익성도 높아 “켤레당 10만원의 가격으로 하루 3켤레씩만 팔아도 연간 1천500만원의 매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 최고상인 금상을 수상한 ‘풍기문란 선풍기’ 팀. 스마트폰으로 집안 가전제품 플러그 차단을 조절할 수 있는 ‘자동전력 차단 인터페이스’ 시스템을 발표했다.  ⓒScienceTimes

평발교정 깔창의 시중 가격은 29만~60만원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참가팀은 이 아이디어를 병원 등과 연계해 확대할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 아이디어는 이날 올림피아드 최종 심사에서 최고상인 금상을 차지했다.

참가팀 ‘풍기문란 선풍기’의 ‘자동전력 차단 인터페이스’도 큰 주목을 받은 아이디어다. 가정이나 사무실 등에 있는 무선 인터넷 공유기를 스마트폰이 인식해, 스마트폰으로 그 가전제품들의 전원을 켜고 끌 수 있는 솔루션이다.

이 아이디어는 많은 사람들이 전기 플러그를 뽑는 것을 힘들어한다는데 착안했다. 가정, 혹은 사무실 밖에서 안에 있는 가전제품들 전원을 끄고, 켤 수 있는 장치다.

참가팀은 많은 사람들이 가정・사무실 등에 있는 가전제품 플러그를 그대로 꽂아놓은 채 살고 있다는 것을 주목했다. 그 결과 많은 전력이 허비되는 것은 물론 화재사고 역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중에 나와 있는 제품들을 모아 상세히 분석했다. 그리고 소비자들에게 더 필요한 부분들을 수정 보완했다.

“창업 아이디어 수준, 매우 높았다”
반자동 수준에 머물고 있는 기존 제품 성능을 보완해 완전자동화를 시현했다. 안전성도 대폭 보완했다. 가격에 있어서도 제작비를 대폭 절감해 기존 제품 대비 40% 싼 가격을 책정할 수 있었다.

참가팀은 “시장조사를 수행한 결과 90%가 넘는 소비자들이 구매의사를 보였다”고 말했다. 향후 사업계획과 련련해서는 향후 B2B(기업과 기업간 거래) 시장을 집중 겨냥해 사업영역을 확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아이디어도 최고상인 금상을 차지했다.

금상을 받은 이 두 팀 외에 2팀이 은상과 동상을, 4팀이 장려상을 받았다. 은상은 ‘도라도란 양방향 점자 라벨기’를 발표한 ‘다빈치’ 팀과 신개념 떡볶기 포장 아이디어를 소개한 ‘포장의 달이’ 팀이 수상했다.

동상은 ‘염분먹는 불가사리’를 고안한 ‘윤&2김’ 팀과 간편하게 식중독균을 식별할 수 있는 킷(kit)을 개발한 ‘안티포이즌’이 각각 수상했다.

장려상을 받은 팀은 유리창 투명도 조절장치를 개발한 ‘자체발광’,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의 소통을 위한 언어식별장치를 개발한 ‘다빈치’, 연료를 적게 쓰는 랜튼을 개발한 ‘일렉목탁’, 그리고 버스 내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승객 손잡이를 개발한 ‘나도 한번’ 팀이 각각 수상했다.

이 올림피아드 행사는 미래창조과학부와 교육부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과학창의재단과 YTN 사이언스가 공동 주관하는 행사다. 한화그룹, 롯데그룹, 삼성엔지니어링, (주)효성, 한국항공우주산업(주), 아시아나항공, BS금융그룹 부산은행이 후원사로 참여했다.

올해 처음 열린 ‘청소년 기술창업 올림피아드’ 행사는 지난 9월 전국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사업계획서를 접수받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 결과 635개 팀이 창업 아이디어들을 제안했다.

기업인, 변리사, 경영지도사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진은 지난 10월24일 있었던 예선 심사, 11월 2~3일에 있었던 1, 2차 교육캠프(본선)를 거쳐 10개 팀을 선정했다. 그리고 24일 목동방송회관에서 최종 결선행사를 가졌다.

