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5일 화요일

혁신의 패턴이 바뀐다…리버스 이노베이션

혁신의 패턴이 바뀐다…리버스 이노베이션

세계 신산업 창조 현장 (49)

 
 
세계 산업계 동향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이란 말이 있다. 세계화(Globalization)와 지역화(Localization)의 합성어로 최근 수년간 글로벌 기업들이 신흥국 등 다른 국가에 판매를 늘리기 위해 내세운 전략이다.

기업의 운영 방향이나 기본 가치관은 그대로 하되 제품의 성능, 마케팅 방식 등은 현지 실정에 맞게 조절해야 한다는 의미로 소니(Sony)의 창업자이면서 CEO였던 모리타 아키오 가 처음 사용한 말이다.

최근 이 글로컬라이제이션이 성행하면서 신흥국에서 개발한 혁신 사례가 선진국으로 역류하는 리버스 이노베이션(Reverse Innovation)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KOTRA에 따르면 대표적인 사례는 맥도날드다.

양고기 햄버거 만들어 인도 시장 장악
인도에서 주력상품인 햄버거를 판매하면서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모두 빼버렸다. 대신 양고기를 갖고 햄버거를 만들어 판매했다.
▲ 신흥국에서 개발한 혁신 사례가 선진국으로 역류하는 리버스 이노베이션(Revers Innovation)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사진은 중국에서 개발한 중저가 브랜드 '데니즌'을 통해 미국 등 선진국 시장을 장악한 레비 스트라우스 홈페이지.  ⓒhttp://www.levistrauss.com/

원래 햄버거는 쇠고기나 돼지고기를 잘게 다져 빵가루와 양파, 달걀 따위를 넣고 동글납작하게 뭉쳐 구운 것을 말한다. 그러나 기본 재료인 쇠고기와 돼지고기 대신 양고기 햄버거를 만들어 인도 시장을 장악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매장 내 남녀 식탁을 철저히 구분하면서 현지 소비자들의 호감을 샀다. 한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불고기 햄버거 역시 맥도날드가 추구하고 있는 글로컬라이제이션의 한 사례다.

GE그룹의 자회사인 GE 헬스케어는 최첨단 의료진단 영상기기 및 건강정보기술 분야를 선도하는 기업이다. 2012년 인도 의료영상진단기기 시장에서만 6억 달러 어치를 팔았으며, 아시아 전역에서 연간 100억 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메디칼 디바이스 데일리(Medical Device Daily)에 따르면 최근 달러 박스가 되고 있는 것이 초음파 장비다. 특히 중저가의 초음파 장비 판매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 중급형 장비는 오는 2016년까지 연 15% 이상, 저가형 장비는 연 12%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특히 중저가 초음파 심전도기기 판매가 늘고 있는데 처음부터 중저가 제품을 판매한 것은 아니다. 2000년대 초 GE 헬스케어가 처음 인도에 진출할 당시 내세운 주력상품은 프리미엄급이었다. 한국 돈으로 약 300만~1천만원에 이르는 고급 제품을 만들어 대대적인 판매활동을 시작했다.

결과는 대실패였다. 경쟁사인 BPL 헬스케어와의 경쟁에서 여지없이 패배했다. 놀란 GE 헬스케어 측은 조사팀을 보내 그 원인을 분석했다.

얼마 후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인도인들에게 있어 초음파 심전도기기가 매우 필요했다. 인도인 25명 중 1명꼴로 심장질환을 앓고 있어 이를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서는 초음파 심전도기기가 매우 절실했다. 그런데도 제품이 안 팔렸다. 이유는 간단했다.

가격인하 위해 모바일 초음파 진단기 개발
대부분의 인도인들이 가난해 초음파 심전도기기를 설치한 큰 병원을 찾아갈 수 없었다. 대신 검사비용이 낮고, 치료비가 싼 주거지 부근의 작은 병원을 찾고 있었다. 이 사실을 안 GE 헬스케어에서는 인도시장에 맞는 중저가형의 휴대용 초음파 진단기기 ‘MAC400’을 출시했다.

제품 사양을 최소화해 가격을 낮췄다. 또 무게를 1.3kg 정도로 줄이고 어깨 끈을 매달아 손쉽게 휴대가 가능하게 했다. 사용법도 매우 쉬워 붉은 색과 녹색 2개 버튼만 누르면 작동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 결과 인도인을 대상으로 한 심전도 진단 비용이 당초 20달러(한화 약 2만1천원)에서 1달러(한화 1천63원)로 크게 떨어졌다.

가격 하락은 많은 인도인들을 병원으로 이끌었다. 결과적으로 중저가 모바일 기기 판매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인도에서 시작한 중저가 선풍은 아시아는 물론 세계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대표적인 성공사례라고 할 수 있다.

레비 스트라우스(Levi Strauss)는 지난 1953년에 창립한 회사로 주로 진(Jeah)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지난 한 해 동안 46억 1천만 달러(한화 약 4조9천억 원) 어치의 의류제품을 판매했다.

중국인을 위한 브랜드 ‘데니즌’ 미국서 선풍

이 회사 역시 중국 시장 진출 시 큰 어려움을 겪었다. 1차적으로 중국 업체들과의 가격경쟁에서 여지없이 밀렸다.

의류 제품 역시 문제가 많았다. 중국 로컬 기업들은 중국인들의 체형에 맞춘 제품들을 개발·판매하고 있었으나, 레비 스타라우스는 서구인 체형에 맞는 제품을 고가에 판매하고 있었다.

회사 측에서 특단의 결정을 내렸다. 곧 중국인을 비롯한 아시아인 체형 연구를 시작했다. 그리고 아시아인들이 상대적으로 엉덩이가 작고, 다리 길이도 짧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런 사실을 확인한 레비 스트라우스는 중국 소비자만을 겨냥한 ‘메이드 포 차이나(Made for China)’ 제품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중국인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주기 위해 청바지 원단인 ‘데님’과 한자어 ‘젠(禪)’을 결합한 ‘데니즌(Denizen)’ 이라는 신규 브랜드를 2011년 7월 론칭했다. 미국이 아닌 타국에서 브랜드를 시판한 것은 회사 창립 137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후 ‘데니즌’ 브랜드는 성공의 대명사가 됐다. 중국 시장에서의 성공은 물론 미국 시장에서 중저가 선풍을 일으키면서 지금의 레비 스타라우스를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

노무라 종합연구소에 따르면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의 중산층 수는 2012년 13억5천만명에서 2013년 15억 명, 오는 2030년에는 54억9천만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들 신흥국 중산층을 잡기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글로컬라이제이션 전략이 더 활기를 띨 전망이다.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3.11.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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