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20일 금요일

장내 음식물 분해 미생물을 죽여 비만 유발

장내 음식물 분해 미생물을 죽여 비만 유발


항생제 과용이 비만을 부추긴다 (상)

 
 

미국은 왜 세계 제1의 비만국가라는 오점을 안게 되었을까? 많이 먹어서 그런가? 미국 못지 않게 많이 먹는 나라는 많다. 그러면 선천적인 유전자 탓일까?

아니다. 미국은 민족국가가 아니다. 소위 멜팅 팟(melting pot)으로 세계 여러 민족들이 어울려 사는 혼합국가다. 미국의 주류라고 할 수 있는 앵글로색슨이나 라틴계만이 비만이 아니다. 흑인, 아시아인들도 비만이 많다.

▲ 최근 연구에 따르면 비만은 많이 먹는 데 있다기보다 항생제가 우리의 소화기관 시스템을 교란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장내에서 음식물 분해 미생물을 죽이기 때문이라는 것.  ⓒthe-menace-of-obeisty.com

식용 가축의 살코기를 늘리기 위해 소량의 항생제가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부터다. 이 시기는 미국의 비만인구가 점차 늘기 시작하는 시기와도 거의 일치한다. 따라서 미국의 비만 확산이 이들 항생제의 사용과 관련됐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해도 놀랄 일은 결코 아니다.

수년 동안의 연구결과 끝에 과학자들은 체중 증가와 항생제 간에 연관성이 있음을 입증했다. 박테리아를 죽이는 항생제의 활동 때문이다. 그러면 항생제는 우리에게 어떤 활동을 하기에 비만을 촉진시키는 것일까?

1954년의 한 연구에서 해군 신병들에게 박테리아로 전염되는 패혈성 인두염 감염을 막기 위해 매일 페니실린을 복용케 했다. 이 병은 열, 두통, 복통, 그리고 찌르는 듯한 목의 통증이 나타난다.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기도 한다. 7주 사이에 그들의 체중이 2.2kg이 증가했다. 반면 가짜 약을 투여한 피험자들의 체중은 1.2kg 증가했을 뿐이다.

영아기에 항생제 투여 받으면 아동비만 될 확률 높아
최근 들어 과학자들은 한 가지 가능성에 초점을 맞췄다. 항생제가 아동비만을 유발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뉴질랜드 과학자들이 세계적으로 대규모 조사를 했다. 출생 첫해 항생제 주사를 맞은 남아(男兒)들은 5~8세가 됐을 때 주사를 맞지 않은 남아들보다 체질량지수(BMI)가 높았다.

덴마크에서 실시된 더 작은 규모의 조사에선 영아기에 항생제를 투여했더니 아동기에는 체중이 평균 이상으로 증가할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이 아니다. 뉴욕대학 과학자들도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 생후 6개월 이전의 영아에게 항생제를 투여했을 때 38개월째 과체중이 되는 비율이 항생제에 노출되지 않았던 영아보다 22% 더 높았다. 물론 어린이들의 증가 폭은 비교적 작았다. 그러나 연구결과는 의미심장하다. 아동비만은 자동적으로 성인비만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미국 어린이 5명 가운데 1명이 비만으로 평가된다. 당장에 건강에 큰 문제는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성인이 되면 문제는 전혀 다르다. 비만 아동은 성인이 되어서도 비만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당뇨, 심장병, 그리고 암 등 특정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

비만은 아니지만 과체중 아동의 미래는 좀 낫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BMI가 높은 아동은 성인이 됐을 때 심장병 위험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심장병은 미국인의 제1 사망원인이다. 또한 정부가 치러야 할 비용도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퍼스트 레이디 미셸 오바마 등의 인사들이 지적했듯이 과체중 아동은 심각한 국민 건강문제다. 하지만 항생제가 원인일 수 있을까? 항생제가 과연 어떤 작용을 하길래 말이다.

분명한 사실은 항생제가 소화기관 시스템을 바꾼다는 것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있다. 항생제가 체내 구성을 바꾼다는 점이다. 최근 프랑스 과학자들은 항생제 반코마이신을 사용해 조사를 실시했다. 반코마이신은 페니실린 내성감염 치료를 위해 개발된 항생제다. 그 결과 BMI의 10% 증가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른바 장내미생물군(gut microbiota)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었다.

▲ 사이언스지 표지에 실린 장내미생물군의 모습.  ⓒ노스 캐롤리나 대학
우리의 소화계는 내장과 결장을 포함한 장기의 집합이다. 그 안에 모두 100조 개에 가까운 박테리아가 기생한다. 이른바 장내미생물군이다. 이들 박테리아는 우리의 신진대사, 다시 말해서 우리가 음식을 섭취하고 배설할 때까지 더 없이 중요한 기여를 한다.

복잡한 탄수화물과 녹말의 분해를 돕는가 하면 우리 면역체계의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해로운 박테리아의 성장을 저지하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의 장내에는 좋은 박테리아가 있는가 하면 나쁜 박테리아도 있을 수 있다.

건강하고 면역력이 좋은 사람은 해로운 균을 잘 제거하고, 몸에 좋은 균은 보호하여 유익한 점을 공유함으로써, 안정적인 평형상태를 유지한다. 하지만 장의 면역력 기능이 상실되면, 유해한 균이 많아지고 균의 평형이 깨지게 되어 각종 면역질환이 일어나게 된다.

장내미생물군, 음식의 신진대사에 관여

장내 미생물은 또한 지방 저장을 유도하는 비타민과 호르몬도 생산한다. 장내 미생물군의 총량은 최대 2kg에 달한다. 많은 과학자들은 미생물군이 단순히 그 자체로 장기 기능을 한다고 믿고 있다.

물론 일반적인 장기는 아니다. 우리 소화계 내의 각종 장기를 통틀어 쇼핑몰이라고 한다면 장내미생물군은 그 그림자 속의 암시장 기능을 한다. 그 시장들의 목적은 거의 비슷하다. 기본적으로 음식의 신진대사에 관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장내미생물에 대한 상세한 정보와 소화기능 수행방식은 오랫동안 알려지지 않았다. 다시 말해서 장내미생물이 어떻게 체중증감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과학자들이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장내 모든 종류의 박테리아를 배양해서 그들이 소화기관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를 알아내기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최근 유전자 염기서열분석법이 발전하면서 더 깊이 있는 조사가 가능해졌다.

그에 따라 정보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지금은 장내미생물군 전체적으로 330만 개의 유전자가 있다고 알려졌다. 인체 유전자의 100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수치다.

장내에 들어온 나쁜 박테리아를 퇴치하기도
그렇다면 인체는 어떻게 보면 또 다른 자아의 숙주인 셈이다. 그 별개의 자아가 어쩌면 어느 수준까지 음식을 처리할지 결정하고, 그럼으로써 우리의 체중을 조절할지 모른다. 덧붙이자면 미국이 비만 국가인 것은 고기를 많이 먹어서가 아니다. 항생제가 주범이라는 지적이다.

물론 옛날에도 살찐 사람들은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처럼 살찐 사람이 많았을까? 많이 먹어서 살찌는 거라면 당연히 옛날에도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비만이 질병 수준의 문제로 등장한 것은 아니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 동탁(董卓)은 괴력의 힘을 가진 포악한 인물이다. 그는 뚱뚱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전장터에서는 제비처럼 날렵했다. 한 병사가 호기심으로 죽은 그의 배꼽에 심지를 넣어 불을 붙였는데 무려 보름 동안이나 탔다고 한다. 당시에는 항생제가 없었다. 질병 수준의 비만이 결코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김형근 객원기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13.12.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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