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에 찍힌 물발자국의 양은?
국내서도 물발자국 인증제도 도입 논의 시작돼
사이언스타임즈 라운지 오늘 아침식사로 햄버거 하나와 더불어 커피 한 잔을 마신 이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이들이 아침식사 때 소비한 물의 양은 과연 얼마일까. 커피를 담는 컵이 약 200㎖이니 200㎖라고? 하지만 놀랍게도 정답은 2ℓ짜리 생수 1천270병에 해당하는 2천540ℓ나 된다.
어째서 그런 답이 나온 것일까. 단순히 우리가 마시는 액체의 양만 따지는 게 아니라 ‘가상수(假象水, Virtual Water)’의 개념을 도입해 계산하면 그런 답이 나오게 된다. 1993년 킹스컬리지 런던대학의 토니 앨런(Tony Allan) 교수가 처음으로 도입한 가상수는 농산물이나 식품, 가전제품, 자동차 등 거래되고 있는 상품을 생산하기까지 소비되는 물의 총량을 의미한다.
어째서 그런 답이 나온 것일까. 단순히 우리가 마시는 액체의 양만 따지는 게 아니라 ‘가상수(假象水, Virtual Water)’의 개념을 도입해 계산하면 그런 답이 나오게 된다. 1993년 킹스컬리지 런던대학의 토니 앨런(Tony Allan) 교수가 처음으로 도입한 가상수는 농산물이나 식품, 가전제품, 자동차 등 거래되고 있는 상품을 생산하기까지 소비되는 물의 총량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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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상수 개념으로 보면 커피 한 잔이 완성되기까지 약 140ℓ의 물이 사용된다. ⓒ2013 Pixabay - Free Images |
이를테면 커피의 경우 커피콩을 재배하고 생산하고 포장하고 운송하는 데 들어간 물의 총량을 계산해야 한다. 이렇게 따지면 커피 한 잔이 완성되기까지 약 140ℓ의 물이, 햄버거 한 개에는 약 2천400ℓ의 물이 사용되고 있다.
우리가 매일 먹는 쌀 1㎏을 생산하는 데는 약 2천500ℓ, 식빵 1㎏은 1천600ℓ, 설탕 1㎏은 1천800ℓ, 우유 1ℓ는 1천ℓ, 맥주 1ℓ는 300ℓ라는 계산이 나온다. 쇠고기의 경우 소들이 먹는 물과 사료인 풀들을 재배하는 데 드는 물의 양까지 계산해야 하므로 1㎏에 무려 1만5천400ℓ라는 어마어마한 물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 놀라운 건 가상수 이론을 적용했을 때 우리나라가 세계 5위의 가상수 수입국이라는 사실이다. 1997년부터 2001년까지 우리나라는 농축수산물과 공산품 분야에서 연평균 374억㎥의 가상수를 수입하고 53억㎥의 가상수를 수출함으로써 연간 약 320억㎥의 가상수 무역 역조를 기록한 것. 이는 우리나라 전체 농업용수 사용량 125억㎥의 약 2.5배에 해당하는 양이다.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이 1년간 수입하는 가상수 양이 국제규격 수영장의 절반 크기에 해당한다는 통계도 있다.
수입하는 가상수 양은 해마다 증가해 지난 2007년 우리나라 가상수 총 수입량은 485억7천만㎥에 이르렀다. 수출한 89억㎥의 가상수 양을 제한다고 해도 2007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는 396억7천만㎥의 물을 다른 나라에서 끌어와 사용한 셈이다.
환경의 3대 발자국 시리즈
네덜란드 트벤테대학의 아르옌 훅스트라 교수는 이 가상수 개념을 활용해 ‘물발자국(Water Footprint)’ 개념을 만들었다. 물발자국은 사람이 직접 마시고 씻는 데 사용하는 물에다 음식이나 제품을 만드는 데 소비되는 가상수를 합친 총량으로 측정하는 개념이다. 훅스트라 교수가 이 개념을 도입한 것은 선진국과 저개발국 간의 물 사용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전 세계 물 사용량은 조절하기 위해서다.
물발자국 외에도 환경에는 생태발자국과 탄소발자국 등의 발자국 시리즈가 있다. 인간이 태어나서 발자국을 내딛는 순간부터 환경 파괴가 시작된다는 개념이 바로 발자국의 의미이다.
물발자국은 녹색과 청색, 회색의 세 가지로 구성된다. 녹색 물발자국은 개인이나 공동체가 소비한 재화 및 용역 생산시 사용한 토양에 저장된 빗물의 양을 말하며, 청색 물발자국은 재화와 용역을 생산하기 위해 사용한 지표수와 지하수의 양을 가리킨다. 반면 회색 물발자국은 재화와 용역의 생산으로 오염된 물의 양을 뜻하며, 오염원을 수질 기준 이상으로 정화하는 데 필요한 물의 양으로 계산한다.