행사를 주관한 강혜련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은 학생들의 창업 아이디어 수준에 대해 완성도가 매우 높았다고 평가하고, “정말 마음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또 내년 행사부터는 참가 학생들의 학업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서류접수 시기를 여름방학 기간으로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발굴한 창업 아이디어들은 사업화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창조경제타운(www.creativekorea.or.kr) 등과 연계해 전문가 컨설팅, 멘토링 등의 지원이 이루어진다.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3.12.24 ⓒ ScienceTimes

2013년 12월 23일 월요일

고객 중심으로 바꿀 건 다 바꿔야

고객 중심으로 바꿀 건 다 바꿔야


R&D 현장의 창조 생태계 조성 방안

 
 

창조 + 융합 현장   창의적 아이디어가 미래 성장 엔진이라는 데 토를 달 사람은 없다. 문제는 아이디어를 발굴해 신산업 엔진으로 삼는 일인데, 그 일이 쉽지 않다. 무엇보다 창의성을 존중하는 나라 분위기 조성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제를 놓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19일 서울 서초 aT센터에서 포럼을 개최했다. ‘과학기술 혁신과 창조 생태계 조성'을 주제로 일곱 번째로 열린 이번 포럼에서는 보건의료, 에너지 등 주요 산업 부문의 생태계 조성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삼성서울병원 방사익 성형외과 교수는 ‘헬스케어 3.0 시대의 병원 역할’이란 주제로 병원과 산・학・연 등을 연결하는 융・복합 연구개발 시스템, 바이오-의료커넥트센터(BMCC)를 소개해 주목을 받았다.

의료・에너지 시장 고객중심으로 재편
삼성서울병원에서는 지난 2009년 6월부터 바이오-의료커넥트센터(BMCC)를 운영 중이다. BMCC는 ‘Bio-Med Connect Center’의 약자다. 바이오-의료(Bio-Med) 제품의 성공적인 시장 진입을 돕기 위해 체계적인 중개(Connect) 연구가 가능한 센터(Center)를 말한다.

▲ 19일 서울 서초 aT센터에서 열린 KISTEP 주최 ‘과학기술 혁신과 창조 생태계 조성' 포럼. 의료, 에너지, 지식재산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창조적 R&D 생태계 조성을 위한 방안을 협의했다.  ⓒKISTEP

방 교수는 이 바이오-의료커넥트센터를 통해 병원과 산・학・연 간의 대단위 협력 R&D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다양한 분야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센터를 통해 헬스케어 3.0 시대를 위한 협력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 교수는 다가온 ‘헬스케어 3.0 시대’에 바이오-의료커넥트센터와 같은 융・복합 연구 시스템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존 의료 분야에 IT, 건설, 자동차, 가전, 보안 등의 이종 산업들이 연계되고, 제약・의료기기・의료서비스 등 기존 영역들이 허물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협력연구를 통해 새로운 소비자 기반의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사업화시켜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

“미래에는 아프리카에 있는 환자가 인터넷을 통해 한국 의사로부터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시대에 부응하기 위해 바이오-의료커넥트센터와 같은 연구개발 시스템을 확대 조성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동안 BMCC에서는 쌍방향 네트워크 플랫폼을 구축하고, 헬스케어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바이오 및 의료제품 상용화를 지원해 왔다. 특히 병원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활용해 헬스케어 3.0시대를 대비한 신산업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 중이다.

보수적 에너지 시장에 4가지 혁신 모델
에너지 분야에서도 비슷한 유형의 융・복합 R&D 모델을 찾고 있다. 토론에 참가한  경희대 황주호 교수는 에너지 산업이 연구개발에 있어 매우 보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 시장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정보통신 기술이다. 에너지 생산・유통・소비 과정에서 정보공개 량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시장이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는 것.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원장묵 본부장은 신시장 창출을 위한 융・복합형 비즈니스 모델 네 가지를 제안했다. ‘V2H(Vehicle to Home)이란 모델은 전기자동차, 가정용 에너지저장장치(ESS), 태양광, 대기전력차단시스템(HEMS) 등을 상호 연계해 전력 소비를 최적화하는 방안이다.

가상발전소(Virtual Power Plant) 모델은 신재생에너지 설비와 소규모 발전소, 에너지 저장장치 등 다수의 분산 전원을 한데로 묶어 하나의 발전소처럼 관리하는 개념이다.

‘건물에너지관리 시스템’이라고 번역되는 BEMS(Building Energy Management System)는 기존・신축 건물에 에너지 관리 시스템과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를 적용해 다양한 수익을 창출하는 신사업 모델이다.

실시간 전력 소매시장은 실시간 요금체계(Real-time Pricing), 수요 반응(Automated Demand Response), 합리적인 에너지 가격 등의 정보를 기반으로 전력 소매시장을 더 활성화시키는 방안이다.

원 본부장은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에너지 분야에 새로운 혁신 모델이 개발되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대기업, 중소・중견기업 들이 공동 참여하는 융・복합 R&D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ET, IT, NT, BT 등을 연계한 신사업 모델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픈 이노베이션’ R&D 모델 도입해야
KAIST 배병수 교수는 창조 생태계를 위해 세계적인 선풍이 일고 있는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필요성을 역설했다. 지금과 같은 혁신의 시대에 내부 기술과 외부 기술을 연계해 새로운 신기술을 창출하는 협력 R&D 시스템이 절실하다는 것.

