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12일 월요일

박테리아에서 충전지를 만든다?

박테리아에서 충전지를 만든다?

[인터뷰] 김동완 아주대 에너지시스템학과 교수

 
 
기술이 발전하고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필요성이 증가하면서 지속가능한 에너지 저장장치로 리튬이차전지가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스마트폰 같은 휴대형 기기뿐 아니라 전기자동차, 수소연료전지차, 태양전지판 등에 필요한 에너지 저장장치로 리튬이차전지 뿐 아니라 슈퍼커패시터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중이다.

슈퍼커패시터는 충‧방전이 가능한 초고용량 축전지를 일컫는 것으로 리튬이차전지에 비해 에너지 저장량은 낮지만 출력밀도가 높아 급속한 충전이 가능하다. 때문에 주로 모바일과 IT, 수송‧기계, 스마트 그리드 등에 사용되고 있다.
▲ 김동완 아주대 에너지시스템학과 교수  ⓒ김동완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박테리아 표면에서 슈퍼커패시터 전극에 활용될 수 있는 나노분말을 합성하는 공정을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김동완 아주대 교수 연구팀이 비교적 간단하면서도 친환경적 상온공정을 이용, 고성능 전극재료로 응용될 수 있는 금속 산화물 분말을 합성한 것이다.

소구균 사용…표면에 금속산화물 부착

“슈퍼커패시터는 양 전극과 전극 사이의 이온이동을 돕는 전해질로 구성된 간단한 전기화학반응 장치입니다. 전극에서 자발적인 산화환원 반응을 일으켜 우리가 사용하려는 기기를 작동시킬 수 있도록 출력을 제공하죠. 때문에 전극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주로 사용되는 전극은 비표면적이 넓은 활성탄소이고 좀 더 고용량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금속 산화물 나노전극이 유리해요. 우리 연구팀에서는 고성능의 슈퍼커패시터 동작을 구현할 수 있는 금속산화물계 전극 물질을 박테리아를 지지체로 해 효과적으로 합성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죠.”

DNA나 단백질, 바이러스와 같은 생체고분자 물질을 지지체로 이용해 나노분말을 합성하는 방법은 표면 형상이나 성질이 매우 다양해 독특한 구조를 얻을 수 있는데다 비표면적이 넓고 저온에서 제조할 수 있어 많은 연구자들의 관심을 얻었다.

하지만 생체고분자가 매우 고가일 뿐 아니라 공정이 복잡하고 수율이 낮아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기존에도 DNA나 단백질, 바이러스 같은 생체고분자 물질을 지지체로 이용해 나노분말을 합성하는 연구는 계속 시도돼 왔어요. 생체고분자 물질의 형상을 고려해 독특한 나노구조를 얻을 수 있어 이차전지와 태양전지 등의 적용도 연구되고 있죠. 하지만 지금까지 사용한 생체고분자 가격이 높은데다가 유전자 조작 등의 공정이 복잡해서 수 마이크로그램(μg) 내지는 밀리그램(mg) 단위의 소량 합성에 그쳤습니다.

우리 연구팀은 새로운 방법으로 합성에 성공했어요. 세포벽이 두꺼운 박테리아들은 별도의 유전자 조작이 없어도 높은 표면의 음전하를 갖고 있고 단 시간에 수용액 상에서 급격한 증식을 하죠. 따라서 수용액 내 박테리아의 양에 따라 슈퍼커패시터에 사용되는 금속산화물 전극 나노소재를 원하는 양만큼 쉽게 생산해 낼 수가 있었습니다.”

김동완 교수팀이 개발한 공정은 유전자 조작이 쉬운 박테리아 표면에서 그램(g) 수준의 코발트 산화물 나노분말을 합성한 것이다. 이는 기존의 수 마이크로그램(μg) 내지 밀리그램(mg) 합성에 그치던 것을 수 그램(g) 수준으로 합성수율을 개선한 것으로, 만들어진 코발트 산화물은 비표면적이 넓고 미세기공이 있어 차세대 에너지 저장장치 등의 전극재료로 응용될 것으로 기대를 받는다.

“박테리아는 막대나 구(球) 모양, 나선 모양 등 형태와 크기가 매우 다양해요. 이번에 사용한 박테리아는 0.5~1 마이크로미터의 직경을 갖고 있는 소구균(小球菌, Micrococcus)이라는 비병원성 세균을 사용했어요. 이 박테리아는 음(-)전하를 띠는 많은 기능기로 된 두꺼운 세포벽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박테리아 용액 속에 원하는 금속 양(+)이온을 넣어주면 박테리아 표면에 정전기적 인력으로 쉽게 흡착시킬 수 있죠. 이러한 공정은 대기압과 상온에서도 쉽게 일어나고 박테리아 표면에 금속 또는 금속산화물을 나노크기로 고르게 부착시킬 수 있습니다.”

수 마이크로그램→수 그램 수준으로 수율 개선
▲ 박테리아 템플릿 기반 코발트 산화물 합성공정 개발 모식도  ⓒ한국연구재단

앞서 언급했듯 김동완 교수팀이 개발한 나노합성공정법은 기존에 비해 수율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수율을 개선할 수 있던 것은 박테리아의 왕성한 증식력과 유전자 조작 용이성, 더불어 세포벽의 강력한 금속이온 흡착력 때문으로 흡착력은 음전하를 띠는 세포벽과 양전하를 띠는 코발트 이온 사이의 정전기적 인력을 이용한 결과다.

