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20일 수요일

연간 2조원씩 벌어들일 ‘검은 노다지’

연간 2조원씩 벌어들일 ‘검은 노다지’

망간단괴 실용화에 한걸음 다가서

 
 
지난 14일 강원도 동해 (주)동부메탈 공장의 파일럿플랜트에서는 해양수산부와 지질자원연구원, 해양과학기술원, 심해저개발협의회 등의 관계자 50여 명이 모여 연속용융 공정이 진행되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연속공정은 건조 후 파쇄된 망간단괴에 석회석 등의 첨가제와 환원제를 혼합해 투입하고 이를 1천450℃로 녹여 유기금속을 회수하는 과정이다.

지질자원연구원은 지난 2월부터 이곳에 일일처리량 2톤 규모의 파일럿플랜트를 구축하고 자체적으로 개발한 망간단괴 용융환원 기술의 실증연구를 해왔다. 그날 시험에서 지질자원연구원은 5천 미터 심해에서 채취한 망간단괴에서 합금형태인 구리, 니켈, 코발트를 성공적으로 회수했다. 이 시험에 성공함으로써 우리나라는 심해에서 캐낸 망간단괴를 녹여 유용한 광물을 뽑아내는 제련기술 상용화에 한걸음 더 다가서게 되었다.
▲ 첨단산업의 기초소재로 활용되는 금속광물들이 들어 있어 ‘해저의 검은 노다지’로 불리는 망간단괴.  ⓒ해양수산수
 
망간단괴란 심해 바닥에 감자처럼 생긴 흑갈색의 퇴적물로서, 바닷물과 퇴적물 속에 함유된 망간, 철, 구리, 니켈, 코발트 등의 금속 성분이 침전하여 마치 나무의 나이테처럼 동심원을 이루면서 커지는 물질이다.

망간단괴의 성장속도는 굉장히 느려서 1백만년에 1~10㎜밖에 자라지 않는다. 그러나 계속 자라기 때문에 크기가 매우 다양해 1㎜ 이하의 깨알만한 것부터 25㎝ 정도 되는 수박만한 것도 있다. 보통 지름이 4~10㎝ 되는 게 가장 흔하다.

중심에는 돌 부스러기, 고래 뼈, 상어 이빨, 유공충 껍질 등이 핵을 이루고, 그 둘레를 망간과 철의 산화물을 주성분으로 하는 광물이 동심원 모양으로 둘러싸면서 자란다. 대개 바닷물이나 혹은 열수분출공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속에 녹아 있던 금속성분이 침전되어 만들어진다.

망간단괴에는 첨단산업의 기초소재로 활용되는 금속광물들이 들어 있어 ‘해저의 검은 노다지’로 불리기도 한다. 망간이 20~30%, 철이 5~15%, 니켈이 0.5~1.5%, 구리가 0.3~1.4%, 코발트가 0.1~0.3% 들어 있으며, 그밖에도 아연·알루미늄 등 40여 종의 금속이 함유돼 있다.