P&G의 C+D(Connect+Develope) 프로그램을 예로 들었다. 2001년 도입 이후 수많은 성과를 이끌어내며 현재는 P&G 혁신의 50% 이상을 도맡고 있다며, 내부와 외부 R&D를 연결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방식을 통해 보다 강력한 창조 생태계를 구축하자고 말했다.

지식재산(IP) 기반의 기술사업화 방안도 제시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를 통해 정부 자금을 투입한 국내 최초의 특허전문관리 기업, 인텔렉추얼디스커버리(주)의 강순곤 대표는 국내 기업의 특허 관련 피소 건수가 최근 더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기업의 미국 소송 피소건수가 2010년 112건에서 2013년 9월까지 9개월간 255건에 이르고 있으며, 이로 인해 기술무역수지 적자 역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6년간 적자 규모가 연평균 7.5%씩 증가했는데, 지난해에는 그 규모가 50억 달러에 달했다.

강 대표는 지식재산 시장의 활성화를 강조했다. “어느 시점에서 시장의 공정한 거래 가격이 형성된다면 NPEs(특허전문관리기업) 비즈니스는 투기적 사업모델이 아닌 기술교류의 촉진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독일 슈타인바이스(Steinbeis) 재단과 같은, 기술이전 프로젝트 전담기구 설치도 제안했다. 이 재단에서는 대학, 연구소 등의 보유 기술을 필요한 기업들에게 전달하는 중개역할을 맡고 있다. 현재 50여 개국에 700여개 센터를 설치, 운영 중이다. 철저히 시장원리를 추구하고 있다.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3.12.23 ⓒ ScienceTimes

과학과 연극을 하나로…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

과학과 연극을 하나로…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


2013 크리스마스 과학콘서트

 
 

“상상하라! 현실이 될 것이다!”

전 세계 어린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어느 날, 프로페서 Bang에게 산타로부터 한 통의 이메일이 도착했다. 2천년이나 된 산타의 낡은 썰매를 대신해 파워 엔진과 GPS까지 장착한 최첨단 썰매를 새롭게 만들어 달라는 부탁이었다.

그렇다면 얼마나 빠른 썰매를 만들어야 24일 하룻밤 사이에 20억 명으로 추정되는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모두 전달할 수 있을까? 이 미션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아이들의 상상력. 두 손을 들고 “이-매지-네이-션(Imagination!)!”이라고 외치는 아이들의 상상력이 모아져 문제 해결을 도와줄 과학자들을 만나러 가는 시간여행이 시작됐다.

▲ 2013 크리스마스 과학콘서트가 20~21일 NH아트홀에서 열렸다.  ⓒScienceTimes

지난 20~21일 NH아트홀에서 열린 ‘2013 크리스마스 과학콘서트’는 영국 노팅햄 트렌트 대학(Nottingham Trent University)의 스토리텔링 과학지식공연으로, 학생들이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과학지식도 배울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본격적인 공연에 앞서 진행된 개막식에서 이번 행사를 주관한 한국과학창의재단 강혜련 이사장은 “1826년부터 영국의 왕립연구소에서 매년 12월 크리스마스 시즌에 열어왔던 과학공연을 2003년부터 우리나라에 도입해 올해로 11번째 열리게 됐다”고 크리스마스 과학콘서트의 유래를 소개했다.

또한 강혜련 이사장은 “과학 원리에 연극적 요소를 가미해 재미있는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낸 크리스마스 과학콘서트가 런던의 가난한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물했던 것처럼 우리나라 학생들에게도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우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 개막식에서 인사말을 전하는 강혜련 이사장.  ⓒScienceTimes

이어 이번 행사를 주최한 미래창조과학부 장석영 국장은 “공연장을 가득 채워준 학생들의 과학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애정이 우리나라의 미래를 밝게 해주는 것 같다”며 “이번 공연처럼 과학기술을 쉽고 친근하게 접근해 실생활 속에서 활용함으로써 학생들이 우리나라를 이끌어가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양한 퍼포먼스로 아이들의 호기심 자극

이틀 동안 4회에 걸친 공연으로 꾸며진 이번 크리스마스 과학콘서트는 공연 시작에 앞서 모래 페인팅이나 레이저쇼 등 다양한 퍼포먼스로 아이들의 호기심을 한껏 끌어올렸다. 특히 아이언맨 슈트를 입고 펼치는 환상적인 레이저쇼는 아이들의 입에서 저절로 탄성과 환호성이 터져 나오게 했고,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공연 첫째 날 새롭게 만들어야 할 산타의 썰매가 몇 Km 속도로 달려야 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학생들이 처음으로 시간여행을 떠난 곳은 바로 특수상대성이론의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한창 연구 중이던 독일의 베를린. 이곳에서 학생들은 젊은 아인슈타인과 함께 소리와 빛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간단한 실험을 했다. 객석의 아이들이 과학자들의 조수가 되어 직접 무대 위로 올라가 실험에 참여할 수 있어 더 높은 호응도를 유도했다.