“슈퍼커패시터에 사용되는 나노 금속산화물 전극 소재는 일반적으로 합성 시에 고온의 열처리나 복잡한 화학공정을 거치게 됩니다. 박테리아를 이용하는 경우 세포벽과 금속 이온의 강력한 정전기적 인력 때문에 상온에서도 원하는 두께로 균일하게 나노구조를 형성할 수 있죠.

또한 리튬이온 이차전지 전극의 경우 전극 물질 전체를 이용해 에너지를 저장하지만 슈퍼커패시터 전극은 전극 물질의 표면만을 이용하기 때문에 적은 양의 에너지로 급속한 충방전 용도로 사용할 수 있어요.”

양파를 예로 든 김동완 교수는 “양파를 전극소재로 생각할 때 리튬이온 이차전지는 양파 껍질과 속 모두를 이용하고, 슈퍼커패시터의 경우 양파의 껍질만을 이용한다고 생각할 수 있죠. 박테리아를 지지체로 사용하게 되면 껍질 부분에 해당하는 금속 산화물을 필요한 양만큼만 흡착시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경제적 효율성이 높아집니다. 값비싼 금속 산화물을 필요이상 쓰지 않고 100%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또한 박테리아는 금속 산화물에 비해 가볍기 때문에 슈퍼커패시터 자체의 무게도 많이 줄일 수 있어요.”

이렇게 합성된 코발트 산화물 분말은 슈퍼커패시터의 축전용량을 늘리고 수명을 연장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얻고 있다. 이는 박테리아 표면에 고르게 분포된 분말입자들 사이의 미세기공 덕분에 전해질 내 이온의 접촉 면적이 넓어져 에너지저장밀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약 4천 번 이상의 충‧방전 이후에도 저장효율 95% 이상을 유지할 뿐 아니라 속도도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동완 교수가 이번 연구를 진행한 것은 그가 MIT 재료공학과에서 M13 이라는 바이러스를 지지체로 삼아 금속산화물 나노선을 합성하면서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해당 연구로 사이언스(Science) 지에 연구결과를 발표한 후 이때부터 생체고분자 지지체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그는 생체고분자 지지체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고, 경제성을 더욱 고려해 저가이면서도 합성량을 대폭 늘릴 수 있는 박테리아를 이용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연구과정은 결코 녹록치 않았어요. 박테리아 미생물은 종류와 환경에 따라 금속이온의 흡착 정도나 금속 또는 금속 산화물 형상에 차이를 보였어요. 다른 반응성을 보이는 부분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욱 재미있는 부분이기도 하죠.

저는 지난 5년 여간 다양한 박테리아와 서로 다른 금속과의 상호작용에 대해 어느 정도 노하우와 기술을 축적해 오고 있는데, 이번 연구 논문의 1 저자이기도 한 심현우 박사과정 학생이 연구 수행에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슈퍼커패시터 전극으로 효율을 극대화하려면 전극 나노소재의 비표면적이 매우 높아야 해요. 이번 연구에서는 박테리아를 이용한 산화 코발트 나노구조 전극을 사용하고자 했는데 다른 금속과 달리 다공질의 나노 시트(sheet)가 균일하게 박테리아 지지체위에 합성됐고 비표면적이 매우 넓어 전해질 내 이온과 접촉이 좋아, 충방전 속도와 에너지양이 높고 수명도 길어져 고성능 슈퍼커패시터 전극으로서 연구 결과를 발표하게 됐어요.”

김동완 교수팀의 이번 연구는 다양한 금속과 금속 산화물 나노구조체 합성방법 중 하나다. 특히 바이오 템플릿(미생물 박테리아)은 표면기능기를 활용해 비표면적이 매우 넓고 복잡한 화합물의 저온 제조가 가능하며 독특한 형상의 나노구조체 합성이 용이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어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러한 바이오 템플릿을 활용한 금속 산화물의 나노구조체 합성은 일부 DNA와 펩타이드, 단백질, 바이러스 등에 한정돼 있으며 복잡한 합성공정과 낮은 수율 등 많은 어려움이 있어 산업화에 경제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번 연구는 경제성 문제를 효율적으로 크게 개선한 친환경‧양산성 합성 공정으로 주목 받을 수 있어요. 또한 이러한 금속산화물 나노소재를 차세대 에너지 저장장치인 슈퍼커패시터에 적용해 고성능을 달성할 수 있었죠.

개발된 바이오 템플릿(미생물 박테리아)을 적용한 금속산화물 나노구조체 합성과 슈퍼커패시터 전극소재로의 응용 연구는, ‘NT-BT-ET’ 가 접목되는 융합 기술의 모델 시스템으로 제시될 수 있을 것입니다. 더불어 합성공정의 간소화 및 높은 수율의 나노분말 획득, 우수한 전극소재 특성 구현은 에너지 저장 소재 기술 등 관련 연구에서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에너지 분야 뿐 아니라 촉매, 전자소자, 환경산업 등에도 적용될 수 있어 다른 응용 분야에서도 성능 개선에 잠재력을 갖고 있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죠.”

김동완 교수는 현재 박테리아를 이용한 나노 전극 제조공정 기술에 대해 국내외에 여러 건의 특허를 등록‧출원을 마친 상태다. 앞으로 실험실에서 갖고 있는 합성공정기술을 기업체와 연계해 산업화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중에 있다.

“앞으로 박테리아를 이용한 합성 나노소재를 좀 더 다각화해서 타 응용 분야의 연구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영역을 확대할 것입니다.”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3.08.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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