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31일 토요일

국군은 하늘의 군대다

국군은 하늘의 군대다

박석재의 하늘 이야기 12

 
 
과학에세이   지난 7월 대한민국 U-20 대표팀은 이라크와 8강전을 가졌다. 대한민국 팀이 패색이 짙었던 후반전 막판에 극적인 동점골을 넣어 3:3이 됐다. 이제 남은 것은 승부차기. U-20 청소년 선수들이 얼마나 긴장이 되고 마음이 떨렸겠는가.

이라크 선수들은 모두 모여 기도를 했다. 몇 명은 하늘을 바라보며 알라를 외쳤다. 아마 틀림없이 ‘알라 신이여, 우리를 도와주소서’ 외쳤을 것이다. 우리 선수들도 둥글게 모여서 얘기를 나눴다. 그 긴박한 순간 우리 팀 주장은 무슨 얘기를 했을까. 아마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말고 꼭 승리하자’ 정도가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우리 팀은 정신적으로 접히고 들어갔다고 봐야 한다. 신에게 기도해 ‘믿는 구석’이 생긴 팀은 그렇지 않은 팀에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한마디로 우리나라에 국교가 없어 생긴 일이다.

종교가 없는 내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보면 적어도 앞으로 수십 년간 특정종교가 우리나라의 국교가 될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다양한 종교로 ‘황금분할’ 돼 있기 때문이다. 세상의 어느 나라가 국장을 치를 때 네댓 번이나 종교의식을 하는가.

따라서 민족정신인 ‘국혼’은 종교가 아닌 사상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나는 미국 유학시절 대한민국의 민족정신이 무엇이냐고 물어온 외국인의 질문에 무척 당황한 적이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3·1 정신, 새마을정신, 화랑정신, 충무정신…어느 것 하나 나의 가슴을 진정으로 채우고 있지 않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것이다.

국내에서 대학까지 나온 내가 그 질문에 선뜻 답하지 못한 것이 한심했지만, 문제는 그것이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에 있었다. 나는 같은 질문을 주위의 한국인들에게 수없이 던져 봤지만 시원스럽게 들리는 대답은 어느 누구로부터도 나오지 않았다. 우리는 누구인가? 나의 고민은 그때부터 시작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이제 자신 있게 대답한다. 사상 중에서 국혼의 격을 갖춘 것은 내가 이 연재물에서 소개하는 천손 사상뿐이다. 홍익 정신과 본질이 같은 이 사상을 종교와 혼돈하지 않기 바란다. 대한민국 사람이 천손 사상을 가진 채 교회·도장·사원·성당·절…(가나다 순) 어디에 다녀도 문제가 없는 것이다.

밴쿠버 올림픽 TV 중계에서 성당에 다니는 김연아 선수가 성호를 긋고 출전하는 것을 봤다. 그런데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 마이크를 들이대자 김연아 선수는 ‘하늘이 도왔어요!’ 하는 것이었다. 김연아 선수 역시 천손 사상을 가지고 있는 우리 민족이라는 증거다.

스포츠나 국방은 승패가 극명히 드러난다는 공통점이 있다. 예나 지금이나 전쟁에서도 정신의 힘은 절대적인 것이다. 국방차원에서는 어떤 신무기보다 실제로 전쟁에 참여하는 군인들의 정신전력이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내가 만난 장군들은 정훈 교육이 정말 어렵다고 실토했다.

옛날에는 대한민국 남자치고 효자, 애국자 아닌 사람이 없었다. 목숨을 바쳐 ‘조국’을 지키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국기에 대한 경례 글에서 조국이 빠진 지 이미 오래됐다. 이제 조국이라는 말은 일상생활에서 듣기가 쉽지 않다. 다문화 가정이 늘어나서 그런지 국기에 대한 경례 글에서 ‘민족’이라는 말도 사라졌다.

‘조국과 민족’이 사라진 우리 현실에서 장병들이 용병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고 장군들은 입을 모았다. ‘연봉이 얼만데 내가 왜 이 나라를 위해 죽어야 하지?’ 따지기 시작하면 그 군대는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 이는 정말로 심각한 문제다. 생각해보라. 우리 공군 조종사는 전쟁 발발 후 5분 안에 전사할 수도 있다.

그래서 미국 같은 다민족국가에서는 이등병이 순직해도 조총을 발사하고 관을 덮고 있던 성조기를 개어 가족에게 줘 애국심을 고취하는 것이다. 비행기에 2차 대전에 참여한 베테랑들이 타면 기장이 일일이 호명해 박수를 받게 만들기도 한다. 이제 우리나라도 애국 분야에 다양한 투자를 해야 한다. 군인들의 위엄을 더욱 높이 세워줘야 할 때가 된 것이다.

특히 군인이 유사시 나라를 지키기 위해 주저 없이 목숨을 바칠 수 있는 정신전력 근거를 확고히 마련해야 한다. 그 해답을 고구려의 강이식 장군으로부터 찾을 수 있다. TV 연속극 ‘연개소문’을 보면 강이식 장군이 유약한 영류왕에게 책봉은 받더라도 책력은 받아오지 말 것을 상소하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온다. 나라가 힘이 약하면 강한 나라에게 외교적으로 책봉을 받을 수 있지만 천손인 우리가 하늘의 법칙인 책력을 다른 민족에게 받아 올 수는 없다 이런 소신이다. 과연 몇 퍼센트의 시청자가 이 뜻을 알아차렸을까.

영류왕이 상소를 받아들이지 않자 강이식 장군은 곡기를 끊고 죽음을 택한다. 강 장군은 목숨을 바쳐 천손의 자존심을 지켰던 것이다. 바로 이것이다! 국군 장병들에게 천손의 역사를 똑바로 교육해서 우리나라가 존귀하고 위엄 있는 나라,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나라, 목숨 바쳐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 나라라는 사실을 평소 가슴 깊이 새기도록 하는 것이다!

내가 이 시리즈에 연재하는 내용들은 반드시 정훈 교육에 포함돼야 한다. 나는 이 내용들의 일부를 현역 장군들 모임인 무궁화 회의에서 강의한 바 있다. 장군들은 깊은 관심을 가지고 많은 질문을 했다. 역시 강이식 장군의 후배들이었다.

한마디로 우리 국군은 하늘의 군대인 것이다. 나는 전쟁기념관에서 북두칠성 군기를 5개나 발견했다. 실제로 별자리가 그려진 군기를 사료에서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칠성부대’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이제 다른 나라와 축구 경기를 하는 경우 우리 국가대표 주장이나 ‘붉은 악마’ 응원단은 ‘하늘이 우리를 도울 것이다!’ 외쳐야 한다. 이 말이 어색하게 들린다면 천손 정신이 국혼으로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다는 증거다.
▲ 구리 투구를 쓴 배달국 환웅 치우천황  ⓒ붉은 악마 응원단
 

국가대표 축구 응원단이 붉은 악마 치우천황을 상징으로 선정한 것 역시 하늘이 도운 일이다. 치우는 우리 ‘전쟁의 신’이기 때문이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도 치우에게 제를 지내고 출전했다는 얘기가 전해질 정도다. 우리 군도 치우의 모습을 여러 가지 상징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치우천황은 고조선 이전 배달국의 환웅이다. 중국 땅을 정벌하기 위해서 백두산 신시에 있던 배달국 도읍지를 아예 베이징 근처 청구로 옮긴 위대한 영웅이다. 오늘날 우리가 상상이나 할 수 있는 일인가. 중국 사람들은 치우가 얼마나 무서웠는지 얼굴을 도깨비처럼 그렸다. 이는 물론 치우가 최초로 구리 투구를 썼기 때문이기도 하다.
▲ 산을 깎아 만든 거대한 황제헌원과 염제신농의 조각상  ⓒ상생방송
최근 치우를 오랑캐 취급하던 중국이 갑자기 자기들 조상으로 둔갑시키고 있다. 마치 삼국지의 유비, 관우, 장비처럼 삼조당에 황제헌원, 염제신농 옆에 치우를 나란히 앉히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우리 조상들이 피로 지킨 고구려의 부여성, 안시성, 요동성… 등이 만리장성으로 편입되고 있는 것만큼 분통터지는 일이다.

그나마 붉은 악마 응원단과 국학원 같은 단체가 치우천황을 겨우 지켜내고 있다. 우리는 치우의 혼이 춤추던 2002년 월드컵의 감격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 기운과 열정으로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려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나는 붉은 악마 응원단에게 위축되지 말고 힘을 내라고 위로해주고 싶다. 그대들이 휘두르는 태극기, 삼태극기, 8괘 태극기만으로도 충분히 하늘을 감동시킬 수 있으니까….

마지막으로 비슷한 예를 검찰에서 찾아보겠다. 나는 김준규, 한상대 두 검찰총장의 자문위원을 지내면서 검찰 수뇌부에게 늘 주장했다. 대한민국 검찰이 언제부터 저울을 들고 있는 서양 정의의 여신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았는가. 대한민국 검찰은 하늘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것이다. 대한민국 검찰이 구형할 수 있는 가장 큰 벌은 천벌이라야 한다…. 내 말에 아무도 토를 달지 않았다.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위원

저작권자 2013.08.30 ⓒ ScienceTimes

청량음료, 아이의 공격적 성향 높여

청량음료, 아이의 공격적 성향 높여

주의력 결핍, 공격적인 성향, 금단증상 등

 
 
최근 청량음료가 아이들을 공격적인 성격으로 만들고, 주의력 결핍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아이들이 즐겨 마시는 청량음료가 신체적, 정신적으로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

이 연구결과는 ‘소아과학’(The Journal of Pediatrics)을 통해 발표됐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 버몬트 대학, 하버드 대학의 연구팀이 공동으로 5세 아동 300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였다.
▲ 청량음료는 아이들의 공격적인 성향을 높이는 것 뿐만 아니라 주의력 결핍을 가지고 오기도 한다.  ⓒScienceTimes
연구팀은 미국의 20개 도시에 살고 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아이들의 엄마에게 아이들이 하루에 청량음료를 얼마나 마시는지를 물었다. 그 결과를 이미 2개월 전에 실시된 아이들의 ‘행동성향 체크리스트’ 결과와 비교하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아이들의 40% 이상이 하루에 청량음료를 최소한 한 개 이상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아이들 중 4%는 하루에 4개 이상 청량음료를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량음료를 얼마나 마시든 간에 이는 아이들의 행태를 공격적인 성향으로 만드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주의력 결핍 문제는 물론이고 청량음료에 대한 일종의 금단증상도 나타났다. 청량음료를 많이 마시는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공격적인 성향을 나타냈다.

다른 사람의 물건을 부서뜨리거나, 다른 사람들의 신체를 공격하는 행동, 호전적인 태도를 보였다. 연구를 진행한 샤키라 교수는 “청량음료를 많이 마시는 아이일수록 공격적인 행태가 늘어났으나, 이와 같은 상관관계가 나타났는지는 확실치 않다”고 하였다.