소리는 공기를 밀어내면서 움직여 소리의 파동은 종파 형태로 퍼져나간다. 낮은 소리는 파동간 거리가 멀고, 높은 소리는 파동 사이의 거리가 좁다. 이런 파동을 통해 전달되는 공기 중 소리는 초당 333m를 이동하는데, 이 속도로는 지구상의 모든 아이들에게 선물을 전달할 수 없다.

그렇다면 빛의 속도는 어떨까. 횡파 형태의 파동을 가지고 있는 빛은 1초에 30만km를 이동할 수 있다. 여기서 전 세계 어린이 20억 명이 살고 있는 6억3천만 가구가 지구 표면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대륙에 500미터의 집 간격으로 살고 있다고 가정했을 때 산타의 썰매는 31억2500만km를 이동해야 한다. 이로써 아이들의 산타의 썰매가 소리보다는 빠르게 빛의 속도보다는 느리게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 아인슈타인 박사와 함께 실험을 하고 있는 장면.  ⓒScienceTimes

또 지구의 자전을 알아낸 갈릴레이 갈릴레오는 지구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썰매가 움직인다면 약 10시간 정도의 시간을 더 벌 수 있다는 조언도 했다. 결국 산타의 썰매는 34시간 동안 31억2500만km를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소리 속도의 750배, 빛의 속도 0.9%로 비행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게 됐다.

그렇다면 썰매가 하늘을 날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떤 힘이 필요할까. 이 질문의 해답은 찾기 위해 아이들은 상상력을 동원하여 아이작 뉴턴이 살았던 영국의 링커셔 지방으로 이동했다. 여기서 뉴턴은 아이들과 함께 빈 달걀과 속이 꽉 찬 달걀을 동시에 떨어뜨리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거의 동시에 떨어지는 것을 알게 됐고, 그 이유가 무게는 달라도 모양이 똑같기 때문이라는 것도 알아냈다.

또 찰스 다윈을 찾아간 시간여행에서는 썰매를 끄는 루돌프의 코가 반짝이는 이유가 화학발광 때문이라는 사실도 알게 됐으며, 착한 아이들의 집을 한곳도 놓치지 않고 찾아가려면 GPS를 달아야겠다는 생각에 갈릴레오를 찾아가 GPS의 원리를 배우게 됐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돌며 선물을 배달해야 하는 산타와 루돌프의 체력관리를 위한 방법도 찰스 다윈으로부터 들었다.

새롭게 제작된 산타 썰매의 훔쳐간 범인을 찾아라

이처럼 세계적으로 유명한 과학자들의 도움을 받아 드디어 파워 엔진에 GPS까지 장착한 최첨단 산타 썰매가 완성됐고, 산타와 루돌프의 체력관리도 끝났다. 그런데 산타가 새 썰매에 아이들에게 전해줄 선물을 가득 실어 놓은 후, 잠이 든 사이에 썰매가 감쪽같이 사리지고 말았다.

공연 둘째 날, 아이들에게는 ‘산타의 썰매를 훔쳐간 도둑을 찾으라’는 미션이 주어졌다. 미션을 해결하려는 아이들은 시간여행을 통해 명탐정 셜록홈즈를 불러냈다. 셜록홈즈는 썰매가 없어진 곳에서 범인의 발자국과 범인의 휴대폰, 그리고 정체불명의 화학가루를 발견했다. 발자국 크기와 패턴이 신발마다 다르기 때문에 그것으로 범인이 키가 큰 남성이라는 것과 휴대폰 속 사진을 통해 1800년대 영국 런던에 살던 사람이라는 것, 화학반응실험으로 정체불명의 화학가루가 발륨이라는 것 등 용의자의 범위를 점차 좁혀 나갔다.

또 썰매에 장착되어 있는 GPS를 통해 잃어버린 산타의 썰매를 찾아냈고, 거기서 지문이 찍힌 포장지와 혈흔 등 결정적인 단서를 발견했다. 이 단서들로 범인을 찾기 위해 아이들은 시간여행을 떠났고, DNA구조를 찾아낸 왓슨과 크릭을 만났다. DNA밀도와 나선구조를 발견한 로잘린드 프랭클린의 도움도 받았다.그렇다면 과연 썰매를 훔쳐간 범인은 누구일까. 상상력으로 시작된 이번 공연은 범인도 아이들의 상상력에 맡기며 막을 내렸다.

