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26일 목요일

RNA 유전자가위 정확성 높이다

RNA 유전자가위 정확성 높이다


[인터뷰] 김진수 서울대 화학부 교수

 
 

잘못된 유전자를 올바르게 교정할 수 있다면? 이러한 인간의 호기심에서 시작된 연구가 ‘유전자 가위’ 연구다. 잘못된 유전자를 새롭게 교정하고 편집할 수 있도록 개발된 이 연구는 바이오테크놀로지가 주목을 받는 이때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이 중에서도 RNA 유전자 가위 기술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것으로 원하는 DNA 서열에 먼저 손상(DSB, Double Strand Break)을 유도한 후, 그것이 회복되는 과정을 통해 원하는 타깃 자리에 변이 혹은 유전자 재배열을 일으키는 기술이다.

유전자 가위 기술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관심 선상에 있다. 이것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게 되면 그동안 치료가 어려웠던 인체 내 여러 질병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고 국가경쟁력을 제고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유전자가위 기술, 관건은 ‘정확성’
▲ 김진수 서울대 화학부 교수  ⓒ황정은

하지만 유전자가위 기술도 결국 정확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용지물과 다름없다.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켜 더 큰 잠재적 위험성을 안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RNA 유전자가위 기술의 정확성을 높여 주목을 받고 있다. 김진수 서울대 화학부 교수팀이 미생물에서 유래한 핵산분해효소인 Cas9 단백질을 표적자리로 유도하는 가이드(guide) RNA 구조를 개선해 표적 선택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김 교수팀은 이 연구를 통해 선택적으로 표적자리에만 돌연변이를 유도하면서 비특이적 변이를 일으키지 않는 방법을 제시했다. 또한 이 연구결과를 이용해 연세대 이한웅 교수팀, 충남대 김철희 교수팀과의 공동연구를 진행, 각각 생쥐와 제브라피쉬에서 유전자 녹아웃을 하는 데 성공했다.

국제학술지 ‘지놈 리서치(Genome Research)’ 온라인 판에 두 편의 논문으로 게재된 이 연구는 향후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유전자와 줄기세포 치료의 부작용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중 한 편은 '지놈 리서치'에서 가장 많이 읽힌 논문 1위의 자리를 한 달 넘게 지키고 있다.

유전자가위를 세포에 도입할 때 원하지 않는 DNA를 무작위로 자르게 되면 독성을 일으키거나 여러 가지 염색체 변이를 유발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때문에 표적 DNA만을 선택적으로 자르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RNA 유전자가위의 경우 표적자리 외 DNA를 자를 수 있다는 사실이 보고되면서 다양한 분야에 응용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했다. 즉 유전자 가위의 정확성을 높이는 연구가 매우 시급했던 셈이다.

“우리 연구팀은 유사 DNA 염기서열에는 작용하지 않고 표적 DNA 염기서열만을 선택적으로 잘라 교정하는 유전자가위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기존에는 표적 염기서열과 유사한 DNA까지 빈번하게 잘랐다면, 우리 연구팀이 개발한 것은 딱 한 군데만 자를 수 있도록 한 것이죠. DNA가 잘리게 되면 세포 내에 존재하는 복구시스템이 잘린 DNA를 어떻게든 이어줍니다. 그 과정에서 연구자는 원하는 변이를 일으킬 수 있고 맞춤형 변이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최초의 유전자 가위로 불리는 제1세대는 2000년대에 개발된 징크핑거뉴클리아제(ZFN)으로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받긴 했지만 보편적으로 적용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았다. 더군다나 표적물질 외의 것도 잘라 널리 활용하는 데 문제가 있었고 가격도 약 2만5천 달러로 워낙 비싸 관심만큼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2세대 유전자가위는 탈렌(TALEN)이었습니다. 탈렌은 징크핑거뉴클리아제와 거의 유사하지만 새로운 단백질을 사용한 시도였죠. 그것을 거쳐 이번에 새롭게 소개된 것이 제3세대 유전자가위입니다. 1세대, 2세대와는 달리 작용 기작이 전혀 다르고 DNA를 인식할 때도 단백질이 아닌 RNA를 이용해 RNA와 상보적인 DNA 염기서열을 인식하게 됩니다.”

올 초 김진수 교수팀이 3세대 유전자가위에 대한 논문을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발표함과 동시에 미국 연구진 다섯 곳이 각자 독자적으로 수행한 RNA 유전자가위 연구 결과를 내놓기 시작했다. 동일 주제에 대한 최초의 논문 여섯 편이 한 시기에 나온 것만을 보더라도 해당 분야에 연구자들의 관심이 얼마나 뜨거운지 알 수 있다.

실제로 현재 미국 연구진들은 RNA 유전자가위를 통해 난치병을 치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즉 Editas Mecidine이라는 회사를 설립, 4천300만 불을 투자 받은 후 각종 유전병이 원인으로 작용해 치료가 쉽지 않은 질병들을 유전자가위 기술을 통해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이 기술은 식물에도 적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향후에는 병충해에 강한 농작물, 영양 성분이 개선된 채소까지 재배할 수 있으므로 유전자가위 기술은 ‘생명공학의 혁명’의 시발점으로 언급되기도 한다.