간접흡연도 공격적 성향을 강하게 만들어

어렸을 때의 공격적인 성향은 성인이 되어서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 때문에 어렸을 때 과도하게 공격적인 성향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어렸을 때 간접흡연에 노출된 아이 역시 공격적인 성향이 강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Epidemiology and Community Health’를 통해 발표된 캐나다 몬트리올 대학 린다 파가니 교수 연구결과에 따르면, 어린 시절 간접흡연에 노출되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서 지속적으로는 물론 일시적으로도 노출된 아이들은 공격적인 성향을 보일 가능성이 더 높았다.

퀘백 아동발달 종단연구에 참가한 2천55명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각각 17개월, 41개월, 65개월, 86개월에 간접흡연 노출정도를 측정하였고, 10세가 되었을 때 교사와 부모로부터 아이의 성격을 설문조사 하였다. 아이들이 10세가 될 때까지 추적조사를 실시했다.

연구를 진행한 파가니 교수는 “한창 아이들의 뇌가 발달하는 시기에 간접흡연에 노출되는 것은 아이들에게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임신중 정크푸드는 정신건강장애를 

아이가 태어나서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임신중에도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임신중 산모가 먹는 음식은 아이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

임신중 정크푸드를 먹으면 정신건강장애가 있는 아이가 태어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호주 Deakin 대학 연구팀은 ‘미소아청소년정신의학저널’을 통해 정크푸드와 관련된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

2만3천여 명의 엄마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는데 임신중 엄마들의 식습관이 아이들이 18개월, 3세, 5세가 되었을 때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알아보는 연구였다.

임신중 엄마들의 식습관과 아이들이 생후 18개월에서 3세 사이의 식습관을 조사하였고, 그 이후 아이들이 각각 18개월, 3세, 5세가 되었을 때 우울증, 불안증, 전도장애, ADHD와 같은 정신장애가 있었는지 조사하였다.

그 결과 임신중 좋지 않은 음식을 많이 먹은 엄마들의 아이들은 공격성, 울화행동과 같은 행동장애를 보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생후 첫 1년 동안은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을 많이 먹거나 채소 같은 영양분이 풍부한 음식을 적게 섭취한 아이들 역시 우울증과 불안증 증상, 공격성, 행동장애를 보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구팀은 우울증과 불안증 심지어는 치매 발병 위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임신중 단 음료, 정제된 시리얼, 짠 음식과 같은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을 먹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슬기 객원기자 | justice0527@hanmail.net

저작권자 2013.08.30 ⓒ ScienceTimes

2013년 8월 30일 금요일

고체연료전지 공기극 소재 개발

고체연료전지 공기극 소재 개발

[인터뷰] 김건태 UNIST 친환경에너지공학부 교수

 
 
 
환경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친환경 에너지와 연료전지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모든 구성요소가 고체로 이뤄진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lid oxide fuel cell, SOFC)는 다른 연료전지에 비해 구조가 간단하고 소재가 저렴하며, 전해질의 손실 및 보충과 부식의 문제가 없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많은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친환경 연료전지 업계에서 고체연료전지에 대한 고민은 날로 깊어지지만, 이것을 상용화 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무엇보다 기존의 고체연료전지가 800℃~1천℃ 범위의 고온에서 작동하므로 높은 온도에서 견딜 수 있는 고온합금이나 값비싼 세라믹 소재들이 필요했다. 더불어 장시간 운전할 경우 소재의 내구성이 저하되는 것 역시 고체연료전지의 상용화를 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고체연료전지의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는 소재를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UNIST 친환경에너지공학부 김건태 교수와 미국 조지아공대 메일린 류(Meilin Liu) 교수, 동의대 신지영 교수 연구팀이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해 상대적으로 소재가 저렴한 고체산화물 연료전지 성능과 안정성을 개선할 수 있는 전극소재를 개발한 것. 해당 연구는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세계수준의연구중심대학(WCU) 육성사업’ 등의 지원으로 수행되었고, 연구결과는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지에 게재됐다.

환경과 공존하는 연료전지에의 몰두
▲ 김건태 교수와 그의 연구팀은 효율이 높은 고체연료전지 공기극 소재를 개발했다.  ⓒUNIST
 

고체산화물 연료전지란 ‘산화지르코늄(ZrO2)’이나 ‘세리아(CeO2)’ 등 고체 산화물을 전해질로 이용하는 연료전지를 일컫는다. 수소를 연료로 사용해 공기 중의 산소와 화학 반응을 일으켜 전기를 생성하는 미래 동력원으로, 전기화학 반응을 통해 전기와 물, 그리고 열을 생성한다.

고체산화물 연료전지는 연료의 연소반응이 없어도 에너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기존의 내연기관과 달리 황과 질소 산화물 등 유독물질의 배출이 없고 수소를 연료로 사용할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도 없어 친환경적이라는 장점을 안고 있다. 더불어 에너지 효율 역시 타 연료전지에 비해 50% 이상이 높아 매우 효율적인 에너지원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고체산화물 연료전지에 대한 연구는 연구자들의 관심선상 안에 존재했다. 하지만 고온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값비싼 고온합금이나 세라믹 소재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과 고온에서 사용할 경우 내구성이 저하된다는 단점이 있어 상용화에는 어려움을 보여 왔다. 때문에 낮은 온도에서 작동하면서도 전지 성능을 저하되지 않는 물질을 개발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낮은 작동온도에서도 높은 성능과 안정성을 갖는 고체산화물 공기극 물질을 개발했습니다. 안정성을 위한 치환 물질로 철(Fe)을 선택했고 높은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철(Fe) 함량을 찾기 위해 0, 25, 50%의 철(Fe)을 ‘PrBa0.5Sr0.5Co2O5+δ’ 산화물의 Co 자리에 치환했죠.”

김건태 교수팀은 기존보다 300℃ 가량 낮은 500~700℃에서도 출력밀도와 내구성이 뛰어난 이중층 페로브스카이트(double perovskite) 전극을 개발했다. 이는 산소이동도와 표면특성이 우수한 물질로, 이온반경이 큰 희토류 등의 원소와 원자반경이 작은 전이금속, 더불어 산소이온으로 된 물질 등을 이용해 만든 것이다.

“이중층 페로브스카이트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일반 페로브스카이트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ABO3로 표현되는 일반 페로브스카이트 구조는 ‘A’ 자리에 희토류원소와 알카라인희토류, 알카라인, 또는 다른 이온 반경의 큰 원소들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B’ 자리에는 원자반경이 작은 전이금속이 치환돼 있고 산소 이온에 의해 8면체를 이루고 있죠.

이중층 페로브스카이트 구조는 일반 페로브스카이트 구조의 A자리에 이온반경이 큰 원자를 일부 치환함으로써 원자 크기의 차이로 인해 규칙적으로 층이 만들어지는 구조예요. 일반 페로브스카이트 구조에 비해 우수한 산소 이동도(oxygen mobility)와 표면 특성(surface kinetics)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연료전지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김건태 교수팀이 개발한 물질은 저온에서도 고온 상태에서 만들어지는 물질 못지않게 좋은 성능을 보인다. 600℃ 에서도 1천℃ 상태에서 만들어지는 물질에 못지않은 성능을 보인타내는 것이다.

김건태 교수팀이 개발한 물질은 고분자전해질 연료전지(PEMFC) 최대 출력의 세 배 이상에 해당하는 수준을 선보였으며, 안전성 측정에서도 550℃에서 150시간 동안 전압이나 전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기극 물질로 3천억 비용을 절감 예측
▲ 김건태 교수팀은 SOFC의 새로운 공기극 물질의 산소 이동을 예측하기 위해 밀도 함수 이론을 이용한 수치해석을 수행했다.  ⓒ한국연구재단

그린에너지 로드맵에 따르면 2015년 세계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은 약 2조원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연구를 통해 개발된 새로운 공기극 물질을 사용하면 약 3천억 원에 해당하는 비용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김건태 교수가 이번 연구를 진행한 것은 비용절감효과와 높은 효능을 갖고 있는 연료전지를 개발하고, 이를 보다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다. 기존의 개발된 공기극 물질은 낮은 작동온도에서는 성능이 저하될 뿐 아니라 성능을 높이기 위해 작동온도를 높이면 안정성이 저하됐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기존 물질보다 뛰어난 전극을 개발하고자 한 것이다.

“연료전지 개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재료의 개발입니다.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연구과정을 살펴보면 박막 전해질을 개발하는 세라믹 공정으로 저항을 감소시키고 출력을 배가해 SOFC의 제작비용을 낮추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요.

이번 연구는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기존 물질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성능과 안정성이 보장된 고체산화물 연료전지의 새로운 공기극 개발로 신개념의 친환경 고체산화물 연료전지 상용화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되고 있습니다. 또한 연료전지 산업계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온 고성능·장기안정성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하죠.”

김건태 교수는 이번 연구와 관련 “고체 산화물 연료전지 분야는 세계시장 잠재력이 큰 분야로 기술적 우위확보가 시급한 실정”이라며 “하지만 1990년대 말부터 국내에서 꾸준히 고체 산화물 연료전지 연구가 수행되고 있음에도, 아직 상용화를 위한 고체 산화물 연료전지 산업은 성숙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 정부의 지원 역시 단기적이고 성과위주로 수행됐기 때문에 전극 물질 개발 등 원천 기술 개발은 전반적으로 취약한 상태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원천 기술 개발 확보에 조금 더 집중하고 싶다”며 “이번 연구가 세계 연료전지 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3.08.30 ⓒ ScienceTimes

기술료 제도 전면 개선…창조경제에 맞게

기술료 제도 전면 개선…창조경제에 맞게

미래부 주최, 기술료 제도개선 공청회

 
 
기술료란 정부 지원으로 이루어진 공공 R&D 결과를 활용했을 때 내는 돈을 말한다. 정부가 국가 연구개발 성과확산을 위해 현행 기술료 제도를 전면 개편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9일 서울중앙우체국 대회의실에서 ‘기술료 제도개선 공청회’를 열고 ‘기술료 제도개선 종합 추진계획안’을 발표했다. 추진계획안은 ‘R&D→기술이전→기술료 납부→R&D 재투자→R&D 촉진’ 등 선순환 구조 정착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계획안에서는 지식재산권 유지·보호를 위한 경비를 먼저 공제하도록 하고 있다. 대학·출연연 등에서 창출한 특허를 갖고 누가 기술료를 받으면, 이 금액을 특허 유지비용에 사용할 수 있도록 우선 공제키로 했다.