어려운 과학을 쉽게 풀어내 관람객들의 반응 좋아

▲ 종이눈과 함께 쏟아지는 사탕 세례 퍼포먼스에 즐거워 하는 아이들.  ⓒScienceTimes

이번에 크리스마스 과학콘서트를 무대에 올린 공연팀은 160년 전통의 영국 NTU의 교수진과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리더 리 마틴(Lee Marein) 교수는 2012, 2013년 대한민국 과학창의축전에 참가해 사이언스 렉처 쇼를 선보인 바 있다. 마틴 교수는 “이론으로만 접했던 과학적 지식을 간단히 실험으로 구체화하는 과정이 창의적 사고훈련에 많은 도움이 된다”며 “아이들에게 친근한 산타의 썰매를 통해 좀 더 과학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고 소개했다.

특별히 이번 공연 첫째 날에는 겨울방학을 앞둔 중고등학교에서 체험학습으로 단체 관람을 많이 했고, 둘째 날에는 가족 단위 개별 관람객들이 많았다. 친구들과 단체로 공연장을 찾은 이민기 학생(영운초5)은 “다른 콘서트는 지루하고 재미없는데, 이번 공연은 우리가 여러 가지 참여할 수 있는 실험도 있고 해서 너무 신나고 좋았다”면서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장래희망을 더욱 확실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또 사촌동생들과 함께 공연을 관람한 박근용 학생(대명중2)은 “학교 과학시간에 배웠던 내용들이 나오니까 잊어버렸던 내용도 다시 기억나서 더 유익하고 재미있었던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리고 경기도 수지지역 학생들의 문화체험을 함께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수지희망꿈터’ 자원봉사자로 두 자녀와 함께 공연을 관람한 정정희 주부는 “80여 명의 아이들을 인솔하고 왔는데, 이처럼 유익하고 재미있는 공연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어 더욱 좋았다”며 “아이들이 평소 어렵게만 생각했던 과학을 조금 더 쉽고 친근하게 관심을 갖게 됐다는 점이 가장 큰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고 전했다.

김순강 객원기자 | pureriver@hanmail.net

저작권자 2013.12.23 ⓒ ScienceTimes

2013년 12월 22일 일요일

외계 천체와 지구의 충돌, <세계들이 충돌할 때>

외계 천체와 지구의 충돌, <세계들이 충돌할 때>


SF관광가이드/ 대재앙 이후 이야기 (4)

 
 
SF 관광가이드 외계천체와 지구가 충돌하거나 지나치게 근접하는 경우 (2)
필립 와일리와 에드윈 발머의 <세계들이 충돌할 때>는 한술 더 떠 진짜로 외계의 천체와 지구가 정면충돌 하게 한다. 이번에는 불청객이 혜성이 아니라 태양계 외곽에서 불쑥 뛰어든 미지의 떠돌이 거대 행성이다. 이 장편은 기본 아이디어가 언뜻 이마누엘 벨리코프스키(Immanuel Velikovsky)의 논란을 빚은 저서 <충돌하는 세계들 Worlds in Collision, 1950>을 연상시킨다.

▲ 필립 와일리(Philip Wylie)와 에드윈 발머(Edwin Balmer)의 천문학적 규모의 대재앙을 그린 과학소설 <세계들이 충돌할 때 When Worlds Collide>를 원작으로 한 영화판 포스터. ⓒParamount Pictures

벨리코프스키에 따르면, 애초에 금성은 목성에서 나왔다고 한다. 처음에는 혜성이 되어 떠돌다가 B.C. 1,500년 유대인들이 이집트를 탈출할 때 지구에 접근해 그 꼬리가 닿았으며 화성과도 충돌했다가 결국에 가서 오늘날의 금성이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집필 연대 상 벨리코프스키의 주장이 와일리와 발머의 소설보다 한참 뒤진다는 점에서 오히려 논픽션 <충돌하는 세계들>이 소설 <세계들이 충돌할 때>의 영향을 받았을 공산이 크다.

오늘날의 천문학 지식으로 판단하건대 벨리코프스키의 주장은 비과학적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은하계에 특정 항성에 매여 있지 않은 떠돌이 행성(Rogue planet)들이 배회할 가능성은 과학자들 사이에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고, 드디어 2013년 10월 10일 하와이대 마노아 천문대는 지구에서 약 80광년 거리의 염소성좌(constellation of Capricornus)에서 멋대로 방향을 정해 자유로이 떠도는 행성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1) 나이가 1,200만년으로 추정되는 이 떠돌이 행성은 목성의 6배나 되는 아주 붉고 거대한 가스 행성이라는 점에서 우연히도 <세계들이 충돌할 때>에 등장하는 설정과 무척 닮아 있다.

