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탉의 물건
일러스트가 있는 과학에세이 33
일러스트가 있는 과학에세이 가끔 원래 뜻보다 은유적인 표현으로 쓰인 의미가 더 먼저 생각나는 말이 있다. ‘물건’이란 단어가 대표적인 예인데 여러가지문제연구소 김정운 소장은(또는 출판사는) 지난해 책을 내면서 제목을 ‘남자의 물건’이라고 붙여 사람들의 주목을 끄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막상 책을 읽어보면 정말 물건, 즉 사물에 이야기다. 예를 들어 이어령의 ‘책상’, 신영복의 ‘벼루’ 등 각계의 저명인사들이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 물건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은유적 의미의 ‘물건’으로 돌아와서 많은 사람들이 어릴 때부터 갖는 의문일지도 모르겠는데 왜 새 수컷은 ‘물건’이 없냐는 것이다. 예전에 어떤 책에서 읽은 건데 병아리 감별사로 훈련받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내용이었다. 겉으로는 암수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처음에는 도저히 구별을 못하지만 계속 하다보면 어느 순간 손끝에 ‘감’이 온다고 한다. 물론 병아리가 사춘기를 거치면 이차성징이 일어나기 때문에 겉모습으로 수탉과 암탉을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은유적 의미의 ‘물건’으로 돌아와서 많은 사람들이 어릴 때부터 갖는 의문일지도 모르겠는데 왜 새 수컷은 ‘물건’이 없냐는 것이다. 예전에 어떤 책에서 읽은 건데 병아리 감별사로 훈련받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내용이었다. 겉으로는 암수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처음에는 도저히 구별을 못하지만 계속 하다보면 어느 순간 손끝에 ‘감’이 온다고 한다. 물론 병아리가 사춘기를 거치면 이차성징이 일어나기 때문에 겉모습으로 수탉과 암탉을 쉽게 구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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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류의 계통수에서 본 음경의 유무(있으면 +, 퇴화됐거나 없으면 -로 표시). 맨 위는 현생조류의 조상인 파충류를 대표한 악어다. 치조상목(Palegonaths)은 위로부터 타조, 레아, 티나무스, 에뮤, 키위다. 키위와 티나무스 일부 종을 빼고 다 음경이 있다. 갈로안세라에는 거위목과 닭목으로 나뉘는데 거위목(위로부터 스크리머, 까치기러기, 오리(거위, 백조))은 음경이 있는 반면 닭목(위로부터 무덤새, 봉관조, 닭(메추라기, 꿩), 신대륙메추라기, 호로새)은 봉관조를 빼고 다 음경이 퇴화했다. 조류의 95%를 차지하는 네오아베스는 모두 음경이 소실됐다. ⓒCurrent Biology |
생물학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 최근호에 조류 수컷 대다수가 ‘물건’을 잃어버리게 된 이유를 밝힌 논문이 실렸다. 오늘날 알려진 새는 1만여 종인데 그 가운데 97%가 음경이 없거나 퇴화된 상태로 존재한다. 물건이 있는 새로는 타조 같은 주금류(走禽類)와 기러기목(目)에 속하는 새들뿐이다. 닭목의 새들은 음경이 퇴화해 삽입성교를 할 수 없고 조류 종의 95%를 차지하는 네오아베스(Neoaves)로 분류되는 새들은 음경이 없어졌다.
조류에서 음경의 퇴화와 소실은 진화론자들을 곤혹스럽게 한 미스터리다. 사람에서 보듯 음경이 커지는 방향을 진화를 하면 했지 어떻게 없어지는 방향으로 진화를 한 걸까. ‘아니 95%가 없는데 어떻게 없어지는 방향으로 진화했다고 단정할 수 있지?’ 이런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조류의 조상인 파충류는 음경이 있으므로 없어지는 방향으로 진화한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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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닭목과 기러기목 조류의 음경 비교. 닭목인 닭과 메추라기는 음경의 흔적(화살표)만이 남아있는 반면(제공 PNAS) 기러기목인 오리와 기러기는 나사처럼 생긴 꽤 큰 음경을 갖고 있다. 왼쪽 아래 흰 막대의 길이가 1센티미터다. ⓒCurrent Biology |
이 과정을 분류학적으로 보면 좀 더 명쾌한데, 조류가 진화하면서 먼저 치조상목(上目)과 신조상목으로 나뉜다. 타조나 에뮤 같은 새가 치조상목에 속하는데 모두 음경이 있다. 신조상목은 다시 갈로안세라에(Galloanserae)와 네오아베스로 나뉘는데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네오아베스에 속한 새들은 음경이 완전 퇴화했다. 갈로안세라에는 다시 기러기목과 닭목으로 나뉘는데 역시 앞에 언급한 것처럼 기러기목에서는 음경이 있지만 닭목에서는 퇴화해 흔적만 남아있다. 결국 조류 진화 초기에 닭목 공동조상에서 음경 퇴화가 일어났고 이와 별도로 오늘날 네오아베스로 분류되는 새들의 공동조상에서 음경의 소실이 일어났다. 그 뒤 네오아베스에서 폭발적인 종분화가 일어나 오늘날 1만여 종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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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석기 |
조류의 음경 퇴화와 소실을 고민하던 찰스 다윈은 1871년 펴낸 책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에서 이 현상은 자연선택의 결과가 아니라 성선택(sexual selection)의 결과라고 해석했다. 즉 질에 삽입할 수 있는 음경이 없으면 짝짓기를 할 때 암컷의 도움이 없으면 안 된다. 참고로 조류 대다수는 암수가 배설강을 맞대 정자를 보낸다. 따라서 이런 짝짓기 방식에서는 암컷이 수컷에 대한 선택권이 더 커진다. 그럼에도 굳이 조류에서만 이런 방향으로 진화가 일어난 이유를 명쾌하기 설명할 수 없다.
