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8일 토요일

공기를 압축하여 에너지를 만든다

공기를 압축하여 에너지를 만든다

신개념 압축공기 저장시설 개발

 

▲ 압축공기 저장시설 프로세스 ⓒ한국암반공학회
대관령이나 제주도 해안 등에는 상당한 양의 풍력 에너지가 존재한다. 하지만 이를 전기로 바꿔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24시간 내내 같은 세기로 바람이 부는 것이 아닐 뿐더러 가끔씩은 아예 바람이 멈추기도 하기 때문이다.

전력공급은 균형이 중요하다. 평소에 전기가 남아 돌더라도 정작 필요할 때 충분한 전력 예비량이 없다면 블랙아웃(black-out)이라는 사태를 피하기 어려워진다. 바로 이런 문제들이 신재생에너지가 미래 에너지의 총아로 등장하는 것을 막는 장애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전력공급의 균형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나온 해결책이 전력을 저장하는 방법이다. 저장방법에는 축전지나 초전도 저장(SMES) 등과 같이 전력의 형태로 저장하는 기술 외에도 위치에너지로 변환시켜 저장하는 양수발전과 압력에너지로 변환하는 압축공기 저장기술 등이 있다.

지하공간에 압축공기를 저장하는 기술

압축공기로 에너지를 저장하는 기술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방법이다. 다만 지금까지는 압축공기 저장시설이 실제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발전소가 아닌, 말 그대로 에너지를 저장하는 창고 용도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경제성 및 효율성의 차원애서 널리 확대되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미국의 과학자들이 신재생에너지의 하나인 풍력에너지와의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압축공기 저장시설(CAES, Compressed Air Energy Storage)을 건설하고 있다는 소식이 외신을 타고 전해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 PNNL 연구진이 제안한 압축공기 에너지 저장 시설 ⓒPNNL

첨단기술 전문매체인 테크놀러지리뷰(Technologyreview)는 미 에너지부 소속의 태평양 북서부 국립연구소(PNNL, Pacific Northwest National Laboratory) 과학자들이 압축공기를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다공성의 지하 암반지대에 저장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개발을 시도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테크놀러지리뷰는 연구진이 기존과는 다른 저장방식으로 과제에 접근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대부분의 압축공기 저장시설이 암염 채광굴에 위치했던 것과는 달리 새로운 기술은 현무암 암석 사이의 빈 공간에 압축공기를 저장하는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수발전과 유사한 압축공기 저장시설
바람을 포집하여 압축했다가 전력이 부족할 때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압축공기 저장기술의 원리는 전력 수요가 적은 심야에 물을 높은 곳으로 끌어올렸다가 전력이 부족할 때 낙차를 이용해 발전하는 양수발전 방식과 유사하다. 물 대신 바람을 사용하는 것이 다를 뿐이다.

바람은 대체로 낮보다 전력수요가 적은 야간에 많이 부는데, 이때 대형 공기 압축기를 이용하여 바람을 특정한 공간에 밀어 넣고 압축한다. 독일과 미국은 이미 오래 전부터 암염 채광굴에 압축공기 발전시설을 건설하여 운영하고 있다.
▲ 컬럼비아 힐스 지역의 압축공기 저장시설 ⓒPNNL

압축공기는 팽창하는 과정에서 온도를 떨어뜨리게 되기 때문에 지상에서 에너지를 추출하는 과정은 효율성에 문제가 생긴다. 그러나 암염동굴과 같은 장소에서는 약간의 압력 차이로도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기 때문에, 지하공간이 압축공기 저장에 유리한 것이다.

이처럼 지하공간에 압축된 바람은 전력이 부족할 때 에너지로 재사용되는데, 저장고의 입구를 열고 내부를 가열하면 압력차에 의해 공기가 빠져 나오게 된다. 그리고 이때 발생하는 열과 바람을 이용해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게 된다.

바람을 압축공기 형태로 저장하는 과정과 이를 다시 에너지로 생산하는 과정은 수분 내에 이뤄지기 때문에 유실되는 에너지가 별로 없어 효율도 높은 편이다. 압축공기 저장기술은 공기를 지하로 밀어 넣을 때 사용한 전력의 80%를 다시 전력으로 재생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액화공기를 활용한 전력생산 방법도 등장
PNNL의 과학자들이 추진하고 있는 압축공기 저장 연구는 현재 워싱턴 동부의 ‘컬럼비아 힐스(Columbia Hills)’와 ‘야키마 미네랄(Yakima Minerals)’이라 불리는 2개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다.

컬럼비아 힐스 지역은 인근에 천연가스 수송관이 있어 압축공기 발전의 최적 지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하 저장고에서 배출되는 압축 공기를 가열할 때 소량의 천연가스를 연소시키면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스코틀랜드에 위치한 액체공기 파일럿 설비 ⓒHPS
반면에 야키마 미네랄은 천연가스에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지역이다. 따라서 연구진은 다른 종류의 압축공기 에너지 저장시설을 고안했는데, 바로 지열에너지(geothermal energy)를 사용하여 공기 압축기를 냉각시키는 냉각기에 동력을 공급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이었다.

연구진은 "야키마 미네랄 지역의 압축공기 저장시설이 공기의 압축과 지열이라는 서로 다른 에너지원의 결합을 통해 해당 지역이 갖고 있는 지형적 한계를 극복하고 개발한 가장 창조적인 시스템"이라고 자평하면서, 이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다양한 지역에 적용할 수 있고 기존의 지열발전이 갖고 있는 한계까지 넘어서는 발전 시스템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에너지 분야의 전문가들은 두 지역에서 행해진 연구에 대해 “앞으로 압축공기 발전이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전역에 도입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필요할 때 즉시 전력을 생산하고 그 양도 미리 예측할 수 있는 압축공기 저장시설의 발전은 신재생에너지 발전과 상호 보완할 수 있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압축공기와는 별도로 최근 들어 에너지 저장 효율의 극대화를 위한 방안으로 공기를 영하 200도까지 냉각하는 액화공기 기술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전기가 필요하게 되면 액화공기를 다시 가열하여 스팀터빈 및 발전기를 구동하는 데 사용함으로써 전기를 재생산할 수 있다.

현재 영국의 런던에 위치한 하이뷰 파워 스토리지(Highview Power Storage)사는 50억원 이상의 연구자금을 확보하여 스코틀랜드에 파일럿 설비를 건설했다. 이 설비는 액화공기를 사용하여 전기를 저장하는 용도에 활용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외에도 액화공기는 저배출 자동차의 피스톤을 구동하는 데에도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김준래 객원기자 | joonrae@naver.com

저작권자 2013.06.0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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