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3일 화요일

중국발 스모그로 인한 미세먼지 공포

중국발 스모그로 인한 미세먼지 공포

임산부는 미세먼지 특히 주의해야

 
 
평소 알레르기 비염을 앓고 있는 회사원 P씨는 요즘 상태가 더 악화됐다. 예전에는 아침에 일어났을 때만 조금 나오던 콧물과 재채기가 요즘엔 거의 하루 종일 이어져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지경이다. 게다가 눈이 가렵고 빨갛게 충혈되는 결막염까지 생겼다.

P씨를 이렇게 만든 범인은 겨울에 접어들면서 문제가 되고 있는 미세먼지다. 특히 중국과 인접한 서해안 및 수도권 지역의 경우 중국발 스모그 발생으로 최근 들어 미세먼지 농도가 급증하는 날이 많아졌다.

이 같은 미세먼지는 건조한 코와 기관지 점막에 침투해 염증을 일으켜 감기 및 폐렴, 천식, 기관지염 등의 호흡기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심하면 목이 칼칼하면서 따갑고 기침 증상을 동반하는 후두염까지 걸릴 수 있다.
▲ 중국발 스모그 발생으로 최근 들어 미세먼지 농도가 급증하는 날이 많아졌다.  ⓒ연합뉴스

미세먼지보다 작은 지름 2.5㎛ 이하의 초미세먼지는 코털이나 점액에도 잘 걸러지지 않아 폐포 끝까지 침투하는 특성을 지닌다. 따라서 모세혈관을 통해 바로 혈액 속에 섞이므로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같은 심혈관질환은 물론 대사장애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더욱 치명적이다.

미세먼지가 아토피피부염을 악화시킨다는 연구결과도 최근 발표된 바 있다. 환경부에서 발표한 그 연구결과에 의하면 대기 중 미세먼지와 벤젠, 톨루엔,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의 농도가 높을 경우 아토피피부염 증상이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가 1㎍/㎥ 증가할 경우 아토피피부염 증상이 평균 0.4% 증가했으며, 벤젠이 0.1ppb 증가하면 평균 2.74%, 총휘발성유기화학물이 0.1ppb 증가하면 평균 2.59% 아토피 증상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아토피피부염 증상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요인은 계절별로 달라지는데, 겨울의 경우 미세먼지 농도가 증상 악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경기개발연구원에서 지난달에 펴낸 보고서에 의하면 수도권에서 미세먼지로 인한 조기 사망자 수는 연간 약 2만 명, 폐질환 발생자는 약 80만 명에 달하며, 이를 사회적 비용으로 환산하면 무려 12조3천억 원인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 암학회는 초미세먼지가 10㎍/㎥ 증가할 경우 전체 사망률은 7%, 심혈관 및 호흡기계 원인에 따른 사망률은 12%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임산부의 경우 특히 미세먼지 예보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임산부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면역력이 약하므로 미세먼지로 인해 각종 질환이 쉽게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세먼지는 뱃속의 태아까지 위협하여 아토피 체질로 태어나게 할 수 있으므로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베이징은 WHO 기준의 40배 기록
올해 초겨울 중국 베이징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993㎍/㎥로 세계보건기구(WHO) 권고기준인 25㎍/㎥의 약 40배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지난달 23일 오전에는 백령도의 미세먼지 농도가 211㎍/㎥, 초미세먼지 농도가 148㎍/㎥로 측정돼 올가을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날 서울 은평구 불광동 대기오염집중측정소의 미세먼지 농도는 평균 130㎍/㎥, 초미세먼지 농도는 평균 104㎍/㎥로 측정되면서, 지난해 수도권 평균의 3배 이상을 기록했다.

올해 11월부터 전광판, 휴대전화 SMS 등을 활용해 미세먼지 예보제가 전국 대상으로 확대 시행되고 있다. 미세먼지 예보는 30㎍/㎥ 이하일 때는 ‘좋음’, 31~80㎍/㎥일 때는 ‘보통’, 81~120㎍/㎥일 때는 ‘약간 나쁨’, 121~200㎍/㎥일 때는 ‘나쁨’, 201㎍/㎥ 이상일 때는 ‘매우 나쁨’의 5단계로 구분된다.

초미세먼지의 예보는 2014년 5월부터 수도권, 8월부터는 전국 단위 시범예보를 실시한 후 2015년 1월 1일부터 본 예보를 개시할 예정이다. 그런데 서울시는 최근 중국발 스모그 발생으로 시민들의 우려가 높아지자 지난달 29일부터 초미세먼지 농도가 시간평균 60㎍/㎥ 이상 2시간 지속시 초미세먼지 주의보 발령기준 이하라도 대기환경 전광판이나 문자서비스 등을 통해 ‘주의보 예비단계’를 발령한다고 밝혔다.

문자서비스 수신을 원하는 시민은 서울시 대기환경정보 홈페이지(http://cleanair.seoul.go.kr)의 ‘대기질정보 문자서비스(SMS) 받아보기’에서 신청하면 된다. 주의보 발령이 아니더라도 서울시의 실시간 대기질 정보를 확인하고 싶을 경우 서울시 대기환경정보 홈페이지나 모바일서울(m.seoul)을 확인하면 된다.

2일 오전 서울을 비롯한 내륙지역 곳곳에는 건물의 형체가 거의 보이지 않을 만큼 짙은 안개가 발생했는데, 환경과학원은 2일 오후부터 중국발 스모그까지 합쳐져 3일에는 미세먼지의 농도가 평소의 2~3배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청소기보다는 물걸레 청소해야
미세먼지 농도 수치가 ㎥당 100㎍ 이상일 때는 어린이 및 노인, 호흡기질환자, 심혈관질환자의 경우 외출을 최대한 삼가야 한다. 부득이하게 외출을 해야 할 경우 황사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식품의약품안전청 기준에 의하면 황사 마스크는 0.04~1.0㎛의 먼지를 80% 이상 제거할 때 허가하도록 되어 있어 미세먼지는 물론 일부 초미세먼지까지 거를 수 있다. 황사 마스크는 1회용이어서 세탁한 후 착용하면 효과가 떨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한 황사 마스크를 구입할 때는 ‘의약외품, 황사방지용’이라고 표기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하며, 착용법에 따라 적정하게 착용해야 한다.

외출 후에는 중금속이나 먼지를 씻어낼 수 있는 세정제로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하며 양치질을 해야 한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는 창문을 열어서 하는 실내 환기도 가급적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한 청소기를 사용하면 빨아들인 먼지 중 미세먼지는 다시 배출되므로 실내 청소 시에는 가급적 물걸레를 사용해야 한다. 그냥 물걸레질을 하는 것보다 먼저 분무기로 실내에 물을 뿌린 후 닦아주면 대기에 비가 내린 것처럼 날아다니는 미세먼지를 어느 정도 제거할 수 있다. 이 방법은 실내의 습도를 높여주는 역할도 하므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중국발 스모그로 인해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자 스모그 대비 용품 판매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내놓은 조사 결과에 의하면 황사용 마스크는 작년 동기 대비 10배, 손 세정제는 3.7배나 판매량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밖에 에어워셔나 공기청정기, 차량용 공기청정 용품 등의 판매량도 평년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밝혀져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증가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 2noel@paran.com

저작권자 2013.12.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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