10% 적립, 기술이전·사업화에 사용
김꽃마음 연구제도과장은 “그동안 대학·출연연에서 특허 출원이 늘면서 IP(지식재산) 관련 경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했지만 간접비·기술료 관련 경비사용 우선순위가 낮아 특허를 포기하는 사례도 많아 개선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 29일 서울중앙우체국 대회의실에서 미래창조과학부 주최로 열린 ‘기술료 제도개선 공청회’. 기술 사업화를 확대하는 방안을 놓고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했다.  ⓒKISTEP

김 과장은 또 “IP 유지 경비 공제 비율은 자료조사와 의견 수렴을 통해 책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술료 중 10%는 적립해 기술이전·사업화에 사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기술이전 전담조직(TLO) 전문 인력을 다수 확보하고 연구 성과물 기술가치 평가 등에도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국가 R&D 사업 종료 후 성공 과제 수행 기업이 정부 출연금에 일정 비율 납부했던 기술료 비율도 단계적으로 축소한다.

정부는 기술료 제도개선 추진 계획에 대해 공청회 의견을 반영해 관계부처 협의를 마친 뒤 오는 9월 국가과학기술심의회의 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확정할 계획이다.

이날 미래부는 ‘기술이전 기여자 보상 관련 가이드라인(안)’도 발표했다. 기술이전 기여자란 연구개발에 직접 참여해 결과물을 도출하는 데 기여한 사람을 말한다.

안에 따르면 발명자, 기여자 범위에 속한 사람은 (가칭) ‘기술료 보상 평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선정된다. 보상금은 정부출연금 지분의 50% 이상, 기여자는 정부출연금 지분의 10%를 기준으로 기관자율로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기술료 보상 평가위원회는 기여자 선정, 지금기준 마련, 기여도 산정 등 기술료 수입을 통한 보상과 관련된 전반적인 사항을 정하고 협의하게 된다.

이날 참석자들은 현행 기술료에 대해 다양한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의료용 디지털 엑스레이(DR) 및 산업·군산용 카메라를 전문으로 하는 뷰웍스 김후식 대표는 퍼스터 무버(first mover)에 대한 지원을 강조했다. 위험을 감수하고 있는 사업자를 우대해줄 필요가 있다는 것.

기술료 제도 전반적인 부문에서 기술료차등제, 세제혜택 등 적절한 보완을 주문했다. 우량기업, 성실기업에 대한 평가도 주문했다. 특히 사업화가 어려운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기업에 대해 우대책을 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TLO 통해 해외 특허업무 강화해야
기술거래기업인 피앤아이비의 김길해 회장은 국내 특허에 집착하고, 해외 특허를 기피하는 풍조에 대해 크게 우려했다. 기술사업화를 위해 정작 필요한 것은 해외 특허라며, 까다로운 해외특허 절차를 위해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기술이전 전담조직인 TLO 업무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행정수준에 머물고 있는 TLO에 더 많은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 본격적인 기술이전, 특허 업무 등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는 것.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정부, 공공연구소, 기업 등 관계자들은 국내 공공 연구현장에서의 기술이전 성과가 매우 미흡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연구재단 안화용 성과확산실장은 2011년 대학 산학협력활동 조사보고서를 인용했다. 2011년 기준 대학의 경우 기술이전율이 16.4%에 불과했다는 것. 미국 25.4%(2010년 기준), 유럽 25.2%(2007년 기준)과 비교해 현격히 낮은 수치라고 지적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정재학 사업화금융팀장은 2011년 기준 공공·민간 합쳐 49조8천904억 원이 투입됐다고 말했다. 전체 규모면에서 OECD 6위이며, GDP와 비교하면 4.03%로 세계 2위다.

반면 기술무역수지 적자는 2011년 58억6천800만 달러에 달했다. 1995년 18억3천500만 달러보다 3배가 늘어난 것이다. 적자가 늘고 있는 것은 기술이전 건당 기술료가 매우 낮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건당 기술료가 평균 55만6천200달러인 반면 한국은 1만9천500달러에 불과했다. 특허당 기술료 역시 독일 프라운호퍼가 평균 58만 달러인 반면 국내 출연연은 4만 달러로 10배 이상 차이가 났다.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3.08.30 ⓒ ScienceTimes

2013년 8월 29일 목요일

면도기 시장에 충격…달러 쉐이브 클럽

면도기 시장에 충격…달러 쉐이브 클럽

세계 신산업 창조 현장 (33)

 
 
세계 산업계 동향   리서치 기관인 유로모니터(Euromonitor)에 따르면, 2012년 기준 128억 달러 규모의 세계 수동 면도기와 면도날 시장을 대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 P&G가 소유한 질레트(Gillette)의 경우 66%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에너자이저 홀딩스(Energizer Holding Inc.)의 쉬크(Schick-Wilkinson Sword)는 12.5%, Bic SA가 5.2%의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들 대기업들은 마케팅에 엄청난 비용을 쏟아 부으면서 시장을 지배해왔다.

이런 지배현상은 면도기와 면도날의 가격이 계속 올라가는 결과를 가져왔다. 지난 50년간 시장규모가 계속 커져왔던 것은 수요 증가 때문이라기보다 가격 상승 때문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파격적인 염가판매에 고객 서비스까지
그러나 최근 이들 대기업들이 어려움에 직면했다. 지난 6월 월스트리트 저널은 경기침체에 직면한 미국 소비자들이 면도기와 면도날을 매우 아껴 쓰고 있다고 보도했다. 더 심각한 것은 경쟁업체의 등장이다.
▲ '달러 쉐이브 클럽'을 알리는 동영상 광고 화면. CEO이자 마케팅팀장이며 영업팀장인 마이클 더빈(Michael Dubin)이 기존 면도기·면도날 시장의 문제점들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자사 제품을 구입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http://www.dollarshaveclub.com/

‘달러 쉐이브 클럽(Dollar Shave Club)’이 등장해 새로운 유형의 판매방식 ‘서브스크립션 커머스(Subscription Commerce)’를 통해 면도기를 염가판매하면서 기존 면도기 시장을 급속히 장악해 들어가고 있다.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란 전문가 큐레이션을 통해 선별된 제품을 소비자에게 정기적으로 추천 공급하는 방식이다. 직장생활 등으로 피곤한 고객, 소비성향이 까다로운 고객, 특정연령층 고객 등 다양한 고객층을 대상으로 한 신종 판매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달러 쉐이브 클럽’에서는 월회비를 내는 고객들에게 이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를 하고 있다. 면도기 가격은 거의 파격적이다. 월 1달러(배송료 포함 3달러)를 내면 2개의 양날 면도날이 들어있는 면도기 한 개와 5개의 면도날을 구입할 수 있다.

배송료를 포함해 월 6달러를 내면 4날 면도날이 들어 있는 면도기 한 개와 4날 면도날 4개를 공급한다. 월 9달러를 내면 6날 면도날이 들어있는 면도기 한 개와 6날 면도날 3개를 공급한다. 소비자들은 취향에 따라 이 세 가지 유형 중 하나를 선택해 면도기·면도날을 구입할 수 있다.

가격, 판매방식도 매우 새롭지만 더 놀라운 것은 홍보 방식이다. CEO이자 마케팅 팀장이며 영업 팀장인 마이클 더빈(Michael Dubin)은 생산 공장에서 본인이 직접 광고를 찍었다. 이 동영상에서 그는 기존 면도기·면도날 시장의 문제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매월 약 20달러가 드는 기존의 유명 면도날의 가격은 거품이 잔뜩 껴있다면서, ‘달러 쉐이브 클럽’을 이용하면 최저 1달러로 매월 면도날을 바꾸어 쓸 수 있다고 광고한다.

질레트, 쉬크 등 기존 면도기 업체 큰 타격
광고 안에는 곰 분장을 한 사람이 등장하고, 댄스파티를 여는 등 매우 즐거운 분위기로 가득 차 있다. 무엇보다 미남 CEO의 진지한 표정, 그리고 설득력 있는 멘트가 사람들을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만든 동영상 광고가 유튜브로 통해 공개되면서 폭발적인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런 사실을 각종 유명 매체들이 기사화하기 시작하자 주문량도 폭발적으로 밀려들기 시작했다. ‘달러 쉐이브 클럽’ 웹사이트를 오픈한 지 48시간 만에 1만2천여 명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기존 면도기·면도날 시장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에너자이저 관계자는 경기 탓도 있지만 ‘달러 쉐이브 클럽’ 웹사이트 출현 후 매출이 더 줄어들어 1회용 면도기의 경우 6%, 묶음 판매의 경우 10%까지 매출이 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달러 쉐이브 클럽’은 다른 스타트업들처럼 IT기업이 아니다. 생활용품을 대상으로 대박을 친 특이한 사례다. 그러나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참신한 아이디어로 기존 시장 패턴을 바꾸어놓았다.

실제로 ‘RazWar’, ‘킹오브 쉐이브스(King of Shaves)’, ‘도루코(Dorco)’ 등 다른 경쟁업체들 역시 ‘달러 쉐이브 클럽’과 비슷한 판매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종업원이 5명에 불과한 이 조그만 기업이 세상을 바꾸어놓은 것이다.

‘달러 쉐이브 클럽’에는 페이스북에 투자했던 앤드리슨 호로위츠 (Andreessen Horowitz), 그루폰에 투자했던 KPCB(Kleiner Perkins Caufield & Byers) 등 벤처캐피털 사에서 100만 달러(한화 약 11억 원)를 초기 투자했다.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3.08.29 ⓒ ScienceTimes

누구나 마음껏 ‘상상’ 하세요

누구나 마음껏 ‘상상’ 하세요

국립중앙과학관, 무한상상실 개소

 
 
21세기 대한민국의 핵심 키워드는 ‘상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현재 우리 사회는 창의적인 아이디어 도출을 매우 중요시 여기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립중앙과학관이 국민 누구나 자신의 아이디어를 발현하고 마음껏 드러낼 수 있는 ‘무한상상실’을 마련, 지난 28일 미래창조과학부 이상목 차관과 대덕특구정부출연(연)의 각 기관장이 참석한 가운데 개소식을 가졌다.
▲ 지난 28일 개소한 무한상상실의 아이디어 클럽에서 학생들이 다양한 놀이를 하고 있다.  ⓒScienceTimes
 

이번에 개소한 국립중앙과학관의 무한상상실은 이름 그대로 국민 누구나 자신의 상상을 무한히 구현할 수 있는 공간이다. 기존 과학관 시설인 창의나래관에 문을 연 무한상상실은 1층과 3층에서 각각 운영되며 총 457㎡의 규모를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예정이다.

대덕단지와 연계, 프로그램 운영 
먼저 1층은 지원센터와 아이디어토론방, 아이디어샘터 공간으로 마련해 모든 이용객을 대상으로 개방할 계획이다. 샘솟는 아이디어를 위한 공간인 만큼, 다량의 책과 알록달록한 내부 인테리어로 공간을 구성해 국민들이 보다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정서적 거리감을 좁혔다.