토니 앨런 교수는 최근에 발간한 저서 ‘보이지 않는 물 가상수’에서 물 소비량의 90%가 식량 생산에 들어가며, 그중에서도 특히 육류는 생산하는 데 물이 가장 많이 필요한 식품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육류를 많이 소비하는 선진국의 경우 채식 위주로 식습관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1인당 물 소비량은 40% 가까이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같은 양의 영양분을 섭취하는 데 있어 육식이 채식보다 물발자국의 규모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물발자국은 국가 간의 물 평등 문제와도 연관이 있다. 좋은 예가 예전에 유럽 국가들이 장미와 튤립 등의 화훼를 재배하기 위해 아프리카에 만든 화훼단지이다. 여기서 재배한 꽃들을 유럽인들이 즐기는 동안 아프리카의 담수는 고갈되었고 그 결과 정작 사람들이 마실 물조차 없어졌다는 것.
따라서 물발자국은 앞으로 국제적인 물 협력을 가능하게 할 수 있으며, 무역에서도 물발자국 개념이 매우 중요하게 대두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는 지난 2009년 물발자국에 대한 국제 표준화 절차에 착수해 2011년 6월 오슬로 회의에서 ISO WD 14046을 채택했다. 올해 8월에는 ISO DIS 14046이 채택될 예정이며, 내년 6월에는 국제표준으로 출판될 예정이다. 또한 유럽연합에서도 물발자국에 대한 구체적 실행지침과 지수를 발표해 앞으로 활용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한국형 물발자국 산정법 개발되어야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수질기준과 국내 특성을 반영해 기업과 제품에 동시 적용할 수 있는 한국형 물발자국 산정방법의 개발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에서 물발자국 인증제도 도입에 대한 논의가 처음으로 시작돼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환경정보연구센터에서 물발자국 포럼 구성 및 운영 방안 마련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물발자국 포럼은 현재 유럽 등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물발자국 제도를 국내에 도입하여 제품 전 과정에서 사용되는 물 사용량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국제적인 물 수요관리 기반을 마련하고 아시아 지역에서의 관련제도 도입을 선도하는 역할을 맡자는 취지를 표방하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7회 수자원환경기술포럼에서 물발자국 포럼이 처음으로 그 모습을 드러냈는데, 그날 포럼에서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김만영 연구위원은 ‘물발자국 인증제도 국내 도입 방안’에 대해 주제발표를 했다.
또한 지난달 29일에는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가상수와 물발자국에 의한 효율적 물관리 국제 컨퍼런스’가 개최돼 관련 분야의 국제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물발자국의 동향 및 준비해야 할 과제 등 가상수 및 물발자국과 관련된 정보를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된 바 있다.
OECD는 2030년이 되면 전 세계 인구의 47%가 물 스트레스를 느끼게 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2012년 3월에 OECD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물 스트레스 비중이 40% 이상으로 평가돼 34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물 스트레스가 높은 국가로 평가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평소 물로 인한 불편을 크게 느끼지 않으며 살고 있는 것은 가상수의 엄청난 수입량 덕분이다. 앞으로 물발자국이란 무역 장벽에 가로막히지 않으려면 우리나라도 빨리 한국형 물발자국 산정방법을 개발해 물발자국 인증제도 도입을 선도해나가는 위치에 서야 할 것이다.
우리가 매일 먹는 쌀 1㎏을 생산하는 데는 약 2천500ℓ, 식빵 1㎏은 1천600ℓ, 설탕 1㎏은 1천800ℓ, 우유 1ℓ는 1천ℓ, 맥주 1ℓ는 300ℓ라는 계산이 나온다. 쇠고기의 경우 소들이 먹는 물과 사료인 풀들을 재배하는 데 드는 물의 양까지 계산해야 하므로 1㎏에 무려 1만5천400ℓ라는 어마어마한 물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 놀라운 건 가상수 이론을 적용했을 때 우리나라가 세계 5위의 가상수 수입국이라는 사실이다. 1997년부터 2001년까지 우리나라는 농축수산물과 공산품 분야에서 연평균 374억㎥의 가상수를 수입하고 53억㎥의 가상수를 수출함으로써 연간 약 320억㎥의 가상수 무역 역조를 기록한 것. 이는 우리나라 전체 농업용수 사용량 125억㎥의 약 2.5배에 해당하는 양이다.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이 1년간 수입하는 가상수 양이 국제규격 수영장의 절반 크기에 해당한다는 통계도 있다.
수입하는 가상수 양은 해마다 증가해 지난 2007년 우리나라 가상수 총 수입량은 485억7천만㎥에 이르렀다. 수출한 89억㎥의 가상수 양을 제한다고 해도 2007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는 396억7천만㎥의 물을 다른 나라에서 끌어와 사용한 셈이다.