▲ 하와이대 마노아 천문대가 팬스타-1 망원경으로 촬영한, 항성에 속박되지 않고 자유로이 움직이는 거대 가스행성 ‘PSO J318.5-22’ (붉은점으로 표시된 부분) ⓒ마노아천문연구소/Wiki

<세계들이 충돌할 때>에서는 태양계로 뛰어든 떠돌이 거대 행성 브론슨 알파와 이 행성을 공전하는 지구만한 크기의 위성 브론슨 베타가 지구를 향해 돌진해온다. 양자 간의 거리가 로슈의 한계를 넘어설 만큼 가까워지자 상호 간에 강력한 조석작용이 일어나 지구는 산산이 부서지고 그 파편들은 브론슨 알파에 흡수 통합되어버린다. 다행히 이러한 비극적 순간이 일어나기 전에 일군의 사람들이 우주선을 만들어 외계로 대피한다. 그들은 지구와 환경이 비슷한 브론슨 베타로 향한다. 잡지 [블루 북 Blue Book] 1932년 9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연재되었던 이 작품은 인기를 끌자 속편까지 나왔다. 1934년 발표된 <세계들이 충돌한 이후 After Worlds Collide>는 소수의 생존자들이 브론스 베타를 탐험하며 겪는 이야기다. (두 편 다 우리나라에는 1970년대에 번역 출간된 바 있다.)

▲ <세계들이 충돌할 때 When Worlds Collide>와 그 속편 <세계들이 충돌한 이후 After Worlds Collide>의 표지. 이 연작은 여러 차례 재간될 만큼 인기를 끌었으며 국내에도 1970년대에 청소년용으로 번역출간된 바 있다. ⓒF. R. Paul & Paperback Library

21세기의 천문학 지식에 따르면, 명왕성은 더 이상 태양계의 끝이 아님이 밝혀졌다. 그 바깥에는 카이퍼 벨트와 오르트 구름처럼 크기가 제각각인 소천체들이 무수히 많이 모여 있는 지역 외에도 다수의 아(亞)행성2)들이 존재함이 관측되었다. 앞으로 관측기술이 정밀해질수록 아행성들의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명왕성 너머에서 덩치 큰 행성급 천체가 중력균형을 잃고 공교롭게도 안쪽 궤도로 들어오지 못하란 법은 없다는 점에서 <세계들이 충돌할 때>의 전제가 무조건 황당하다 치부할 수는 없다.

다만 그렇다고 해도 정말로 지구가 위험수위에 다다를 염려는 없다는 것이 천체물리학자들의 생각이다. 중량급 천체가 태양계 안에 들어오면 지구와 한참 떨어져 있는 목성과 토성 같은 거대 가스행성들이 우선 필터링을 하기 때문이다. 하물며 혜성조차 아주 작은 것이 아니라면 목성 인력에 의해 궤도가 바뀌고 심지어는 1993년 슈메이커 레비 혜성처럼 아예 목성에게 먹혀버리기도 한다. 천체물리학자들과 천문학자들은 오히려 목성 같은 거대 행성들이 태양계 가운데에 있기 때문에 지구 같은 내행성들에 위협이 되는 외부 천체들을 흡수하거나 되 튕겨내 지구와 다른 천체와의 충돌 확률을 현격히 줄여주었다고 본다. 물론 외부 불청객의 덩치가 웰즈의 작품에서처럼 항성 급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과학적인 설정상의 몇 가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세계들이 충돌할 때>는 당시로서는 도발적일만치 충격적인 소재로 대중의 인기를 끌어 다양한 매체로 확장되었다. 마빈 브래들리(Marvin Bradley)는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연재만화 <스피드 스폴딩 Speed Spaulding, 1938~1941>을 그려 신문에 장기 연재했으며, 1951년에는 이전에 <타임머신>을 연출했던 유명감독 조지 팔(George Pal)이 프로듀서를 맡아 동명원작을 극장용 영화로 개봉했다.

▲ <세계들이 충돌할 때> 2부작에서 우주선으로 타고 살아남은 소수의 인류는 지구를 먹어치운 거대행성의 작은 위성으로 향한다. 지구만한 크기의 이 행성에서 생존자들은 새로운 출발을 기약한다. 위 사진은 영화버전의 한 장면. ⓒParamount Pictures

필립 와일리와 에드윈 발머의 소설은 이처럼 원작을 곧이곧대로 각색하는 경우 뿐 아니라 다른 작가들의 작품들에도 주요 플롯이나 설정 면에서 일부 영향을 주었다. 예를 들어 이 소설이 발표된 이듬해 알렉스 레이먼드(Alex Raymond)의 만화 <플래쉬 고든 Flash Gordon>은 지구로 돌진하는 불길한 외계행성을 향해 로켓을 타고 떠나는 용감무쌍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같은 상황에 놓인 근육질의 남자 주인공과 여자친구의 모험담으로 바꿔 놓았다.

