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30일 일요일

‘어핑튼의 백마’ 실제 나이는?

‘어핑튼의 백마’ 실제 나이는?

유물의 연대, 어떻게 결정할까 (4)

 
 
과학문화 확대경 영국 중남부 옥스퍼드셔 지방의 소도시 어핑튼 남쪽 언덕에는 110미터 길이의 거대한 그림 ‘어핑튼의 백마(Uffington White Horse)’가 있다. 해발 261미터의 구릉 꼭대기를 말 모양으로 파낸 후 분필의 원료가 되는 백악 자갈을 채워 넣었다. 전체를 한눈에 보려면 기구나 비행기를 타고 공중으로 올라가야 한다.
▲ 영국 중남부에 위치한 '어핑턴의 백마'는 최신 연대측정법 덕분에 실제 나이를 찾을 수 있었다. ⓒGoogle Map
한때는 말이 아니라 다른 동물을 그린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동쪽으로 25킬로미터 떨어진 애빙든 수도원(Abingdon Abbey)에서 11세기 문서가 실마리를 주었다. ‘흰 말의 언덕’이라는 뜻의 ‘몬스 알비 에쿠이(mons albi equi)’라는 구절이 발견된 것이다.

달리는 말의 모습을 본뜬 이 대형 그림의 제작 연대에 대한 의견은 학자마다 달랐다. 현대 미술가가 그렸다고 해도 믿을 만큼 형태와 선이 우아하고 역동적이었기 때문이다.

많은 연구자들은 켈트족의 문양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기원전 800년에서 서기 100년 사이의 철기시대 후기에 만들어졌다고 여겼다. 그보다 늦은 서기 440년에서 1066년 사이의 앵글로색슨 시대를 제시한 사람도 있었다.

1990년대 초 ‘광자극형광 연대측정법(OSL Dating)’을 적용하면서 마침내 어핑턴의 백마가 견뎌온 세월의 두께를 알아낼 수 있었다. 기존의 생각보다 1천 년은 더 오래된 기원전 14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된 것이다.

햇볕에 노출된 광물질 속 전자의 변화를 측정하라

광물질 안에는 우라늄(U), 토륨(Th), 포타슘(K)의 동위원소들이 존재하며 방사선을 내뿜는다. 이 방사선이 광물질 결정 안에 있는 원자에 가해지면 에너지를 머금은 전자들이 뛰쳐나오게 된다.

그 과정에서 결정이 깨진 틈새로 전자가 들어가면 다시 나오지 못하는 포획 상태에 머무른다. 광물질에 가해지는 방사선의 양은 항상 일정하므로 이에 노출된 총 시간을 1년 동안 쬔 방사선 양으로 나누면 연대를 추정할 수 있다.

이렇게 특정 물질 내에 존재하는 전자의 변화를 재는 방법을 ‘포획전자 연대측정법(Trapped Electron Dating)’이라 부른다.

‘어핑튼의 백마’는 빛 자극에 민감한 백악 자갈의 결정 속 전자 변화를 비교하는 ‘광자극형광 연대측정법’으로 나이를 알아냈다. 원리는 단순하다. 광물질이 햇빛에 노출되면 잠깐 사이에 전자 집합이 느슨해지며 금세 사라져버린다. 이와 반대로 땅속에 묻혀 햇빛과 차단되면 다시 전자가 축적되기 시작한다.

특정 지층의 연대를 알아내려면 석영이 함유되어 있는 토양 표본을 빛에 닿지 않게 포장해서 실험실로 가져간다. 가시광선에 해당하는 파장의 빛을 쐴 때 생기는 형광물질 즉 광자극형광(Optically Stimulated Luminescence)의 양을 측정하면 연대 계산이 가능하다.

그러나 햇볕에 노출된 광물질 내부의 전자 집합이 모두 사라져야만 기준 영점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 단점이다. 전자 집합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연대측정에 오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 정확한 시기를 알아내려면 다양한 연대측정법을 혼합해 사용하고 결과를 비교하는 것이 좋다.

빛 아닌 열에 민감한 열형광을 이용하기도

빛이 아닌 열에 민감한 전자 집합의 변화를 재는 방법도 있다. ‘열형광 연대측정법(TL Dating)’이다. 광물질이 고온에 노출되어 결정 속 전자들이 모두 사라지면 영점을 잡을 수 있다. 이를 기준으로 이후 축적된 전자의 양을 재는 것이다.

열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불에 닿은 물질의 연대를 재는 데 유리하다. 석기시대부터 철기시대까지 지속적으로 쓰였던 토기 유물이 주요 대상이다. 게다가 토기는 흙으로 만들기 때문에 토양 속 방사성 물질까지 그대로 함유하고 있다.

광물질 내부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은 알파, 베타, 감마 등 크게 세 가지 종류가 있으며 투과 정도가 각기 다르다. 알파선은 0.02밀리미터, 베타선은 0.2밀리미터, 감마선은 20센티미터다. 출토된 토기의 표면을 살짝만 긁어내도 알파선이나 베타선이 영향을 끼치지 못한 부위가 드러난다.
▲ 빛 또는 열을 가하면 광물질 속에 갇혔던 전자들이 방출되며 형광이 발생한다. ⓒWikipedia

이곳의 방사선 양과 토기 표면의 방사선 양을 비교하면 어느 곳에서 얼마의 방사선이 가해졌는지 알아낼 수 있다. 표본에 섭씨 500도 이상의 열을 가하면 전자 집합이 탈출하며 열형광(Thermo- Luminescence)이 발생한다.

오랜 기간 동안 방사선을 많이 쬔 표본일수록 열형광이 많이 발생하므로 이를 기준으로 연대를 확정한다. 열형광 연대측정법은 방사성탄소 연대측정법의 한계인 5만 년을 넘어서는 유물의 나이를 알아낼 때 유용하게 쓰인다.

석기시대에 불을 피웠던 흔적 주변에서 토양이나 토기를 추출하면 고열이 가해져 전자 집합이 빠져나간 기준 광물을 채취할 수 있다. 네안데르탈인이나 크로마뇽인처럼 불을 사용한 인류 화석의 연대를 잴 때는 열형광 측정법이 적합하다.

이빨은 전자스핀의 공명을 측정해 나이 알아낸다

신체 부위 중 이빨이 출토되었을 때는 포획전자 연대측정법 중에서 ‘전자스핀공명 연대측정법(ESR Dating)’을 사용한다.

이빨이 땅속에 묻히면 물에 녹는 수용성 우라늄이 스며들어 방사성 동위원소를 갖게 된다. 토양에 방출하는 자연 방사선의 영향을 받으면 전자의 이동이 활발해지고 일부가 결정 안에 포획된다.
▲ 동물이나 인류의 이빨이 발견되면 '전자스핀공명 연대측정법'을 이용해 대략의 시기를 알아낸다. ⓒWikipedia
채취한 이빨의 일부를 가루 내어 극초단파에 노출시키고 자기장을 가한다. 그러면 자기장의 세기를 바꿀 때마다 포획전자들이 극초단파와 공명을 일으킨다. 공명이 클수록 이빨이 오래되었다고 볼 수 있다. 정확도는 떨어지지만 대략적인 시기를 알아낼 때 유용하다.

전자는 위쪽 또는 아래쪽의 두 가지 방향으로만 자전을 하며 이를 스핀(spin)이라 부른다. 자기장에 따라 극초단파와 공명을 일으키는 스핀만을 검출하기 때문에 ‘전자스핀공명(Electron Spin Resonance)’이라 부르는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 유물의 연대를 결정하는 방식은 ‘상대적 연대결정법’과 ‘절대적 연대결정법’으로 크게 나뉜다. 상대적 방법은 시기의 순서만을 정하지만 절대적 방법은 분명한 시기를 알아낼 수 있다.

절대적 방법은 세부적으로 △방사성탄소 △우라늄 △포타슘-아르곤 등을 이용한 직접적 측정법인 ‘방사성 붕괴 연대측정법’과 △광자극형광 △열형광 △전자스핀공명 등을 이용한 간접적 측정법인 ‘포획전자 연대측정법’으로 나뉜다.

과학의 발전으로 유물의 나이를 알아내는 방식도 다양해지고 정교해졌다. 증거와 물리법칙에 기반해 정확한 시기를 측정하는 과학자들의 노력을 이길 방법이 또 있을까.


임동욱 객원기자 | im.dong.uk@gmail.com

저작권자 2013.06.28 ⓒ ScienceTimes

"페이스북은 거울, 트위터는 확성기 역할"

"페이스북은 거울, 트위터는 확성기 역할"

연령대별로 다른 소셜미디어 문화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전달하기 위해 시작되었던 초기의 목적과는 다르게 최근의 소셜미디어 문화는 점점 심해지는 나르시시즘을 반영하여 확산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페이스북은 거울과 같은 역할을 하며, 트위터는 확성기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
▲ 최근의 소셜미디어는 처음 등장했을 때와는 다르게 점점 심해지는 나르시시즘을 표현하는 도구가 되고 있다. ⓒfacebook.com

미국 미시간 주립대 과학자들은 최근 '인간행동 속의 컴퓨터' 온라인판을 통해 대학생 486명과 성인 9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 연구는 연령대별로 나르시시즘과 각기 다른 소셜미디어와의 관계를 비교한 최초의 것이기도 하다.

연구진은 여성이 전체 실험 참가자 중 4분의 3에 속하며, 평균 연령이 19세인 대학생 집단과 대부분 백인 여성인 평균 연령 35세의 성인 집단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하였다. 각 집단을 대상으로 소셜미디어 사용의 실태와 나르시시즘의 여러 측면을 성적 평가 한 뒤, 설문 조사를 실시하였다.

나르시시즘의 여러 측면인 △과시성 △착취성 △우월감 △권위 △자기충족성을 측정하였다. 또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올리는 게시물의 양과 다른 사람들의 게시물을 읽고 댓글을 다는 등 각 소셜미디어에서 소비하는 시간을 측정함으로써 이런 활동의 양이 나르시시즘과 관련이 있는지를 추적하였다.

연령대별로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
조사 결과, 대학생들 가운데서 나르시시즘의 특정 측면 점수가 높은 사람들은 트위터에 더 자주 게시물을 올렸지만 일반 중년 성인 나르시시스트들은 페이스북의 상태를 자주 업데이트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 다른 소셜 미디어를 통해 나르시시즘을 나타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연구진은 페이스북이 중년의 나르시시스트들에게 일종의 '거울'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다시 말해, 남들에게 보이는 자신의 이미지를 가꾸는 일과 함께 남들이 그런 이미지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점검하는 것이다. 남들에게 '어떻게' 보여지는가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나르시시즘 성향이 강한 대학생들은 주로 트위터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있었다. 트위터가 일종의 '확성기' 역할을 하면서, 자신의 의견이 얼마나 중요한지 과대평가하는 경우가 젊은이들 사이에 많이 나타나고 있었다.

이 연구 결과를 통해 대학생과 성인들은 각각 자아(Ego. 본능적 충동들에서 파생되어 그것들을 규제하는 행위력)를 높이고, 자신에 대한 남들의 인식을 통제하기 위해서 서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연구진은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이 남들의 게시물을 읽고 댓글을 다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을 소비하느냐 뿐만이 아니라, 실제로 얼마나 자주 자신의 게시물을 업데이트하는 지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며 "나르시시즘이 소셜미디어 사용을 증가시키는지, 반대의 상황인지 아니면 다른 요인들이 있는지에 대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대적 박탈감으로 기피하는 경우도 생겨나

영국의 여론조사 기관인 원폴이 여성 2천명을 대상으로 '소셜미디어 거짓말 빈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약 25%는 "한 달에 1~3회 SNS에서 자신의 삶에 대해 과장하거나 거짓말을 한다"고 답했다. 직업의 상세 정보나 휴가 내용을 과장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SNS에서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SNS상에서 타인의 삶에 질투를 느끼거나 지인에게 남다른 인상을 주고 싶기 때문이라고 원폴은 밝혔다. 실제 삶과 다른 모습을 타인에게 보여줌으로써, 상대적 박탈감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또한 부산대 신문방송학과 황성욱·박재진 교수가 대학생 374명을 대상으로 '페이스북의 심리적 문제점'을 조사한 결과, '타인을 의식해 가식적이고 과장된 게시물을 올려야 된다는 압박감'이 3위에 올랐다고 한다. 또한 '친구나 지인이 공개한 미화된 삶의 모습을 접하면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2위를 기록하기도 하였다.