환경의 3대 발자국 시리즈
네덜란드 트벤테대학의 아르옌 훅스트라 교수는 이 가상수 개념을 활용해 ‘물발자국(Water Footprint)’ 개념을 만들었다. 물발자국은 사람이 직접 마시고 씻는 데 사용하는 물에다 음식이나 제품을 만드는 데 소비되는 가상수를 합친 총량으로 측정하는 개념이다. 훅스트라 교수가 이 개념을 도입한 것은 선진국과 저개발국 간의 물 사용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전 세계 물 사용량은 조절하기 위해서다.
물발자국 외에도 환경에는 생태발자국과 탄소발자국 등의 발자국 시리즈가 있다. 인간이 태어나서 발자국을 내딛는 순간부터 환경 파괴가 시작된다는 개념이 바로 발자국의 의미이다.
물발자국은 녹색과 청색, 회색의 세 가지로 구성된다. 녹색 물발자국은 개인이나 공동체가 소비한 재화 및 용역 생산시 사용한 토양에 저장된 빗물의 양을 말하며, 청색 물발자국은 재화와 용역을 생산하기 위해 사용한 지표수와 지하수의 양을 가리킨다. 반면 회색 물발자국은 재화와 용역의 생산으로 오염된 물의 양을 뜻하며, 오염원을 수질 기준 이상으로 정화하는 데 필요한 물의 양으로 계산한다.
토니 앨런 교수는 최근에 발간한 저서 ‘보이지 않는 물 가상수’에서 물 소비량의 90%가 식량 생산에 들어가며, 그중에서도 특히 육류는 생산하는 데 물이 가장 많이 필요한 식품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육류를 많이 소비하는 선진국의 경우 채식 위주로 식습관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1인당 물 소비량은 40% 가까이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같은 양의 영양분을 섭취하는 데 있어 육식이 채식보다 물발자국의 규모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물발자국은 국가 간의 물 평등 문제와도 연관이 있다. 좋은 예가 예전에 유럽 국가들이 장미와 튤립 등의 화훼를 재배하기 위해 아프리카에 만든 화훼단지이다. 여기서 재배한 꽃들을 유럽인들이 즐기는 동안 아프리카의 담수는 고갈되었고 그 결과 정작 사람들이 마실 물조차 없어졌다는 것.
따라서 물발자국은 앞으로 국제적인 물 협력을 가능하게 할 수 있으며, 무역에서도 물발자국 개념이 매우 중요하게 대두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는 지난 2009년 물발자국에 대한 국제 표준화 절차에 착수해 2011년 6월 오슬로 회의에서 ISO WD 14046을 채택했다. 올해 8월에는 ISO DIS 14046이 채택될 예정이며, 내년 6월에는 국제표준으로 출판될 예정이다. 또한 유럽연합에서도 물발자국에 대한 구체적 실행지침과 지수를 발표해 앞으로 활용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한국형 물발자국 산정법 개발되어야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수질기준과 국내 특성을 반영해 기업과 제품에 동시 적용할 수 있는 한국형 물발자국 산정방법의 개발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에서 물발자국 인증제도 도입에 대한 논의가 처음으로 시작돼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환경정보연구센터에서 물발자국 포럼 구성 및 운영 방안 마련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물발자국 포럼은 현재 유럽 등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물발자국 제도를 국내에 도입하여 제품 전 과정에서 사용되는 물 사용량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국제적인 물 수요관리 기반을 마련하고 아시아 지역에서의 관련제도 도입을 선도하는 역할을 맡자는 취지를 표방하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7회 수자원환경기술포럼에서 물발자국 포럼이 처음으로 그 모습을 드러냈는데, 그날 포럼에서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김만영 연구위원은 ‘물발자국 인증제도 국내 도입 방안’에 대해 주제발표를 했다.
또한 지난달 29일에는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가상수와 물발자국에 의한 효율적 물관리 국제 컨퍼런스’가 개최돼 관련 분야의 국제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물발자국의 동향 및 준비해야 할 과제 등 가상수 및 물발자국과 관련된 정보를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된 바 있다.
OECD는 2030년이 되면 전 세계 인구의 47%가 물 스트레스를 느끼게 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2012년 3월에 OECD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물 스트레스 비중이 40% 이상으로 평가돼 34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물 스트레스가 높은 국가로 평가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평소 물로 인한 불편을 크게 느끼지 않으며 살고 있는 것은 가상수의 엄청난 수입량 덕분이다. 앞으로 물발자국이란 무역 장벽에 가로막히지 않으려면 우리나라도 빨리 한국형 물발자국 산정방법을 개발해 물발자국 인증제도 도입을 선도해나가는 위치에 서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2013.06.14 ⓒ Science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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