3층은 미디어상상방, 상상놀이터, 아이디어클럽과 소프트웨어 창의실, IT-제작실험실 등으로 구성됐다. 이는 1층과 다소 다르게 운영되는데 사전 예약제 형태로 이용할 수 있다.
▲ 국립중앙과학관 무한상상실 현판식  ⓒScienceTimes

중앙과학관은 이번에 개소하는 무한상상실을 대덕연구단지 내 출연연과 연계해 더욱 깊이 있는 과학문화의 산실로 만들 예정.

카이스트 연구원들과 함께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할 수 있는 상상과학교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대덕특구정부출연연과 연계한 ‘R&D연계형 아이디어클럽’과 과학콘텐츠 제작을 위한 ‘스토리텔링클럽’을 종합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무한상상실 통해 창의적 인재 배출
이날 개소식에 참여한 이상목 미래부 차관은 “창조경제의 핵심은 개개인의 아이디어가 새로운 산업을 만들고 경제발전과 연계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미래부는 전 국민이 자유롭게 상상하고 아이디어를 개발할 수 있는 무한상상실을 전국에 조성하고 있으며 이 계획의 중심에는 전국의 과학관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차관은 또 영화 ‘아바타’의 제임스 캐머런 감독을 언급하며 “그는 어려서부터 과학관을 자주 찾았던 사람이다. 그 결과 창의력이 돋보이는 영화 ‘아바타’를 만들었고, 이 영화 한 편의 수익은 국내 자동차 수출의 한 해 이익보다 크다”고 말했다.

“오늘 문을 여는 무한상상실에는 학생과 국민들이 상상력을 발현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앞으로 무한상상실을 통해 창의적인 인재가 배출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개소식에는 미래부 차관과 국립중앙과학관장, 창의재단 창조경제문화본부장을 비롯, 정부출연(연) 기관장과 무한상상실 시범운영기관장, 청소년 및 일반관람객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과학관 측은 올해 무한상상실 시범운영을 시작으로 대덕특구내 출연연구원과 특허연수원 등 유관기관과 협력체계를 구축, 2014년도부터 본격적으로 국민의 상상 창조의 문화공간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3.08.29 ⓒ ScienceTimes

2013년 8월 25일 일요일

사고 스타일에 대해

사고 스타일에 대해

과학사에 나타난 앎의 스타일, 방식, 양식들

 
 
“과학자들에게 연구해야 할 대상, 접근 방법, 결과를 평가하는 기준 등을 제공함으로써 특정한 스타일의 연구가 진행될 수 있다고 봅니다.”

지난 22일 고등과학원의 초학제 연구프로그램 통합학술대회 ‘앎’이 개최됐다.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홍성욱 교수는 ‘과학사에 나타난 앎의 스타일, 방식, 양식들’이라는 주제발표에서 “여러 과학자들에 의해서 공유되어 과학 활동을 가능케 해주는 요소들의 집합이나 매트릭스를 ‘스타일’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 스타일, 과학적 앎의 방식

스타일은 고딕양식과 바로크 양식 처럼 건축에서 더 분명하게 사용되던 개념이었다. 그런데 1920년대 독일 사회학자 만하임에 의해 사회학에서 쓰이기 시작했다. 만하임은 이를 ‘사고 스타일(thought style)’이라고 명명했다. ‘사고 스타일’은 서로 다른 세계관의 내적 통일성을 가진 집단으로 상이한 이론을 사용하는 집단인 ‘학파’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 지난 22일 고등과학원의 초학제 연구프로그램 통합학술대회 ‘앎’이 개최됐다.  ⓒ고등과학원
 

만하임의 사고 스타일 개념은 이후 자연과학에 대해서 최초의 사회학적 분석을 수행했던 선구자였던 러드빅 플렉이 도입했다. 그는 비슷한 지식을 공유하면서 과학을 수행하는 집단을 ‘사고 복합체(thought-collective)’라고 이름 지었을 뿐만 아니라 이들이 공유한 지식을 ‘사고 스타일’이라고 특징짓기도 했다.

“사고 스타일은 연구자들의 지각, 추론, 창의적 사고의 방향을 짓기 때문에 연구자들이 새로운 것을 볼 수 있도록 한다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고 스타일 자체가 가지고 있는 모순이나 불협화음은 점차 더 못 보게 될 수도 있었습니다. 즉 사고 스타일은 연구를 가능케도 했지만, 이를 벗어나는 연구는 생각할 수 없게 만드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 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당시 플렉의 주장은 관심을 받지 못했다. 과학사 수면에 아래에 있던 스타일 개념을 다시 과학과 연관지은 사람은 옥스퍼드의 과학사학자 알리스테어 크롬비였다. 1994년에 2천 페이지가 넘는 ‘유럽 전통에서 과학적 사고의 스타일’이란 제목의 3권짜리 책을 출판한 그는 여기에서 과학적 사고의 여섯 가지의 스타일을 찾아내서 분류했는데, ‘공리적(axiomatic)·실험적(experimental)·가설-유비적(hypothetical-analogical)· 분류적(taxnomic)· 확률적(probabilistic)·계보적(genealogical) 스타일’이 그것이다.

이안 해킹의 추론 스타일, 철학적으로 중요

이안 해킹도 자신의 생각을 ‘추론의 스타일(style of reasoning)’ 혹은 ‘과학적 추론의 스타일(style of scientific reasoning)’이라는 개념으로 정리했다. 물론 크롬비의 책을 접하고 나서 내놓은 정리이다. 특징이라면 크롬비의 6가지 스타일에 ‘실험실 스타일(laboratory style)’을 하나 더 첨가했다는 점이다.

사실 크롬비와 해킹의 스타일은 닮은 듯 하지만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다. 크롬비는 “자신의 제시한 스타일 모두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됐고 이후 서양 과학 특히 유럽 과학을 특징지은 것”이라고 주장한 반면 해킹은 “그리스에서 시작된 것이 맞지만, 확률적 그리고 실험실적 스타일은 17세기 유럽 과학혁명 시기에, 분류적 스타일은 18세기에 과학적으로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홍 교수는 “해킹은 각각의 스타일이 새로운 연구대상과 새로운 종류의 명제 및 법칙, 그리고 새로운 설명방법을 도입하고 있다는 점과 각각의 스타일이 타당성과 객관성에 대한 자체적인 기준을 세운다는 점 때문에 철학적으로 중요하다”며 “이로 인해 각각의 스타일은 어떤 식의 명제가 의미를 가진 진리인가 거짓인가 혹은 진리에 더 가까운가?’를 정의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흰 공 6개와 검은 공 4개가 들어 있는 주머니에서 공을 두 개 꺼냈을 때 모두 흰 공일 확률은 3분의 1이다’라는 명제를 생각해보자. 지금 우리에게 너무나 분명한 과학적 명제이다. 하지만 확률적 스타일이 등장하기 이전 16세기에는 이해하거나 받아들일 수도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의미 자체가 없었던 명제라고 할 수 있다.

스타일이란 개념을 패러다임으로 변환

토마스 쿤도 플렉의 책을 꺼낸 물리학자였다.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스타일이란 개념 대신에 패러다임을, 사고 집합체 대신에 과학자 공동체라는 개념을 채택했다. 그리고 패러다임이 채택된 이후에 과학자 공동체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과학 활동을 정상과학이라고 불렀다.
 
▲ 쿤은 과학혁명기에 공존하는 두 패러다임 사이의 선택이 논리와 실험과 같은 합리적 기준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급진적인인 공약불가능성(incommensurability)을 제창했다.  ⓒ고등과학원

“쿤은 과학의 발전을 정상과학, 변칙, 위기, 과학혁명, 또 다른 정상과학의 시기로 구분을 했는데, 이 과정이 과학의 전 분야에서 반복적으로 진행된다고 주장을 했습니다. 그리고 정상과학 시기의 과학 활동이 패러다임을 명료화하고 확장하는 활동이라고 정의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쿤은 과학혁명기에 공존하는 두 패러다임 사이의 선택이 논리와 실험과 같은 합리적 기준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급진적인인 공약불가능성(incommensurability)을 제창했다. 이는 과학이 누적적인 발전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생명체의 진화처럼 그때 그때의 선택을 이루면서 발전한다고 보는 시각이라고 할 수 있다.

홍 교수는 “중요한 점은 두 패러다임이 경쟁하는 과학혁명의 시기에 이 둘을 합리적 잣대로만으로는 비교하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어렵다는 사실이 실제 역사에서 자주 등장했다”며 “특히 이런 공약불가능성은 과학 이외의 분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경영분야가 대표적이다. 경영학자인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의 저서 ‘혁신가의 딜레마’에서는 그 내용이 잘 나왔다. 이 책은 성공적이고 혁신적인 기업이 새로운 와해성 기술의 등장에 놀라울 정도로 무력하다는 사실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있다. 보통 혁신적인 기업은 새로운 기술 등장에도 능동적으로 잘 대처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기업의 혁신 역량과 관련해서 기존의 생각을 완전히 뒤집어 버렸다고 할 수 있다.

홍 교수는 “왜 혁신적이고 성공적인 기업이 와해성 기술의 가능성을 평가하는데 이렇게 서툰가에 답은 쿤의 해답과 거의 같은 것”이라며 “지금까지 잘 발전되었고 소비자들을 만족시켰으며 기업에 많은 이익을 남겨주었던 기존의 기술(시스템)과 새롭게 만들어졌지만 기존의 기술에 비해서 조야하고 소비자의 선호도 불확실한 신기술(시스템)을 합리성으로만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서 그렇다”고 말했다.

김연희 객원기자 | iini0318@hanmail.net

저작권자 2013.08.23 ⓒ ScienceTimes

이제는 유리창도 스마트 시대

이제는 유리창도 스마트 시대

일러스트가 있는 과학에세이 42

 
 
일러스트가 있는 과학에세이   기본 시청률이 보증되어서인지 TV 드라마에서 사극의 비율이 오히려 늘고 있는 것 같다. 사극에 나오는 우리 옛집, 즉 한옥의 인기도 덩달아 올라가 요즘은 여기저기 한옥을 많이 짓고 있다. 요즘 짓는 개량식 한옥과 진짜 전통 한옥의 가장 큰 차이점은 창이 아닐까. 예전 한옥 방은 창이 없거나 있어도 한지를 바른 작은 창인 반면 요즘은 유리창이다.