SNS를 통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해 SNS를 기피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으며, 점차 SNS와 실제 삶의 괴리감이 커지면서 심할 경우에는 정신 장애까지 일으키는 경우도 있었다.


이슬기 객원기자 | justice0527@hanmail.net

저작권자 2013.06.28 ⓒ ScienceTimes

2013년 6월 28일 금요일

세균 간 대화에 열쇠가 숨어있다?

세균 간 대화에 열쇠가 숨어있다?

[인터뷰] 류충민 생명(연) 슈퍼박테리아연구센터 박사

 
 
예로부터 청국장, 된장국과 같은 발효음식은 건강에 이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밀폐된 공간에 일정기간을 숙성시켜 좋은 효소가 자라게 하는 원리를 이용한 발효 음식은 그 냄새부터 특수해 익숙지 않은 사람에게는 다소 불쾌할 수 있을 정도로 특유의 향을 지니고 있다.

청국장과 된장의 냄새는 발효에 쓰이는 미생물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특히 이들 음식에는 고초균이 서식하는데, 국내 연구진이 된장 안에 있는 고초균의 항생제 메커니즘 원리를 밝혀 주목을 받고 있다.

류충민 생명(연) 슈퍼박테리아연구센터 박사 연구팀이 냄새가 세균과 세균의 중요한 대화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특정 세균의 냄새(휘발성 물질)가 다른 세균에게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발견한데 이어, 냄새가 세균의 항생제에 대한 저항성을 변화시키고 운동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다. 이 연구결과는 '네이처(Nature)' 자매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분리된 공간에서 세균은 대화중
▲ 류충민 생명연 슈퍼박테리아연구센터 박사 ⓒScienceTimes

“이번 연구는 특정 세균의 냄새가 우리 몸에 악영향을 끼치는 미생물의 성장을 저해한다는 내용입니다. 된장발효에 쓰이는 발효균이 있는데, 이 균이 바로 그것이죠. 일명 ‘고초균(Bacillus subtilis)’ 이라고 합니다.

고초균이 갖고 있는 특정 냄새는 공기 중으로 퍼지면서 다른 미생물에 영향을 끼치는데, 특이한 냄새성분이 다른 나쁜 균의 운동성을 저해하는 거죠. 여기서 ‘나쁜 균’이란 대장질환을 유발하는 대장균(E. coli)을 가리킵니다.”

류 박사팀의 이번 연구는 냄새만으로 미생물 사이에 커뮤니케이션이 발생한다는 것을 밝힌 것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좋은 미생물의 냄새가 나쁜 미생물을 억제하는 데 해당 냄새성분을 사용한다는 사실은 앞으로 바이오메디컬 분야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 더욱 관심을 끈다.

세균이 아닌 세포의 경우 우리 인체가 외부로부터 자극을 받으면 뇌에 그 신호가 전달돼 세포 사이에 긴밀한 소통이 이뤄지면서 반응을 보이고, 이는 신체를 위험으로부터 방어하는 중요한 기제가 된다. 여기서 세포는 서로 연결돼 있기에 대화가 이뤄진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

이와 비슷한 원리로 세균 간에도 접촉된 상태에서 대화를 한다는 것이 기존의 정설이었다. 이런 가운데 발표된 류 박사의 연구는 공간적으로 분리된 세균이 대화를 나눈다는 내용인 만큼 학계에서는 이를 매우 흥미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쉽게 설명을 해볼까요. 집 안 화장실 하수구를 살펴보면 벽면으로 미끈한 막이 형성돼 있는 것을 볼 수 있죠. 그게 바로 세균입니다. 그런데 청소를 한 다음, 한 달 후에 다시 꺼내봐도 여전히 미끈거려요. 이것은 바로 세균 간 커뮤니케이션이 긴밀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사례입니다.

외부 자극에 의해 이들 세균이 없어져도, 다시 세균끼리 긴밀하게 대화를 해서 똑같은 형태가 만들어지기 때문이죠. 이번 연구는 공간적으로 분리된 상태에서도 커뮤니케이션이 발생한다는 것을 밝혀냈다는 게 핵심인데요, 더욱 쉽게 이야기 하자면 유선 상태 뿐 아니라 무선 상태에서도 대화가 가능하다고 할 수 있지요.”

연구팀은 세균을 키우는 배지 중간을 막은 후 한 쪽에는 된장냄새를 풍기는 고초균을 자라게 하고, 다른 한 쪽에는 대장균을 각각 자라게 했다. 이후 공간적으로 분리된 조건에서 고초균의 냄새가 대장균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유전체 기술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 예상했던 것보다 더 뚜렷한 결과가 나타났다.

“세균이 냄새를 풍긴 지 6시간 만에 대장균의 160개 유전자 발현이 급격하게 변한 것을 알 수 있었어요. 그 중에서도 운동성과 관련한 유전자와 스트레스 저항성 관련 유전자는 냄새에 특이하게 반응했죠. 이 실험을 통해 배지 상에서 고초균 냄새의 영향을 받아 대장균의 움직임이 빠른 시간 안에 없어진 것도 발견했고요.”

또한 고초균에 휘발성물질을 처리해 운동성이 사라진 대장균을 대상으로 항생제에 대한 반응성을 조사했더니, 총 13종의 항생제에 대한 대장균의 민감도에도 변화가 나타난 것으로 확인했다.

“이 중 3종의 장염 치료에 많이 쓰이는 ‘세팔로스포린(Cephalosporin)’ 계열 항생제 대한 유효성이 증가한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이것은 세팔로스포린 계열 항생제에 대한 내성균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항생제 보완 첨가물질로서의 활용 가능성을 말해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한 보도에 따르면 장염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하는 세팔로스포린 계열 항생제로 인해 또 다른 장염이 유발되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류충민 박사의 이번 연구는 향후 대장관련 질병을 치료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와 같이, 류충민 박사팀의 이번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강력한 항생제에도 소멸하지 않는 슈퍼박테리아 연구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항생제의 잦은 사용에 저항하기 때문에 그야말로 초강력 박테리아로서 기능하는 이것은, 환자의 목숨을 앗아갈 정도로 매우 위험하다.

“제가 속한 곳이 슈퍼박테리아연구센터입니다. 앞으로 슈퍼박테리아가 의료계에서 상당한 문제가 될 것을 예상해 해당 분야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것이죠. 현재도 병원의 중환자실에서 환자의 3분의 1 이상이 슈퍼박테리아 감염이 원인이라고 합니다.

슈퍼박테리아에는 항생제 처리가 물처리와 비슷할 정도로 어떠한 효과도 얻을 수 없어요. 하지만 휘발성물질과 기존의 항생제를 함께 사용한다면 더욱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겠지요. 이를 통해 슈퍼박테리아가 소멸하는 현상을 발견한다면, 의학계에서도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새로운 시도로 의학 저변 넓혀
▲ 고초균 냄새에 의한 대장균의 운동성 감소 모습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류충민 박사팀의 이번 연구는 기존의 연구와 다른 차원의 시도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기존 연구의 경우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하는 데 집중했다면, 류 박사팀은 기존 항생제에 다른 물질을 섞어 효과를 높이는 방향으로 접근했다.

“저는 식물과 미생물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를 전공했습니다. 식물과 미생물이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을 하는지 계속 살펴본 것이죠. 그러다가 식물과 세균이 아닌, 세균과 세균 사이에는 어떤 작용이 일어날까 궁금했어요. 기존 ‘식물-세균’ 간 연구 시스템에 ‘세균-세균’ 간 연구를 진행하니 예상 외로 반응이 잘 나오더라고요. 이후로 세균의 냄새성분을 연구했고, 지금은 해당 냄새 성분을 각각 갖고 있습니다.”

의외의 성공적인 결과는 류 박사를 더욱 깊은 내용이 들어 있는 연구로 이끌었다. 세균의 냄새에 따른 반응이 거리에 따라 다르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세균은 빨리 소멸했지만, 먼 거리의 세균은 다소 약하게 반응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고초균의 냄새를 맡고 대장균의 운동성이 멈춘다는 것을 알았어요. 하지만 과학적으로 이 결과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왜 안 움직이는가’에 대한 증명이 필요합니다. 그 과정이 쉽지 않았어요. 세균의 운동성이 무엇에 의해 정의되는지 모두 고려해야 하는 작업이었거든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류 박사는 대장균에 내재한 유전자 3~4천개를 모두 DNA 마이크로어레이 기술을 통해 확인했다. 3천개 유전자의 영향을 개별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만큼, 당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도했던 연구는 앞으로의 더욱 심화된 연구를 가능케 하는 자산이 됐다.

“이번 연구는 미생물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냄새를 통해 일어난다는 것을 밝혔다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슈퍼박테리아나 다제내성균 등에 대해 새로운 방법을 제안했다고도 할 수 있죠. 물론 하루 이틀 사이에 출시될 해결책은 아니지만 응용 분야에서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볼 수 있죠.”

최근 프랑스 파리로 출장을 다녀왔다는 류충민 박사는 그곳 파스퇴르연구소에서 자신과 같은 연구를 하는 연구팀과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고 말했다.

“파리에서도 슈퍼박테리아에 대한 심각성에 공감하더군요. 현재 파스퇴르연구소에서는 쥐와 물고기 등을 통해 실험을 진행하고 있는데 앞으로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해 더욱 다양한 성과를 기대할 것입니다. 더 나아가 사람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임상실험 단계까지 끌고 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3.06.28 ⓒ ScienceTimes

성실실패 용인제도…법으로 규정

성실실패 용인제도…법으로 규정

과학기술기본법 개정 입법공청회

 
 
'과학기술기본법'은 과학기술의 기본이념, 정책범위, 정책분야별 기본원칙, 과학기술기본계획 수립, 국가과학기술심의회 구성·운영 등 과학기술 정책과 관련된 기본적인 사항들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과학기술 분야 최상위 법률이다.

이 기본법이 창조경제, 국민행복 실현 등 시대흐름과 맞물려 전면적인 개정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렇게 대폭적인 수정·보완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지난 2001년 법이 제정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7일 오후 서울 JW메리어트 호텔에서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안 공청회'를 열고, 그동안 수정·보완한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에서는 연구개발에서 신산업·일자리 창출에 이르기까지 전주기에 걸쳐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창의·도전적 연구, 기술 창업화에 역점
내용이 수정·보완된 것은 크게 세 가지다. 과학기술의 경제적·사회적 역할과 관련된 미비점 보완이 주요 골자다. 경제적 역할에 있어서는 창의적·도전적 연구개발 강화, 연구성과의 확산(기술이전 및 실용화), 기술창업화 및 기술집약형 중소기업 지원 등에 대한 조항을 신설했다.
▲ 27일 오후 서울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안 공청회'. 그동안 수정·보완한 개정안을 놓고 다양한 의견들을 교환했다. ⓒScienceTimes

창의적·도전적 연구개발 강화 조항에는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에서 정한 성실실패 용인제도의 근거 규정을 기본법으로 격상시켰다.

기술창업화 및 기술집약형 중소기업 지원 조항에서는 대학과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창업지원 조직 육성, 기술창업기업 및 기술집약형 중소기업에 대한 세제·금융 지원 등 시책 수립 및 추진 근거 마련 등을 포함시켰다.

