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9일 월요일

미래 정보기기 패턴을 바꿀 웨어러블 컴퓨터

미래 정보기기 패턴을 바꿀 웨어러블 컴퓨터

[인터뷰] 유회준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

 
 
지난 11월 카이스트에서는 특별한 콘테스트가 열렸다. 전국 대학생들이 참가한 ‘웨어러블 컴퓨터 경진대회’가 그것.

당시 대회 위원장을 맡은 유회준 교수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콘테스트에 참가한 학생들의 작품을 보면서 미래 한국의 IT 전망에 대해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웨어러블(wearable) 컴퓨터란 ‘입을 수 있는’ 컴퓨터를 지칭한다. 최근 등장한 구글 글라스와 갤럭시 기어처럼 인체와 컴퓨터 간의 거리가 급격히 좁아졌다. 좁혀진 만큼 접근성도 매우 높아졌다. 컴퓨터를 항상 몸에 달고 사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웨어러블 컴퓨터, 인간을 말하다
▲ 유회준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 ⓒ황정은

“웨어러블 컴퓨터는 세 가지 관점에서 이야기되고 있어요. 먼저 디지털 정보기기로서 문화상품 혹은 인간중심의 기계로 이해되고 있죠. 그동안 개발되고 출시된 전자장치들은 엄밀한 의미에서 인간 중심의 정보기기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웨어러블 컴퓨터가 이를 보여준 것이죠.”

컴퓨터를 착용하게 되면서, 네트워크 이용 역시 한층 삶에 가까워졌다. 지금도 스마트폰 등을 통해 SNS를 많이 이용하는 만큼 웨어러블 컴퓨터기 대중화될 경우 인간 삶에 더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웨어러블 컴퓨터에 대해 ‘입는다’ 만을 강조한다면 최근 대중가수들이 무대에서 선보이는 LED를 붙인 의복 정도에 불과할 수 있어요. 하지만 단순히 의복 개념이 아닙니다. 컴퓨터이긴 한데 초소형 컴퓨터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유 교수는 웨어러블 컴퓨터가 앞으로 더욱 작아지고 스마트해지며, 감성까지 더해져 사람들의 직관과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즈가 점점 작아지면서 어떤 게 컴퓨터이고 아닌지 구분할 수 없는 상태까지 이르게 될 것입니다. 옷인지, 반지인지 잘 모를 정도로 크기가 작아지는 거죠. 더불어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 보다 더 똑똑해져서 사람들의 지식을 보강해주는 차원에 이르게 될 거예요. 더불어 감성과 연결돼, 악수만 하면 정보가 전달된다든지 하는 등의 인터페이스를 갖게 될 거예요. 구글 글라스는 지금도 문지르기만 하면 사진이 찍히잖아요.”

유 교수는 최근 웨어러블 컴퓨터가 다시 각광을 받게 된 가장 큰 원인이 ‘반도체’라고 말했다. “옛날에는 컴퓨터의 크기가 상당히 컸잖아요. 이런 것들이 지금 처럼 매우 콤팩트(compact)하면서 기능이 다양해진 것은 순전히 반도체 기술 덕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반도체 기술만으로 부족하다고 말했다. “아이디어와 창의력이 반드시 따라줘야 한다”며 “궁극적으로는 창의력이 기술의 범주를 넓혀주고, 반도체 기술이 웨어버블 컴퓨터의 미래를 개척해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젊은 발상의 재치, 대한민국 IT의 미래
▲ 지난 11월 진행된 '웨어러블 컴퓨터 경진대회'에서 선보인 스마트밴드. 악수만 해도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디바이스다. ⓒ황정은

지난 달에 있었던 ‘웨어러블 컴퓨터 경진대회’에 대해 유 교수는 “젊은 학생들의 톡톡 튀는 발상이 정말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은 제품은 이번에 1등을 한 팀의 작품입니다. 팔목에 밴드처럼 두르기만 해도 완전히 게임을 즐길 수 있어요. 뿐만 아니라 성범죄로부터 어린이들을 지켜주는 ‘아이벨트(i-Belt)’ 도 인상적이었고, 악수를 하면 데이터가 자동으로 교환되는 휴먼 인체통신 시스템도 괜찮았던 것 같아요. 체조를 따라하게 해서 몸의 스트레칭을 도와주는 ‘리듬팝’ 제품도 귀여웠어요.”

“슬라이드 발표보다 무대 공연 준비를 더 잘하던데요. 기본적으로 학생들이 끼가 다분한 것 같아요. 이러한 끼와 앞선 기술을 합치면 웨어러블 컴퓨터가 등장하는 것 같아요. 학생들의 내면 표출이 더욱 자유롭게 되도록 도와주는 기술이라고나 할까요. 기술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을 표현하고 스스로에 대해 알아가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합니다.”

웨어러블 컴퓨터 대중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는 언제 쯤일까. 이에 대해 유 교수는 "2~3년 안에 제품화가 본격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2000년대 초부터 입는 컴퓨터는 주목을 받기 시작했어요. 사실 이번에 삼성에서 출시한 갤러시 기어도 이전에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출시했던 제품과 별반 다를 바는 없습니다. 다만 당시에는 실패했죠.

이유는 사람들이 스마트 디바이스를 접할 기회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에요. 당시만 해도 단순히 모바일 폰에 그쳤기 때문에 SNS나 카톡 등은 경험할 수 없었잖아요. 하지만 지금은 다르죠. 스마트폰으로 충분한 연습을 했기 때문에 구글 글라스나 갤럭시 기어가 사람들에게 통하는 것이죠.”

유회준 교수는 국내 웨어러블 컴퓨터 산업의 발전을 위해 기초 기술력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금 우리나라의 연구는 계속 분산되는 느낌이에요. 융합을 주장하고 있지만 진정한 융합은 이뤄지지 않는 듯 해요. 웨어러블 컴퓨터는 반도체와 컴퓨터 기술, 그리고 미래지향적인 시스템 기술의 융합입니다. 때문에 반도체 기술 등 본질에 충실한 게 가장 중요하겠죠."

유회준 교수팀은 헬스케어를 접목한 여러 유형희 웨어러블 컴퓨터를 개발하고 있다. 반창고 혹은 파스를 붙이는 것처럼 웨어러블 컴퓨터를 가슴에 접목해 심전도를 측정하는 기술 등을 개발 중이다.

“우리 연구팀은 웨어러블 헬스케어 분야에서 세계의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때문에 해당 분야를 세계를 선도하는 산업으로 성장시키고 싶어요. 우리 연구실은 헝겊에 회를 만드는 기술과 헝겊에 반도체를 붙이는 기술 등등 독특한 기술들을 다량 보유하고 있습니다.

암밴드 MP3도 만들었죠. 이러한 디바이스는 우리나라만이 할 수 있는 기술인만큼 미래 산업 역시 매우 활발한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3.12.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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