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핑튼의 백마’ 실제 나이는?
유물의 연대, 어떻게 결정할까 (4)
과학문화 확대경 영국 중남부 옥스퍼드셔 지방의 소도시 어핑튼 남쪽 언덕에는 110미터 길이의 거대한 그림 ‘어핑튼의 백마(Uffington White Horse)’가 있다. 해발 261미터의 구릉 꼭대기를 말 모양으로 파낸 후 분필의 원료가 되는 백악 자갈을 채워 넣었다. 전체를 한눈에 보려면 기구나 비행기를 타고 공중으로 올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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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국 중남부에 위치한 '어핑턴의 백마'는 최신 연대측정법 덕분에 실제 나이를 찾을 수 있었다. ⓒGoogle Map |
한때는 말이 아니라 다른 동물을 그린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동쪽으로 25킬로미터 떨어진 애빙든 수도원(Abingdon Abbey)에서 11세기 문서가 실마리를 주었다. ‘흰 말의 언덕’이라는 뜻의 ‘몬스 알비 에쿠이(mons albi equi)’라는 구절이 발견된 것이다.
달리는 말의 모습을 본뜬 이 대형 그림의 제작 연대에 대한 의견은 학자마다 달랐다. 현대 미술가가 그렸다고 해도 믿을 만큼 형태와 선이 우아하고 역동적이었기 때문이다.
많은 연구자들은 켈트족의 문양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기원전 800년에서 서기 100년 사이의 철기시대 후기에 만들어졌다고 여겼다. 그보다 늦은 서기 440년에서 1066년 사이의 앵글로색슨 시대를 제시한 사람도 있었다.
1990년대 초 ‘광자극형광 연대측정법(OSL Dating)’을 적용하면서 마침내 어핑턴의 백마가 견뎌온 세월의 두께를 알아낼 수 있었다. 기존의 생각보다 1천 년은 더 오래된 기원전 14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된 것이다.
햇볕에 노출된 광물질 속 전자의 변화를 측정하라
광물질 안에는 우라늄(U), 토륨(Th), 포타슘(K)의 동위원소들이 존재하며 방사선을 내뿜는다. 이 방사선이 광물질 결정 안에 있는 원자에 가해지면 에너지를 머금은 전자들이 뛰쳐나오게 된다.
그 과정에서 결정이 깨진 틈새로 전자가 들어가면 다시 나오지 못하는 포획 상태에 머무른다. 광물질에 가해지는 방사선의 양은 항상 일정하므로 이에 노출된 총 시간을 1년 동안 쬔 방사선 양으로 나누면 연대를 추정할 수 있다.
이렇게 특정 물질 내에 존재하는 전자의 변화를 재는 방법을 ‘포획전자 연대측정법(Trapped Electron Dating)’이라 부른다.
‘어핑튼의 백마’는 빛 자극에 민감한 백악 자갈의 결정 속 전자 변화를 비교하는 ‘광자극형광 연대측정법’으로 나이를 알아냈다. 원리는 단순하다. 광물질이 햇빛에 노출되면 잠깐 사이에 전자 집합이 느슨해지며 금세 사라져버린다. 이와 반대로 땅속에 묻혀 햇빛과 차단되면 다시 전자가 축적되기 시작한다.
특정 지층의 연대를 알아내려면 석영이 함유되어 있는 토양 표본을 빛에 닿지 않게 포장해서 실험실로 가져간다. 가시광선에 해당하는 파장의 빛을 쐴 때 생기는 형광물질 즉 광자극형광(Optically Stimulated Luminescence)의 양을 측정하면 연대 계산이 가능하다.
그러나 햇볕에 노출된 광물질 내부의 전자 집합이 모두 사라져야만 기준 영점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 단점이다. 전자 집합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연대측정에 오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 정확한 시기를 알아내려면 다양한 연대측정법을 혼합해 사용하고 결과를 비교하는 것이 좋다.
빛 아닌 열에 민감한 열형광을 이용하기도
빛이 아닌 열에 민감한 전자 집합의 변화를 재는 방법도 있다. ‘열형광 연대측정법(TL Dating)’이다. 광물질이 고온에 노출되어 결정 속 전자들이 모두 사라지면 영점을 잡을 수 있다. 이를 기준으로 이후 축적된 전자의 양을 재는 것이다.
열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불에 닿은 물질의 연대를 재는 데 유리하다. 석기시대부터 철기시대까지 지속적으로 쓰였던 토기 유물이 주요 대상이다. 게다가 토기는 흙으로 만들기 때문에 토양 속 방사성 물질까지 그대로 함유하고 있다.
