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15일 토요일

세계는 지금… 탄소섬유 전쟁

세계는 지금… 탄소섬유 전쟁

세계 신산업 창조 현장 (18)

 
 
높이 1km의 고층건물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수 있을까. 문제는 지상 1km 높이까지 엘리베이터를 들어 올릴 수 있는 가벼우면서도 강력한 케이블이다. 아직 이런 케이블이 없어 지상 500m 이상 올라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 두바이의 부르즈 할리파(Burj Khalifa) 타워에서는 828m의 높이를 두 대의 엘리베이터로 연결하고 있다. 500m 높이에 다다르면 또 다른 엘리베이터로 갈아타야 한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 항구도시 제다에 지상 1km 이상의 높이로 세워지고 있는 세계 최고의 빌딩 킹덤타워(Kingdom Tower) 건설현장에서는 이런 걱정을 하지않고 있다. 두 대의 엘리베이터를 갈아타지 않고 단 번에 올라갈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고층 엘리베이터 기술, 탄소섬유로 해결
지난 11일 영국의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에 따르면, 핀란드의 엘리베이터 대기업인 코네(Kone)는 1km가 넘는 높이를 한 번에 연결할 수 있는 솔루션 ‘울트라로프(UltraRope)’ 기술을 공개했다.
▲ 에어버스는 주력기종인 A350 XWB의 연비향상을 위해주 날개와 동체 대부분을 탄소섬유로 제작하고 있다. 기체 중량의 약 50%에 해당하는 것이다. ⓒhttp://www.airbus.com

이전 엘리베이터보다 훨씬 더 간편하고, 힘이 덜 드는 방법으로 승객들을 1km 이상 실어 나를 수 있다는 것. 비결은 엘리베이터와 연결된 로프다. 강철로 만든 로프 대신 탄소섬유(carbon fiber)를 사용했다는 설명이다.

울트라로프는 네 가닥의 탄소섬유로 이루어져 있다. 네 가닥의 탄소섬유 테이프는 사람의 혁대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으며, 4mm 두께, 4cm 너비의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포장돼 있었다.

놀라운 것은 이 탄소섬유의 무게가 강철과 비교해 7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가볍다는 것이다. 반면 당겨지는 힘에 버틸 수 있는 장력에 있어서는 강철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강도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 코네 측 엔지니어는 1km가 넘는 빌딩 엘리베이터를 건설할 경우 추정이 불가능할 만큼의 많은 강철 로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코네에서 개발한 탄소섬유 로프를 사용할 경우 훨씬 적은 양의 로프로 엘리베이터를 올려 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네 측에서는 지난 2004년에 이미 지하 333m 깊이의 수직갱도 실험장에서 기초실험을 마쳤다고 말했다. 그리고 9년 간 다양한 안전실험을 해왔으며, 지금의 울트라로프를 개발할 수 있었다는 것. 실제로 이 로프는 유럽연합과 미국 인증테스트를 통과한 상태다.

탄소섬유란 유기섬유 전구체인 Rayon, PAN, Pitch 등을 가열해 얻은 탄소 함유율 90% 이상의 섬유를 말한다. 강철과 비교해 5분의 1 이하로 가벼운 대신 강도는 10배 이상 강해 항공우주, 국방, 산업 분야 등에서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복합신소재다.

일본 기업들 탄소섬유 시장 70% 장악
탄소섬유의 사용범위는 광범위하다. 에어버스의 경우 주력 기종인 A350 XWB의 연비향상을 위해 주 날개와 동체 대부분을 탄소섬유로 제작하고 있다. 기체 중량의 약 50%에 해당하는 것이다. 경쟁업체인 보잉사도 주력기종인 B787 등에 탄소섬유 사용을 결정했다.

탄소섬유에 있어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고 있는 곳은 일본 토레이다. 양대 항공사에 자사 제품을 납품하면서 에어버스사에서 2천억~3천억 엔, 보잉사에서 6천억 엔(한화 약 7조2천억 원)의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항공기 외에도 유도무기, 스텔스 기술, 전투차량 등의 국방 분야에서 이 탄소섬유를 사용하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더 많은 탄소섬유가 지금보다 낮은 가격으로 거래되기를 고대하고 있다. 그러나 고품질 탄소섬유 생산에 아직 한계가 있어 때를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탄소섬유를 가장 필요로 하고 있는 산업 분야는 자동차다. 최근 차량의 무게 감소를 통해 연비 향상을 꾀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우수한 탄소섬유 소재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폴크스바겐, BMW와 같은 자동차 회사들은 유럽에서 독일의 SGL carbon과 이미 합작투자를 맺어놓은 상태다. 개발중인 경차 소재로 활용하겠다는 생각이다. 이 밖에 배터리, 풍력발전 등의 에너지, 의류, 스포츠장비 업체 등에서도 탄소섬유 소재개발에 전력을 쏟고 있다.

현재 세계 탄소섬유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나라는 일본이다. 탄소섬유를 처음 개발한 나라인 만큼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는 양질의 탄소섬유를 생산 중이다. 세계시장 역시 토레이, 미쓰비시레이온, 토호테낙스 등 3개 업체가 70%를 장악하고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태광산업이 자체 개발한 PAN 기술로 자체생산을 시작했다. GS칼텍스는 지난 4월 여수산업단지에 활성탄소섬유 생산공정을 준공하고 내년부터 시제품을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5월에는 효성이 전주 친환경복합단지에 연산 2천톤 규모의 탄소섬유 공장을 준공했다. 이밖에 코오롱, 포스코 등도 연구개발에 들어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탄소섬유 동향은 세계 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주제다. 최근 탄소섬유와 관련 애플이 의미심장한 행보를 걷고 있다는 소식은 세계를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탄소섬유는 미래 소비가 이미 정해져 있는 ‘꿈의 소재’ 시장이다. 경량화 소재의 특성상 대량생산이 어렵고 생산 비용이 높다는 문제가 있지만 이 장애물이 해결될 경우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신소재 분야에서 새로운 역사가 전개되고 있다.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3.06.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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