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감염, 만성화 과정 규명
[인터뷰] 하상준 연세대 생명시스템대학 교수
일상생활에서 흔한 질병으로 여겨지는 감기는 일종의 바이러스 감염이다. 바이러스 감염은 감염 후 지속성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감기와 같이 감염 후 염증성 반응이 일어나지만 체내 면역반응에 의해 바이러스가 소멸되는 ‘급성감염’이 있으며, 체내 면역반응을 회피함으로써 바이러스가 소멸되지 않고 체내에 오랜 기간 동안 존재하는 ‘만성감염’ 이 있다.
만성감염을 유도하는 대표적인 것으로는 에이즈바이러스라고도 불리는 HIV와 B형 및 C형 간염바이러스 등이 있다. 이러한 바이러스는 체내에 오랜 기간 존재하면서 다양한 만성질환을 유도하기 때문에 사회문제로 대두되기도 한다. HIV의 경우 면역결핍을 초래해 다른 병원균에 의한 2차 감염을 쉽게 허용하며, B형 및 C형 간염바이러스는 간경화 및 간암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바이러스가 침입 초기에 체내 면역장벽을 뚫고 만성화되는 과정을 규명해 주목을 받고 있다. 하상준 연세대 교수 연구팀이 바이러스 감염 만성화 유도과정을 규명, ‘면역물질 인터페론의 생성 억제와 감염 만성화 간의 관계’에 대해 연구를 진행한 것이다.
인터페론 생성 억제, 만성감염 주요기작
만성감염을 유도하는 대표적인 것으로는 에이즈바이러스라고도 불리는 HIV와 B형 및 C형 간염바이러스 등이 있다. 이러한 바이러스는 체내에 오랜 기간 존재하면서 다양한 만성질환을 유도하기 때문에 사회문제로 대두되기도 한다. HIV의 경우 면역결핍을 초래해 다른 병원균에 의한 2차 감염을 쉽게 허용하며, B형 및 C형 간염바이러스는 간경화 및 간암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바이러스가 침입 초기에 체내 면역장벽을 뚫고 만성화되는 과정을 규명해 주목을 받고 있다. 하상준 연세대 교수 연구팀이 바이러스 감염 만성화 유도과정을 규명, ‘면역물질 인터페론의 생성 억제와 감염 만성화 간의 관계’에 대해 연구를 진행한 것이다.
인터페론 생성 억제, 만성감염 주요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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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상준 연세대 생명시스템대학 교수 ⓒ하상준 |
“우리 몸은 바이러스를 조기에 차단하기 위한 면역시스템이 존재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바이러스 감염이 발생해도 초기 염증반응을 통해 바이러스가 소멸됩니다. 하지만 에이즈바이러스나 B형 및 C형 바이러스와 같은 만성바이러스들은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을 회피하는 다양한 기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소멸되지 않고 체내에 남아 있게 되죠.
이번 연구를 통해 새롭게 밝힌 점은 감염 초기 인터페론의 생성억제가 만성감염이 유도되는 주요기작이라는 점입니다. 바이러스 감염 후에는 세포 내에서 바이러스 유전자들이 선천성 면역시스템에 의해 감지되면서 인터페론이 생성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바이러스 감염의 만성화 초기에는 바이러스 유전자들이 세포 내에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인터페론 단백질이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는데, 이러한 기전을 매개하는 ‘OASL1’이라는 단백질을 저희 연구팀에서 발굴했습니다.”
바이러스 감염 시 체내 선천성 면역세포들이 바이러스 유전자들을 감지한 후 초기에 인터페론을 생성하는데, 감염이 지속될 경우 인터페론뿐만 아니라 인터페론 생성을 억제하는 OASL1 단백질이 함께 생성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더 이상 인터페론에 의한 항바이러스 작용이 일어나지 않아 만성 감염이 유도되는 것을 하 교수팀이 증명했다.
하 교수팀의 이번 연구는 기존 연구 분야가 밝혀내지 못한 부분을 알아낸 결과여서 더욱 주목을 받는다. 기존에는 바이러스 감염에도 불구하고 인터페론이 만들어지지 않는 이유를 밝혀내지 못했다.
“급성 및 만성 감염을 유도하는 바이러스 모두 감염 초기에는 인터페론을 만들어내게 됩니다. 급성 감염을 유도하는 바이러스의 경우 초기 생성된 인터페론에 의해서도 바이러스 증식이 충분히 억제돼요. 하지만 만성 감염을 유도하는 바이러스의 경우 증식 속도가 매우 빠르거나 체내 면역시스템을 교란하는 기전을 갖고 있기 때문에 초기 생성된 인터페론에 의해 바이러스가 충분히 억제되지 않죠.
