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18일 화요일

유전자 세포, 원하는 만큼 주입 가능

유전자 세포, 원하는 만큼 주입 가능

[인터뷰] 김봉수 카이스트 화학과 교수

 
“사람의 몸은 100조 개의 세포로 이뤄져 있어요. 이토록 많은 세포가 모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인체에서 일정한 ‘통신’, 즉 커뮤니케이션이 된다는 것은 일관성 있는 팀이 이뤄져 있다는 것입니다. 팀을 이루기 위해서는 몸 안의 세포들이 엄청나게 많은 통신을 해야 하죠. 또 그것을 위해서는 군인이 열을 갖추듯, 유기적 연결도 있어야 합니다. 그게 바로 우리의 인체죠.”

우리 인체는 매우 미묘하고 복잡하게 이뤄져 있어 상처 난 곳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많은 물질과 성분들이 유기적으로 활동해야 한다. 몸 안의 세포들이 방출하는 전기신호와 화학물질을 영리하게 파악해 다양한 ‘소통’을 이뤄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세포들의 ‘대화’는 몸 안의 변화를 감지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올바른 정보가 교류돼야만 질병과 상처가 원활히 치료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정상인의 경우 몸 안 세포들의 전기신호·화학물질 전달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만, 신호체계가 어긋난 사람의 경우는 세포 간의 소통이 잘 맞물리지 않기에 현대 의학의 치료 대상이 된다. 카이스트 김봉수 교수 연구팀은 전기신호·화학물질을 보다 섬세하게 전달할 수 있는 ‘나노 주사기’를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세포에 물질 직접 넣을 수 있어
▲ 김봉수 카이스트 화학과 교수 ⓒ황정은

김봉수 교수팀의 이번 연구는 금 나노선을 이용해 유전자를 살아있는 세포핵에 직접 전달할 수 있는 나노 주사기를 개발한 것이다. 김봉수 교수와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이상엽 특훈교수 연구팀이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 융합 연구의 저력을 보여준 사례라고도 할 수 있다.

김봉수 교수팀은 단결정 금 나노선에 유전자를 부착해 세포핵에 정교하게 찌른 후 전기신호로 유전자를 전달하고 유전형질을 발현시키는 데 성공했다. 연구 성과는 학계에서도 인정을 받아 나노 분야의 세계적 권위지인 '나노 레터스(Nano Letters)'에 게재되었다.

“몸 안 세포들 간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이번 연구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우리 연구팀은 가장 직접적으로 물질을 세포에 넣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나노주사기를 개발했지요. 사실 세포에 필요한 물질을 삽입하기 위해서는 약을 먹을 수도 있지만 주사는 효과가 더욱 빠르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져요. 물론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쇼크’를 들 수 있겠죠.”

주사는 대상을 직접적으로 뚫고 지나가는 것인만큼 불가피하게 충격을 수반한다. 이번 연구에서도 주사의 이러한 단점은 연구팀에게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됐다.

“우리 몸에 주사를 놓으면 아프듯이, 세포도 주사를 놓으면 죽을 가능성이 높아요. 굵은 주사바늘을 척추에 맞으면 엄청 아프다고 하죠.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아프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바늘을 가늘게 하면 돼요. 세포를 찌르고도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게 하려면 세포를 찌르는 바늘이 가늘수록 좋겠죠. 그 일환으로 우리 연구팀이 나노 주사기를 개발한 것이고요.”

김 교수팀은 단일 세포에 생활성(bioactive) 분자를 선택적으로 전달하는 기술을 이용했다. 이는 생체 현상을 세밀히 규명하고 질병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필수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특히 앞서 언급했듯 세포에 주사기를 꽂아도 물질을 전달할 때 세포가 다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김 교수팀은 이를 위해 다양한 나노소재를 이용했다.

“직경이 100나노미터 정도로 매우 가는 금 나노선에 DNA를 붙였어요. 그리고 이것을 세포핵에 정확하게 찔렀죠. 그렇게 외부에서 전기신호를 보내 원하는 만큼의 유전자를 정확히 전달하는 나노주사기를 개발했습니다.”

김 교수에 의하면 금 나노선 주사기로 DNA를 세포 핵 안으로 제대로 전달하면, 세포는 DNA로부터 정보를 받아 단백질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더해 연구팀은 녹색 형광을 내는 단백질을 만드는 DNA를 세포 핵 안으로 전달한 뒤 세포에서 녹색 형광이 나오는 것을 관찰함으로써 DNA가 성공적으로 전달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연구가 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주사선이 세포막은 물론 핵막까지 뚫은 데 있다. 일반적으로 DNA를 세포막을 통해 들어가도록 할 경우 세포는 외부 물질이 들어온 것을 감지하고 이를 방어하기 시작한다. 보통은 해당 DNA를 완전히 소화시켜 버리기 때문에 핵막 안으로 DNA를 삽입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

그러나 김 교수팀의 금나노선 주사기는 지금까지 보고된 DNA 전달 주사기 중 가장 가느다란 굵기를 갖고 있어 세포에 상처를 전혀 주지 않고서도 핵 안으로 물질을 정교하게 삽입할 수 있어 그 효과를 인정받은 것이다.

