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집게로 유전자를 주입하다
[인터뷰] 이용구 GIST 기전공학부 교수
국내 연구진이 단일 세포에 최소한의 손상을 입힌 후 정확한 양의 유전물질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주목을 받고 있다. GIST 이용구 교수팀이 레이저로 세포에 구멍을 뚫어 원하는 유전자를 세포 안으로 전달하는 광집게 장치를 개발한 것.
유전자 전달기술이란 세포막을 뚫고 유전자를 세포막 내부로 정확하게 전달하는 기술을 말한다.
기존의 유전자 전달 기술은 대량의 세포에 전기·물리·화학적 충격을 동시다발적으로 가해 일시적으로 세포 표면이 외부 물질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했으나 얼마 만큼의 유전물질이 어떠한 경로를 거쳐 얼마나 정확히 주입됐는지 제어할 수 없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이 교수팀의 연구결과는 세포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유전자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어 유전자 치료 등 생명공학 연구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연구결과는 ‘바이오메디컬 옵틱스 익스프레스(Biomedical Optics Express)’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광집게, 미시세계를 만지는 손
“광집게는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작은 입자에 집속한 레이저를 조사했을 때, 마치 자석에 철이 끌려가듯 초점 위치로 입자가 잡히는 장치입니다. 레이저의 초점을 움직이면 입자도 움직이게 되죠. 현미경이 미시세계를 보는 창문이라면 광집게는 미시세계를 만져볼 수 있는 손 역할을 하는 셈이죠. 현미경으로 관찰하면서 대부분의 미시적인 물체들을 만져서 움직일 수 있어요.”
새로운 유전자를 세포에 발현시키기 위해, 기존에는 세포막을 뚫고 유전자를 유도해 세포막 내부로 집어넣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러한 기술은 이미 상업적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대부분 세포군에 기관총을 쏘듯 유전자를 도포한 탄환을 쏘아 세포막을 찢고 침투를 시키곤 했습니다. 혹은 세포배양액에 높은 농도의 유전 물질을 살포한 후 세포막에 전기충격을 주어 세포벽이 일시적으로 외부물질을 확산에 의해 흡입하는 방법을 취했죠. 하지만 이러한 방법들은 많은 세포를 손상시키면서 시간·공간·정량적으로 정교하지 않다는 점이 문제였어요.”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용구 교수는 매우 단순한 개념을 사용했다. 선택한 세포 표면에 순간적으로 펨토초 레이저를 이용해 작은 구멍을 내고, 유전자가 도포된 입자를 사용자가 광집게로 조정한 후 구멍을 통해 정확히 세포 내부로 집어넣게 한 것이다. 뚫린 작은 구멍은 자연적으로 없어지게 된다.
이용구 교수팀은 실제 유전자가 전달되고 난 48시간 후, 유전자가 발현돼 단백질이 생성되고 세포가 생존함을 확인했다.
“원리는 간단해요. 최근 문을 연 광주과학관을 가보면 라디오미터라는 것이 있죠. 이것은 진공튜브 내부에 한쪽 방향으로만 반사하는 판을 대칭적으로 놓은 구조입니다. 이곳에 빛을 쏘면 회전운동을 하죠. 빛이 물체에 힘을 줄 수 있는 아주 좋은 사례입니다. 광집게도 이런 빛의 힘으로 물체를 포획하고 움직이게 되는 것이죠.”
개개 세포의 미세한 분포에 대한 관찰
현재까지 제시된 유전자 조작방법은 주로 다량의 세포에 대해서만 이뤄졌기 때문에 집단적 평균 결과만 보고됐다고 할 수 있다. 개개 세포의 미세한 분포에 대한 관찰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즉, 특이한 형태를 띠는 개별적 변화에 대한 분석은 간과된 셈이다.
“거대한 집단을 이루는 세포의 전체적인 통계치는 자칫 중요한 점을 놓치게 합니다. 세포들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세포 간의 복잡한 네트워크와 신호전달 체계를 무시하고 전체적으로 바라보면 중요한 현상이 평균치에 가려 보이지 않게 되죠.