건물 창으로 유리가 쓰인 건 2천년 전 로마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유리판을 만들기도 어렵고 워낙 비싸 사실상 일반 건물에는 거의 쓰이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은 사방 수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유리판으로 도배가 된 건물들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외관을 유리로 감싼 건물은 보기에도 시원하고 모던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건물에 유리가 과도하게 쓰이는 건 에너지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 특히 요즘처럼 더울 때는 냉방비가 많이 든다. 유리는 가시광선을 통과시킬 뿐 아니라(따라서 투명하다) 햇빛에 포함된 근적외선도 뚫고 지나가게 놔두기 때문이다. 햇빛이 쨍쨍한 날 사방 벽이 유리인 건물 안에 있으면 굉장히 더운데, 투과한 근적외선을 흡수한 실내 공기분자가 더 격렬히 진동하면서 온도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 최근 미국 로렌스버클리연구소에서 개발한 스마트 유리는 인듐주석산화물 나노결정(파란색)이 니오븀산화물 유리(구성단위가 녹색 팔면체다)에 분산된 상태인 소재다.  ⓒ‘네이처’
 
학술지 ‘네이처’ 8월 15일자에는 전압에 따라 선택적으로 근적외선을 차단할 수 있는 나노결정을 함유한 유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이 스마트 유리(smart glass)는 전압을 좀 더 걸어주면(약 2.5볼트) 근적외선뿐 아니라 가시광선도 상당부분 차단한다. 즉 반투명해지는 것이다. 따라서 이 유리가 설치된 건물은 따로 블라인드를 달 필요가 없다.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 델리아 밀리론 박사팀은 인듐주석산화물(ITO)인 나노결정에 주목했다. 이 재료는 화학상태에 따라 빛을 흡수하는 성질이 바뀌는데, 산화상태에서는 빛을 흡수하지 않지만 환원상태에서는 근적외선을 흡수한다. 이런 현상을 ‘전기변색(electrochromism)’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ITO 나노결정을 포함한 유리를 만든 뒤 유리 양면에 투명 전극을 코팅하면, 외부에서 전압을 변화시킴에 따라 근적외선을 통과시키거나 차단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눈에는 똑같이 보이지만(근적외선은 눈에 보이지 않으므로), 햇빛이 강한 한여름 유리창을 차단 모드로 하면 냉방비가 훨씬 덜 들 것이다.

연구자들은 니오븀산화물 유리에 ITO 나노결정을 다양한 농도로 분산한 스마트 유리를 만들었는데, 놀라운 특성이 나타났다. 원래 니오븀산화물 유리는 가시광선이나 근적외선을 거의 흡수하지 않는데, ITO 나노결정이 적당량 분산될 경우 환원상태에서 가시광선을 상당히 흡수했던 것. 니오븀 산화물을 환원상태로 만들려면 약간 더 높은 전압(2.5볼트)이 필요하다. 결국 나노결정이 포함된 스마트 유리는 평소에는 가시광선과 근적외선을 모두 통과시키지만(투명), 약 1.3볼트의 전압을 걸면 근적외선을 차단하고(여전히 투명), 2.5볼트에서는 가시광선까지 막는다(반투명). 햇빛을 파장별로 선별해 차단하는 최초의 스마트 유리로, 제조비용 등 몇 가지 과제를 해결하면 상업화도 가능하다는 평이다.
▲ 인듐주석산화물 나노결정이 분산된 니오븀산화물 유리는 평소 가시광선(노란색)과 근적외선(빨간색)을 다 통과시키지만(투명), 1.3볼트 정도의 전압을 걸면 근적외선을 차단하고(여전히 투명) 2.5볼트를 걸면 가시광선까지 차단한다(반투명).  ⓒ‘네이처’

스마트 유리 이미 상용화 돼
이정도로 스마트하지는 않지만 외부 신호에 따라 가시광선을 통과시키거나 차단하는 스마트 유리는 이미 상업적으로 개발돼 호텔이나 병원, 항공기 등에 적용되고 있다. 즉 상황에 따라 투명과 반투명(뿌옇게 되므로 유리 건너편 모습을 알 수가 없다)을 오가므로 따로 블라인드나 커튼을 달지 않아도 햇빛 차단이나 사생활 보호가 가능하다.
▲ 마이크로블라인드의 전자현미경 사진. 전압이 걸리면 말려있는 블라인드가 펴지면서 빛을 차단한다.  ⓒ‘캐나다국립연구회의
스마트 유리는 몇 가지 유형이 있는데 먼저 앞의 연구처럼 전기변색 소재를 이용한 유리다. 다음으로 부유입자 소재를 이용한 스마트 유리로, 두 유리창 사이에 극성을 띠는 막대 모양의 입자가 부유하고 있는 층을 둔다. 평소에는 입자 방향이 제멋대로여서 불투명하지만 전압을 걸면 일정한 방향으로 입자가 배열하면서 빛이 투과해 투명해진다. 비슷한 원리로 고분자에 분산된 액정으로 이뤄진 스마트 유리가 있는데, 평소에는 액정이 미세한 방울 형태로 분산돼 있어 반투명하다. 이때 전압을 걸면 역시 액정이 일정한 방향으로 배열하면서 빛이 통과해 투명해진다. 호주 멜버른에 있는 세계에서 12번째 높은 빌딩인 유레카타워의 88층에 돌출돼 있는 유리방인 ‘디엣지(The EDGE)’가 액정 스마트 유리로 갑자기 바닥이 투명해지면 사라들이 기절초풍한다.

최근 개발된, 기계적으로 작동하는 스마트 유리도 있는데 바로 마이크로 블라인드(micro-blinds)다. 말 그대로 창에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블라인드를 단 것으로 평소에는 블라인드가 말려있어 투명하지만, 전압을 걸면 블라인드가 펴지면서 빛을 차단해 불투명해진다. 변환시간이 수밀리초로 매우 짧고 내구성이 커 제조단가만 맞춘다면 상업화 가능성이 큰 유형이다.

인류와 2000여년을 함께 해온 유리창이 새로운 소재와 결합하면서 갈수록 똑똑해지고 있다.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 kangsukki@gmail.com

저작권자 2013.08.23 ⓒ ScienceTimes

2013년 8월 24일 토요일

줄기세포 치료 부작용 알아냈다

줄기세포 치료 부작용 알아냈다

[인터뷰] 차혁진 서강대 생명과학과 교수

 
 
줄기세포 치료의 최적세포로 여겨지고 있는 만능줄기세포. 만능줄기세포는 성체줄기세포와 달리 세포 분열능력과 분화력이 무한하고 인체를 이루는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기 때문에 세포치료를 위한 충분한 수의 다양한 세포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미분화 만능줄기세포가 세포치료 과정에 혼재돼 환자의 장기에 이식됐을 경우, 무한 증식에 의해 ‘기형종’이라는 만능줄기세포 특유의 양성 종양을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

미분화 만능줄기세포에 의한 기형종 형성은 만능줄기세포에 의한 세포치료의 임상적용에서 가장 큰 위험요소다. 때문에 이러한 기형종 형성을 억제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중이다.

이런 가운데 차혁진 서강대 생명과학과 교수와 김광수 하버드 대학교 교수, 이미옥 생명연 박사 등이 공동으로 기형종을 형성할 수 있는 미분화 만능줄기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죽이는 화합물을 찾아냈다. 연구결과는 ‘미국국립과학학술원회(PNAS)’ 지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세포사멸억제 유전자(BIRC5) 확인
▲ 차혁진 서강대 생명과학과 교수  ⓒ한국연구재단
 
“만능줄기세포는 성체줄기세포와 달리 전분화성이 있는 줄기세포를 말합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배아줄기세포와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야마나카 신야 박사가 2006년 최초로 보고한 유도만능줄기세포가 여기에 해당하죠.

‘전분화성’이란 성체줄기세포의 ‘제한된 분화성’과 달리 인체를 구성하는 약 260여 가지의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해요. 따라서 성체줄기세포의 경우 기원이 어디인지에 따라 분화할 수 있는 세포가 제한적이지만, 만능줄기세포는 심장근육과 혈관, 면역세포, 연골세포, 신경세포, 피부세포 등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죠.”

해당 연구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치료에 큰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더불어 세포의 성장능력이 성체줄기세포와 달리 종양세포처럼 무한정하게 분열할 수 있기 때문에 적은 수의 만능줄기세포만으로도 체외 배양을 통해 세포 치료에 필요한 수만큼 분열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이 전분화성 연구는 아직 진행중이다. 전분화성을 유지하는 미분화 만능줄기세포에 대한 실마리가 풀려야 줄기세포 연구가 실질적으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해 세포치료를 진행할 때는 미분화 만능줄기세포를 다양한 조작을 통해 원하는 세포로 분화를 유도하며 시작한다. 그러나 분화가 원하는대로 100% 이뤄지지 않는다. 그로 인해 제대로 분화한 세포와 그렇지 않은 세포, 그리고 분화되지 않은 ‘미분화 만능줄기세포’가 혼재하게 된다.

“분화 후에도 남아 있을 수 있는 미분화 만능줄기세포는 종양세포와 같이 무한 분열이 가능합니다. 때문에 세포 치료 과정에서 몸속에 들어가게 되면 몸 안에서 종양세포와 같이 무한 분열하죠.

이것은 큰 위험을 수반하게 되는데, 예를 들어 조직 재생을 위해 만능줄기세포에서 간세포를 만들어 간에 이식할 경우 간 조직 재생과 함께 간에 기형종이 생길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며 세포 치료 과정에서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죠.”

차혁진 교수팀은 세포 분화를 유도할 때 미분화 만능줄기세포에서만 특이하게 많이 발현되는 세포사멸억제 유전자(BIRC5)를 확인하고, 이를 억제할 수 있는 화합물 ‘쿠어세틴’과 ‘YM155’을 발굴해 냈다.

더불어 두 화합물이 치료에 필요한 분화세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고, 미분화 만능줄기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죽이는 것을 확인했다. 이로써 줄기세포치료에 위험할 수 있는 잔류 미분화 줄기세포를 제거할 수 있는 후보물질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선택적 세포사멸 유도해 기형종 형성 억제
“만능줄기세포의 경우 체외에서 배양하는 게 매우 어렵습니다. 이것은 만능줄기세포를 체외 배양하시는 모든 분들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이죠. 일반 종양세포는 초보자들도 조금만 훈련을 하면 쉽게 체외 배양을 할 수 있지만 만능줄기세포의 경우 문제없이 체외 배양을 하기까지는 많은 시간동안 공을 들여야 해요.