종말이 닥친 행성을 떠나 인간이 거주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성에 다다른다는 설정만 놓고 보면, 1938년 제리 시겔(Jerry Siegel)이 시나리오를 쓰고 조 슈스터(Joe Shuster)가 작화를 맡은 <수퍼맨 Superman>의 탄생신화와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또한 <세계가 충돌할 때>의 영화판(1951년)은 훗날 지구에 혜성이 충돌하는 내용을 담은 영화 <딥 임팩트 Deep Impact>에도 일정한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2013년 현재 파라마운트 픽쳐스(Paramount Pictures)가 제작배급을 맡고 스티픈 소머즈(Stephen Sommers) 감독이 연출을 맡은 리메이크 영화가 프리 프러덕션(Pre-production) 중이다.3)

▲ <세계들이 충돌할 때>를 원작으로 신문에 연재된 만화 <스피드 스폴딩 Speed Spaulding, 1938~1941>. 일간지에 소설이 만화판으로 연재될 만큼 대중의 큰 호응을 얻었음을 알 수 있다. ⓒMarvin Bradley

시대의 한계 때문인지 작가들의 과학적 고증노력이 치열하지 않아서인지는 몰라도 <세계들이 충돌할 때>은 과학적인 정합성이 다소 부족하다. 예컨대 천체들의 운동 예측 뿐 아니라 우주선 건조(建造) 방식에서도 과학적인 개연성이 떨어진다. 이를테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파피용>에서처럼 어마어마하게 큰 우주선을 지표면에서 제작해 하늘로 띄운다는 단순무식한 발상은 <세계들이 충돌할 때>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실제로 엄청난 질량의 우주선이 지구 중력을 뚫고 초속 11km 이상으로 가속하여 우주공간으로 나아가게 하려면 천문학적인 연료량이 필요하다. 설상가상으로 연료량이 늘어나면 이는 곧 질량증가로 이어진다. 연료 때문에 또 다시 연료를 더욱 늘려야 하는 웃지못할 악순환을 겪게 된다는 얘기다. 한 마디로 말해, 작가는 과학논리상 도저히 뜰 수 없는 우주선을 만들었다. 만일 <스타트랙>에 나오는 엔터프라이즈호 같은 대형 우주선을 만들고 싶다면 우주엘리베이터나 소형 우주선으로 물자를 조금씩 날라 지구 궤도 상공에서 조립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아쉬움은 <세계들이 충돌할 때>의 발표시점이 1933년이었음을 고려할 필요가 있으며, 과학적인 고증이 부족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SF 유관업계에 상상력의 불을 지피는 자극제 역할을 톡톡히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1) 이재구, “우주를 제멋대로... 깡패행성 첫 발견, 지디넷코리아, 2013년 10월 11일

2) 크기가 행성보다는 작지만 행성에 준하는 크기를 가진 천체를 지칭하는 용어로, 이제는 명왕성도 여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천문학자들 간에 최종합의 되었다.

3) IMDB (http://www.imdb.com/title/tt0455856/?ref_=fn_al_tt_2)

고장원 SF칼럼니스트 | sfko@naver.com

저작권자 2013.12.19 ⓒ ScienceTimes

2013년 12월 21일 토요일

빅뱅없이 우주가 무한팽창하고 있다?

빅뱅없이 우주가 무한팽창하고 있다?


무지개처럼 보이는 ‘레인보우 그래비티’ 가설

 
 
우주의 시작은 무엇이며, 언제 시작되었을까.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지만, 우주 기원 이론에 관한 가설은 많다. 그 중 가장 잘 알려져 있는 것이 바로 ‘빅뱅이론’이다. 소위 ‘대폭발 우주론’이라고 하는 우주 기원 이론에 관한 가설 중 하나이다.

우주의 최초기 상태에 엄청나게 높은 밀도와 높은 온도의 상태로부터 팽창함으로써 우주가 생겨났다는 이론을 뜻한다. 약 137억 년 전, 빅뱅이 있었다고 과학자들은 추측하고 있다. 빅뱅 이론을 처음으로 제안한 사람은 1920년대 러시아의 수학자인 프리드만과 벨기에의 신부 르메트르이다.

이후 1948년 프리드만의 제자인 러시아 출신의 미국 물리학자 조지 가모프(George Gamow)에 의하여 현재의 대폭발론으로 체계화 되었다. 가모프는 대폭발이 있었다면, 그 폭발의 시작에서 나온 복사빛이 우주 어디엔가 남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폭발 때의 파편의 온도를 계산하였다.