과학기술의 사회적 역할을 위해서는 과학기술을 활용한 사회문제 해결 조항을 신설했다.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국가적·사회적 현안 및 범지구적 문제해결을 위한 시책을 수립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자는 취지다.

또 과학기술 역기능 방지조항을 신설해 연구개발 성과가 국가·사회·개인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윤리적 가치를 침해하지 않도록 규정했다.

마지막으로 과학기술 총괄규범으로서 충분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규정을 보강했다. 과학기술과 관련된 개별법, 기본계획이 기본법 목적·이념에 맞지 않을 경우 개정을 요청할 수 있는 조항과, 정직한 연구수행, 연구성과 부정유출, 안전한 연구실 환경 등에 관한 조항을 신설했다.

또 연구책임성 확보를 위한 제재규정을 강화했으며, 민간 기술혁신에 대한 지원범위를 기술개발에서 사업화까지 혁신활동 전반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지원규정을 대폭 보강했다.

전체 R&D 조율할 수 있는 거버넌스 필요
한편 이날 공청회 패널토론에서 박은정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에 개정되고 있는 기본법안이 전체 정부 부처 업무를 포괄하는 복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세부 조항에서 있어서도 과학기술인력 창출에서 일자리 창출까지 광범위한 내용을 담고 있어 특별법이 아우러져 있는 느낌이라며, 선언적이면서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만큼 정교한 시행령, 시행규칙이 전제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승완 대덕 이노폴리스벤처협회장은 대덕단지 출연연구소를 통해 연간 1천 건이 넘는 특허출원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기업이전이 되고 있는 기술은 8%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대부분 공급자 중심의 R&D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라며 연구현장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또 부처 대다수가 과학기술 관련법을 운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 R&D와 성과확산 부문을 모두 조율할 수 있는 장치(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성과 부문에서 범 부처 차원의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며, 기본법 안에 이를 포괄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승재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기본법 자체가 선언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추상적일 수밖에 없다며, 실제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산업기술과 연계해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법 조항이 되기를 기대했다.

손경한 성균관대 교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는 김승환 과실연 공동대표, 오영제 출연연연구발전협의회장, 최준환 미래부 과학기술정책과장 등이 참석해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다.

미래부는 이번 공청회에서 제시된 의견을 반영해 최종 개정안을 수정·보완하고, 법제처 심의, 국무회의 등을 거쳐 오는 9월까지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또 과학기술 시책 추진에 필요한 수단이나 기본법에 규정하기에 다소 구체적인 사항들은 관계부처와 협의, 개별법의 제·개정을 논의해 나갈 예정이다.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3.06.28 ⓒ ScienceTimes

2013년 6월 27일 목요일

빛 산란으로 감춰진 물체를 보다

빛 산란으로 감춰진 물체를 보다

[인터뷰] 박용근 KAIST 물리학과 교수

 
‘벽 뒤에 있는 물체를 볼 수 있다면?’ 이러한 질문은 판타지 영화 등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물음이다. 투명한 물체가 아닌, 불투명한 물체 뒤에 있는 사물을 볼 수 있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기술’이라기보다 ‘신비한 능력’으로 간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투명한 물체 뒤의 사물을 볼 수 있는 것은 물리학적으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논리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빛 산란으로 감춰진 물체를 볼 수 있는 ‘빛 산란 제어기술’을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박용근 카이스트 물리학과 교수가 우리의 실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빛 산란을 홀로그래피를 이용해 손쉽게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해당 기술은 미국 MIT 분광학 연구소와 공동으로 진행한 것으로, 세계적인 과학저널인 '네이처(Nature)'가 발행하는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빛, 흡수와 산란 사이
▲ 박용근 카이스트 물리학과 교수 ⓒ황정은

최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게시물이 있었다. 바로 ‘투명테이프의 재발견’ 이라는 게시물로, 이는 불투명한 유리창에 투명테이프를 부착하자 흐릿하게 보이던 유리가 투명해지는 현상이었다. 많은 대중들은 이를 신기해했으나 간단한 과학적 원리만 알게 되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투명테이프로 불투명한 유리의 요철이 메워져 빛 산란이 줄어들었고, 때문에 장애물 건너편의 사물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박 교수팀은 이러한 원리를 이용, 구름과 연기 같은 장애물로 인해 보이지 않던 건너편의 물체를 또렷이 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관찰하고자 하는 물체 중간에 위치한 장애물에 대해 빛 산란을 제어, 빛의 방향과 세기를 모두 기록하는 홀로그래피 기술을 활용한 것이다.

이 기술은 연기나 구름 같은 기체뿐 아니라 사람의 피부와 같이 산란이 심한 물체 뒤에 숨은 대상까지 관찰할 수 있어 매우 관심을 끌고 있다. 이는 산란된 빛의 정보를 기록한 후 각각의 빛을 정확하게 반대편으로 다시 반사해 본래 이미지를 얻어내는 과정이다.

“우리가 피부 속을 볼 수 없는 이유는 빛이 피부에 흡수되기 때문이 아니라, 빛 산란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만약 피부 속을 볼 수 있다면 질병의 진단과 치료가 매우 쉬워지겠죠. 하지만 아직 이렇게 만들 수 있는 기술은 없죠. 다만 실제로 아프리카에는 피부가 투명한 물고기가 살고 있다고 해요. 또한 아마존에는 배가 투명한 개구리가 있고, 우리 인체의 조직인 눈의 수정체는 유일하게 투명한 조직이죠. 피부가 투명한 생물들은 내장기관이 훤히 보이기 때문에 병을 치료할 때 훨씬 유리합니다.”

빛의 산란으로 피부 속이 보이지 않는 만큼, 역으로 생각하면 빛 산란을 제어할 경우 피부 속을 볼 수 있는 셈이다. 이때 제시된 아이디어 중 하나가 바로 ‘위상 공액(phase conjugation)’으로 알려진 현상으로, 박 교수팀은 세계 최초로 위상공액과 디지털 홀로그래피 기술을 이용해 산란이 심한 벽 뒤에 있는 물체의 2차원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다.

“한 가지 실험을 한다고 생각해볼까요. 콜라병을 가운데 놓고 한 쪽에서 반대편 이미지를 보면 왜곡이 일어나죠. 하지만 거울을 반대편에 놓고 사물을 보면, 거울이 빛을 반사시켜 다시 콜라병을 지나가게 하기 때문에 이미지가 더 왜곡돼서 거울이 없을 때보다 잘 안 보입니다. 이 콜라는 바로 우리의 세포라고 할 수 있어요. 피부에는 위 실험의 콜라병 같은 장애물이 수천, 수만 개 있죠. 때문에 빛 산란이 일어나는 것이고요. 그래서 나온 개념이 바로 ‘위상 공액(phase conjugation)’입니다.”

일반적인 거울을 콜라병 뒤에 놓았을 때는 거울을 놓기 전보다 더욱 심한 이미지 왜곡이 일어나지만, 만약 특수한 거울을 놓게 되면 이미지 왜곡을 제거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매직미러’이고, 자연계에는 이러한 매직미러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바로 이 시점에서 연구기술이 필요하게 된다.

이처럼 빛 산란 제어기술이 필요한 이유는 우리 몸 속 질환들을 보다 효율적으로 진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용근 교수는 해당 기술을 통해 피부 속 암 진단을 보다 빠르게 할 수 있는 단계가 연구의 최종목표라고 이야기했다.

“위암의 경우 내시경만으로는 표피세포 안에 있는 작은 암세포를 확인할 수 없어요. 내시경도 결국은 위의 겉 표면만을 보는 것이기 때문에 암세포가 있는지 모르죠. 만약 암으로 의심되는 무엇이 발견되면, 수술실에서 샘플을 채취해 병리학과로 넘기고, 그곳에서 분석한 후 암인지 아닌지를 결정내립니다. 결국 암인지 아닌지를 판독하는 동안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죠. 하지만 칼로 절개하지 않고도 피부 속에 있는 암세포를 볼 수 있다면 진단과정이 매우 획기적으로 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은 피부 속을 보자는 것이다. 이는 더 나아가 암뿐 아니라 사람의 뇌 연구에도 획기적인 전기를 맞이하게 할 수 있다. “최근에는 뇌 연구가 매우 활발하죠. 뇌와 같은 복잡한 구조는 연구하기에 정말 쉽지 않습니다. 절개하지 않고는 절대로 그 안을 볼 수 없죠. 때문에 뇌 안을 살아 있는 그대로 살펴보기 위해서는 빛 산란을 제어해야 합니다. 이번 기술은, 빛 산란으로 인해 보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셈입니다.”

연구는 아이디어에서 시작… “재미있는 연구 하고 싶다”
▲ 빛 산란 제어의 원리 ⓒ카이스트

박 교수의 이번 연구는 영화 '해리포터'의 ‘투명망토’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박용근 교수는 해당 연구결과가 ‘투명망토’와는 다르다고 이야기 했다.

“이번 연구결과를 내놓으면서 흔히 오해할 수 있는 것이 두 가지인데, 하나가 ‘투시’고 다른 하나는 ‘투명망토’입니다. 투시의 경우 옷 속을 본다고 할 때, 한쪽에서 빛이 옷을 뚫고 지나간 다음, 옷 안에서 뚫고 나와야 하죠. 들어가는 빛과 나오는 빛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결국 속이 보인다는 것인데, 아직 여기까지 기술이 발전하지는 못했어요. 들어가는 빛과 나오는 빛이 제어돼야 합니다. 또 한 가지, 투명망토는 망토 속 물체를 보지 못한다는 것인데 물리적으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아요.”

박 교수에 따르면 한 물체를 원통형 물체(망토)로 덮는다고 할 때, 안의 물체가 보이지 않기 위해서는 빛이 물체를 교묘하게 피해 결국은 직진하는 것처럼 느껴져야 한다. 투명망토를 씌운 구조체는 다양한 형태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빛이 그 형체를 피해 휘어져서 지나간다는 것은 실험적으로 구현될 수 있어도 아직 그 수준이 매우 미미하다.

이처럼 해당 연구가 ‘투시’ 혹은 ‘투명망토’와는 다르지만, 여러 가지를 연상케 한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 있는 연구주제라고 할 수 있다. 박 교수는 자신의 연구 주제에서도 신선한 아이디어와 재미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기로 유명하다.

“저는 재미있어 보이는 과제를 연구하라고 학생들에게도 말합니다. 다른 사람이 한 연구가 재미있어 보인다고 해서, 그것을 따라하면 안되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저런 게 있을 수 있나’ 싶은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모르는 것을 연구해야 합니다. 결국 이미 ‘그것은 안 돼’라고 평가되어진 연구를 하라는 이야기죠. 재미있어 보이는 아이디어를 찾고, 동시에 실생활에 도움을 주는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이번 연구는 박용근 교수가 박사과정을 밟고 있을 당시부터 생각해낸 아이디어다. 박 교수의 지도교수가 빛 산란을 제어해 사람 몸속을 볼 수 있는 아이디어를 품고 있었는데, 당시에는 기술이 아이디어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2000년대 중반부터, 홀로그래픽을 합성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 되면서 이러한 연구가 조금씩 실질화되고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이번 연구는 어려운 이론이 들어가지 않았죠. 학부 1학년생 수준에서 배우는 이론이면 충분합니다. 저는 어려운 연구보다 신선한 발상과 이전에 없던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이번 연구는 그간 사람들이 힘들다고 생각한, 2차원 이미지를 홀로그래피로 제어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박 교수는 이 기술이 앞으로 정보의 암호화와 군사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더욱 심도 있는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3.06.27 ⓒ ScienceTimes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리튬이온전지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리튬이온전지

세계 신산업 창조 현장 (21)

 
 
지난 2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전지업체인 GS유아사(GS Yuasa) 코퍼레이션과 미쓰비시(三菱) 상사, 독일 자동차 부품업체인 보쉬 등 3개사가 전기자동차(EV)용 리튬이온전지 업체를 공동 설립했다고 밝혔다.