가장 큰 이유는 만능줄기세포가 잘 사멸하기 때문입니다. 체외 배양중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스트레스와 pH의 변화, 온도와 진동 등에도 잘 죽거든요. 이러한 스트레스 중에서도 만능줄기세포 DNA에 손상을 가하는 자극에는 더욱 잘 죽는데, 저는 이러한 이유에 대해 만능줄기세포가 잘 죽도록 프로그램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 화합물 처리를 통한 기형종 위험이 없는 미분화 만능줄기세포 유래 세포치료과정 모식도  ⓒ한국연구재단

차혁진 교수는 세포를 잘 죽게 만드는 유전자 상황에서도 세포가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반대로 일부 만능줄기세포에서만 높게 발현되는 세포를 죽지 않게 해주는 유전자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럴 경우 미분화 만능줄기세포만을 죽게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만능줄기세포에서만 높게 발현되는 세포사멸 억제 유전자를 발현하지 못하게 하면 저절로 죽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결과 BIRC5와 BCL10이라는 2종의 만능줄기세포 세포사멸 억제 유전자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만능줄기세포 연구는 세포치료에 대한 높은 기대감 때문에 기형종 형성의 위험에 대해 많은 연구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던 내용이다. 만능줄기세포에 자살 유전자를 넣어 특정시기에 자살 유전자 발현을 유도, 세포를 죽게 하거나 만능줄기세포의 표면 표지자 단백질 항체를 이용해 분리하는 방법들이 시도되곤 했다.

“하지만 이 모든 방법들은 한계가 있었어요. 자살 유전자를 이용한 경우는 임상에 적용하는 줄기세포에 유전자 조작을 가하는 것이므로 실용화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고, 만능줄기세포 표면 표지자 단백질의 항체를 이용할 경우 항체에 의한 분리 또는 세포 사멸이 기대만큼 효과적이지 않아 완벽한 제거는 어려웠어요.”

차혁진 교수팀은 쿠어세틴과 YM155의 정상세포에 대한 생존 및 기능에 대한 안전성을 확인함으로써 기존 연구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다. 특히 만능줄기세포와 만능줄기세포에서 분화된 세포 1백만 개를 각각 1:1 로 섞어 동물모델에 이식할 경우 기형종이 생겼지만 쿠어세틴 또는 YM155를 전 처리하고 이식할 경우 기형종이 생기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는 차혁진 교수가 지난 2007년부터 차의과학대학교 줄기세포 연구소에서 ‘줄기세포 신호전달 연구실’을 시작으로 진행한 내용이다. 2008년 브록스마이어 박사 연구팀에 발표한 논문을 읽었는데 문득, 만능줄기세포도 ‘Survivin’ 을 타깃으로 하면 좋은 항암제와 같이 항줄기세포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생각에서부터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이번 연구는 ‘만능줄기세포의 세포사멸 억제 유전자를 발굴하고 이 유전자를 표적으로 하는 화합물로 만능줄기세포의 선택적 세포사멸을 유도해 기형종 형성을 억제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세포사멸 억제 유전자들을 추가적으로 찾게 되면 만능줄기세포의 선택적 세포사멸을 유도할 수 있는 신규 화합물들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분화된 정상세포의 기능과 생존에는 영향이 적고 미분화 만능줄기세포를 제거할 수 있다면 세포 치료 후 기형종의 위험성을 낮출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3.08.23 ⓒ ScienceTimes

눈앞에 다가온 빅데이터 학습…뉴턴

눈앞에 다가온 빅데이터 학습…뉴턴

세계 신산업 창조 현장 (32)

 
 
세계 산업계 동향   지난해 말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에서 빅데이터와 관련된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스마트교육 환경에서의 빅데이터 동향’이란 제목의 이 보고서를 통해 가장 바람직한 학습 형태를 제시했다.

바람직한 학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교육자원이다. 가능한 자료를 모두 제공해주고 학생 스스로 만족스럽게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말하는 교육자원에는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학습자료 외에 가르치는 사람의 세심한 관찰결과도 포함된다. 학생의 모든 학습활동 자료를 쉽게 수집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자료를 활용해 학생들 스스로 수업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 가능하다는 것.

학생 100만 명, 빅데이터 ‘적응학습’ 중
스마트교육에서 수집되는 모든 개별 학생의 학습활동 자료는 전형적인 빅데이터이며 이를 통해 개별학생에게 적합한 피드백은 물론 전체 학생을 위한 교육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어 교육정책 발전을 위한 획기적인 분석과 혁신을 도모할 수 있다고 보았다.
▲ 빅데이터를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최근 주목받고 있는 '뉴턴(Knewton)' 홈페이지. 가정교사와 비슷한 적응학습 시스템을 통해 학습성과를 올릴 수 있다며,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http://www.knewton.com/

그리고 이 획기적인 분석과 혁신이 지금 미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뉴턴(Knewton)이란
벤처기업을 통해서다. 이 기업은 지난 2010년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을 통해 ‘2011 테크놀로지 파이오니어’에 선정돼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지금 유례가 없을 정도의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지난 주 뉴스위크지는 뉴턴을 표지기사로 다루면서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약 100만 명에 이르는 학생들이 새로운 학습방식을 이용해 수학·독해 그리고 기타 기본과목을 공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학생이 뭘 잘 하는지, 뭘 모르는지, 얼마나 잘 하는지 개개인의 특성을 파악해 맞춤형 학습계획을 수립해주는 공상과학 스토리 같은 교육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신기한 교육방식은 교육계에서 추구하고 있는 ‘적응학습(adaptive learning)’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적응학습이란 학생 개개인의 성향에 맞춘 새로운 유형의 학습 프로그램을 말한다. 맞춤형 학습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뉴턴에서 선보인 학습 시스템 ‘뉴턴 매스 레디니스(Knewton Math Readiness)’에는 이 적응학습을 표방한 기능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학생들이 문제를 풀다 점수가 낮게 나올 수도 있다. 이 고비를 잘 넘겨야 한다. 자칫 공부할 마음이 사라질 수도 있다. 이럴 때 ‘적응학습’ 플랫폼이 활동을 시작한다.

먼저 학생이 정답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은 문제들을 제시한다. 그래도 계속 답이 틀릴 경우 더욱 친절한 분위기로 그 문제와 관련된 힌트를 제공한다. 그래도 틀린 답이 나오면 재미있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여준다. 음악을 틀어줄 수도 있다.

지칠 줄 모르는 개인 가정교사에 비유

뉴턴의 창업자 호세 페레이라(Jose Ferreira) CEO는 이런 적응학습 시스템을 ‘지칠 줄 모르는 개인 가정교사’에 비유했다. “학생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으며, 학생의 지식수준에 맞춰 학생이 알아야 할 내용을 배우도록 도와주는 지적이고 정력적인 학습 동반자”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아리조나주립대(ASU)는 지난 2011년 여름부터 뉴턴의 ‘매스 레디니스(Math Readiness)’ 과정을 도입했는데 첫 해 14주 코스를 수강한 학생의 45%가 당초 예정보다 4주 빨리 과정을 끝마쳤다고 창업자는 설명한다.

이런 시스템이 가능한 것은 뉴턴 특유의 추천 엔진(recommendation engine) 때문이다. 구글의 추천엔진과 비슷하지만 정보 운용에 있어서는 매우 새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각종 교육관련 데이터, 통계, 심리측정 결과, 콘텐츠 그래프, 학습 결과 등 많은 정보들을 통합⋅운영하면서 개개인 학습에 필요한 수많은 정보들을 새롭게 창출해내고 있다. 빅데이터라 부를 수 있는 엄청난 정보를 바탕으로 매 순간마다 맞춤형 학습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뉴턴에서 이 시스템을 가동하면서 수많은 학생, 교사, 학교 등으로부터 엄청난 양의 정보를 축적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과정에서 매일 수백만 건의 데이터 항목이 생성되고 있으며, 이 자료들이 또 적응학습 자료로 재활용되고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뉴턴에서는 학생과 교사의 능력 측정, 콘텐츠 효과 측정, 학생 참여율 최적화 등의 기능을 더 세분화시키고 있다. 마술사와 같은 친절한 가정교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는 페레이라 CEO의 호언이 오히려 설득력 있게 들리는 이유다.

KERIS 보고서 ‘스마트교육 환경에서의 빅데이터 동향’에 따르면 스마트교육 미래는 빅테이터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최근 주가를 올리고 있는 뉴턴의 사례에서 이 빅데이터 교육의 시대가 오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3.08.23 ⓒ ScienceTimes

2013년 8월 22일 목요일

광집게로 유전자를 주입하다

광집게로 유전자를 주입하다

[인터뷰] 이용구 GIST 기전공학부 교수

 
 
국내 연구진이 단일 세포에 최소한의 손상을 입힌 후 정확한 양의 유전물질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주목을 받고 있다. GIST 이용구 교수팀이 레이저로 세포에 구멍을 뚫어 원하는 유전자를 세포 안으로 전달하는 광집게 장치를 개발한 것.

유전자 전달기술이란 세포막을 뚫고 유전자를 세포막 내부로 정확하게 전달하는 기술을 말한다.

기존의 유전자 전달 기술은 대량의 세포에 전기·물리·화학적 충격을 동시다발적으로 가해 일시적으로 세포 표면이 외부 물질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했으나 얼마 만큼의 유전물질이 어떠한 경로를 거쳐 얼마나 정확히 주입됐는지 제어할 수 없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 이용구 GIST 기전공학부 교수  ⓒ이용구
 

이 교수팀의 연구결과는 세포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유전자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어 유전자 치료 등 생명공학 연구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연구결과는 ‘바이오메디컬 옵틱스 익스프레스(Biomedical Optics Express)’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광집게, 미시세계를 만지는 손

“광집게는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작은 입자에 집속한 레이저를 조사했을 때, 마치 자석에 철이 끌려가듯 초점 위치로 입자가 잡히는 장치입니다. 레이저의 초점을 움직이면 입자도 움직이게 되죠. 현미경이 미시세계를 보는 창문이라면 광집게는 미시세계를 만져볼 수 있는 손 역할을 하는 셈이죠. 현미경으로 관찰하면서 대부분의 미시적인 물체들을 만져서 움직일 수 있어요.”

새로운 유전자를 세포에 발현시키기 위해, 기존에는 세포막을 뚫고 유전자를 유도해 세포막 내부로 집어넣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러한 기술은 이미 상업적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대부분 세포군에 기관총을 쏘듯 유전자를 도포한 탄환을 쏘아 세포막을 찢고 침투를 시키곤 했습니다. 혹은 세포배양액에 높은 농도의 유전 물질을 살포한 후 세포막에 전기충격을 주어 세포벽이 일시적으로 외부물질을 확산에 의해 흡입하는 방법을 취했죠. 하지만 이러한 방법들은 많은 세포를 손상시키면서 시간·공간·정량적으로 정교하지 않다는 점이 문제였어요.”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용구 교수는 매우 단순한 개념을 사용했다. 선택한 세포 표면에 순간적으로 펨토초 레이저를 이용해 작은 구멍을 내고, 유전자가 도포된 입자를 사용자가 광집게로 조정한 후 구멍을 통해 정확히 세포 내부로 집어넣게 한 것이다. 뚫린 작은 구멍은 자연적으로 없어지게 된다.

이용구 교수팀은 실제 유전자가 전달되고 난 48시간 후, 유전자가 발현돼 단백질이 생성되고 세포가 생존함을 확인했다.