조류 음경 소실의 또 다른 설명으로는 ‘다면발현효과(pleiotropic effect)’에 따른 결과라는 해석이 있다. 다면발현이란 하나의 유전자가 여러 형질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으로 이 가운데 자연선택에 유리한 방향으로 변화가 일어난 것도 있지만 어떤 경우에는 부수적으로 불리한 방향으로 진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늘어나는 방향으로 진화가 일어나면 자손을 더 많이 남길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암에 걸릴 확률도 높아진다. 전체적으로는 생존과 번식에 유리하다면 이런 변이가 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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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생 과정에서 Bmp4 유전자의 발현량을 비교해보면(많을수록 남색) 닭(위)의 발생과정에서 오리(아래)보다 생식결절 부위(사진에서 윗부분)에 더 많이 발현됨을 알 수 있다. 그 결과 세포사멸이 일어나 음경이 퇴화한다. ⓒCurrent Biology |
미국 하워드휴즈의학연구소 마틴 코엔 교수팀이 이번에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조류에서 음경이 사라진 건 다면발현효과일 가능성이 크다. 발생과정에서 새의 부리와 깃털, 이빨 여부 등의 형태형성에 관여하는 유전자인 Bmp4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 유전자는 세포사멸(apoptosis)을 일으키는 작용을 하는데 새의 발생과정에서 생식결절(후에 음경이 될 부분)에서 발현돼 세포를 죽임으로써 음경이 퇴화하거나 사라지게 한다는 것.
연구자들은 음경이 퇴화된 닭과 음경이 있는 기러기목 조류인 오리의 발생과정을 비교해서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 흥미롭게도 닭의 발생과정에서 Bmp4 단백질의 작용을 방해하는 노긴(Noggin) 단백질을 처리하자 세포사멸이 일어나지 않으면서 음경이 발달했다. 반대로 오리의 발생과정에서 Bmp4에 해당하는 단백질을 처리하자 세포사멸이 일어나 음경이 퇴화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런 조작과 비슷한 일이 조류의 진화과정에서도 일어났다는 점이다. 즉 음경이 있는 치조상목 가운데서 예외적으로 키위는 음경이 퇴화했고 음경이 퇴화된 닭목 가운데서 예외적으로 봉관조류는 음경이 있다. 즉 발생과정에서 Bmp4 유전자의 발현이 억제되거나 촉진되는 패턴에 따라 음경 존재 여부가 결정되는 셈이다.
사실 세포사멸은 세포분열만큼이나 발생 과정에서 개체의 형태를 결정하는 데 중요하다. 사람의 경우도 손과 발이 처음 형태를 잡을 때는 오리발처럼 손가락, 발가락 사이가 막으로 연결돼 있지만 세포사멸이 일어나 막이 없어지면서 손가락, 발가락이 분리된다. 막이 붙어있는 채 태어나는 경우도 드물게 있는데 세포사멸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로 조류 대다수에서 일어난 음경 퇴화와 소멸의 메커니즘은 설명됐지만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가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연구자들은 음경이 퇴화된 닭과 음경이 있는 기러기목 조류인 오리의 발생과정을 비교해서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 흥미롭게도 닭의 발생과정에서 Bmp4 단백질의 작용을 방해하는 노긴(Noggin) 단백질을 처리하자 세포사멸이 일어나지 않으면서 음경이 발달했다. 반대로 오리의 발생과정에서 Bmp4에 해당하는 단백질을 처리하자 세포사멸이 일어나 음경이 퇴화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런 조작과 비슷한 일이 조류의 진화과정에서도 일어났다는 점이다. 즉 음경이 있는 치조상목 가운데서 예외적으로 키위는 음경이 퇴화했고 음경이 퇴화된 닭목 가운데서 예외적으로 봉관조류는 음경이 있다. 즉 발생과정에서 Bmp4 유전자의 발현이 억제되거나 촉진되는 패턴에 따라 음경 존재 여부가 결정되는 셈이다.
사실 세포사멸은 세포분열만큼이나 발생 과정에서 개체의 형태를 결정하는 데 중요하다. 사람의 경우도 손과 발이 처음 형태를 잡을 때는 오리발처럼 손가락, 발가락 사이가 막으로 연결돼 있지만 세포사멸이 일어나 막이 없어지면서 손가락, 발가락이 분리된다. 막이 붙어있는 채 태어나는 경우도 드물게 있는데 세포사멸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로 조류 대다수에서 일어난 음경 퇴화와 소멸의 메커니즘은 설명됐지만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가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저작권자 2013.06.14 ⓒ Science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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