합작법인은 한번 충전으로 400km를 달릴 수 있는 전지를 개발해 오는 2017년말까지 양산 체제를 갖출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EV용 전지 용량의 2배에 달하며, 일반 휘발유 자동차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신문은 이들 3개 기업들이 힘을 합쳐 한국 기업 공세에 맞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3개 기업 중 50%를 출자한 보쉬는 세계 최대 자동차부품회사다. 지난 2008년 한국 삼성SDI와 함께 각각 50%씩 출자해 ‘SB모터스’라는 이름의 전지회사를 설립했지만 후에 갈라섰다.

2차 전지 시장서 한국기업들 계속 강세
미쓰비시 상사는 세계 전기차 시장의 절대 강자다. GS 유아사 코퍼레이션은 미쓰비시 자동차에 리튬이온 전지를 공급하고 있는 전지 메이커이다. 2007년에 미쓰비시 자동차, 미쓰비시 상사와 공동으로 ‘리튬에너지 재팬’을 설립하고, 생산시설을 계속 확장하고 있다.
▲ KAIST 신소재공학과 이건재 교수팀이 개발한 휘어지는 고효율 배터리. 휘어지더라도 전압이 3.9~4.2V로 거의 변하지 않고, 충·방전 1만 번(방전심도 80%) 정도의 안정적 작동이 가능하며, 2천200㎼h/㎤의 높은 에너지밀도를 지니고 있다. 초소형 리튬이온전지 개발이 급속히 이루어지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KAIST

한국 기업을 타깃으로 외국 기업들이 이처럼 연합전선을 펴고 있는 이유는 최근 한국 기업들이 자동차 전지분야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KOTRA에 따르면 LG화학은 현대·기아차, 포드(Ford), 르노자동차에 이어 GM의 전기자동차 ‘시보레 볼트’에 장착하는 리튬이온전지를 납품하고 있다. 스웨덴 볼보, 미국의 자동차부품사 이튼을 대상을 전지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공급계약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저가임에도 고품질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자동차사의 한 간부는 “일본 메이커보다 가격이 30% 이상 싼데도 불구하고 (샘플 실험 결과) 성능에 손색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납품물량이 늘어나면서 LG화학은 생산시설을 계속 증설중이다. 지난해 7월 미국 미시간 주에 전지공장을 착공한데 이어 한국에 투자비 1조원이 넘는 대형 공장을 건설중이다.

그동안 충전이 가능한 2차 전지 시장을 주도해온 것은 일본 기업들이다. 특히 산요전기는 하이브리드자동차(HEV) 용 니켈수소전지를 혼다, 포드, 폭스바겐 등에 공급한 실적이 있는 세계 최대 2차 전지 업체다.

하이브리드에서 이처럼 강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전기차 분야에서는 좀처럼 수주를 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 미국, 중국 등의 전지업체들이 산요처럼 자국 생산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 생산을 늘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초소형 전지에서 자가충전 생체전지까지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리튬 이온전지 시장은 약 2조원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2017년이 되면 10조 원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한국의 LG화학, 삼성SDI등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기업 점유율은 39%로 일본의 35%를 넘어서고 있다.

자동차 전지뿐만이 아니다. 전자 분야 등에서는 새로운 소형전지 시장이 새로 열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SNE리서치는 올해 리튬 2차 전지 출하량을 약 55억 셀로 예상하고 있다.

전년대비 약 10% 늘어난 수치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등 IT 장비를 비롯해 올해부터 본격화할 전기차용 배터리와 ESS의 시장은 지난해 142억6천만 달러에서 올해 165억7천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배터리의 경우 품질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는 용량이다. 배터리 크기를 가능한 줄이고, 충전용량을 늘리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IT 분야 역시 비슷한 흐름이다. 특히 휴대폰, 노트북, MP3, 3D안경 등에 들어갈 수 있는 초소형 전지 개발은 미래 시장 판도를 뒤바꿔놓을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전지크기를 줄이는 연구와 함께 보다 얇으면서 더 유연한 전지 개발도 이루어지고 있다. 이스라엘의 파워 페이퍼(Power Paper) 사에서는 얇으면서 동시에 유연한 플렉서블 전지를 개발중이다. 한국 기업인 로켓트전기 역시 이 전지를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투명한 전지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다. 스탠포드 대학 연구팀은 지난해 투명전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전극을 매우 가늘게 만든 후 그물처럼 엮는 방식을 사용했는데, 사람이 전지 유무를 밝혀낼 수 없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KAIST에서는 지난해 고효율 유연 배터리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머리카락 두께의 10분의1 정도 되는 얇은 배터리를 기판 위에 올리는 형태로, 상용화를 위한 연구가 진행중이다.

충전시간을 줄이는 연구는 이미 전 세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다. 최근에는 자가 충전이 가능한 초소형 배터리들이 개발되고 있다. 체내에 접촉해 오랫동안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의료기기 쪽에서 이런 연구가 진행중인데 미래 생체전지(Biofuel cell)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미래 시장을 의식해 글로벌 전지업체들 간에 전지 용량을 늘리고, 크기를 줄이며, 보다 더 편리한 기능을 집어넣고, 가격을 더 낮추려는 시도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향후 이 리튬이온전지 시장이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기대되고 있다.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3.06.27 ⓒ ScienceTimes

2013년 6월 26일 수요일

부부 과학자의 쾌거, “연구 시너지 더 높죠”

부부 과학자의 쾌거, “연구 시너지 더 높죠”

[인터뷰] 문회리 UNIST 친환경에너지공학부 교수

 
 
각 분야에서 성과를 이룬 사람들 중, 부부이기 때문에 남다른 활동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연예계와 의학계, 예술계 등에서 ‘부부 전문가’의 성공은 더욱 두드러지는데, 과학계에도 부부 동반 연구자들은 타 연구자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게 된다.

울산과학기술대학교(UNIST)의 대표 부부 과학자 문회리 친환경에너지공학부 교수와 주상훈 나노생명화학공학부 교수의 연구 성과가 주목을 받고 있다. 공기나 용액 등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나노 다공성 금속산화물을 더욱 간단하고 저렴하게 만들 수 있도록, 새로운 합성법을 개발한 것이다.

문회리 교수와 주상훈 교수의 이번 연구는 화학 분야의 최고 권위지 중 하나인 '미국화학회지(J. Am. Chem. Soc.)'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새로운 합성법 제시
▲ 주상훈 교수(좌), 문회리 교수(우) ⓒ문회리

나노 다공성 금속산화물이란 청동과 동, 철 등의 금속을 산소와 결합시킨 금속 화합물입자 내부에 아주 미세한 구멍이 뚫려 있는 물질을 말한다. 해당 굵기는 머리카락 두께보다 수 만분의 일이 작은 사이즈로, 공기나 용액 등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구멍이 있어 흡착제와 촉매제로 사용되고 있으며 약물을 전달하고 에너지를 저장하는 매체 등으로 다양하게 적용돼 왔다.

여러 분야에 중요하게 사용되는 만큼, 나노 다공성 금속산화물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은 계속 제기됐고 많은 연구자들에 의해 연구가 진행돼 왔다. 특히 기존에는 계면활성제를 이용해 기공을 만들어 왔는데, 이 방법은 고온의 공정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고내열성인 실리카 이외의 다양한 금속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존재했다.

“기존의 계면활성제를 이용하는 나노다공성 실리카 합성법은 고온의 공정으로 제조효율이 떨어지고 실리카 외 금속 산화물 합성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여러 분야의 과학자들이 나노 기공을 가지면서도 구조체는 결정성을 띠는 금속 산화물을 합성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어요. ‘증발-유도 자기조립 (evaporation-induced self-assembly)’, ‘나노 주조기술 (nanocasting)’, ‘나노입자 자기조립(nanoparticle self-assembly)’과 같은 다양한 방법이 개발돼 왔죠. 그러나 간단한 합성법을 통해 나노 다공성 금속 산화물의 기공 구조를 조절하는 것은 여전히 해결되어야 할 문제 중 하나였습니다.”

문회리-주상훈 교수는 앞서 언급한 기존 연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금속 이온과 유기 리간드를 간단한 방법으로 결합시킨 후 열처리를 통해 나노 다공성 금속 산화물을 합성했다. 기존의 방법과 비교하면 화학물질의 사용과 합성단계를 대폭 간소 하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이번 연구는 금속이온과 유기 리간드의 결합물질을 골격으로 나노 다공성 금속 산화물을 합성하는 새로운 합성법을 제시한 연구입니다. 해당 방법을 이용하면 단순한 공정으로 저렴하게 나노 다공성 금속 산화물을 합성할 수 있죠. 여기서 금속 이온과 유기 리간드를 결합한 물질을 일컬어 ‘금속-유기 골격체’ 라고 하는데, 기존 연구에서는 해당 ‘금속-유기 골격체’ 자체의 응용성 연구에 집중해 왔다면, 이번 연구에서는 금속-유기 골격체를 하나의 반응물로 사용했습니다. 즉, 간단한 발상의 전환으로 새로운 물질을 합성할 수 있었던 것이죠.”

문회리-주상훈 교수팀이 개발한 금속 산화물은 합성된 기공으로 인한 표면적 확대로 반응효율이 좋아져 기공이 없는 상용 마그네슘 산화물에 비해 이산화탄소 흡착능력이 10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연구팀은 기존에 사용되던 방향족 대신 지방족 유기 리간드로 대체해 공정온도를 낮춤으로써 높은 온도로 인한 입자 뭉침을 극복할 수 있었다.

“‘방향족 유기 리간드’란 분자 속에 벤젠고리를 가진 유기화합물로 벤젠의 유도체를 말하며, ‘지방족 유기 리간드’는 분자 속 탄소원자가 고리구조를 갖지 않는 유기물질을 말합니다. 따라서 두 물질의 물리 화학적 특성이 상당히 다른 셈이죠. 특히 열적 안정성은 지방족 유기 리간드가 대체로 더 낮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기존 금속-유기 골격체에서 주로 사용된 방향족 유기 리간드를 열안정성이 더 낮은 지방족 유기 리간드로 대체함으로써 열분해 공정 온도를 낮추고, 고온 공정으로 이한 금속 입자 뭉침 현상을 극복할 수 있었죠.”

고리구조가 없는 지방족 유기 리간드의 경우 입자가 뭉쳐지기 전에 휘발되면서 기공을 만들게 되며, 스스로가 기공 유도물질로 작용하기 때문에 계면활성제가 따로 필요 없다. 때문에 연구팀은 이와 같은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

“주 교수, 성격 다르지만 최상의 연구 파트너”
▲ 나노 다공성 마그네슘 산화물의 전자현미경 사진(왼쪽) 및 금속-유기 골격체의 열변환을 이용한 계층적 기공구조의 금속 산화물 제조과정 모식도 (오른쪽) ⓒ한국연구재단

이번 연구는 마그네슘이나 세륨, 망간 등 다양한 금속 산화물 합성에 응용될 수 있다는 점과 반응조건을 적절히 조절할 경우 원하는 크기의 기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회리 교수는 “저렴한 지방족 유기 리간드인 아디프산을 금속-유기 골격체에 도입해 활용도가 높은 나노 다공성 금속산화물을 쉽게 합성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 것에 큰 의의가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 이 방법을 이용해 앞으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점 역시 큰 의미를 가진다고 덧붙였다.

해당 연구는 문회리 교수와 주상훈 교수가 울산과학기술대학교에서 근무를 시작할 당시부터 지속적으로 이야기해 온 아이디어였다. 문회리 교수는 금속-유기 골격체 합성 전공자이며 주상훈 교수는 나노 다공성 물질 합성 전공자인만큼 두 사람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조합한 결과인 셈이다.