“원리는 간단해요. 최근 문을 연 광주과학관을 가보면 라디오미터라는 것이 있죠. 이것은 진공튜브 내부에 한쪽 방향으로만 반사하는 판을 대칭적으로 놓은 구조입니다. 이곳에 빛을 쏘면 회전운동을 하죠. 빛이 물체에 힘을 줄 수 있는 아주 좋은 사례입니다. 광집게도 이런 빛의 힘으로 물체를 포획하고 움직이게 되는 것이죠.”

개개 세포의 미세한 분포에 대한 관찰
▲ 입자에 도포한 유전물질을 광집게를 이용해 세포내부로 침투시키는 도식도. 입자가 세포벽을 통과할 때 극초단파 레이저를 이용해 수마이크로미터의 구멍을 순간적으로 만들어낸다.  ⓒGIST

현재까지 제시된 유전자 조작방법은 주로 다량의 세포에 대해서만 이뤄졌기 때문에 집단적 평균 결과만 보고됐다고 할 수 있다. 개개 세포의 미세한 분포에 대한 관찰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즉, 특이한 형태를 띠는 개별적 변화에 대한 분석은 간과된 셈이다.

“거대한 집단을 이루는 세포의 전체적인 통계치는 자칫 중요한 점을 놓치게 합니다. 세포들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세포 간의 복잡한 네트워크와 신호전달 체계를 무시하고 전체적으로 바라보면 중요한 현상이 평균치에 가려 보이지 않게 되죠.

세포는 매우 역동적이에요. 때문에 형태는 끊임없이 변하고 분열하고, 사멸하죠. 이러한 세부적인 관찰 없이는 유전자의 발현에 대한 이해가 더딜 수밖에 없습니다. 유전자가 단일세포의 내부에서 여러 소기관들을 거쳐 어떻게 시공간적으로 발현되는지, 나아가 생명현상에 참여하는 유기분자들을 어떻게 생성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이뤄져야만 유전자치료의 많은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단일 세포로의 유전자 전달 방법은 그동안 계속해서 그 필요성이 제기된 부분이다. 이 교수팀의 이번 연구가 그 해법을 제시한 셈이다.

광집게에 대해 이 교수는 손가락을 비유했다. 손가락으로 쌀알을 집을 때 상대적으로 너무 큰 ‘뚱뚱한 손가락’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 ‘끈적한 손가락’도 문제가 된다. 설혹 집어 올리더라도 쌀알을 원하는 곳에 내려놓을 때 땀에 의해 쌀알이 손가락에 자꾸 달라붙게 된다.

그러나 광집게가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한다는 설명이다. "빛의 초점은 약 1 마이크로미터이므로 이보다 큰 물체들은 쉽게 집을 수 있습니다. 이로써 첫째 문제는 해결된 셈이죠. 두 번째 문제도 아주 쉽게 해결돼요. 물체를 내려놓을 때는 빛을 꺼버리면 되니까요. 아주 간단하지요.”

이 교수가 이번연구를 진행한 것은 평소 광집게를 연구하며 적용처를 고민하던 차에 유전자 조작에 대해 알게 되면서 부터다. 그는 평소 유전자 조작기술이 필요만큼 정교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자면 사람이 병에 걸리면 약을 먹죠. 이때 의사는 식후 30분 이내에 두 개의 알약을 입으로 먹으라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유전자 주입법은 언제, 얼마만큼, 어느 곳에 대한 차이를 두지 않고 해왔어요. 우리가 제시한 방법은 이러한 시간·공간·정량적인 제어를 할 수 있도록 했다는데 큰 의의가 있습니다.”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3.08.22 ⓒ ScienceTimes

영국의 실리콘밸리…테크시티

영국의 실리콘밸리…테크시티

세계 신산업 창조 현장 (31)

 
 
세계 산업계 동향   영국 런던시는 지난 7월 런던을 ‘의료도시(Med City)’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런던을 세계 의료산업의 허브로 만들겠다는 것.

런던에는 약 50개의 의학 리서치센터와 기초과학을 연구하는 기업들, 의과대학과 의료 관련 자선단체들이 산재해 있다. 오는 2015년에는 국가 차원에서 유럽 최대 규모의 생명공학리서치센터인 ‘프란시스 클릭 연구소(Francis Crick Insititute)’를 오픈할 예정이다.

또 런던 동부지역 올드 스트리트와 올림픽 주경기장 일대에는 IT·미디어 기업들이 밀집해있는 ‘테크시티(Tech City)’가 있다. 이 지역에는 글로벌 IT 기업 외에도 1천200여 개의 벤처기업들이 활동하고 있다.

5년 만에 이룬 창업도시의 기적
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보리스 존슨(Boris Johnson) 런던시장은 런던시의 의약산업 기반과 신흥 창업도시인 ‘테크시티’를 활용해 런던을 세계 최대의 의약 분야 창업도시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 영국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런던 '테크 시티'에서 '인터랙티브 미션(Interactive Mission)'과 관련된 행사가 열리고 있다. 많은 창업가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고 있다.  ⓒhttp://techcity.io/
 

최근 사람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은 이 ‘테크시티’다. 이 지역은 원래 첨단기술과 거리가 멀었다. 땅값이 싸기 때문에 60년 전부터 이민자들이 몰려 살던 곳이었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새로 창업한 벤처기업들이 하나 둘 들어서기 시작했다.

2008년 들어서는 중앙 로터리 지역에 15개 미디어·하이테크 기업이 모여 들었다. 이런 모습을 발견한 당시 데이비드 카메론(David Cameron) 수상은 놀라운 결단을 내렸다. 2010년 벽두에 행한 신년사를 통해 이 지역을 스타트업들의 허브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이었다.

수상의 청사진 발표가 있은 후 정부가 직접 나서 창업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다음 해인 2011년 새로 입주한 스타트업이 200개에 달했다. 소문이 퍼지면서 스타트업이 더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저명한 IT기업들의 입주도 이어졌다. 2011년 9월 구글은 로터리 부근에 7층 건물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구글은 또 이 빌딩을 통해 스타트업을 위한 협력사업을 광범위하게 펼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2012년 3월 ‘구글 캠퍼스(Google Campus)’란 별명의 빌딩을 오픈했다.

시스코(Cisco), 페이스북(Facebook), 인텔(Intel) 등 IT업계 거물급들도 이 지역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맥킨지앤컴퍼니(McKinsey & Company), 이동통신업체인 보다폰(Vodafone)도 신규 사무소를 개설했다. 아마존도 글로벌 디지털 미디어 개발센터를 짓고 있다.

런던임페리얼대학, 러프버러(Loughborough) 대학, 런던시립대학 등 많은 대학들도 이 지역에 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학생들을 위한 창업 파트너로서 스타트업들과 함께 다양한 협력사업을 펼치고 있다.

금융기관 입주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6월부터 실리콘밸리 은행이 문을 열고 200억 달러를 투입해 IT기업 대상의 금융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한국의 스타트업 초청해 협력 상담
한 인터넷 잡지는 이 지역에 약 1천300 개의 크고 작은 기업들이 입주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2008년 15개였던 기업이 지금 거의 100배 정도 늘어난 셈이다.

성공신화를 쓰고 있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2004년 테크시티 초창기에 들어온 ‘마인드 캔디(Mind Candy)’는 소셜 온라인게임회사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스토리와 게임 외에도 새로운 음악 등을 개발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부상했다.

2007년 개발한 어린이용 온라인 게임 ‘모시 몬스터(Moshi Monster)’는 지금 세계에서 6천만 명이 넘는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음악 사업도 활발해 지난 5월 소니뮤직과 음반을 내는 데 성공했다.

영국무역투자청(UKTI)는 최근 한국에 큰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최근 진행중인 ‘그레이트 캠페인(Great Campaign)’의 일환으로 한국의 잘 나가는 스타트업들을 초청했다. 모바일·인터넷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리고 지난 7월 ‘Publ Studio’, ‘iPortfolio’, ‘그린몬스터(Green Monster)’, ‘VCNC’, ‘벤처스퀘어(VentureSquare) 등 한국 스타트업들이 영국을 방문했다.

영국의 스타트업 지원정책은 파격적이다. 스타트업 창업자가 자사 주식을 매각할 때의 세금은 10%를 넘지 못하도록 고정 상한세율을 책정하고 있다. 엔젤투자가는 스타트업 투자 시 금액에 상관없이 최대 50%까지 감세혜택을 받는다.

금융거래세는 EU 압력에도 철폐를 고수하고 있다. 기술개발 지원도 파격적이다. 50명 미만을 고용하는 기업의 6~18개월 프로젝트에 대해서 7만5천 파운드(한화 약 1억3천만 원) 이내, 총비용의 60%를 보조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지자체가 선정한 지구에 투자할 경우 공장건설 비용과 연구개발비 전액에 대한 세금을 면제하고 있다. 전 국민들이 창업에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세계가 놀라는 ‘테크시티’의 성공 이면에 있는 영국 정부 노력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다.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3.08.22 ⓒ ScienceTimes

2013년 8월 18일 일요일

무더위, 여름철 건강은 어떻게 챙길까

무더위, 여름철 건강은 어떻게 챙길까

낮 시간에 움직임 줄이고 저녁시간 등 활용해야

 
 
무더운 여름철 열기는 사실 연령과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위험하다. 그럼에도 노약자가 더 조심해야 하는 이유는 젊은 사람들에 비해 갑작스러운 온도 변화에 적응력이 떨어지고, 만성 질환을 가지고 있어 신체 기능이 약해져 있기 때문이다.
▲ 더운 여름철에는 카페인이 들어간 음료보다는 시원한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카페인이 들어간 음료는 오히려 수분을 빼앗는다.  ⓒScienceTimes
또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노약자가 복용하고 있는 처방약은 체온 조절 능력을 해치거나 땀을 억제하는 경우가 종종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폭염기에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무작정 집안에 계시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노약자가 안전하게 여름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가정의학과 이민준 전문의는 “노약자가 신속하고 쉽게 물을 마쉴 수 있도록 닿기 쉬운 곳에 물병을 두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갈증을 느끼지 않더라도 충분한 수분 섭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전문의는 “특히 한낮에는 최대한 움직임을 줄이고, 될 수 있으면 선선한 저녁 시간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하루 중 가장 무더운 낮 시간에 노약자가 낮잠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고단백 음식은 신진대사 작용으로 인해서 체온을 증가시키는 반면 수분을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에 육식 위주의 음식보다는 과일과 야채 위주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며,  “카페인 음료나 주류는 대사 과정에서 체내 수분을 많이 소비하기 때문에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무더위에 온열질환자 급증하고 있는 중
가정의학과 이경숙 전문의는 “최근 일찍 찾아온 무더위로 열사병과 같은 온열질환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열질환에는 열사병, 열탈진 등 열로 인해 일어나는 질병이 있는데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다양한 연령대에서 고루 나타나고 있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이 전문의는 “피부가 뜨거워졌으나 땀은 나지 않고 맥박이 빨라지며 두통, 어지러움, 메슥거림, 의식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났을 때에는 열사병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피로감, 두통, 오심, 구토 등의 증상을 보이는 것은 열탈진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더위로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는 열실신도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 온열질환자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은 작업장, 논, 밭, 길 등 실외에서 찾아오는 경우가 많이 있다”며, “가장 더운 오후 2시~3시 사이에는 외부 외출을 삼가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여름철 변비 환자 늘어나는 이유 있어
여름은 여성들이 변비로 고생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무리한 다이어트가 변비를 부르고, 이 변비가 치질을 부르는 악순환을 가지고 온다. 잘 자고, 잘 먹고, 잘 배출하는 것이 신체리듬을 유지하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인데, 여름철 여성들은 이것이 쉽지가 않다.