광물질 내부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은 알파, 베타, 감마 등 크게 세 가지 종류가 있으며 투과 정도가 각기 다르다. 알파선은 0.02밀리미터, 베타선은 0.2밀리미터, 감마선은 20센티미터다. 출토된 토기의 표면을 살짝만 긁어내도 알파선이나 베타선이 영향을 끼치지 못한 부위가 드러난다.
달리는 말의 모습을 본뜬 이 대형 그림의 제작 연대에 대한 의견은 학자마다 달랐다. 현대 미술가가 그렸다고 해도 믿을 만큼 형태와 선이 우아하고 역동적이었기 때문이다.
많은 연구자들은 켈트족의 문양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기원전 800년에서 서기 100년 사이의 철기시대 후기에 만들어졌다고 여겼다. 그보다 늦은 서기 440년에서 1066년 사이의 앵글로색슨 시대를 제시한 사람도 있었다.
1990년대 초 ‘광자극형광 연대측정법(OSL Dating)’을 적용하면서 마침내 어핑턴의 백마가 견뎌온 세월의 두께를 알아낼 수 있었다. 기존의 생각보다 1천 년은 더 오래된 기원전 14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된 것이다.
햇볕에 노출된 광물질 속 전자의 변화를 측정하라
광물질 안에는 우라늄(U), 토륨(Th), 포타슘(K)의 동위원소들이 존재하며 방사선을 내뿜는다. 이 방사선이 광물질 결정 안에 있는 원자에 가해지면 에너지를 머금은 전자들이 뛰쳐나오게 된다.
그 과정에서 결정이 깨진 틈새로 전자가 들어가면 다시 나오지 못하는 포획 상태에 머무른다. 광물질에 가해지는 방사선의 양은 항상 일정하므로 이에 노출된 총 시간을 1년 동안 쬔 방사선 양으로 나누면 연대를 추정할 수 있다.
이렇게 특정 물질 내에 존재하는 전자의 변화를 재는 방법을 ‘포획전자 연대측정법(Trapped Electron Dating)’이라 부른다.
‘어핑튼의 백마’는 빛 자극에 민감한 백악 자갈의 결정 속 전자 변화를 비교하는 ‘광자극형광 연대측정법’으로 나이를 알아냈다. 원리는 단순하다. 광물질이 햇빛에 노출되면 잠깐 사이에 전자 집합이 느슨해지며 금세 사라져버린다. 이와 반대로 땅속에 묻혀 햇빛과 차단되면 다시 전자가 축적되기 시작한다.
특정 지층의 연대를 알아내려면 석영이 함유되어 있는 토양 표본을 빛에 닿지 않게 포장해서 실험실로 가져간다. 가시광선에 해당하는 파장의 빛을 쐴 때 생기는 형광물질 즉 광자극형광(Optically Stimulated Luminescence)의 양을 측정하면 연대 계산이 가능하다.
그러나 햇볕에 노출된 광물질 내부의 전자 집합이 모두 사라져야만 기준 영점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 단점이다. 전자 집합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연대측정에 오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 정확한 시기를 알아내려면 다양한 연대측정법을 혼합해 사용하고 결과를 비교하는 것이 좋다.
빛 아닌 열에 민감한 열형광을 이용하기도
빛이 아닌 열에 민감한 전자 집합의 변화를 재는 방법도 있다. ‘열형광 연대측정법(TL Dating)’이다. 광물질이 고온에 노출되어 결정 속 전자들이 모두 사라지면 영점을 잡을 수 있다. 이를 기준으로 이후 축적된 전자의 양을 재는 것이다.
열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불에 닿은 물질의 연대를 재는 데 유리하다. 석기시대부터 철기시대까지 지속적으로 쓰였던 토기 유물이 주요 대상이다. 게다가 토기는 흙으로 만들기 때문에 토양 속 방사성 물질까지 그대로 함유하고 있다.
광물질 내부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은 알파, 베타, 감마 등 크게 세 가지 종류가 있으며 투과 정도가 각기 다르다. 알파선은 0.02밀리미터, 베타선은 0.2밀리미터, 감마선은 20센티미터다. 출토된 토기의 표면을 살짝만 긁어내도 알파선이나 베타선이 영향을 끼치지 못한 부위가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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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 또는 열을 가하면 광물질 속에 갇혔던 전자들이 방출되며 형광이 발생한다. ⓒWikipedia |
이곳의 방사선 양과 토기 표면의 방사선 양을 비교하면 어느 곳에서 얼마의 방사선이 가해졌는지 알아낼 수 있다. 표본에 섭씨 500도 이상의 열을 가하면 전자 집합이 탈출하며 열형광(Thermo- Luminescence)이 발생한다.