이처럼 각자의 전문분야를 내세운 이 연구의 총 1년 반의 기간은 서로가 최상의 연구 파트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우리 부부는 성격이 매우 달라요. 하지만 연구하며 부딪히는 일은 거의 없죠.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기 때문에 크게 다툴 일이 없는 것 같아요. 이번 연구도 논문을 제출한 후 저널(journal) 측으로부터 우리나라 시간으로 약 새벽 4시 경에 최종 수락 메일을 받았어요. 잠결에 메일을 확인하고 옆에서 잠자고 있던 주상훈 교수를 깨워 기쁨을 나눴던 기억이 나네요.”

문회리 교수는 평소 주상훈 교수와 상당히 많은 대화를 나눈다고 이야기했다. “하루에 두 세 시간씩은 연구에 관한 혹은 그 외의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에요. 서로 연구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대화를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거든요. 이렇게 대화를 하면, 논문만 읽어서는 얻기 힘든 연구의 미세한 부분들을 서로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두 배 이상의 시너지를 얻을 수 있어요. 이처럼 많은 대화 가운데, 서로 연구 아이디어도 얻고 힐링도 하는 것 같아요.”

문회리-주상훈 교수팀의 이번 연구는 기존에 없던 방법을 개발한 것인 만큼 합성 메커니즘을 설명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실험을 진행하는 과정이 매우 만만치 않았다. 실험양이 많을 뿐 아니라 분석과정도 힘든 시간이었지만, 문 교수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어 매우 뿌듯하다고 이야기했다.

“나노 다공성 금속 산화물은 응용할 수 있는 분야가 광범위합니다. 때문에 단순한 공정으로 저렴하게 대량 생산하는 방법을 개발하면 파생되는 산업적 가치가 매우 클 거예요. 이번 연구 결과는 나노 다공성 금속 산화물의 새로운 합성법 개발이라는 학문적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동시에 산업적으로도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다양한 금속 이온을 도입할 경우 이차전지 전극 소재와 수소 연료전지 촉매, 이산화탄소 흡착제, 중금속 흡착 분리제, 약물 전달체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적용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요."

문회리 교수 연구팀의 모토(motto)는 ‘지구를 살리자(Let's save our Earth)’이다. 이는 지구에 이로운 과학연구를 진행하자는 의미로, 연구팀이 수소 저장체 개발과 이산화탄소 저감 기술 등을 연구하는 이유 역시 바로 이러한 목표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지구에 득이 되는 연구를 계속 진행하고 싶습니다. 주 교수 역시 최근 연료 전지 촉매 연구에 몰입하고 있는데, 시간이 흐른 뒤 누가 보아도 ‘주상훈 표’ 연구였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자신만의 연구 색깔을 가지고 싶다고 합니다. 앞으로 우리 부부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로운 연구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3.06.26 ⓒ ScienceTimes

돈보다 명예…그리고 일할 기회를

돈보다 명예…그리고 일할 기회를

과학기술유공자 예우·지원입법 공청회

 
 
 
그동안 국내에서 국가유공자는 참전용사, 독립유공자, 민주화운동 희생자, 공무상 희생자 등으로 그 대상이 한정돼 있었다. 과학기술분야의 유공자는 훈장 수여 등을 통해 그 명예를 인정받는 수준에 그쳤다.

정부는 과학기술인이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지난 5월 28일 확정된 국정과제에 '과학기술유공자 지원법 제정'을 포함시켰다. 국가과학기술유공자에 대한 국가적 예우를 통해 이공계 기피현상을 막고, 과학기술인들의 사기를 불어넣자는 의도다.
▲ 25일 오후 2시 한국과학기술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과학기술유공자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가칭) 제정방안’ 공청회. 국내 최초의 과학기술유공자 법안인 만큼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됐다. ⓒScienceTimes

그리고 25일(화) 오후 2시 한국과학기술회관 소회의실에서 ‘과학기술유공자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가칭) 제정방안’을 주제로 공청회가 열렸다.

퇴직 후까지 전주기적 일자리 지원 필요
미래창조과학부 주최, 한국과학기술법학회 주관으로 열린 이날 공청회에서 손경한 회장은 최근 설문조사 결과를 설명하면서 "무엇보다 과학기술인들의 희망은 직접적인 금전적 혜택보다 명예의 존중, 퇴직 후 일할 기회 부여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과학기술자 유공자 입법에 있어 '과학기술유공자의 일하는 복지제도'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손경한 한국과학기술법학회장. ⓒScienceTimes
퇴직 과학기술유공자의 연령대를 구분해 퇴직 초기(61~70세)에는 정년 연장 차원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퇴직 후기(71세 이후)에는 중소기업 멘토링, 청년창업 지원, 해외봉사 등 봉사활동을 지원하는 실질적 내용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과학기술 유공자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가칭)'을 제정할 경우 중복입법을 피하기 위해 기존의 이공계 지원특별법과 과학기술공제회법 등의 개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공계지원특별법 상의 핵심 이공계 인력에 대한 연구장려금 및 생활보조금 지급제도는 신법에 흡수돼야 하며, 정부 예산 또는 복지기금에서 과학기술공제회에 출연하게 될 경우 과학기술공제회법을 함께 개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유공자 입법을 구체화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먼저 과학기술인의 복지와 근로실태를 반영해 1단계는 최소한의 예우와 일부 지원을 하는 것으로 하고, 2, 3단계에서는 지원 내용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단계별 추진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지속적으로 과학기술 현장의 소리를 수렴하고,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 목표는 과학기술인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전주기적 연구 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이라며, 가능한 많은 의견을 내줄 것을 주문했다.

과학기술인 범위 포괄적으로 확대해야
우리나라는 지난 2001년 상훈법 개정을 통해 과학기술훈장 및 과학기술포장을 신설했으며, 2003년부터는 한국연구재단, 산업기술진흥협회,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과학기술한림원, 한국과학창의재단 등 5개 기관을 통해 과학기술인에 대한 시상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 2012년에는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 대한민국과학문화상, 젊은과학자상, 한국과학상, 과학기술창의상, 테크노CEO상, 여성과학기술자상, 이달의과학기술자상, IR52장영실상 등 11개상을 수여하면서 27억원의 상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지난 5월 과학기술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많은 응답자들은 금전적 지원보다 명예의 전당 헌액, 국립묘지 안장, 본인명의 장학재단 설립 등과 같은 비금전적 예우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기술인 사기진작을 위해 특히 명예의 전당 헌액, 국립묘지 안장 등 비금전적 예우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62%에 달했고, 필요 없다고 응답한 경우는 8%에 불과했다. 유공자 예우방식과 함께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 법에서 정한 과학기술자의 범위다.

25일 열린 공청회 토론회에서 하성도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정책연구소장은 법에서 정한 과학기술인의 범위를 이공계 석사학위 소지자, 수상경력자 등으로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 분야 기여자들까지 확대해 포괄적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장재 한국과총 수석전문위원은 법 제정 취지와 관련 젊은 과학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체육인 연금제도와 같은 강력한 유인책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과학기술유공자연금재단(가칭)과 같은 기구를 설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방주 가천대 교수는 이번 법에 과학기술인들의 현직과 퇴직 이후를 모두 담은 전주기적 지원책이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유공자 선정에 있어 장기근속을 강조하기보다 실질적인 기여도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학수 과학기술한림원 정책학부장은 입법 과정에서 왜 유공자 대우를 해주어야 하는지, 그 당위성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며, 과학기술계 전체 사기를 진작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입법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입법과정을 주관하고 있는 미래부는 법 안에 국가과학기술유공자 예우 방안과 함께 과학기술인 복지에 관한 사항 등을 포괄적으로 담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청회 이후에는 본격적인 입법과정에 들어가 오는 9월 중 법률 제정안 마련하고, 오는 12월 법제처 심사를 거쳐 내년 초 법제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3.06.26 ⓒ ScienceTimes

2013년 6월 25일 화요일

세계 유명 가문을 괴롭힌 질병들

세계 유명 가문을 괴롭힌 질병들

메디치가의 구루병은 축복 받은 양육 환경 탓

 
 
합스부르크 왕조는 유럽 대부분의 지역을 6세기 동안 통치하면서 최고의 권력을 휘두른 유럽 최대 가문이다. 그런데 합스부르크가에서 배출된 왕이나 왕비들은 생김새만 봐도 대번에 알 수 있다. ‘합스부르크 턱(Hapsburg jaw)’으로 알려진 주걱턱과 위아래 턱뼈가 앞으로 툭 튀어나온 돌악(突顎)이 확연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 같은 특이한 인상은 거듭된 근친혼으로 인한 유전질환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합스부르크 가문 중 스페인 왕조의 경우 약 200년간 11차례의 결혼 가운데 9쌍이 사촌 이내의 근친 사이였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근친결혼 정책은 치명적인 결과를 낳았다.
▲ 심한 주걱턱이었던 카를로스 2세는 구루병에다 정신까지 박약했다.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당시 유럽의 어린이들은 10세 전에 사망한 비율이 약 20%였으나 그보다 훨씬 좋은 환경에서 성장한 합스부르크가 어린이들은 그 비율이 약 50%에 달할 만큼 유아 사망률이 높았다. 특히 스페인 합스부르크 왕조의 마지막 왕이었던 카를로스 2세는 근친혼으로 인한 유전병의 누적 결과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태어날 때부터 병치레가 잦았던 그는 왜소한 몸에 비해 머리가 기형일 정도로 컸으며 구루병에다 정신까지 박약했다. 그밖에도 각종 내장 질환을 앓았으며 원인을 알 수 없는 혈뇨로 고생했다. 역시 심한 주걱턱이었던 카를로스 2세는 두 번의 결혼에도 아이를 갖지 못했으며, 결국 합스부르크가는 전쟁이나 반란이 아니라 자손이 끊김으로써 몰락한 왕조로 기록됐다.

주걱턱의 경우 특유의 발음이 새는 말소리를 갖기 쉬우며, 음식을 효과적으로 씹지 못하므로 위에 부담이 되어 위장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또 주걱턱이면서 안면 비대칭인 경우 통증을 유발하므로 요즘은 심한 주걱턱일 경우 어릴 때 교정을 하도록 권하고 있다.

그런데 합스부르크가와 함께 유럽 최대 가문으로 꼽히는 메디치 가문도 특별한 질환을 앓았다는 사실이 최근 연구결과 밝혀져 주목을 끌고 있다. 15~16세기 피렌체공화국에서 가장 유력하고 영향력이 높았던 시민 가문, 메디치가는 공화국의 실제적인 통치자였다. 학문과 예술을 후원하여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주도한 명문가였으며,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갈릴레오의 후원자로도 유명하다.

메디치가 어린이 유골에서 구루병 확증 징후 발견돼
이탈리아 피사 대학의 발렌티나 지우프라 박사가 포함된 공동연구팀은 2004년 산 로렌조 성당의 지하 등에서 발견된 메디치가 출신 어린이의 유골 9구를 육안 및 엑스레이로 분석한 결과, 6구의 유골에서 구루병을 확증하는 징후가 발견되었다고 밝혔다.

가슴이나 등뼈가 굽어 곱사등이가 되는 구루병은 보통 심각한 대기오염 및 과밀화로 인해 햇빛 노출이 제한되는 도시 빈민들의 어린이가 잘 걸리는 질병으로 생각되어 왔다. 또한 구루병은 달걀이나 치즈와 같은 식품을 섭취하고 햇빛을 잘 쪼이면 쉽게 예방할 수 있는 질병이다.
▲ 메디치가의 어린이들은 축복 받은 양육 환경 때문에 오히려 구루병을 앓은 것으로 파악됐다.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하지만 영양 상태가 매우 양호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유한 메디치 가문의 어린이들이 구루병에 걸렸었다는 분석 결과가 나온 것은 의외다. 메디치가의 아이들을 구루병으로 몰아넣은 원인은 도대체 무엇일까. 연구팀이 밝힌 바에 의하면 그 원인은 놀랍게도 그들이 누렸던 ‘축복 받은 양육 환경’에 있었다.