김 교수는 “해당 주사기를 이용하면 DNA를 세포핵 안으로 직접 정확히 전달하기 때문에 전달 효율을 높일 수 있고 매우 정교한 유전물질 조절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금나노선 제작 7년…“처음엔 이걸로 뭘 할까 싶었죠”
▲ 금나노선 주사기에 의해 전달된 유전자가 형광 단백질로 발현되는 모습 ⓒ카이스트

김 교수팀의 금나노선 주사기 연구는 약 2~3년의 기간 동안 이룬 쾌거지만, 연구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를 위해서는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금나노선 주사기의 모태인 ‘나노선 주사기’ 연구는 약 7년 전부터 진행했기 때문이다.

“나노선 주사기 개발까지 이야기하자면 총 7년의 연구기간을 가졌다고 보면 되죠. 처음엔 이것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어요. 주사기를 만들었지만 이것으로 과연 어떤 응용연구를 할 수 있을까 싶었죠. 그러던 차에 박사후 과정의 인도 학생에 의해 이번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김 교수 밑으로 들어온 인도 학생은 처음에 은나노선을 만들겠다고 야심차게 이야기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그 연구가 아이디어는 좋지만 이미 실패 사례가 많았다”며 그 학생을 만류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인도 학생은 혼자 은나노선 연구를 진행해 이를 성공시켰다. 김 교수는 당시를 회상하며 “보자마자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이후로 김 교수팀의 연구실은 금속 나노선 제작에 몰두, 은 외에도 더욱 많은 금속 나노선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 주기율표에 있는 금속 40종을 모두 실험했다.

“매우 어렵다고 여겼는데, 그 학생이 나노선을 만든 과정을 보니 너무나 간단한 방법이어서 오히려 신기했어요. 하지만 이것을 어디에까지 응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했죠. 그러다가 생물 분야에 접목하게 됐고, 의학분야에서 중요하게 사용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막상 생물 분야와 접목하려다 보니, 제 생물학적 무지(無知)가 큰 걸림돌이 되더라고요. (웃음)”

그렇게 생물분야의 연구 파트너를 찾던 김봉수 교수는 같은 학교의 생명화공과 이상엽 교수팀을 만나게 됐고, 융합 연구가 이토록 다양한 것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 감탄하기 시작했다. 김 교수의 말을 인용하자면 “혼자 붙들고 있을 때는 안 되던 것이 둘이 하니까 척척 해결” 됐던 것이다.

“그동안은 연구가 될 때까지 묵직하게 잡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될 때까지 하는 ‘돌직구 스타일’이었다고나 할까요. 그런데 어느 순간, 이게 아니구나 싶더라고요. 연구도 맥을 잘 잡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 가지 원리를 밝혀내면 그것에서 가지치기를 할 수 있는 거죠. 이번 나노선 주사기가 바로 그러한 연구 중 하나인데, 앞으로의 응용 가능성도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매우 의미 있는 실험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와 관련, “이 주사기는 세포 내부의 원하는 위치와 원하는 시간, 그리고 원하는 양만큼 유전 물질이나 단백질 등을 정교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며 “원하는 대로 유전현상과 세포현상을 조절하고 연구하는 데 대단히 유용하다”고 강조했다.

“저는 지금도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것이, 실험할 때 변수는 딱 하나만 바꾸라는 것입니다. 그래야 그 요인이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밝혀낼 수 있으니까요. 사실 지금까지는 세포의 영향을 알기 위해 많은 세포들을 함께 넣고 연구를 진행했죠. 하지만 우리 팀의 이번 연구에서는 세포 하나를 보기로 한 후 시작했습니다. 저 같은 화학자의 입장에서는 분자 하나를 다루고 있는 것이기에 여러 개의 세포를 살펴보는 것은 적합하지 않죠. 더불어 개발한 금나노선은 매우 얇아 세포 안에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고 있는 것입니다.”

김 교수팀의 연구는 앞으로 유전자 치료요법과 표적형 약물 전달 개발, 세포 내 신호전달의 연구에서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 교수는 “지금 인류의 희망 과제는 인간의 수명을 연장하는 것”이라며 “장기를 만들 때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이식 받으면 면역반응으로 숨이 멎을 수 있는데, 자신의 체세포를 떼어낸다면 면역반응 없이 성공적인 이식이 가능해질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분명 금나노선이 적용되는 분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3.06.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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