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과학자의 쾌거, “연구 시너지 더 높죠”
[인터뷰] 문회리 UNIST 친환경에너지공학부 교수
각 분야에서 성과를 이룬 사람들 중, 부부이기 때문에 남다른 활동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연예계와 의학계, 예술계 등에서 ‘부부 전문가’의 성공은 더욱 두드러지는데, 과학계에도 부부 동반 연구자들은 타 연구자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게 된다.
울산과학기술대학교(UNIST)의 대표 부부 과학자 문회리 친환경에너지공학부 교수와 주상훈 나노생명화학공학부 교수의 연구 성과가 주목을 받고 있다. 공기나 용액 등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나노 다공성 금속산화물을 더욱 간단하고 저렴하게 만들 수 있도록, 새로운 합성법을 개발한 것이다.
문회리 교수와 주상훈 교수의 이번 연구는 화학 분야의 최고 권위지 중 하나인 '미국화학회지(J. Am. Chem. Soc.)'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새로운 합성법 제시
울산과학기술대학교(UNIST)의 대표 부부 과학자 문회리 친환경에너지공학부 교수와 주상훈 나노생명화학공학부 교수의 연구 성과가 주목을 받고 있다. 공기나 용액 등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나노 다공성 금속산화물을 더욱 간단하고 저렴하게 만들 수 있도록, 새로운 합성법을 개발한 것이다.
문회리 교수와 주상훈 교수의 이번 연구는 화학 분야의 최고 권위지 중 하나인 '미국화학회지(J. Am. Chem. Soc.)'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새로운 합성법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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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상훈 교수(좌), 문회리 교수(우) ⓒ문회리 |
나노 다공성 금속산화물이란 청동과 동, 철 등의 금속을 산소와 결합시킨 금속 화합물입자 내부에 아주 미세한 구멍이 뚫려 있는 물질을 말한다. 해당 굵기는 머리카락 두께보다 수 만분의 일이 작은 사이즈로, 공기나 용액 등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구멍이 있어 흡착제와 촉매제로 사용되고 있으며 약물을 전달하고 에너지를 저장하는 매체 등으로 다양하게 적용돼 왔다.
여러 분야에 중요하게 사용되는 만큼, 나노 다공성 금속산화물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은 계속 제기됐고 많은 연구자들에 의해 연구가 진행돼 왔다. 특히 기존에는 계면활성제를 이용해 기공을 만들어 왔는데, 이 방법은 고온의 공정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고내열성인 실리카 이외의 다양한 금속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존재했다.
“기존의 계면활성제를 이용하는 나노다공성 실리카 합성법은 고온의 공정으로 제조효율이 떨어지고 실리카 외 금속 산화물 합성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여러 분야의 과학자들이 나노 기공을 가지면서도 구조체는 결정성을 띠는 금속 산화물을 합성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어요. ‘증발-유도 자기조립 (evaporation-induced self-assembly)’, ‘나노 주조기술 (nanocasting)’, ‘나노입자 자기조립(nanoparticle self-assembly)’과 같은 다양한 방법이 개발돼 왔죠. 그러나 간단한 합성법을 통해 나노 다공성 금속 산화물의 기공 구조를 조절하는 것은 여전히 해결되어야 할 문제 중 하나였습니다.”
문회리-주상훈 교수는 앞서 언급한 기존 연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금속 이온과 유기 리간드를 간단한 방법으로 결합시킨 후 열처리를 통해 나노 다공성 금속 산화물을 합성했다. 기존의 방법과 비교하면 화학물질의 사용과 합성단계를 대폭 간소 하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이번 연구는 금속이온과 유기 리간드의 결합물질을 골격으로 나노 다공성 금속 산화물을 합성하는 새로운 합성법을 제시한 연구입니다. 해당 방법을 이용하면 단순한 공정으로 저렴하게 나노 다공성 금속 산화물을 합성할 수 있죠. 여기서 금속 이온과 유기 리간드를 결합한 물질을 일컬어 ‘금속-유기 골격체’ 라고 하는데, 기존 연구에서는 해당 ‘금속-유기 골격체’ 자체의 응용성 연구에 집중해 왔다면, 이번 연구에서는 금속-유기 골격체를 하나의 반응물로 사용했습니다. 즉, 간단한 발상의 전환으로 새로운 물질을 합성할 수 있었던 것이죠.”
문회리-주상훈 교수팀이 개발한 금속 산화물은 합성된 기공으로 인한 표면적 확대로 반응효율이 좋아져 기공이 없는 상용 마그네슘 산화물에 비해 이산화탄소 흡착능력이 10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연구팀은 기존에 사용되던 방향족 대신 지방족 유기 리간드로 대체해 공정온도를 낮춤으로써 높은 온도로 인한 입자 뭉침을 극복할 수 있었다.