오랜 기간 동안 방사선을 많이 쬔 표본일수록 열형광이 많이 발생하므로 이를 기준으로 연대를 확정한다. 열형광 연대측정법은 방사성탄소 연대측정법의 한계인 5만 년을 넘어서는 유물의 나이를 알아낼 때 유용하게 쓰인다.
석기시대에 불을 피웠던 흔적 주변에서 토양이나 토기를 추출하면 고열이 가해져 전자 집합이 빠져나간 기준 광물을 채취할 수 있다. 네안데르탈인이나 크로마뇽인처럼 불을 사용한 인류 화석의 연대를 잴 때는 열형광 측정법이 적합하다.
이빨은 전자스핀의 공명을 측정해 나이 알아낸다
신체 부위 중 이빨이 출토되었을 때는 포획전자 연대측정법 중에서 ‘전자스핀공명 연대측정법(ESR Dating)’을 사용한다.
이빨이 땅속에 묻히면 물에 녹는 수용성 우라늄이 스며들어 방사성 동위원소를 갖게 된다. 토양에 방출하는 자연 방사선의 영향을 받으면 전자의 이동이 활발해지고 일부가 결정 안에 포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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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물이나 인류의 이빨이 발견되면 '전자스핀공명 연대측정법'을 이용해 대략의 시기를 알아낸다. ⓒWikipedia |
채취한 이빨의 일부를 가루 내어 극초단파에 노출시키고 자기장을 가한다. 그러면 자기장의 세기를 바꿀 때마다 포획전자들이 극초단파와 공명을 일으킨다. 공명이 클수록 이빨이 오래되었다고 볼 수 있다. 정확도는 떨어지지만 대략적인 시기를 알아낼 때 유용하다.
전자는 위쪽 또는 아래쪽의 두 가지 방향으로만 자전을 하며 이를 스핀(spin)이라 부른다. 자기장에 따라 극초단파와 공명을 일으키는 스핀만을 검출하기 때문에 ‘전자스핀공명(Electron Spin Resonance)’이라 부르는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 유물의 연대를 결정하는 방식은 ‘상대적 연대결정법’과 ‘절대적 연대결정법’으로 크게 나뉜다. 상대적 방법은 시기의 순서만을 정하지만 절대적 방법은 분명한 시기를 알아낼 수 있다.
절대적 방법은 세부적으로 △방사성탄소 △우라늄 △포타슘-아르곤 등을 이용한 직접적 측정법인 ‘방사성 붕괴 연대측정법’과 △광자극형광 △열형광 △전자스핀공명 등을 이용한 간접적 측정법인 ‘포획전자 연대측정법’으로 나뉜다.
과학의 발전으로 유물의 나이를 알아내는 방식도 다양해지고 정교해졌다. 증거와 물리법칙에 기반해 정확한 시기를 측정하는 과학자들의 노력을 이길 방법이 또 있을까.
전자는 위쪽 또는 아래쪽의 두 가지 방향으로만 자전을 하며 이를 스핀(spin)이라 부른다. 자기장에 따라 극초단파와 공명을 일으키는 스핀만을 검출하기 때문에 ‘전자스핀공명(Electron Spin Resonance)’이라 부르는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 유물의 연대를 결정하는 방식은 ‘상대적 연대결정법’과 ‘절대적 연대결정법’으로 크게 나뉜다. 상대적 방법은 시기의 순서만을 정하지만 절대적 방법은 분명한 시기를 알아낼 수 있다.
절대적 방법은 세부적으로 △방사성탄소 △우라늄 △포타슘-아르곤 등을 이용한 직접적 측정법인 ‘방사성 붕괴 연대측정법’과 △광자극형광 △열형광 △전자스핀공명 등을 이용한 간접적 측정법인 ‘포획전자 연대측정법’으로 나뉜다.
과학의 발전으로 유물의 나이를 알아내는 방식도 다양해지고 정교해졌다. 증거와 물리법칙에 기반해 정확한 시기를 측정하는 과학자들의 노력을 이길 방법이 또 있을까.
저작권자 2013.06.28 ⓒ ScienceTimes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