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16일 월요일

‘집단지성’으로 외국어도 척척

‘집단지성’으로 외국어도 척척


‘스타트업 2013’ 대상에 ‘플리토’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중국어, 일본어, 아랍어… 어느 나라 언어든 글자나 말로 입력하면 우리나라 말로 바꿔주는 서비스가 있다면? 일반 문서뿐만 아니라 웹사이트, SNS까지 실시간으로 바꿔준다면? 게다가 A4 용지 한 장 번역비가 500원에 불과하다면?

집단지성을 이용한 온라인 번역 서비스 ‘플리토(Flitto)’가 청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난 15일(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D홀에서 진행된 ‘스타트업 2013’ 행사에서 9개 팀의 경합 끝에 1등 금상을 차지해 창업지원금 3천만 원을 획득했다.

지난 12일(목)부터 진행된 ‘창조경제 박람회’의 마지막을 장식한 ‘스타트업 2013’은 최고의 가능성을 가진 신생 회사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다.

1천만 원의 지원금을 받는 2등 은상은 인근의 유휴 주차장을 실시간으로 안내해주는 ‘파크 히어(Park Here)’가, 5백만 원을 지원받는 3등 동상은 간편하게 올리는 ‘틱톡 지퍼’와 2중 안전장치를 갖춘 ‘올인원 주사기’가 받았다.

▲ 15일(일) 서울 코엑스에서는 '창조경제 박람회'의 대미를 장식하는 '스타트업 2013' 행사가 열렸다.  ⓒScienceTimes

대중의 힘 빌린 번역 서비스 ‘플리토’

금상을 받은 ‘플리토’는 영어를 기준으로 어떤 문장이든 1분 내외로 번역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속도뿐만 아니라 정확도도 높다. 뉘앙스를 제대로 표현하기 어려운 문장까지 척척이다.

비결은 ‘크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에 있다. ‘대중(crowd)’과 ‘외부 발주(outsourcing)’의 합성어로, 우리말로 하면 ‘대중에게 맡긴다’는 뜻이다. 번역하고 싶은 문장을 인터넷으로 업로드하면 전 세계 60만 명이 달려들어 외국어를 우리말로, 또 우리말을 외국어로 바꿔준다. 이른바 ‘집단지성’을 이용하는 셈이다.

노동에는 대가가 필요한 법. 플리토는 포인트 제도를 통해 번역비가 오가게 했다. 번역을 맡기고 싶은 사람이 포인트를 내걸면, 번역을 한 사람이 이를 가져가는 방식이다. 속도는 높이고 가격은 낮췄다. 문장 하나에 200원 정도면 가능하다. A4 한 장을 각국 언어로 번역하려면 10만 원 가까운 비용을 내야 하지만 플리토는 1천원 정도면 된다.

창업자인 이정수 대표는 “지난해 9월 설립 후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3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내년에는 50억 원을 내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외 투자자들의 관심 대상이 될 만하다. 서비스하는 언어도 현재 14개에서 내년에는 30개로 늘어날 예정이다.

구글이 무료로 서비스하는 기계 번역에 비해 어떤 강점이 있을까? 기계 번역은 정해진 데이터를 기준으로 컴퓨터가 문장을 인식하기 때문에, 새로 등장한 단어나 미묘한 의미를 지닌 표현은 번역이 불가능하다. 플리토는 사람이 번역하기 때문에 오역의 염려가 줄어든다.

‘스타트업 2013’의 채점은 프레젠테이션을 관람한 청중들이 스마트폰으로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투표를 하고 전문심사위원이 평가한 점수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매겨진다. 실시간으로 공개된 점수 집계에서도 플리토는 1위를 차지해 일찌감치 승리를 예감할 수 있었다.

가까운 주차장 빈자리 찾아주는 ‘파크 히어’

은상을 받은 ‘파크 히어’는 현재 위치를 기준으로 서울 시내 주차장의 빈자리를 찾아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다. 급하게 도심에 주차해야 할 때 도움을 준다.