“태초에 우주의 폭발이 있었다”
그리고 이 결과물들이 우주의 기원이 되는 대폭발에 관한 이론이 되었고, 이것이 바로 ‘빅뱅이론’의 초석이 되었다. 이후 1965년 미국 벨 연구소의 전파 천문학자인 펜지아스와 윌슨이 안테나의 마이크로 파 잡음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우주 공간으로부터 오는 전파 속에서 일반적으로 우주 배경 복사가 포함되어 있음을 밝혀냈다.

▲ 우주의 생성을 설명하는 다양한 이론이 존재하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빅뱅 이론이 가장 적합한 모형으로 알려져 있다. ⓒScience Times

사실 ‘빅뱅’(Big bang)이라는 말은 1940년대 빅뱅이론의 반대편에 섰던 ‘정상 우주론’을 주장하였던 프레드 호일이 빅뱅이론을 조롱하는 의미로 처음 사용한 용어다.

정상 우주론은 우주가 늘 같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이론을 말한다. 1948년 영국의 천문학자 F.호일이 H.본디, T.골드 등과 함께 주장한 가설 중 하나이다. 정상 우주론을 주장하는 이들에 따르면, 우주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언제 어디서나 같은 모습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우주는 모든 곳에서 균일해야 하며, 거시적 규모에서 변화가 없어야 한다. 그래서 우주는 항상 팽창하되 지속적으로 새로운 물질이 탄생해서, 팽창에 의한 감소를 보충하게 되고 일정한 평균 밀도를 유지해야만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우주는 진화하지 않고 항상 똑같은 모습을 지니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이론은 새로운 물질이 연속해서 탄생한다는 가정 때문에 물리학의 기본 법칙인 ‘질량과 에너지 보존법칙’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스티븐 호킹(Stephen W. Hawking) 박사는 정상우주론의 이러한 모순점을 지적하고, 우주가 대폭발로 시작되었다는 대폭발설을 주장했다.

이후 1960년대에 들어 전파망원경을 이용한 우주 관측이 활기를 띄게 되면서 정상 우주론에 불리한 증거들이 속속 밝혀지게 되었다. 모든 은하계들이 오래되거나 새로 형성된 것이 없이, 비슷한 나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마침내 1965년 독일 태생의 미국 천체물리학자인 A.펜지어스(Arno Penzias)와 R.윌슨(Robert Wilson)이 우주배경복사를 발견하면서 정상 우주론은 마침내 종막을 고하게 됐다.

“빅뱅 없이 우주가 무한팽창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빅뱅 없이 우주가 무한 팽창하고 있다는 이론을 주장하고 있다. 이 이론은 그간 물리학계에서 널리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레인보우 그래비티’ 이론을 말한다. 우주에서 중력의 영향은 다양한 빛의 파장에 의해 다르게 느껴진다고 제안하고 있다.

이때 파장에 따라 무지개처럼 보이기 때문에 ‘레인보우 그래비티’(Rainbow gravity) 라는 이름이 붙여지게 되었다. 이 이론은 10년 전,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론 사이의 차이점을 보완하기 위해 제안된 것이다.

이 이론은 기존 빅뱅이론에서 138억 년 전, 우주가 시작될 때 밀도가 무한해지는 지점인 특이점의 결함을 강조하는 데서 비롯되었다.

이집트 이론물리학센터의 아델 아와드 교수는 레인보우 그래비티 이론에서 에너지가 다른 입자는 확실히 서로 다른 시공간과 중력장에 나타난다고 주장하였다. 이는 입자가 자신의 에너지 영향을 받지않고 경로를 따라 이동한다는 현재의 이론을 반박하는 것이었다.

연구팀은 레인보우 그래비티 이론은 기존 이론과 약간 다른 해석을 기반으로 하며, 우주의 기원에 관한 2가지 시나리오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첫 번째 제안은 우주는 밀집돼 밀도가 무한해지긴 하지만 결코 대폭발에 도달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두 번째 제안은 우주는 한정된 초고밀도에 도달했으며 그런 다음 안정기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우주에서 물질과 빛의 경로를 추적하는 두 시나리오에 따르면, 빅뱅으로 알고 있는 무한히 작은 특이점에 도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연구팀의 생각이다. 연구팀은 추후 몇 년간, 레인보우 그래비티의 영향을 보여주는 감마선 버스트와 같은 다른 우주 현상을 연구할 계획을 ‘우주론과 입자물리학회지’(Journal of Cosmology and Astroparticle physics)를 통해 밝혔다.

정상 우주론을 거쳐, 빅뱅 이론과 레인보우 그래비티 이론까지 우주의 기원에 대한 이론은 많이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빅뱅 이론이 우주의 생성을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모형으로 알려져 있다.

이슬기 객원기자 | justice0527@daum.net

저작권자 2013.12.19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