망간은 철강 산업에, 니켈은 화학·정유시설, 전기제품, 자동차 관련 소재, 구리는 통신 및 전력 산업에, 코발트는 항공기 엔진 제작 등에 사용된다. 현재의 연간 소비량을 기준으로 할 때 망간은 2만4천400년, 구리는 640년, 니켈은 1만6천400년, 코발트는 13만6천400년간 소비할 수 있는 양이 전 세계 해저에 망간단괴 형태로 산재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에서 7번째로 개발광구 확보
망간단괴가 처음 발견된 것은 1873년 영국의 해양탐사선 챌린저호에 의해서였다. 당시 챌린저호는 세계 최초로 1872년부터 1876년까지 세계일주를 하면서 오대양의 심해를 탐사하고 있었는데, 해저에서 이상한 검은 퇴적물 덩어리를 끌어올린 후 성분을 분석한 결과 망간을 비롯한 여러 금속을 함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망간단괴가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라 1994년 8월 태평양 공해상 클라리온-클리퍼톤 해역(Clarion-Clipperton Fracture Zone ; CCFZ)에 심해저 망간단괴 개발광구(15만㎢)를 국제해저기구(ISA)에 등록함으로써, 세계에서 7번째로 망간단괴 개발광구를 확보한 국가가 되었다. 망간단괴는 심해의 모든 곳에서 발견되지만, 특히 태평양 해저의 20~50% 정도를 덮고 있다.
▲ 미내로를 이용한 망간단괴 채광 시험 개념도.  ⓒ해양수산부
그 후 탐사를 계속 진행하여 2002년 8월에 ISA로부터 7만5천㎢(남한 면적의 3/4)를 배타적 개발광구로 승인 받았다. 우리나라 단독 개발광구 내에 묻힌 망간단괴의 추정 부존량은 약 5억6천만 톤으로서, 이는 연간 300만 톤씩 100년 이상 채광할 수 있는 양이다. 향후 기술이 상용화되면 연간 2조원 이상의 수입 대체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일본, 프랑스, 러시아 등 해양 선진국들은 이미 1980년대 중반에 클라리온-클리퍼톤 해역 내에 독점개발광구를 선정하고 관련기술을 개발해 왔다. 또한 중국, 인도 등도 매년 대규모 사업비를 투자하면서 광구탐사와 상용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부존자원이 빈약해 구리나 니켈 같은 주요 금속자원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특히 망간단괴처럼 장기적이며 안정적인 금속광물자원의 공급원 확보가 시급한 형편이다.

망간단괴 용융환원 기술의 실증시험에 성공한 해양수산부는 망간단괴의 제련기술과 수심 2천m급 채광기술 등의 상용화 기반기술을 2015년까지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ISA로부터 인정받은 태평양 개발광구의 탐사 독점권 유효기간이 2015년까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2015년까지 수심 2천m에서 로봇 채광시험에 성공해 ISA에 독점권 연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심해저에서 망간단괴를 채광하는 로봇 ‘미내로’
현재 그 작업에 도전할 우리나라의 채광 로봇에는 ‘미내로’가 있다. 망간단괴 채광을 위해서 개발되어온 길이 6m, 폭 5m, 높이 4m의 미내로는 광물을 의미하는 미네랄(mineral)과 로봇(robot)의 합성어이다.

심해저를 돌아다니며 망간단괴를 채취할 수 있는 미내로는 심해에서 물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모든 부품 하나하나가 높은 압력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심해저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주행장치, 망간단괴를 모으는 채집장치, 망간단괴를 적당한 크기로 부수는 파쇄장치, 유연관 이송 시스템, 유압 에너지 생성장치, 유압 제어시스템, 계측 센서 시스템, 전력 공급 시스템 등의 다양한 장치들이 수압과 바닷물로부터 견디게끔 설계되어 있다.
▲ 미내로가 망간단괴를 채취하기 위해서는 강한 물제트를 쏘아 준액상층에 묻혀 있는 망간단괴를 띄워 올려야 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미내로가 해저에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위치를 실시간으로 인식할 수 있는 GPS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미내로가 활동하는 해저 1천m 이상의 지역에서는 전자파와 레이더가 모두 차단되므로 GPS를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미내로는 어군탐지기나 잠수함 등에 이용되고 있는 소나(Sonar)를 비롯해 도플러 속도계, 자세 및 방위각 센서, 유량계, 트레스폰더 등 다양한 센서로부터 전달된 정보들을 통합해 자신의 정확한 위치를 선상에 전달한다.

망간단괴가 부존하고 있는 곳은 심해저와 바닷물 사이에 묽은 죽과 같은 ‘준액상층’이 자리하고 있어서 그 경계가 모호하다. 따라서 미내로가 망간단괴를 채취하기 위해서는 강한 물제트를 쏘아 준액상층에 묻혀 있는 망간단괴를 띄워 올려야 한다. 그 다음 물제트 뒤편에서 회전하는 컨베이어벨트가 망간단괴를 분리해 미내로의 내부로 운반한 후 적당한 크기로 파쇄해 선상으로 옮기게 된다.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된 미내로는 지난 8월 1일 포항 동동남 130㎞ 해역, 수심 1천380m 지점에서 최초로 이루어진 심해 실해역 시험에서 해저 주행에 성공했다.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 2noel@paran.com

저작권자 2013.11.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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