▲ 프레젠테이션이 끝날 때마다 청중들은 웹사이트에 접속해 점수를 클릭했고, 실시간으로 결과가 집계되어 채점에 반영되었다.  ⓒ미래창조과학부
프레젠테이션을 맡은 김대성 파킹스퀘어 대표는 주차 전문회사에서 일한 경험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어느 주차장이든 요일과 시간에 따라 유휴 주차면 수가 일정 패턴을 보인 것이다. 화요일 오전에 80면의 자리가 비는 주차장은 다음주 화요일 오전에도 비슷한 숫자의 빈자리가 남는다.

주차장 상황을 일정 기간 동안 모니터링 하면 평균적인 패턴이 드러나므로 요일과 시간별로 남는 빈자리 중 70~80퍼센트에 대해 계약을 맺고 서비스에 연결하면 시스템이 구축된다.

파크 히어는 숙박업소처럼 변동식으로 가격을 책정한다는 점이 특이하다. 비수기와 성수기가 명확한 숙박업소들은 언제 예약을 하고 언제 구매를 하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주차장에도 이 같은 변동가격제를 도입하면 더욱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발표 현장에서 앱을 다운로드 받아 실행해보니 주차 시간을 입력하면 서울 곳곳의 주차장 상황이 지도 위에 표시되었다. 현재 위치와 가장 가까운 곳을 클릭해서 비용을 확인한 후 이용하면 된다. 서울에만 300만 면의 주차 자리가 있으므로 이 중에서 10퍼센트만 제대로 활용해도 30만 대의 주차공간이 생기는 셈이다.

‘안전한 주사기’와 ‘편리한 지퍼’가 동상

동상을 받은 ‘올인원 주사기’는 이물질을 걸러내는 필터와 실수로 바늘에 찔리는 것을 막는 안전장치가 결합된 세계 최초의 복합식 안전 주사기다. 주사기의 위생 문제로 목숨을 잃는 사람만 한 해 평균 130만 명에 달하는 현재 상황에 유용한 해결책이 된다.

입구를 꺾어 주사바늘을 집어넣는 유리앰플은 미세한 유리조각이 떠다녀 논란이 된 바 있다. 필터 없이 주사하면 혈관을 돌아다니다가 언젠가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수 있다. 올인원 주사기는 2중 필터를 설치해 이물질이 감지되면 빨아들일 수가 없으며, 주사를 할 때도 이물질이 체내로 투입되는 것을 막아준다.

이물질 이외에 주사바늘 자체도 위험 요소가 된다. 의사나 간호사도 환자에게 사용했던 주사기를 취급하다가 실수로 찔려 질병에 감염되는 경우가 많다. 올인원 주사기는 사용 후 링을 밀어올리면 안전장치가 튀어나오면서 주사바늘의 끝부분을 막아주기 때문에 찔릴 염려가 없다.

이르면 내년부터 안전주사기 사용이 의무화되면 전량 수입에 의존해야 했지만, 올인원 주사기의 발명으로 연간 450억 원의 수입 대체 효과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동상을 받은 ‘틱톡 지퍼’는 제대로 끼워지지 않으면 잠글 수 없는 기존 지퍼의 문제점을 보완한 발명품이다. 똑딱이 단추처럼 끼운 뒤 올리기만 하면 노약자나 어린이도 쉽게 지퍼를 잠글 수 있다.

기존 지퍼의 레일을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추가로 소요되는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 때문에 YKK에 이어 업계 2위의 점유율을 가진 미국 탈론사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경찰, 소방관, 군인처럼 신속하게 출동해야 하는 직종에 적합하며 등산이나 아웃도어 스포츠에서 장갑을 낀 채로 지퍼를 올리기에도 용이하다.

유일한 여성 참가자로 틱톡 지퍼를 직접 발명한 이옥경 태주아이디어 대표는 “한국에 이어 미국과 캐나다에도 특허를 출원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 4명은 치열한 예선을 거쳐 최종 선발된 9개 팀에 속해 경합을 벌인 끝에 수상을 했다.

심사위원으로는 이희규 캠브리지 이노베이션 파트너스 대표, 양민정 비컴 공동창업자, 고영하 고벤처 엔젤클럽 회장, 김철환 카이트창업가재단 이사장, 장석환 아이디어브릿지 대표 등이 참석했으며, 시상은 이상목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과 강혜련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이 진행했다.

임동욱 객원기자 | im.dong.uk@gmail.com

저작권자 2013.12.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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