이러한 만성 바이러스 감염에 관한 기존의 연구는 대부분 후천성 면역반응, 즉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직접 살상하는 면역반응에 관한 연구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선천성 면역반응보다 후천성 면역반응의 억제 때문에 만성 바이러스 감염이 유도된다는 연구가 주를 이뤘죠. 이런 이유로 인해 바이러스 감염화에 있어 선천성 면역반응의 억제에 관한 연구가 많이 이뤄지지 않았고요.”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고 얻은 결과지만, 이것을 인정받기까지는 그 과정이 결코 녹록치 않았다. 어떤 분야나 그렇겠지만 기존의 가설과 다른 결과가 도출됐을 경우 이를 설득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우리 연구팀의 결과를 기존 학계에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우리 연구는 만성바이러스 감염의 원인이 후천성 면역반응의 저하 때문이라는 기존 이론들과 다른 측면을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근본적 원인은 만성바이러스 감염보다 선천성 면역반응의 저하로 인한 것이라는, 우리 연구팀의 결과로 기존 학계를 설득하기 위해 많은 실험 데이터들을 만들었어요.”
기존 가설에 의문을 제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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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상 생쥐(검은색 원)와 OASL1 유전자 결핍 생쥐(붉은색 원)에 만성바이러스를 감염한 후 혈액에 존재하는 바이러스 농도를 측정한 결과, 정상생쥐에 비해 OASL1 유전자 결핍 생쥐가 단기간 내에 바이러스를 제어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국연구재단 |
하 교수가 이번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관찰자의 태도가 큰 몫을 차지했다. 그동안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졌던 기존 가설에 의문을 품으면서 연구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 현재까지 만성 바이러스 감염의 주요 기전은 후천성 면역반응의 억제 때문이라고 알려졌어요. 하지만 후천성 면역반응은 선천성 면역반응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 일어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만성바이러스 감염 시 분명 선천성 면역반응의 억제 기전이 존재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이를 포괄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수행했던 실험은 정상 생쥐에 만성감염을 유도하는 바이러스를 감염시켰을 때 선천성 면역세포에서 발현이 증진되는 단백질을 탐색하는 것이었습니다. 만성 바이러스 감염 후 인터페론 단백질은 감염 초기를 제외하고는 관찰되지 않는 반면 OASL1 단백질은 감염 기간 동안 높은 수준의 양이 지속적으로 관찰됐기 때문이죠. 이를 통해 OASL1 단백질이 인터페론 단백질 생성 억제와 관련되어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고 OASL1 단백질이 생성되지 않는 생쥐를 사용하여 이를 증명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과정 중 기존의 학계를 설득하는 것에도 어려움이 있었지만, 실험에 사용할 정도의 수지상세포를 생쥐로부터 다량으로 얻는 것 역시 쉽지 않았다.
“바이러스 감염 후 인터페론을 생성하는 주요 면역세포는 수지상세포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만성바이러스 감염 동안 수지상세포에서 특이적으로 과발현되는 단백질을 선별하는 실험으로부터 시작했는데, 문제는 바이러스 감염 후 생쥐에서 수지상세포를 다량으로 얻는 것이었어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본 실험 전 무수한 예비실험을 수행했고 실험에 대한 프로토콜을 수립할 수 있었습니다.”
하 교수팀의 연구는 바이러스 감염 후 만성화를 유도하는 주요 기전이 OASL1 단백질에 의한 인터페론 생성 억제임을 최초로 발견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인터페론 생성은 선천성 면역반응의 대표적인 기전이므로 이번 연구는 바이러스 감염 만성화가 선천성 면역반응 억제로부터 유도된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점 역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해당 연구를 통해 인터페론 생성 억제에 기여하는 OASL1 같은 단백질은 만성 바이러스 감염의 효과적인 타깃이 될 수 있다는 게 증명됐으므로 실질적으로는 인터페론 생성 억제 단백질 발현이나 기능을 저해하는 물질을 발굴해 만성바이러스 감염 초기의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에이즈 바이러스나 B형 및 C형 간염바이러스는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만성적으로 감염돼 있어요. 항바이러스 제재로 완전히 제거되지 않기 때문에 보균자들은 항상 바이러스 재활성화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죠. 이러한 만성 바이러스 감염은 난치성 질환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고, 에이즈 바이러스나 C형 간염바이러스는 백신이 전무(全無)하기 때문에 효과적인 치료법 개발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만성 바이러스 감염 외에도 최근에는 암 생성과 전이에도 인터페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죠. 때문에 연구가 보다 발전되고 응용된다면 효과적인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습니다.”
하 교수팀의 이번 연구는 바이러스 감염 만성화에 대한 선천성 면역반응의 중요성을 증명한 것이지만, 앞으로 이를 치료제 개발과 연결하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일들이 남아 있는 셈이다. 연구팀은 생쥐에서 발굴한 OASL1 단백질이 사람에게도 동일한 기능을 하고 있는지 연구를 진행중이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사람에게서 인터페론 생성 억제를 막는 치료제를 개발하게 되면 만성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초기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외에도 인터페론 생성을 억제하는 또 다른 기전들에 대해서도 광범위한 선별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바이러스는 매우 급속하게 변이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에 인터페론 생성 억제의 다양한 기전들을 연구함으로써 바이러스의 만성 감염화 과정을 보다 강력하게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서 만성 감염화가 이미 진행된 경우를 대상으로 바이러스의 면역억제 반응을 역전시킬 수 있는 새로운 치료 방법들에 대해서도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2013.08.07 ⓒ Science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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