“치료제뿐 아니라 농작물 및 가축 생명공학, 유전학 등에서 유전자 기능을 알고 싶을 때 유전자가위 기술이 이용될 수 있습니다. 이전과 달리 생명과학 분야의 모든 사람이 손쉽고 저렴한 비용으로 이 기술을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죠. 현재 세계 선진국에서 유전자 가위를 통해 다양한 시도를 진행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기술이 이들보다 앞서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타깃만 적중, “모래사장 속 진주 찾기보다 어렵죠”
▲ 절단 특이성이 향상되면 세포에 RGEN 유전자 가위를 도입했을 때, 부작용이 발견되지 않는 돌연변이 세포를 쉽게 얻을 수 있으며, 향후 유전자 치료 등에 적용하기에 적합하다.  ⓒ한국연구재단

유전자가위 정확성 향상의 핵심은 가이드 RNA의 구조와 전달형태에 있다. 가이드 RNA란 RNA 유전자가위의 DNA 특이성을 결정하는 작은 RNA 분자로 이것만 교체하면 손쉽게 새로운 RNA 유전자가위를 만들 수 있어 생명과학 분야 곳곳에서 사용된다.

김 교수팀은 가이드 RNA 앞에 두 개의 구아닌 염기를 추가한 경우 표적 염기서열에 대해서는 잘 작용하면서도 유사서열에는 작용하지 못하게 해 절단의 정확성을 높였다.

“유사 DNA 염기서열에는 작용하지 않고 표적 DNA 염기서열만을 선택적으로 잘라 교정하는 기술은 사실 매우 어려운 기술입니다. 마치 모래사장에 진주알 하나를 숨겨놓고 그것을 찾는 것과 같다고 할까요? 인간 유전체가 30억 개 인데 그중 특정 20개를 찾는 것은, 수억 분의 1 확률을 거는 게임과 같죠. 하지만 유전자가위가 정교하지 않으면 결국 무용지물이 되고 말아요.

사실 이번 연구 역시 지난번 연구의 연장선상에서 얻은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1월 저희가 RNA 유전자가위를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소개하고 난 후 다른 여러 연구진들이 RNA 유전자가위가 매우 부정확하다는 논문을 잇달아 같은 저널에 발표해서 이 문제로 고민하고 있었죠. 그러나 저희가 만든 RNA 유전자가위는 매우 정확하게 잘 작용하는 것을 발견하게 됐고 이를 논문으로 제출했죠. 하지만 처음에는 리뷰어가 결과를 신뢰하지 못하더군요. 다른 연구팀의 결과와 비교해 보니, 우리 연구팀의 결과는 가이드 RNA가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렇게 입증된 후 발표된 게 이번 논문이죠. 결국 결과를 먼저 얻고 원인을 찾아가는, 역으로 연구가 진행된 셈이에요. 많은 것을 배운 과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김진수 교수는 1994년 박사과정 중에 유전자가위에 대한 관심이 생겨 20여 년 가까이 한 분야를 연구해 오고 있다. 1세대 유전자 가위부터 2세대를 거쳐 3세대까지, 모든 유전자 가위를 독자적으로 개발한 연구실은 김 교수팀이 유일하다.

“연구를 진행할수록 이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매번 실감해요. RNA 유전자가위만 해도 작년에 연구를 시작했는데, 당시 우리 연구팀만이 유일하거나 제일 앞서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저희 논문이 심사 받는 중에 여러 경쟁그룹들의 논문들도 심사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거예요. 정말 피가 마르는 듯한 순간이었죠. 결국 우리가 생각하는 것은 남도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네요.”

이 연구는 앞으로 더 큰 파급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 교수는 “현재 유전자 가위가 가장 널리 활용되는 분야는 유전자 기능을 파악하기 위한 유전학 연구 분야”라며 “일례로 암세포를 제거하려면 어떤 단백질을 공격해야 하는지 유전자 기능을 연구해야 하죠. 여러 모델 동물, 식물에서 유전자 기능을 파악하려면 유전자를 파괴해야 합니다. 유전자 기능연구는 점점 더 필수적인 도구가 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김 교수는 앞으로 이 기술을 통해 질병 치료에 결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유전자를 발굴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한 유전자가위 기술을 통해 난치병에 대한 세포 치료제를 개발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이번 연구의 많은 부분이 국내의 많은 전문가들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이뤄졌습니다. 결과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원천기술을 개발한 만큼 우리나라 생명과학자들의 경쟁력 역시 높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 기술이 결코 미국보다 뒤쳐지지 않아요. 이 분야에서 유럽이나 일본에는 아예 경쟁자가 없다시피 합니다. 앞으로도 국내 연구자들이 이 기술을 창의적으로 활용해서 좋은 결과가 배출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3.12.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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