세포는 매우 역동적이에요. 때문에 형태는 끊임없이 변하고 분열하고, 사멸하죠. 이러한 세부적인 관찰 없이는 유전자의 발현에 대한 이해가 더딜 수밖에 없습니다. 유전자가 단일세포의 내부에서 여러 소기관들을 거쳐 어떻게 시공간적으로 발현되는지, 나아가 생명현상에 참여하는 유기분자들을 어떻게 생성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이뤄져야만 유전자치료의 많은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단일 세포로의 유전자 전달 방법은 그동안 계속해서 그 필요성이 제기된 부분이다. 이 교수팀의 이번 연구가 그 해법을 제시한 셈이다.
광집게에 대해 이 교수는 손가락을 비유했다. 손가락으로 쌀알을 집을 때 상대적으로 너무 큰 ‘뚱뚱한 손가락’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 ‘끈적한 손가락’도 문제가 된다. 설혹 집어 올리더라도 쌀알을 원하는 곳에 내려놓을 때 땀에 의해 쌀알이 손가락에 자꾸 달라붙게 된다.
그러나 광집게가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한다는 설명이다. "빛의 초점은 약 1 마이크로미터이므로 이보다 큰 물체들은 쉽게 집을 수 있습니다. 이로써 첫째 문제는 해결된 셈이죠. 두 번째 문제도 아주 쉽게 해결돼요. 물체를 내려놓을 때는 빛을 꺼버리면 되니까요. 아주 간단하지요.”
이 교수가 이번연구를 진행한 것은 평소 광집게를 연구하며 적용처를 고민하던 차에 유전자 조작에 대해 알게 되면서 부터다. 그는 평소 유전자 조작기술이 필요만큼 정교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자면 사람이 병에 걸리면 약을 먹죠. 이때 의사는 식후 30분 이내에 두 개의 알약을 입으로 먹으라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유전자 주입법은 언제, 얼마만큼, 어느 곳에 대한 차이를 두지 않고 해왔어요. 우리가 제시한 방법은 이러한 시간·공간·정량적인 제어를 할 수 있도록 했다는데 큰 의의가 있습니다.”
유전자 전달기술이란 세포막을 뚫고 유전자를 세포막 내부로 정확하게 전달하는 기술을 말한다.
기존의 유전자 전달 기술은 대량의 세포에 전기·물리·화학적 충격을 동시다발적으로 가해 일시적으로 세포 표면이 외부 물질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했으나 얼마 만큼의 유전물질이 어떠한 경로를 거쳐 얼마나 정확히 주입됐는지 제어할 수 없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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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용구 GIST 기전공학부 교수 ⓒ이용구 |
이 교수팀의 연구결과는 세포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유전자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어 유전자 치료 등 생명공학 연구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연구결과는 ‘바이오메디컬 옵틱스 익스프레스(Biomedical Optics Express)’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광집게, 미시세계를 만지는 손
“광집게는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작은 입자에 집속한 레이저를 조사했을 때, 마치 자석에 철이 끌려가듯 초점 위치로 입자가 잡히는 장치입니다. 레이저의 초점을 움직이면 입자도 움직이게 되죠. 현미경이 미시세계를 보는 창문이라면 광집게는 미시세계를 만져볼 수 있는 손 역할을 하는 셈이죠. 현미경으로 관찰하면서 대부분의 미시적인 물체들을 만져서 움직일 수 있어요.”
새로운 유전자를 세포에 발현시키기 위해, 기존에는 세포막을 뚫고 유전자를 유도해 세포막 내부로 집어넣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러한 기술은 이미 상업적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대부분 세포군에 기관총을 쏘듯 유전자를 도포한 탄환을 쏘아 세포막을 찢고 침투를 시키곤 했습니다. 혹은 세포배양액에 높은 농도의 유전 물질을 살포한 후 세포막에 전기충격을 주어 세포벽이 일시적으로 외부물질을 확산에 의해 흡입하는 방법을 취했죠. 하지만 이러한 방법들은 많은 세포를 손상시키면서 시간·공간·정량적으로 정교하지 않다는 점이 문제였어요.”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용구 교수는 매우 단순한 개념을 사용했다. 선택한 세포 표면에 순간적으로 펨토초 레이저를 이용해 작은 구멍을 내고, 유전자가 도포된 입자를 사용자가 광집게로 조정한 후 구멍을 통해 정확히 세포 내부로 집어넣게 한 것이다. 뚫린 작은 구멍은 자연적으로 없어지게 된다.
