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3일 일요일

천손의 나아갈 길

천손의 나아갈 길

박석재의 하늘 이야기 16

 
 
과학에세이   이스라엘은 우호적이지 않은 이웃나라들로 둘러싸인 환경 속에서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는 이스라엘 국민들이 시오니즘과 같은 선민사상으로 무장돼 있기 때문이라고 얘기들 한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경우에는 눈에 띄는 강대국이 주위에 없지 않은가.

나는 중국에 출장을 갔다가 중국 지도를 보고 한반도가 정말 작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조그만 한반도, 그나마 둘로 갈라져 남단만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 대한민국이었다. 어지간한 중국의 성 하나보다도 작은 우리나라가 여러 분야에서 중국과 당당하게 겨루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게만 느껴졌다.

가끔은 이렇게 중국 지도에서 우리나라를 보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예를 들어, 저 작은 나라에 어떻게 골이 깊은 지역감정이 존재하는지 신기하지 않은가? 지역뿐인가. 종교로, 이념으로, 빈부로, 세대차이로… 사분오열돼 있지 않은가. 외국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 같은 한국 사람과 대화하는 것보다 훨씬 마음이 더 편할 정도다.

일본 지도에서 우리나라를 봐도 마찬가지였다. 일본 영토는 우리보다 조금 더 넓지만 태평양의 일부를 영해로 소유하고 있다. 영토와 영해를 모두 표시한 일본 지도에서 보니 우리나라는 여전히 초라했다. 그 넓은 바다를 가지고도 독도에 집착하는 일본이 정말 유감이다.

러시아는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우리는 어떻게 중국, 일본, 러시아 같은 강대국들 틈바구니 속에서 5천 년 가까이 — 고조선부터 따지더라도 — 나라를 지켜왔을까? 이스라엘의 선민사상에 해당되는 우리 국혼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지금까지 연재한 16회의 글에서 찾아봤다. 그 답은 여러 가지 표현이 가능하지만 ‘천손사상 = 하늘을 숭앙하는 선민사상’으로 정리하겠다. 환웅을 따라 내려온 무리 천손은 호랑이 부족, 곰 부족과 같은 지손을 만나 우여곡절 끝에 곰 부족을 받아들였다. 이처럼 지손을 천손으로 교화하는, 즉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는 홍익정신이 배달국의 건국이념이다.
▲ 개천절인 10월 3일 민족의 영산 태백산 정상 천제단에서 천제가 봉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사상으로 무장한 우리 조상들은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을 지배했던 것이다. 먼 옛날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에는 광명의 땅, 자랑스러운 동이의 나라가 있었던 것이다. 특히 태호복희는 태극기를 만들고 환역을 창시했으며 24절기를 도입했다. 그가 서토로 건너가 진나라를 세워 중국문화의 시원이 됐다. 중국 입장에서 볼 때 태호복희는 해가 뜨는 동쪽에서 온 신과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우리가 오늘날 동해라는 이름을 양보할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인가. 동해가 한반도의 동쪽에 있어서가 아니라 단어 자체가 우리 정체성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동해란 ‘한국해’란 뜻이다. 우리가 서해나 남해를 ‘한국해’라고 주장하지 않는 이유다.

위대한 동이의 역사가 고구려와 대진국 이후 쇠망의 길을 걷게 됐다. 그리하여 동이의 유민들은 뿔뿔이 흩어져 다른 나라 사람들이 됐고 일부는 한반도로 내몰려 갇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유라시아 대륙 동부에 넓은 ‘천손문화권’은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천손문화권의 ‘종주국’ 자리만 잃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한심한 후손들은 장엄한 역사를 까맣게 잊은 채 아직도 ‘단군 신화’를 얘기하며 비굴하게 살아가고 있다. 35년간 식민통치를 받은 후 7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잔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조상들이 피로 지킨 고구려의 성들이 만리장성으로 편입되고 있어도 구경만 하고 있다.

나는 대한민국을 다시 포맷하고 싶다! 대한민국은 하늘을 숭앙하는 선민사상을 바탕으로 다시 태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글로벌 시대 오히려 국가의 정체성이 더욱 분명히 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 말할 때마다 외국어를 섞어 대한민국 사람 특징이 없는 것 같아야 글로벌 시각을 가지고 앞서 나아가는 것처럼 착각들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전문가란 외래어를 많이 섞어 말하는 사람 아닌가. 마치 재미교포처럼 언행을 해야 대접을 받는 희한한 나라다. 일본도, 중국도, 대만도 그러지 않는데 유독 우리나라만 TV 광고 끝마다 ‘본토 발음’을 달고 있다.

나는 지난 9월 미국 LA 교포들을 상대로 천손사상에 대해 강의했다. 정작 성공한 교포들이 천손 사상에 대해 무척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적지 않게 놀랐다. ‘Korean American’으로서 미국사회에서 받고 있는 대접에 대해 항상 고민들 해왔기 때문이다. 한 교포는 나에게 ‘우리는 왜 유태인만큼 존경받지 못하는가’ 되묻기도 했다. ‘서양에 유태인이 있다면 동양에는 한국인이 있다’ 같은 말좀 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 무엇보다도 국혼을 바로 세워야 한다. 개천절을 계속 양력 10월 3일로 기념할 방침이라면 10월 1일 국군의 날부터 10월 9일 한글날까지를 ‘개천축제’ 기간으로 정해 거국적 행사를 열자고 제안한다. 연중 가장 날씨가 좋은 이때 전국의 크고 작은 축제가 모두 몰려 있지 않은가. 호국의 간성인 국군과 우리 문화의 자랑인 한글을 기리는 날이 각각 10월 1일, 10월 9일인 것은 하늘의 축복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공부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 21세기는 지식기반경제로 노동이나 자본 같은 생산적 요소보다 지식이나 정보 같은 무형자산이 더욱 중요한 시대다. 훌륭한 교육으로 국민들의 수준을 높이고 모방에서 창조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선진국이 될 수 있다. 국민들이 선비적 삶을 추구하고 소중한 우리말과 우리글을 지키며 우주시대에 어울리는 문화를 육성해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홍익사상을 바탕으로 세계화를 주도해야 한다.

하늘은 천손의 후예인 우리를 도울 것이다! (끝)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위원

저작권자 2013.11.0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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