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식량문제 해결… 빌딩농장

미래 식량문제 해결… 빌딩농장

세계 신산업 창조 현장 (14)

미국 농촌에서 생산한 농산물 대다수는 오랜 운송기간을 거친다. 미 정부 통계에 따르면 토마토, 블루베리의 경우 산지부터 각 가정의 식탁까지 평균 2천km가 넘는 운송을 해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추운 겨울에는 그 거리가 더 늘어난다. 남쪽에 있는 멕시코, 페루 등지에서 채소, 과일들을 구입해 미국으로 실어 나르고 있는데 그 운송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런데 최근 이런 문제가 해결되고 있다. 지난 3월 시카고에서 사업을 시작한 빌딩농장(Vertical Farm) '팜히어(FarmedHere)'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채소를 생산해 도시 주민들에게 빠른 시간 안에 공급중이다. 운송거리가 아무리 길어도 40km를 넘지 않는다는 것이 '팜희어' 측 설명이다. 층수 올라가는 대로 수확량 늘어 빌딩농장은 최근의 세계적인 추세다. 세계 주요 도시들마다 빌딩농장 건설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은 싱가포르다. 이곳에서 스웨덴 벤처기업 플랜타곤(Plantagon)은 합작사를 설립하고 원형 모양의 거대한 빌딩농장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 층층이 농사를 짓는 빌딩농장 안에 ICT를 결합한 융·복합 기술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사진은 최근 미국 시카고에 빌딩농장을 개설한 '팜히어(FarmedHere)' 홈페이지.  ⓒhttp://farmedhere.com/ 12층으로 설계된 이 빌딩농장이 건립되면 매일 약 1톤의 신선채소 공급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첨단 기술이 총동원된 기업형 빌딩농장이라는 점에서 이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중이다. 빌딩농장에서는 식물 생육을 돕기 위한 다양한 기술들이 시도되고 있다. 음극선관 형광등, LED 등의 광원들, 온도조절, 에어컨트롤 시스템, 다양한 비료공급 등을 통해 식물의 생육속도와 수확기를 조절하고 있다. 플랜타곤 관계자는 "층수가 올라가는데 따라 수확량이 그만큼 늘어난다"고 말했다. 4층 빌딩농장일 경우 1층 농장과 비교해 4배의 수확이 가능하다는 것. 수확 속도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맨 아래층에 토마토를 심은 다음 위층으로 그 줄기를 뻗어나가게 하면서 최소한 한 달 안에 토마토 열매를 수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플랜타곤에서는 또 초고층 빌딩농장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177층 규모의 빌딩농장을 건설해 미래 식량부족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는 취지다. 실제로 177층에서 농작물을 수확한다면 엄청난 양의 식량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초고층 농장에서 배출될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다. 수확량도 좋지만 너무 많은 온실가스가 뿜어져 나와 환경오염원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과학자들은 지금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중이다. 농장 안에 융·복합 기술 총집결 캘리버 바이오세러퓨틱스(Caliber Biotherapeutics)에서는 텍사스 주에 대형 빌딩농장을 세우고 중요한 실험을 하고 있는 중이다. 다양한 종류의 LED를 통해 식물 생육을 조절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핑크빛 LED를 사용할 경우 식물생장 효과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바이오세러퓨틱스 관계자는 이런 연구결과를 토대로 핑크빛 빌딩농장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빌딩농장은 첨단 기술의 집합소다. 그중에서도 로봇의 등장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일본 쓰마키모토 체인은 빌딩농장 내부에 묘종을 옮겨 심을 수 있는 로봇을 선보였다. 벨기에 호티플랜(Hotiplan)에서는 자동이송시스템 로봇을 개발해, 파종에서 수확까지 전 과정을 완전 자동화하는 데 성공했다. 일본 에히메 대학에서는 자동으로 식물상태를 진단할 수 있는 생육진단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스라엘 화이텍사는 작물생육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요인들을 자동관리하는 복합 환경제어 시스템을 개발했다. 빌딩농장에서 활용이 가능한 융복합기술들이 계속 개발되면서 농업 분야에서 빌딩농장의 역할이 더욱 기대되고 있다. 특히 미래 식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지목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4년부터 빌딩농장에 대한 연구가 시작됐다. 2011년에는 실제 수확이 가능한 빌딩농장을 건립했으며, 최근에는 우주농장 건설을 위한 항공우주기술과 융·복합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최근 들어서는 ICT를 활용한 원격제어시스템, 다양한 광소재 분야 활용기술, LED 인공광원 개발 연구, 빌딩농장용 신품종 개발 등을 시작했다. 빌딩농장 프로젝트를 통해 국내 종자, ICT, 신소재, 바이오 산업과의 융합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3.06.03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