이용구 교수팀은 실제 유전자가 전달되고 난 48시간 후, 유전자가 발현돼 단백질이 생성되고 세포가 생존함을 확인했다.
“원리는 간단해요. 최근 문을 연 광주과학관을 가보면 라디오미터라는 것이 있죠. 이것은 진공튜브 내부에 한쪽 방향으로만 반사하는 판을 대칭적으로 놓은 구조입니다. 이곳에 빛을 쏘면 회전운동을 하죠. 빛이 물체에 힘을 줄 수 있는 아주 좋은 사례입니다. 광집게도 이런 빛의 힘으로 물체를 포획하고 움직이게 되는 것이죠.”
개개 세포의 미세한 분포에 대한 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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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자에 도포한 유전물질을 광집게를 이용해 세포내부로 침투시키는 도식도. 입자가 세포벽을 통과할 때 극초단파 레이저를 이용해 수마이크로미터의 구멍을 순간적으로 만들어낸다. ⓒGIST |
현재까지 제시된 유전자 조작방법은 주로 다량의 세포에 대해서만 이뤄졌기 때문에 집단적 평균 결과만 보고됐다고 할 수 있다. 개개 세포의 미세한 분포에 대한 관찰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즉, 특이한 형태를 띠는 개별적 변화에 대한 분석은 간과된 셈이다.
“거대한 집단을 이루는 세포의 전체적인 통계치는 자칫 중요한 점을 놓치게 합니다. 세포들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세포 간의 복잡한 네트워크와 신호전달 체계를 무시하고 전체적으로 바라보면 중요한 현상이 평균치에 가려 보이지 않게 되죠.
세포는 매우 역동적이에요. 때문에 형태는 끊임없이 변하고 분열하고, 사멸하죠. 이러한 세부적인 관찰 없이는 유전자의 발현에 대한 이해가 더딜 수밖에 없습니다. 유전자가 단일세포의 내부에서 여러 소기관들을 거쳐 어떻게 시공간적으로 발현되는지, 나아가 생명현상에 참여하는 유기분자들을 어떻게 생성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이뤄져야만 유전자치료의 많은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단일 세포로의 유전자 전달 방법은 그동안 계속해서 그 필요성이 제기된 부분이다. 이 교수팀의 이번 연구가 그 해법을 제시한 셈이다.
광집게에 대해 이 교수는 손가락을 비유했다. 손가락으로 쌀알을 집을 때 상대적으로 너무 큰 ‘뚱뚱한 손가락’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 ‘끈적한 손가락’도 문제가 된다. 설혹 집어 올리더라도 쌀알을 원하는 곳에 내려놓을 때 땀에 의해 쌀알이 손가락에 자꾸 달라붙게 된다.
그러나 광집게가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한다는 설명이다. "빛의 초점은 약 1 마이크로미터이므로 이보다 큰 물체들은 쉽게 집을 수 있습니다. 이로써 첫째 문제는 해결된 셈이죠. 두 번째 문제도 아주 쉽게 해결돼요. 물체를 내려놓을 때는 빛을 꺼버리면 되니까요. 아주 간단하지요.”
이 교수가 이번연구를 진행한 것은 평소 광집게를 연구하며 적용처를 고민하던 차에 유전자 조작에 대해 알게 되면서 부터다. 그는 평소 유전자 조작기술이 필요만큼 정교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자면 사람이 병에 걸리면 약을 먹죠. 이때 의사는 식후 30분 이내에 두 개의 알약을 입으로 먹으라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유전자 주입법은 언제, 얼마만큼, 어느 곳에 대한 차이를 두지 않고 해왔어요. 우리가 제시한 방법은 이러한 시간·공간·정량적인 제어를 할 수 있도록 했다는데 큰 의의가 있습니다.”
저작권자 2013.08.22 ⓒ Science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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