“‘방향족 유기 리간드’란 분자 속에 벤젠고리를 가진 유기화합물로 벤젠의 유도체를 말하며, ‘지방족 유기 리간드’는 분자 속 탄소원자가 고리구조를 갖지 않는 유기물질을 말합니다. 따라서 두 물질의 물리 화학적 특성이 상당히 다른 셈이죠. 특히 열적 안정성은 지방족 유기 리간드가 대체로 더 낮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기존 금속-유기 골격체에서 주로 사용된 방향족 유기 리간드를 열안정성이 더 낮은 지방족 유기 리간드로 대체함으로써 열분해 공정 온도를 낮추고, 고온 공정으로 이한 금속 입자 뭉침 현상을 극복할 수 있었죠.”
고리구조가 없는 지방족 유기 리간드의 경우 입자가 뭉쳐지기 전에 휘발되면서 기공을 만들게 되며, 스스로가 기공 유도물질로 작용하기 때문에 계면활성제가 따로 필요 없다. 때문에 연구팀은 이와 같은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
“주 교수, 성격 다르지만 최상의 연구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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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노 다공성 마그네슘 산화물의 전자현미경 사진(왼쪽) 및 금속-유기 골격체의 열변환을 이용한 계층적 기공구조의 금속 산화물 제조과정 모식도 (오른쪽) ⓒ한국연구재단 |
이번 연구는 마그네슘이나 세륨, 망간 등 다양한 금속 산화물 합성에 응용될 수 있다는 점과 반응조건을 적절히 조절할 경우 원하는 크기의 기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회리 교수는 “저렴한 지방족 유기 리간드인 아디프산을 금속-유기 골격체에 도입해 활용도가 높은 나노 다공성 금속산화물을 쉽게 합성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 것에 큰 의의가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 이 방법을 이용해 앞으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점 역시 큰 의미를 가진다고 덧붙였다.
해당 연구는 문회리 교수와 주상훈 교수가 울산과학기술대학교에서 근무를 시작할 당시부터 지속적으로 이야기해 온 아이디어였다. 문회리 교수는 금속-유기 골격체 합성 전공자이며 주상훈 교수는 나노 다공성 물질 합성 전공자인만큼 두 사람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조합한 결과인 셈이다.
이처럼 각자의 전문분야를 내세운 이 연구의 총 1년 반의 기간은 서로가 최상의 연구 파트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우리 부부는 성격이 매우 달라요. 하지만 연구하며 부딪히는 일은 거의 없죠.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기 때문에 크게 다툴 일이 없는 것 같아요. 이번 연구도 논문을 제출한 후 저널(journal) 측으로부터 우리나라 시간으로 약 새벽 4시 경에 최종 수락 메일을 받았어요. 잠결에 메일을 확인하고 옆에서 잠자고 있던 주상훈 교수를 깨워 기쁨을 나눴던 기억이 나네요.”
문회리 교수는 평소 주상훈 교수와 상당히 많은 대화를 나눈다고 이야기했다. “하루에 두 세 시간씩은 연구에 관한 혹은 그 외의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에요. 서로 연구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대화를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거든요. 이렇게 대화를 하면, 논문만 읽어서는 얻기 힘든 연구의 미세한 부분들을 서로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두 배 이상의 시너지를 얻을 수 있어요. 이처럼 많은 대화 가운데, 서로 연구 아이디어도 얻고 힐링도 하는 것 같아요.”
문회리-주상훈 교수팀의 이번 연구는 기존에 없던 방법을 개발한 것인 만큼 합성 메커니즘을 설명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실험을 진행하는 과정이 매우 만만치 않았다. 실험양이 많을 뿐 아니라 분석과정도 힘든 시간이었지만, 문 교수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어 매우 뿌듯하다고 이야기했다.
“나노 다공성 금속 산화물은 응용할 수 있는 분야가 광범위합니다. 때문에 단순한 공정으로 저렴하게 대량 생산하는 방법을 개발하면 파생되는 산업적 가치가 매우 클 거예요. 이번 연구 결과는 나노 다공성 금속 산화물의 새로운 합성법 개발이라는 학문적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동시에 산업적으로도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다양한 금속 이온을 도입할 경우 이차전지 전극 소재와 수소 연료전지 촉매, 이산화탄소 흡착제, 중금속 흡착 분리제, 약물 전달체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적용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요."
문회리 교수 연구팀의 모토(motto)는 ‘지구를 살리자(Let's save our Earth)’이다. 이는 지구에 이로운 과학연구를 진행하자는 의미로, 연구팀이 수소 저장체 개발과 이산화탄소 저감 기술 등을 연구하는 이유 역시 바로 이러한 목표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지구에 득이 되는 연구를 계속 진행하고 싶습니다. 주 교수 역시 최근 연료 전지 촉매 연구에 몰입하고 있는데, 시간이 흐른 뒤 누가 보아도 ‘주상훈 표’ 연구였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자신만의 연구 색깔을 가지고 싶다고 합니다. 앞으로 우리 부부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로운 연구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저작권자 2013.06.26 ⓒ Science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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