여름철에 노출이 늘어나기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운동과 같은 적극적인 다이어트보다 음식을 줄이는 등의 손쉬운 방법을 택한다. 가정의학과 김승원 전문의는 “이러한 식습관은 대장에 악영향을 미쳐 변의 양이 적어져 변비에 걸리기 쉽다”고 말했다.

김 전문의는 “변비로 고통받고 있는 여성들은 대부분 신진대사가 활발하지 못해서 혈액 순환이 잘되지 않고, 피부를 비롯한 신체에 해로운 유해 물질들을 몸 밖으로 신속히 내보내지 못한다”며, “특히 변비로 인해 몸에 정체된 노폐물은 기미, 여드름, 부스럼 등 피부 트러블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변비가 생기면 방치하거나 변비약을 장기 복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가치료를 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신장이 좋지 않거나 임신, 월경 중에는 약 사용에 신중해야 하며 변비 종류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에 전문의의 진단 이후 처방을 받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슬기 객원기자 | justice0527@hanmail.net

저작권자 2013.08.16 ⓒ ScienceTimes

우리는 우주론이 없는가

우리는 우주론이 없는가

박석재의 하늘 이야기 (11)

 
 
과학에세이   한국인, 일본인, 중국인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먼저 일본인이 말했다.

“태초 이자나기라는 신이 창으로 바다를 휘저으니 일본 열도가 만들어졌습니다. 이후 이자나기의 왼쪽 눈에서 해의 여신 아마테라스 오미카미, 오른쪽 눈에서 달의 여신 츠쿠요미 노미코토, 코에서 바다의 남신 스사노오 노미코토가 각각 태어났습니다. 그런데 스사노오가 속을 썩이자 누나 아마테라스가 동굴 속에 숨어버렸고 세상은 암흑으로 덮이게 됐습니다. 결국 추방된 스사노오가 사람들을 괴롭히던 머리가 8개 달린 뱀을 죽이고 나라를 세우니 그것이 일본입니다…….”

이번에는 중국인이 말했다.

“태초 혼돈의 하늘과 땅 사이에 반고라는 거인이 태어났습니다. 반고가 죽자 왼쪽 눈은 해가 되고 오른쪽 눈은 달이 됐으며 머리카락과 수염은 별이 됐습니다. 피는 강이 돼 흐르고 살은 논과 밭이 됐으며 사지는 산으로 태어났습니다. 숨결은 바람이 되고 목소리는 천둥이 됐으며 몸 안의 벌레들은 사람이 됐습니다…….”

이제 한국인 차례가 됐다. 한국인은 당황했다.

“우, 우리나라에 우주론은 없습니다. 옛날 환웅이 곰과 호랑이에게 마늘과 쑥을 먹여…….”

한국인의 단군신화 답변을 듣고 중국 사람이 물었다.
“그럼 한국인은 곰의 자손이네요.”
“그, 그런 셈이지요.”

참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일제강점기 식민사학에 의해 고조선의 역사는 신화로 둔갑하고 우리는 곰의 자손이 된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그렇게 교육받았다. 그게 사실이라면 오늘날 신붓감들을 왜 외국에서 데려오는가. 곰 한 마리씩 사서 쑥과 마늘을 열심히 먹이면 될 것을…….

이번에는 일본인이 한국인에게 물었다.
“그럼 해와 달은 누가 창조했습니까?”
“우리는 그런 거 없는데. 아, 맞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얘기가 있구나. 옛날 호랑이가…….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이상은 내가 실제로 들은 얘기를 조금 각색한 것이다. 인도의 경우를 보더라도 커다란 코끼리 네 마리가 하늘과 땅을 떠받들고 있는 우주론 설화가 있다. 그 한국인은 우리나라에 우주론이 없다고 단언했다.

과연 그럴까? 당연히 아니다! 하늘의 자손, 천손인 우리 민족에게 우주론이 없을 리가 있는가. 우리 민족은 신화가 아니라 글로 적은, 형이상학적 우주론들을 가지고 있으니 가장 대표적인 것이 ‘천부경’이다. 천부경은 신라시대 최치원에 의해 정리됐기 때문에 존재를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 내용은 한자 81자로 구성됐다.


天符經  천부경
一始無始一析三極無  일시무시일석삼극무
盡本天一一地一二人  진본천일일지일이인
一三一積十鉅無櫃化  일삼일적십거무궤화
三天二三地二三人二  삼천이삼지이삼인이
三大三合六生七八九  삼대삼합육생칠팔구
運三四成環五七一妙  운삼사성환오칠일묘
衍萬往萬來用變不動  연만왕만래용변부동
本本心本太陽昻明人  본본심본태양앙명인
中天地一一終無終一  중천지일일종무종일

총 81자의 글자 중 31자가 숫자인 이 경전은 난해하기 짝이 없다. 수없이 많은 해석이 있지만 모두 제각각이다. 독자 여러분은 인터넷에서 ‘천부경’을 검색해보기 바란다.
▲ 천안에 있는 국학원 현관의 천부경  ⓒ박석재

놀라운 것은 천부경의 철학이 현대 우주론의 ‘정상우주론’과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는 사실이다. 정상우주론을 이해하려면 미국의 천문학자 허블이 발견한 팽창우주부터 알아야 한다. 팽창우주에서 영화 필름을 거꾸로 돌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과거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수축우주가 돼 모든 은하가 한 곳에 모인다. 바로 그 순간을 우리는 ‘태초’라고 부른다.

태초의 우주는 엄청나게 밀도도 크고 무지막지하게 뜨거웠을 것이다. 우주의 모든 물질이 한 점에 모여 있었으니 이는 당연하다. 그 상태에서 대폭발(Big Bang, BB)을 일으켜 팽창 우주가 됐다는 것이 현대 우주론의 정설이다. 빅뱅 우주론에서는 우주가 팽창을 거듭함에 따라 당연히 평균 밀도는 감소하고 배경 온도 역시 떨어진다. 따라서 초기 우주의 모습과 나중 우주의 모습은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다.

이 이론과 달리 초기 우주와 나중 우주의 모습이 변치 않는다는 우주론이 제시됐다. 즉 우주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감에 따라 은하가 하나씩 없어지면 태초의 높은 밀도와 온도를 피할 수 있다는 우주론이다. 따라서 시간이 원래 방향으로 흐른다면 이 우주론에서는 은하가 하나씩 생겨야 한다. 그래서 이 우주론을 연속창생(Continuous Creation, CC) 우주론이라고 부른다. 한자로는 ‘定常宇宙論’ 같이 적는데 모양이 정해져 있고 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정상, 비정상 할 때 정상이 아님에 유의하자.

BB와 CC의 대결은 5, 60년대 과학사에서 유명한 사건이 돼버렸다. 이는 당시 미국의 두 여배우 MM과 GG의 대결에 자주 비교됐다. 여기서 MM은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를, GG는 그레타 가르보(Greta Garbo)를 말한다. BB는 가모프(Gamow) 등 미국 천문학자들에 의해, CC는 호일(Hoyle) 등 영국 천문학자들에 의해 주장됐다. 이 미국과 영국의 대결 결과는 BB의 KO승으로 끝났다.

천부경의 첫 구절 ‘一始無始一’은 ‘한 번 시작하되 시작이 없다’, 마지막 구절 ‘一終無終一’은 ‘한 번 끝나되 끝이 없다’ 같이 해석될 수도 있다. 이 얼마나 CC 우주론과 철학이 비슷한가. 천부경이 다른 민족들의 신화적 우주론과는 격이 다른 내용을 보여주고 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이유 때문에, 옛날 동양에서 현대물리학의 철학을 모두 이해하고 있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말을 믿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태극이 은하 모습과 비슷하기 때문에 옛날 동양에서는 이미 은하의 모습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을 믿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천부경은 구전돼 내려오다가 고조선 이전의 우리나라, 즉 배달국 첫 환웅 때 신지 혁덕이라는 사람이 녹도문자로 기록했다고 전해진다. 신지 혁덕이 어느 날 사냥을 나갔다가 사슴 한 마리를 놓쳤는데 추적 끝에 평평한 모래밭에 이르러 발자국을 발견했다. 고개를 숙이고 깊은 사색 에 잠긴 끝에 ‘그래, 이런 식으로 글자를 만들면 되겠다’ 깨달아 만든 글자가 녹도, 즉 사슴그림 문자였다.

최치원이 한자로 정리하기 이전 누군가 천부경을 녹도문자에서 갑골문자로 바꿔 적었을 것이다. 실제로 2002년 고려시대 민안부의 ‘농은유집’ 문집에서 그림과 같은 갑골문자로 적힌 천부경이 발견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것 역시 ‘환단고기’처럼 진위 논쟁에 휩싸여있다.

천부경의 존재는 모든 국민이 알아야 한다. 하지만 천부경에 관한 책이 거의 없어 유감이다. 김진명 소설 ‘최후의 경전’에서 프리메이슨 조직이 받드는 유대 민족의 ‘카발라’ 경전과 당당하게 맞서는 천부경을 발견할 수 있다. 즉 ‘최후의 경전’이 바로 천부경이라는 얘기다. 나도 2011년 ‘개천기’라는 역사소설을 발표한 바 있는데 천부경 81자를 최초로 갑골문자로 적은 배달국 천문대장의 얘기다.

TV 연속극 ‘주몽’에서도 주몽이 천부경이 새겨진 거울을 발견하는 장면이 나왔다. 그 장면은 광활한 고조선 영토가 그려진 지도를 펼쳐보는 장면과 함께 나에게 강한 감동을 줬다. 아무쪼록 이런 식으로 환인, 환웅, 단군의 시대 — 삼성조 시대 TV 연속극도 앞으로 많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연산군, 장희빈, 세종, 충무공, ……, 좀 지겹지 않은가.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위원

저작권자 2013.08.16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