연구팀이 메디치가의 어린이들이 구루병에 걸린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유골의 콜라겐 속에 들어 있는 질소동위원소를 분석한 결과, 그들은 르네상스 시대의 관습에 따라 두 살이 될 때까지 젖을 떼지 않은 것으로 밝혀진 것. 당시에는 부드러운 빵과 사과 등으로 죽을 만들어 모유와 섞어 먹였는데, 거기엔 비타민D가 충분히 함유되어 있지 않았다.

또 하나 중요한 원인은 메디치가의 어린이들은 태어나자마자 넓은 저택에서 고치에 싸인 누에처럼 포대기에 싸여 생활하다 보니 다른 아이들처럼 햇빛을 충분히 쪼일 기회를 얻지 못했다. 더구나 그 당시 귀족들은 자기 아이들이 햇빛에 그을리는 것을 몹시 싫어했으므로, 메디치가의 아이들도 집안에서만 생활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들에게 모유를 공급하는 메디치가의 어머니들도 높은 신분과 과도한 화장으로 비타민D 결핍증에 걸려 있어서 출생 전에 모체를 통해 필요한 비타민D를 공급받는 여느 신생아들에 비해 비타민D의 공급이 원활하지 못했다.

따라서 신생아들의 경우 여간해서는 구루병에 걸리지 않는 게 상례이나 이번 연구에 포함된 메디치가의 신생아 2명은 모두 구루병의 징후를 나타났다. 또 6세짜리 유골에서는 구루병으로 두개골이 약간 변형된 사실이 밝혀졌다.

조선의 왕들을 괴롭힌 종기와 눈병
그럼 세계사를 통틀어 매우 드물게 500년 이상의 역사를 이어온 조선의 왕들을 괴롭힌 특별한 질병으로는 무엇이 있었을까. 지난해 현직 한의사인 방성혜 씨가 ‘조선왕조실록’ 및 ‘승정원일기’ 등을 참고하여 펴낸 ‘조선, 종기와 사투를 벌이다’란 책에 의하면, 역대 조선의 왕 27명 중 12명이 종기를 앓았다고 한다.

즉위 2년 만에 사망한 문종의 경우 세자 시절부터 심한 종기를 앓아 부친상(세종)도 치르지 못할 정도였다. 실록에 의하면 침으로 문종의 종기를 따니 두서너 홉이나 되는 고름이 쏟아졌다고 한다.

성종도 배꼽 아래 종기가 생겨 민간의 종기 전문가를 부른 그날 사망했으며, 크고 작은 얼굴 종기와 등창을 앓은 정조는 종기 발생 24일 만에 숨을 거두었다. 그밖에 효종과 순조도 종기로 인한 패혈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며 현종, 숙종, 중종 등도 재위 기간 내내 종기로 고생을 했다.

조선의 왕들을 특히 괴롭힌 또 다른 질병으로는 눈병을 꼽을 수 있다. 세종대왕은 117일간이나 초정약수 인근에 행궁을 짓고 머물며 광천수로 눈병을 치료했으며, 즉위년 초부터 눈병을 앓은 현종은 중국으로 사신을 보내 눈병에 좋은 약재를 구했을 정도였다.

연산군과 광해군도 종기와 눈병으로 장기간 고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로 인해 업무를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 왕위에서 쫓겨난 여러 원인 중 하나인 것으로 해석하는 이도 있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보면 조선의 왕들은 대부분 비만과 당뇨병, 고혈압 때문에 고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하루에 다섯 끼를 먹고 몸을 거의 움직이지 않았을 뿐 아니라 정치적 스트레스가 심해 이런 질환들을 앓게 되었던 것. 종기와 눈병이 특히 많았던 이유도 거기에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 조선 왕들의 평균 수명은 만 44세인데, 이는 당시 평민들의 평균 수명으로 추정되는 40세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최고의 의료 혜택과 유아기 질병을 무사히 넘어 장성한 왕들의 수명이 일반 백성들의 평균 수명과 별 차이가 나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왕들이 수명이 짧았다는 증거가 된다. 당시 양반들의 평균 수명은 51~56세였으며, 궁중에서 생활한 내시들의 평균 수명은 70세로 조사된 바 있다.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 2noel@paran.com

저작권자 2013.06.25 ⓒ ScienceTimes

행복한 농업의 가치를 꿈꾸다

행복한 농업의 가치를 꿈꾸다

C-코리아…범부처 프로젝트 가동

 
 
창조 + 융합 현장 독일의 윤데(Jühnde) 마을은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청정에너지 자립마을이다. 지난 2005년 바이오연료를 이용한 열병합발전소를 건설한 후 전력을 자체 조달하는 것은 물론 남은 전력을 외부에 판매하고 있다.

이 마을을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그리고 이 마을을 모델로 새로운 청정에너지 마을들이 생겨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윤데 마을이 철저할 만큼 시민사회 협력에 의해 만들어진 마을이라는 것이다.
▲ 24일 오후 서울대학교 공학관에서 농산물과 자원의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열린 워크숍. 이 자리에서 행복한 농촌, 효율적인 폐자원 재처리를 위한 브레인스토밍이 이루어졌다. ⓒScienceTimes

인문사회 및 과학기술 연구자들, 그리고 정부·기업 등 관계자들이 마을 주민들과 협력해 세상을 놀라게 하는 청정에너지 자립마을을 선보였다. 지역사회 밀착형 융합연구의 개가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유형의 사람 중심 기술혁신 프로젝트가 한국에서 시도되고 있다.

행복한 농촌 만들기 신산업 프로젝트
24일 오후 서울대학교 공학관에서 워크숍이 열렸다. 농산물과 자원의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 자리에는 인문사회·과학기술계 연구자들, 정부·기업 등의 관계자들이 다수 참석했다.

워크숍이 열린 목적은 크게 두 가지. 소비자(도시), 생산자(농촌) 간의 합리적이고 투명한 유통생태계를 조성하고, 또 음식물 쓰레기, 분뇨 등을 자원화해 친환경적 자원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 청정에너지생산시설과 에너지절감주택, 농업보조로봇, 스마트농업기술 등이 융합된 '행복한 농촌 구상도'. 서울대 안성훈 교수는 수자원과 폐자원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농업 생산성을 높일 경우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행복한 농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농·축식품과 ICT 간의 융합기술 전문가인 ETRI의 표철식 부장, ICT 종합장비기업인 주성엔지니어링의 황철주 대표, 광(光) 전문가인 한국광기술원 박영식 본부장, KT에서 ICT 기반의 농식품·자원 직거래 및 빅데이터 시스템을 구축중인 서칠성 본부장 등.

참석자 대다수는 최근 농촌의 암담한 현실을 걱정하고 있었다. 어려운 농촌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기존 농업과 폐자원 활용 방식에 큰 혁신이 요구되고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각 분야 적정기술을 활용한 농촌 살리기 방안을 제안했다.

가장 많이 거론된 것은 빅데이터다. 많은 참석자들이 농업·자원 분야에 적용할 빅데이터 시스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칠성 KT 본부장은 농산물·폐자원 선순환을 위해 빅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농산물의 생산·유통 이력관리, 생산환경 모니터링, 도농교류 프로그램, 기타 정보 공유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특히 빅데이터 시스템을 통한 계획생산 프로그램을 강조했다.

장현철 한국자원화산업협동조합 중앙회장은 음식물쓰레기, 가축분뇨, 하수오니 등의 폐기물처리 비용을 줄이고, 폐자원으로 활용하는 데에 빅데이터 시스템이 매우 필요하다고 말했다. 폐자원의 효율적 관리를 통해 유통비용, 비료비, 분뇨처리비, 사료비 등을 50%까지 절감할 수 있다는 것.

C-코리아 프로젝트 이달부터 본격 가동
식물공장 활용방안에 대해서도 많은 의견들이 제시됐다. KIST 임태훈 본부장은 오는 2090년대가 되면 배추경작지가 한반도에서 모두 사라진다는 농촌진흥청 온난화대층센터 예측을 인용했다. 농업환경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스마트농업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 가운데 식물공장(Indoor Farming)이 있다고 보았다. 식물공장에 적합한 우수농산물 종자를 개발해 고효율 농업을 수행할 경우 고부가가치의 의약품 원료 등 경제성 있는 농업이 가능하다고 했다.

한국기계연구원 장성환 박사는 경제적 식물공장의 도입을 역설했다. 지금처럼 귀농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보급형 식물공장 시설을 도입해 젊은 인력을 흡수할 경우 일자리 창출은 물론 농촌 활성화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공대 안성훈 교수는 청정에너지생산시설과 에너지절감주택, 농업보조로봇, 스마트농업기술 등이 융합된 '행복한 농촌 구상도'를 제시했다. 이를 통해 수자원과 폐자원을 적절히 활용하고, 농업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6월 초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방안을 발표하고 범부처 협력을 통해 'C-코리아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현재 농업·자원순환, 의료, 취약계층을 위한 ICT·로봇교육 지원 등 3개 프로젝트가 진행중인데 24일 서울공대에서 열린 워크숍은 농업·자원순환 분야에서의 프로그램이다. 워크숍을 통해 의견을 수렴한 후 신규과제를 도출하고, 실제 프로젝트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이날 거론된 과제는 로봇기반의 다목적 농기계 개발, 저에너지·고효율 그린하우스, 폐기물자원화 적정기술 개발, 의료표준화에 따른 클라우딩 시스템 개발 등이다. 세분화된 기술개발을 기반으로 농업·자원순환을 위한 큰 틀을 만들어간다는 계획이다.

C-코리아의 C는 Connection, Collaboration, Convergence, Creativity, Conversion 등 다섯 개의 C로 시작하는 단어를 총칭하는 말이다.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3.06.25 ⓒ ScienceTimes

주민과 대학생 상생의 교육기부 뜬다

주민과 대학생 상생의 교육기부 뜬다

한국과학창의재단-삼성물산 업무협약

 
대학생의 교육기부와 기업의 교육기부가 결합된 새로운 개념의 교육기부 유형인 ‘래미안 튜터링 서비스’가 혁신적인 교육기부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20일, 삼성물산과 한국과학창의재단은 주거 복지형 래미안 교육기부 서비스 시범사업 추진을 위해 MOU를 체결했다.
▲ 지난 20일 한국과학창의재단과 삼성물산은 교육기부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ScienceTimes

이로써 삼성물산은 교육기부에 참여하는 대학생을 선발해 그들을 래미안 주거시설에 무상으로 거주하게 하면서 단지 커뮤니티 시설에서 입주민을 대상으로 교육기부 프로그램을 제공하도록 하는 새로운 개념의 교육기부를 실시하게 된다.

주거 복지형 래미안 교육기부 서비스 시범사업 추진
서울 종로구 운니동 강북 래미안 갤러리에서 열린 업무협약식에서 삼성물산 건설부문 배동기 부사장은 “그동안 삼성물산은 고객만족 서비스, 신상품 개발, 갤러리 도입 등 대한민국 주거문화를 선도하는 수많은 변화와 혁신을 주도해왔다”며 “이번 래미안 튜터링 서비스 역시 새로운 주거문화를 한 단계 발전시키기 위해 시도된 혁신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배 부사장은 “이번 래미안 튜터링 서비스가 이웃, 사회와 함께하는 새롭고 차별화된 주거문화를 선도해 나가면서 고객과 사회에 기여하는 새로운 주택서비스 모델로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과학창의재단 강혜련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그동안 재단이 교육부로부터 공식 지정된 교육기부센터로서 여러 기관의 교육기부 자원이 학생들에게 원활하게 제공될 수 있도록 창의체험 교육의 플랫폼 역할과 기능을 수행해 왔다”며 “대학생들에게 주거를 제공하고 그 대신 입주민을 대상으로 대학생이 교육기부를 제공하는 래미안 튜터링 서비스가 교육기부 발전에 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대학생교육기부단 김민수 단장도 "이번 삼성물산의 교육기부가 대학생들의 교육기부를 더욱 활성화하고 사회 전반으로 교육기부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래미안 튜터링 서비스, 새로운 유형의 교육기부 모델
▲ 래미안 튜터링 서비스 개요 ⓒ삼설물산 건설부문

‘래미안 튜터링 서비스’는 삼성물산이 서울 마포구 현석동에 공급하게 될 ‘래미안 마포 웰스트림’에서 시범적으로 시작된다. 그 대상이 되는 주택은 별도의 출입문을 갖추고 1~2인이 거주하기에 적합한 독립된 공간이 제공되는 수익형 평면으로 최대 10세대에서 추진될 예정이다.

