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5일 수요일

동·식물 가리지 않는 외래종의 침략

동·식물 가리지 않는 외래종의 침략

생태계 위협하는 ‘살아 있는 무기’



외국에서 유입된 생물들이 최근 들어 급증하며 우리나라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이들 외래종은 천적도 없이 무제한 번식하면서 강이나 호수 등 내륙뿐만 아니라 섬과 바닷속까지 점령하고 있다.
▲ 생태계 교란 외래종 뉴트리아(nutria)는 길이 1미터에 몸무게 10킬로그램까지 자라나 '괴물쥐'라 불린다.  ⓒWikipedia
최근에는 뉴트리아(nutria)가 골치다. 쥐와 유사한 설치목 생물이지만 길이 1미터에 몸무게가 10킬로그램까지 자라나 ‘괴물쥐’라 불린다. 날카로운 이빨을 가지고 있어 함부로 만졌다가는 손가락이 절단될 수도 있다.

1985년 모피 생산을 위해 남미에서 들여온 뉴트리아는 2001년 가축으로 지정되면서 전국의 농가에서 길러왔다.

그러나 일부 개체가 우리를 탈출한 뒤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나 농작물과 생태계에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 식물 뿌리와 열매뿐만 아니라 어류, 조류까지 잡아먹고 사람과 개에게도 덤벼든다. 낙동강 주변 습지에 특히 많이 분포하며 제주도에서도 발견된 바 있다.

이에 정부는 2006년 9월 뉴트리아를 ‘생태계 교란 야생 동식물’에 포함시켰다. 또한 지난 2월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정비하면서 외국산 동·식물을 수입하기 전에 승인을 의무화하는 등 생태계 교란 외래종에 대해 그물망 같은 방어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외래종의 수와 종류가 갈수록 늘어나면서 지자체와 환경단체뿐만 아니라 농어민까지 퇴치에 나서는 실정이다.

생태계 교란 야생 동식물은 총 16종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은 외래종을 “국외에서 들여온 생물종을 포함하여 원래는 국내의 토착종이나 특정 생태계에서 역사적으로 서식하지 않던 생물종이 자연적인 서식범위를 벗어나서 스스로 번식 혹은 경쟁력을 가지고 살아가는 생물”로 정의한다.

2010년 기준으로 국내에 도입된 외래생물은 동물 620종, 식물 310종에 달한다. ‘한국의 외래생물 종합검색 시스템’을 이용하면 외래종의 목록과 구별법을 확인할 수 있다. (홈페이지 : http://ecosystem.nier.go.kr/alienspecies/)

그중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생태계에 위협을 가하는 일부 생물이다. 홈페이지 메뉴 중에서 ‘생태계 교란 야생 동식물’을 클릭하면 국내에 서식하는 유해 외래종을 확인할 수 있다.

△1991년 지정된 단풍잎돼지풀, 돼지풀 △1998년 지정된 황소개구리, 파랑볼우럭(블루길), 큰입배스 △2001년 지정된 붉은귀거북 △2002년 지정된 서양등골나물, 털물참새피, 물참새피, 도깨비가지 △2009년 지정된 뉴트리아, 가시박, 미국쑥부쟁이, 서양금혼초, 애기수영, 양미역취 등 총 16종이다.

최근 문제되는 뉴트리아는 이들 유해 외래종 중 하나에 불과하다. 황소개구리, 붉은귀거북, 블루길, 배스 등 동물들은 전국의 강과 호수로 번지며 토종 생물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어 씨를 말리는 상황이다.

황소개구리는 한때 퇴치운동이 활발하며 잠시 주춤하는가 싶더니 최근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블루길과 배스는 전국의 저수지와 호수를 점령한 지 오래다.

외래 식물이 주는 피해도 동물 못지않다. 끝없는 번식력으로 주변 식물의 성장을 가로막는 가시박과 서양금혼초가 대표적이다.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가시박은 1990년 오이 접목에 쓰기 위해 들여올 때만 해도 피해를 예상하지 못했다. 한 그루당 2만5천 개 이상의 씨앗이 달리는데 60년이 지나도 싹을 틔울 수 있어 박멸이 어렵다. 뿌리째 뽑고 철마다 베어내도 사라지지 않아 ‘식물계의 황소개구리’라 불린다.

‘개민들레’라 불리는 서양금혼초도 마찬가지다. 개체당 1만 개 이상의 씨앗이 바람을 타고 날아가 주변으로 퍼진다. 전국의 산과 들에 이어 제주도와 그 옆 우도까지 이미 점령해 퇴치가 시급한 실정이다.

외래종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 1천500조 넘어

외래종으로 인해 고통을 받는 것은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미국 남부 해안에는 남미에서 들어온 개미떼가 전자제품에까지 피해를 주고 있으며 아프리카 외래종인 거대 달팽이가 농작물을 갉아먹고 전염병을 옮기는 상황이다.

▲ '식물계의 황소개구리'라 불리는 가시박은 엄청난 번식력으로 주변의 풀과 나무 등 모든 식물들을 고사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Wikipedia
청정지역인 남극대륙도 연구진과 관광객의 신발과 가방에 묻어 들어온 연평균 7만 개 이상의 식물 씨앗으로 몸살을 앓는다.

외래종이 늘어날수록 경제적인 피해도 커진다. 2010년 유엔환경계획(UNEP)은 한 해 평균 피해액을 1조4천억 달러(우리돈 약 1천600조) 규모로 추산한 바 있다. 중국도 외래종으로 인해 지난해 추산 1천200억 위안(우리돈 약 22조)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래종이 새로 유입되면 초기에는 자연적인 천적이 존재하지 않아 번식과 확산에 제약이 없다. 호주에 1859년 사냥감으로 도입된 24마리의 야생토끼가 1950년에는 5억 마리까지 불어나 식물 생태계를 초토화시킨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에 각국은 유해 외래종의 이동과 전파를 막기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생태계 교란 야생동물을 방생하다 적발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그러나 외래종의 수는 해가 갈수록 오히려 늘고 있다. 피해 예측도 없이 경제적 이득만을 고려한 채 무분별하게 도입하거나 농산물이나 자재를 수입하면서 검역을 소홀히 하기 때문이다.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방생을 반복하는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세계는 지금 ‘종자전쟁’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특정 농림수산물 품종으로 특허를 획득한 다국적 기업들이 토종 종자를 비싼 값에 판매하거나 소송을 걸어 거액의 합의금을 받아내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유해 외래종이 기승을 부려 토종 동·식물이 멸종하면 생물다양성이 약화되고 결국은 외국에서 종자를 수입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생태계가 망가지기 전에 유해 외래종의 퇴치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다.


임동욱 객원기자 | im.dong.uk@gmail.com

저작권자 2013.06.05 ⓒ ScienceTimes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