10세대에 2명의 대학생이 거주하는 것으로 계획을 수립하고 있어 20명이 2년간 교육기부 서비스를 통해 임대료를 장학금 형식으로 지원받게 된다. 이는 삼성물산이 수익형 평면 분양자와 특약을 맺고, 한국과학창의재단에 장학금을 기부하는 형식이다.

구체적 절차는 재단에서 교육기부의 열정을 가진 대학생을 장학생으로 선발해 삼성물산이 임대차 계약을 끝낸 주택에 무상으로 거주토록 하고, 집주인에게는 삼성물산의 장학금이 월 임대료로 지급되는 것이다.

장학금 대신 래미안에서 무상으로 주거문제를 해결하게 된 대학생들은 래미안 커뮤니티시설에서 주민 자녀들을 대상으로 영어, 수학, 미술, 음악 등 다양한 교육기부를 제공하게 된다.

이번 래미안 튜터링 서비스는 오는 28일 오픈되는 모델하우스에서 체험부스와 학부모 설명회를 갖게 되는데, 래미안 마포 웰스트림에서 시범 적용된 뒤 주민들의 만족도에 따라 향후 다른 래미안 단지로 확대 실시될 예정이다.

이로써 새로운 개념의 교육기부가 비싼 등록금에 주거난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는 대학생과 사교육비로 인한 가계 부담이 큰 에듀푸어가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편, 한국과학창의재단이 기업은 물론 대학, 공공기관까지 유, 초, 중등 교육현장에 직접 활용될 수 있는 다양하고 수준 높은 교육기부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적극 유도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래미안 튜터링 서비스와 같은 다양한 교육기부 사례가 늘어날 전망이다.


김순강 객원기자 | pureriver@hanmail.net

저작권자 2013.06.25 ⓒ ScienceTimes

2013년 6월 24일 월요일

날숨으로 인체 질병을 진단한다

날숨으로 인체 질병을 진단한다

[인터뷰] 김일두 카이스트 신소재공학과 교수



“아버지께서 암 4기 판정을 받고 지난 3년 간 항암치료를 받으시다가 지난 해 돌아가셨습니다. 어느 날 투병생활을 하는 아버님 입에서 독특한 냄새가 난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여기서 궁금증이 생겨 날숨 속에 포함된 가스를 공부하기 시작했죠. 그리고 언젠가는 반드시, 날숨진단 센서를 개발해 중대 질병을 조기에 검출할 수 있는 휴대기기를 만들어 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날숨만으로 우리 인체의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는 상상은 미래 SF 영화에서나 가능할 법한 이야기다.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이 연구가, 지금 이 시대에 현실화 돼 주목을 받고 있다.

김일두 카이스트 신소재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인간이 호흡하면서 배출하는 아세톤 가스를 분석해 당뇨병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날숨진단센서를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그 결과를 인정받아 신소재 응용분야의 세계적 학술지인 '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스(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날숨만으로 질병을 진단한다고?
▲ 김일두 카이스트 신소재공학과 교수  ⓒ카이스트
“인간의 날숨에는 200여 종 이상의 휘발성 유기화합물 가스들이 포함돼 있어요. 아세톤과 톨루엔, 일산화질소 및 암모니아와 같은 휘발성 유기화합물 가스가 포함된 거죠.

이들 가스는 각각 당뇨병과 폐암, 천식 및 신장병의 생체표식인자(바이오마커)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유기화합물 가스들은 독특한 냄새를 일으켜요. 그 중에서도 우리 연구팀은 당뇨병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는데 날숨에서 배출되는 아세톤을 찾아내 그 농도를 분석하는 진단방식으로 이뤄졌죠.”

김일두 교수팀은 아세톤이 대기 중으로 쉽게 증발되는 기체상 가스 중 하나이며, 당뇨병 진단인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는 점에 착안해 이 연구를 구체화 시켰다. 개인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정상인은 300~900 ppb의 아세톤 농도가 배출되고 당뇨병을 가진 환자의 경우 1천800 ppb의, 정상인보다 약 2배 이상 많은 아세톤 가스가 날숨을 통해 배출 되는 것에 주목한 결과다.

연구팀은 얇은 껍질이 겹겹이 둘러싸인 다공성 산화주석(SnO2) 센서소재에 백금 나노입자 촉매가 균일하게 도포된 1차원 나노섬유를 대량 제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해당 소재의 표면에 아세톤 가스가 흡착될 때 전기저항 값이 변화하는 120 ppb 급 아세톤 농도 검출용 센서에 적용해 날숨진단센서를 만들었다. 개발한 나노섬유 센서는 1천000 ppb 급 아세톤 농도에서 소재의 저항 값이 최대 6배 증가해 당뇨병을 진단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는 질병의 치료보다 진단의 의미가 강한 만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의미가 더욱 강하다고 볼 수 있다. 날숨만으로 질병을 진단하는 것에 대해 다양한 변수가 존재할 수 있다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이에 대해 김일두 교수는 “더욱 정밀한 진단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날숨 속에는 많은 종의 가스들이 함께 존재하고 대기 중에 존재하는 유해가스 또한 센서와 반응하기 때문에 정밀한 아세톤 농도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아세톤에 대해 선택적으로 반응하는 센서를 개발하는 게 중요해요. 때문에 정밀한 진단을 위해 여러 종의 센서들이 동시에 장착된 어레이 타입 센서를 이용하는 게 중요하죠.

날숨 진단 센서의 경우 날숨을 불어주기만 하면 질병의 유무를 일정 범위 안에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질병이 발병이 되기 전에 조기 진단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요. 발병 된 후에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발병이 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죠.”

김일두 교수팀의 이번 연구의 정밀도는 약 70~90%에 육박한다. 이는 날숨 속 톨루엔 가스를 분석하는, 폐암 진단 사례에 해당하는 수치로 훈련된 개를 통해 폐암을 진단하는 보고에 의하면 약 80%의 정확도를 평균적으로 지니고 있다. 이와 관련, 김일두 교수는 “더 많은 임상실험이 보완되고 우수한 센서 물질이 지속적으로 개발 된다면 80~90% 수준의 정확도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당뇨병 질환의 진단은 피 속 혈당 수치 확인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김일두 교수팀의 연구는 날숨만으로 질환을 진단할 수 있어 매우 간단한 사용방법이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음주 측정기로 음주측정을 하는 방법과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방법이 매우 간단한 셈이죠. 더불어 통증이 없는 비침습형 방식이고 수백 번 이상 반복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에요.

특히 다종 센서 어레이를 이용할 경우 당뇨병 이외에도 폐암, 신장병, 천식 등과 같은 질병을 날숨 속에 포함된 아세톤, 톨루엔, 암모니아, 일산화질소 등의 가스를 분석해 동시 진단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들에게 다양한 장점을 제공하고 있죠. 이외에도 소형화가 가능해 휴대용 기기와 같이 들고 다니면서 언제 어디서든지 분석을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휴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은 본 측정기가 갖고 있는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다. 덕분에 가정이나 동네 내과 병원 등에 큰 어려움 없이 설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마치 혈압을 측정하듯, 당뇨병을 포함한 중대 질병을 체크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기발견을 통해 질병관리가 매우 용이하게 이뤄질 수 있어요. 이것이 이번 연구의 가장 큰 경쟁력인 셈”이라고 강조했다.

당뇨병 外 천식, 폐암까지 진단 가능
▲ 날숨 가스들을 분석하는 질병진단 분석기의 소형화 및 실시간 분석  ⓒ카이스트

김일두 교수의 이번 연구가 주목을 받고 있지만, 기존에도 이러한 연구는 곳곳에서 진행되곤 했다. 특히 ‘전자코(Electronic Nose)’ 라는, 인간의 후각 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고감도 센서에 대한 보고가 종종 있어왔다. 하지만 기존 날숨 속에 포함된 가스의 경우 극미량이 배출되기 때문에 이를 정밀하게 분석하기 위해서는 감지소재가 매우 미량의 가스를 검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돼 왔다.

“나노물질 기반 감지소재의 경우 표면적이 매우 넓기 때문에 미량의 가스들과도 잘 반응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나노기술의 발전과 함께, 전자코 연구개발도 현재 더욱 활발히 추진되고 있죠.”

김일두 교수의 이번 연구는 암 진단을 받은 아버지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 시작됐다. 암 4기 판정을 받은 아버지의 입에서 보통 사람들과 다른 독특한 냄새가 난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날숨만으로 질병을 진단할 수는 없는지 호기심을 갖게 된 것이다.

“암과 같은 중대 질병의 경우 몇 기에 발견되느냐에 따라 추후 5년간의 생존율이 달라지게 돼요. 때문에 조기발견이 매우 필수적이죠. 저는 지난 7년 간, 유해가스들을 분석하는 초고감도 환경센서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어요.

개발한 나노섬유 형상의 가스센서는 감도 특성과 반응속도에 있어 탁월한 성능을 보여주고 있죠. 아버님에게서 독특한 입냄새가 난다는 사실을 안 후, 반드시 날숨진단 센서를 개발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김일두 교수는 그동안 진행해 온 환경센서 소재를 이용하면 날숨 속 가스들을 충분히 분석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이러한 생각은 적중했다. 특히 날숨 속 유기화합물 가스의 경우 분자크기가 비교적 큰 편이므로 나노섬유 소재 표면에 잘 흡착돼 연구를 현실화 할 수 있었다.

이처럼 생각을 현실화 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연구 과정 가운데 어려움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연구의 질(質)적 수준을 높이고자 고민했으며, 이를 위해서는 질환 측정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는 게 중요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결과 김일두 교수는 7초 미만에 질환 측정이 이뤄지는 센서를 개발할 수 있었다.

“7초 정도면 사람들이 어렵지 않게 날숨을 불수 있는 시간이에요. 반응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데 오랫동안 노력했고 최근에는 그 난제를 해결하는데 성공 했습니다. 더욱 정밀한 진단을 위해서는 더 많은 소재의 라이브러리가 필요해요. 현재 이를 위해 노력중에 있습니다.”

앞으로 더욱 많은 임상실험을 계획하고 있다는 김일두 교수. 그는 “환경유해 물질의 모니터링과 날숨에 포함된 휘발성 유기화합물 가스를 분석해 당뇨와 암, 신장병 등과 같은 질병을 정밀하게 진단하는 고감도 센서를 개발하고 이를 스마트폰 같은 휴대형 기기와 접목하는 일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더 많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질병진단 센서의 상용화를 더욱 앞당길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3.06.24 ⓒ ScienceTimes

도전성 있는 과제 '성실실패' 인정

도전성 있는 과제 '성실실패' 인정

성실실패… R&D 적용 방안 (하)



한 정부 출연연구소의 A연구원은 세라믹 전문가다. 세라믹 재료의 강도를 3년간 30% 높여 신소재를 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연구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러나 연구도중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세라믹 강도를 높이는 것보다 전기적 성질을 바꾸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훨씬 더 좋은 신소재를 개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런데 A 연구원은 그동안 해온 대로 세라믹 강도 연구에만 전념하고 있었다.

연구 성과를 판정하는 내부 규정 때문이다. 당초 정한 계획대로 하지 않으면 실패한 과제가 되기 때문이다. 그가 제출한 연구계획서에서는 3년 동안 매년 세라믹 강도를 10%, 20%, 30% 개선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연구중단 조치가 취해질 수 있어, A연구원은 강도연구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복합기술에 맞는 성실실패 제도 필요
20일 오후 서울 양재동 엘타워컨벤션에서 미래창조과학부, KISTEP 주최로 연린 '연구개발 성실실패 인정과 재도전을 위한 공청회'에서 정민원 미래창조과학부 성과평가국 연구제도과장은 한 언론에 게재된 ‘도전·비전 없는 R&D 사례’를 인용해 연구평가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R&D연구현장에서 도전적 연구과제들을 발굴하기 위해 성실실패를 인정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일 오후 서울 양재동 엘타워컨벤션에서 미래창조과학부, KISTEP 주최로 연린 '연구개발 성실실패 인정과 재도전을 위한 공청회'. 

창조적 연구를 위해 A연구원과 같은 연구를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연구를 성실히 수행했을 경우 불이익을 면제해주는 성실실패를 인정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과거 연구과제 평가에서 일단 ‘실패’로 인정되면 즉시 제재조치가 부과됐다. ‘실패’로 판정된 사례들 중에는 연구개발 내용 누설 및 유출, 기술료 미납, 연구개발비 용도외 사용 등 범죄적 행위들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A연구원의 사례처럼 연구계획 수정으로 인해 제재를 당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는 중이다.

이날 공청회에서 한 전직 출연연구원장은 최근 연구가 점점 더 복합기술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계획을 바꾸어야 할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해서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할 경우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연구를 평가하고 있는 위원들이 이런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점점 더 다양해지는 융합연구 현장에서 이런 변화를 수용하고 창조적 연구를 지원할 수 있도록 ‘성실실패’를 보다 더 철저히 인정하는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전직 연구원장의 주장이다.

현재 정부에서는 공공 R&D를 수행하면서 각 부처별로 각각 다른 연구과제 평가 제도를 적용하고 있는 중이다. 각 부처별로 수행중인 연구 내용이 다른 만큼 평가 역시 서로 다른 기준에 의해 이루어져 왔다.

현재 정부의 기본 방침은 이렇게 산발적으로 진행돼 오던 평가 제도를 일원화해 공통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보다 더 적극적으로 성실실패 연구를 지원해나가자는 것이다.

이전에 과제평가에서 일단 ‘실패’로 인정되면 즉시 제재조치가 취해졌다. 그러나 정부(안)에 따르면 앞으로는 ‘성실실패’ 연구에 대한 배려가 이루어진다. 일단 ‘성실실패’로 인정되면 제재조치를 면제하고 지속적으로 지원이 이어진다.

평가과정에서 가장 고려하고 있는 내용은 ‘도전성’이다. 당초 연구목표가 도전적으로 돼 있을 경우 실패 가능성 또한 클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인정해 주자는 것이다. 외부요인으로 인한 실패도 고려대상으로 넣고 있다. 시장 환경, 정부정책 변화 등으로 인해 목표달성에 차질이 생겼을 경우 성실실패로 인정한다는 안을 마련해놓고 있다.

미비점 보완,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
성실실패로 인정된 연구결과물들에 대해서는 2단계 가치평가가 이루어진다. 연구과정에서 나타난 기술성, 사업성 등에 대한 평가다. 실패 사례에서 성공사례로 변신한 3M사의 ‘포스트잇’, 머크사의 발모제 ‘프로페시아’, 화이자 사의 ‘비아그라’ 등처럼 차후 성공가능성을 모색해보자는 것이다.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독창성과 후속연구에 대한 기여도다. A라는 연구결과를 위해 B라는 접근방식이 타당하지 않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했을 경우에도 비롯 실패는 했지만 성실실패로 인정받게 된다.

성실실패 제도의 최종 목표는 가능성 있는 연구과제에 대해 재도전의 기회를 열어주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존의 연구평가위원회와는 별도로 (성실실패연구를 위한) 전문위원회를 구성하는 등의 방안을 모색중이다. 미래부는 이 미비점을 보완해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이 제도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가적으로 실시하려는 성실실패 제도 성공을 위해 연구현장 상황도 충분히 고려돼야 할 사항이다. 관계자들이 크게 우려하고 있는 것은 도덕성이 결여된 연구과제들이다. 자칫 성실실패 연구 범주에 끼어들 수 있어 제도 자체를 흔들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5년간 산업기술 R&D 과제 평가 결과를 보면 총 2천907건의 연구과제 중 불성실 수행으로 판정된 경우는 29건에 불과하다. 이 29건의 불성실 수행 연구과제 중에서 성실실패 사례를 골라낸다 해서 무슨 효과가 있겠느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공공연구에 있어 양대 축을 형성하고 있는 기업과 대학 연구과제에 대해 차별화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기업의 경우 속성상 영리를 추구하고 있기 마련이다. 그런 만큼 이전부터 매우 철저한 성과관리가 이루어져 왔다. 성실실패에 대해서도 많은 고려가 이루어지고 있다.

반면 대학의 경우 영리보다는 명분을 중시하고 있다. 보건산업진흥원 김종석 신기술개발단장은 성실실패 제도를 도덕성이 확보된 대학 연구에 적용해줄 것을 주문했다. 연구자들의 도덕성과 결부시켜서 선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부 교수는 성실실패 제도를 과제 선정과정서부터 포괄적으로 함께 운영해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도전적 과제일수록 실패 부담을 크게 안고 있기 때문에 평가위원회에서 이를 충분히 고려해주어야 한다는 것.

그러나 평가 자체가 매우 애매모호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며, 도전성에 대한 정확한 기준마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진흥원 서경석 정책개발실장은 성실실패 연구결과들을 공유할 수 있는 데이터 시스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가 R&D 정보시스템에 성실실패 연구데이터를 추가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3.06.24 ⓒ ScienceTimes

2013년 6월 23일 일요일

미흡해서 더 시급한 개인정보 보호

미흡해서 더 시급한 개인정보 보호

2013 개인정보보호 페어 개최

 
‘개인정보보호법’이 시행된 지 1년 반이 지났지만 아직도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개인정보 처리자의 의식수준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또한, 개인정보 유출사고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등 사회 전반적인 개인정보 보호의 수준도 미흡한 상황이다.
▲ 개20일(목) 코엑스에서는 국내 최대의 개인정보보호 행사인 ‘2013 개인정보보호페어’가 열려 큰 주목을 받았다. 정보보호에 대한 다양한 방안이 제시됐다. ⓒScienceTimes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가 최근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개인정보보호법’이 시행되기 전인 2010년에는 개인정보 침해 민원이 5만4천832건이었으나, 시행 원년인 2011년에는 12만2천215건이 발생했고, 이듬해인 2012년에는 16만6천801건으로 매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강화가 시급한 상황에서 20일(목) 코엑스에서는 국내 최대의 개인정보 보호 행사인 ‘2013 개인정보보호페어’가 열려 큰 주목을 받았다.

개인정보 보호 관련 4대 정책방향
안전행정부 개인정보보호과의 한순기 과장은 기조강연에서 ‘개인정보 보호 정책방향’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지난 해 공공기관들을 대상으로 한 개인정보 보호 수준진단 결과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보호대책 및 침해대책 등 관리체계 측면에서 종합적인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세부 개선사항에 대해 한 과장은 “주민번호 및 민감정보 등의 처리 근거 마련을 위한 법령 등 소관 법령의 정비를 위한 실질적 노력이 필요하고, 이 밖에도 개인정보들의 유출위험이 높은 기관들의 내부통제도 강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과장의 발표에 따르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정부의 향후 정책방향은 민관이 협력하여 보호수준을 향상시키고 법 제도 개선 및 책임성을 강화하며, 합동점검을 통한 정확한 실태조사와 기술지원의 강화 등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중점 추진사업으로 “보호수준 향상정책과 관련한 사업으로는 개인정보보호 수준 인증제를 도입하고, 제도개선 정책과 연관된 사업으로는 주민번호 유출기업을 대상으로 과징금 제도를 신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 개인정보보호 추진관련 4대 정책방향 ⓒ안전행정부

특히 개인정보 보호 수준 인증제에 대해 한 과장은 “개인정보 처리기관이 개인정보 보호 활동을 자율적으로 촉진할 수 있도록 해당 기관들의 개인정보 보호수준을 점검하여 인증마크를 부여하는 제도”라며 “개인정보 보호의 자율규제 문화확산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개인정보보호 논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제로 발표한 테크앤로 법률사무소의 구태언 변호사는 사람들 대부분이 혼동하고 있는 프라이버시(privacy)와 개인정보의 차이를 명확히 설명했다.

구 변호사는 “개인정보가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개인과 관련된 정보라면 프라이버시는 개인정보 중에서도 공적 영역을 제외한 사적 영역에 있는 정보”라고 구분하면서 “개인정보는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의 중요 요소”라고 강조했다.

개인정보 정의에 대한 문제점에 대해 구 변호사는 “가장 큰 문제가 개인식별 정보와 사람관련 정보의 혼동”이라며 “주요 법령의 개인정보가 개인을 식별하는 정보를 의미하는 반면에 현실의 개인정보는 ‘개인을 식별하는 정보’와 ‘개인과 관련된 정보’가 결합된 형태”라고 설명했다.

개선방안으로 “개인식별 정보와 사람관련 정보를 구별하여 개인식별 정보를 제외한 사람관련 정보의 수집에 있어서는 원칙적으로 규제하지 않되, 민감한 사람 관련 정보에 대해서만 예외의 경우를 적용하여 규율하는 체제로 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개인정보 중에서도 영상분야가 파급력 커
‘진화하는 위협에 따른 통합 정보보호 전략’에 대해 발표한 모니터랩의 김수영 팀장은 지금까지의 국내 개인정보 유출사건에 대한 현황을 설명하면서 “특히 지능형 지속위협(APT, Advanced Persistent Threat) 공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여기서 APT 공격이란 개인 해커에 의한 공격이 아니라 정부 또는 회사의 중요한 정보를 획득하거나 정치적인 목적 또는 사이버 테러 등을 목적으로 하는 범죄그룹에 의해 지속적으로 해킹공격을 당하는 것을 말한다.

김 팀장은 통합된 정보보호 전략으로 정보보호 통합 거버넌스를 제안하면서 “기본적인 기밀성과 가용성의 원칙을 중심으로 개인정보의 흐름을 읽을 수 있고 이에 따른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거버넌스 중심의 보안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개인정보 중에서도 영상분야가 더 파급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개인영상정보 오남용 방지를 위한 내부통제시스템 기술동향’에 대해 발표한 개인영상정보보호포럼의 류기일 이사는 “개인정보 중에서도 영상정보는 시각적 정보이기 때문에 쉽게 이해되고 오래 기억되기 때문에 공개될 시에 이목이 집중되고 대중전파력이 높다”고 언급했다.

영상정보의 오남용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된 사례들에 대해 류 이사는 “아파트 동대표 선출을 위해 아파트 내에 설치된 영상정보를 임의로 사용한 경우나 택시 안에 설치된 블랙박스의 영상이 유출된 경우가 있다”며 “개인 영상정보에 대한 허술한 운영관리가 심각한 사회문제를 발생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상정보의 실질적인 내부통제를 위한 새로운 트렌드에 대해 류 이사는 “내부통제를 위한 전용 개인영상정보 운영관리(VPMS) 기술을 적용하여 공적 영상관리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무엇보다도 영상정보의 오남용 관리를 위해서는 공적 영상관리에 대한 투명한 업무 프로세스를 시스템화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발표를 마무리하며 류 이사는 VPMS 기술의 도입에 따른 기대효과로 “개인영상정보의 중요성에 대한 전사적 인식 확산 및 개인영상정보의 오남용에 대한 감시, 그리고 사고발생 시 신속한 대처 등을 통해 개인영상정보 관리의 투명성 실현 및 대외적 신인도를 제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준래 객원기자 | joonrae@naver.com

저작권자 2013.06.21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